Rega 안내서 - 1편
기본에 충실한 영국의 실용주의
영국은 전세계 오디오 애호가들한테 너무나 친숙한 나라다. 아캄, 오디오랩, ATC, B&W, 캠브리지오디오, 캐슬, 셀레스천, 코드, 크릭, 사이러스, dCS, 이어 요시노, 하베스, KEF, 린, 메리디안, 미션, 모던쇼트, 뮤지컬 피델리티, PMC, 프로악, 쿼드, 레가, 록산, 루악, 스펜더, 서그덴, 탄노이, 와피데일, 윌슨베네시 등이 모두 영국 브랜드다. 필자가 알기에 오디오 원산지 미국 다음으로 오디오 제작사가 많은 나라가 영국이다.
많기만 한 게 아니다. 1970년대 이전 설립돼 ‘업력’ 40년을 넘긴 노포들도 많다. 탄노이(1926), 와피데일(1933), 쿼드(1936), KEF(1961), B&W(1966), 모던쇼트(1967), 서그덴(1967), 캠브리지오디오(1968), 스펜더(1968), 린(1972), 네임(1973), 레가(1973), 프로악(1973), 캐슬(1973), ATC(1974), 아캄(1976), 이어 요시노(1976), 하베스(1977), 메리디안(1977), 미션(1977)이 대표적. 40년 이상 ‘오디오’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라도 폄하할 수 없다. 전통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1973년 설립된 레가(Rega Research)는 이들 ‘레전드’ 브랜드 중에서도 빛나는 존재다. 턴테이블로 시작해 현재 톤암, 카트리지, 포노 스테이지 등 아날로그 오디오는 물론 앰프, CDP, DAC, 그리고 스피커까지 만들고 있다. 특히 턴테이블과 톤암은 오늘의 레가가 있게 한 일등공신들로, 턴테이블의 경우 가벼우면서도 저역 특성이 좋은데다 세팅이 간단해 입문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많은 아날로그 고수들이 레가 턴테이블이라면 누구에게나 기꺼이 추천하는 이유다. 1983년 첫 출시된 ‘RB300’ 톤암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히트상품. 지금까지 40만개 이상이 전세계에 팔려나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레가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이들 제품은 탁월한 성능과 실용적인 설계, 깔끔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비싼 게 없다. 사실 “믿을 만하고 오래 쓸 수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의 하이파이 오디오” 레가가 내세우는 모토다. 물론 ‘싸고 비싸고’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억’ 소리나는 오디오를 하도 많이 접한 필자 입장에서 레가 턴테이블과 앰프 가격대를 보면 ‘잘못 봤나?’ 싶을 정도다. 더욱이 120만원대 ‘Planar3’ 턴테이블이 빚어내는 놀라운 소리를 떠올려 본다면, 그리고 레가 전 제품이 영국에서 제작되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착한’ 가격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LP 사운드를 들려주고픈 제작사의 ‘착한’ 마인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레가의 탄생"
레가의 설립자이자 현 CEO인 로이 간디(Roy Gandy)는 18세 때 밀폐형 스피커를 자작했을 정도로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친구가 보여준 하이파이 시스템이 그의 운명을 가르고 말았다. 가라드 턴테이블 ‘SP25’, 소노톤 카트리지 ‘9TA’, 로저스 앰프 ‘HG88’, 와피데일 스피커 조합이 들려준 소리에 로이 간디는 자신이 직접 턴테이블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Collaro’ 턴테이블이었고 이 턴테이블은 1972년 영국 오디오전문지 ‘Hi-Fi Sound’가 마련한 독자 시스템 탐방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1973년 로이 간디는 자신의 두번째 턴테이블인 ‘Planet’을 만들었고, 그의 파트너였던 토니 렐프(Tony Relph)와 함께 회사이름부터 등록했으니 이 회사가 바로 레가다. 사명 ‘REGA’는 이들의 성에서 2글자씩(Re + Ga) 따온 것이다. 어쨌든 ‘Planet’ 턴테이블은 이후 ‘레가’ 상표를 달고 영국은 물론 당시 서독과 덴마크, 프랑스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로이 간디는 그때까지 테크니컬 에디터로 일했던 포드(Ford)를 그만두고 영국 로치포드(Rochford)에 레가 공장을 세웠다. 그리고 이 무렵 토니 렐프는 레가를 떠났다.
"RB300 톤암의 탄생"
1975년에는 ‘Planar2’ 턴테이블이 출시돼 가성비 제품으로 주목받았고, 1977년에는 영국 ‘Hi-Fi News’와 ‘Record Review’가 ‘Planar3’ 턴테이블을 “주목할 만한 완벽한 유닛”으로 꼽았다. 레가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1980년 직원이 13명으로 늘었고 12개국에 수출이 됐으며 영국에만 20곳의 딜러가 생겨났다. 이 해 로이 간디는 로치포드를 떠나 에섹스(Essex) 웨스트클리프온시(Westcliff-on-Sea)에 폐공장을 헐값에 인수, 레가의 새 보금자리로 삼았다.
이후 각고의 연구개발 끝에 1983년 훗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는 톤암 ‘RB300’이 탄생했다. 이전까지 레가에서는 일본과 덴마크산 톤암을 자사 턴테이블에 장착했었는데,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영국의 중소업체와 협력해 톤암튜브에 이 기술을 적용시킨 레가의 첫번째 톤암 ‘RB300’을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RB300’은 이 해 전문잡지 ‘Modern Metals’로부터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RB300’은 이후 2011년 ‘RB303’ 모델로 대체됐다.
‘RB300’을 좀더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스프링의 힘으로 침압을 줘 소릿골(음구) 추적 능력이 좋은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의 톤암이다. 안티스케이팅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레코드에서 정밀하게 소리를 뽑아낼 수 있다. 다만 톤암 축 부분의 높이 조절이 어려워 VTA(Vertical Tracking Angle) 조정이 불편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유효길이(톤암 축에서 카트리지 바늘 끝까지 거리)는 237mm, 오버행(카트리지 바늘 끝이 플래터 중심인 스핀들을 벗어나는 거리)은 15mm.
한편 카트리지는 1980년부터 일본에서 제작한 ‘R100’ MM카트리지를 판매해오다 1985년 레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 ‘RB100’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도 제작은 일본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100% 인하우스로 제작한 레가 최초의 카트리지가 출시됐으니 이 제품이 바로 1988년에 나온 ‘Bias’와 ‘Elys’ 카트리지였다. 이들 카트리지는 출시 첫달에만 당초 예상보다 5배나 많은 1000개가 팔렸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MC카트리지는 2005년 ‘Apheta’를 시작으로, 2014년 ‘Apheta2’, 2015년 ‘Aphelion’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합 오디오메이커로 변신"
이렇게 회사 설립 이후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등 아날로그 데크 시스템에만 주력해오던 레가가 종합 오디오 제작사로 변신한 것은 1989년부터. 이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ELA’가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1990년에는 인티앰프 ‘Elicit’, 1991년에는 인티앰프 ‘Brio’와 Elex’를 연이어 내놓았다. 1992년에는 엑세스 사우스엔드온시(Southend-on-Sea)에 새 공장을 설립, 스피커와 앰프를 만들고 있다. 이밖에 레가는 MM포노스테이지 ‘EOS’(1998년), CD플레이어 ‘Planet’(1997년), DAC ‘IO’(1998년), MM/MC 포노스테이지 ‘IOS’(2005년)를 출시하며 자타공인 종합 오디오메이커로 자리잡았다.
레가는 현재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전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한 달 평균 판매되는 턴테이블만 2000대에 이르고, 전체 매출에서 턴테이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고 한다. 2017년 7월 현재 라인업은 턴테이블(Planar1, Planar2, Planar3, RP6, RP8, RP10, RP78), 톤암(RB220, RB330, RB808, RB2000), 카트리지(Carbon, Bias2, Elys2, Exact, RB78, Carbon Stylus, Ania, Apheta2, Aphelion), 포노스테이지(Fono Mini A2D, Fono MM, Fono MC, Aria), 앰프(Ear, Brio, Elex-R, Elicit-R, Osiris), 스피커(RX1, RX3, RX5, RS10), CDP/DAC(Apollo-R, Saturn-R, Isis, Valve Isis, DAC-R)으로 짜여졌다.
이중 레가 인티앰프는 아날로그 전문 제작사답게 포노단을 마련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거품을 뺀 가격도 레가답다. 현 플래그십은 ‘Osiris’로 8옴에서 160W, 4옴에서 250W를 낸다. 국내에서는 하프사이즈의 ‘Brio-R’ 앰프(Brio 이전 모델)가 인기가 높았다. 72W(8옴)짜리 인티앰프 ‘Elex-R’과 105W(8옴) 인티앰프 ‘Elicit-R’이 ‘What Hi-Fi’ 2014~2016년 베스트 스테레오앰프 부문상을 수상 했다.
포노스테이지의 경우 MM카트리지 입력 전용 ‘Fono Mini A2D’는 ‘A2D’라는 말 그대로 USB 인터페이스를 통해 LP에 담긴 아날로그 신호를 곧바로 PC에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 현 플래그십 ‘Aria’는 디지털 컨트롤 회로가 일체 없는 올 아날로그 앰프이며 MC,MM 입력 모두 갖췄다. MM 전용 ‘Fono MM’은 ‘What Hi-Fi’ 2014~2016년 베스트 포노스테이지 부문상을 수상했다.
"레가 제품 타임라인"
레가가 1973년 설립 후 만든 주요 제품들의 출시연표를 직접 만들어봤다.
연도 | 제품 | 분류 | 내용 |
1973 | Planet | 턴테이블 | 스틸&알루미늄 플래터(+Acos Lustre 톤암) |
1975 | Planar | 턴테이블 | 알루미늄 플래터 |
1976 | Planar2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
1977 | Planar3 | 턴테이블 | 10mm 유리 플래터 |
1980 | R100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
1980 | RTX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
1983 | RB300 | 톤암 | |
1984 | RB250 | 톤암 | |
1985 | RB100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
1985 | Rega Planar78 | 턴테이블 | 78rpm |
1987 | Elys, Bias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
1987 | RB78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78rmp 모노 |
1990 | Elicit | 인티앰프 | |
1990 | ELA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트랜스미션 라인 |
1991 | Brio, Elex | 인티앰프 | |
1992 | Super Elys, Super Bias, Exact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
1992 | ELA2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트랜스미션 라인 |
1993 | EL8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
1993 | KYTE | 스피커 | 스탠드 마운트 |
1994 | Radio | AM/FM 튜너 | |
1995 | RB900 | 톤암 | P9 턴테이블용 |
1995 | EXS | 파워앰프 | 스테레오 |
1995 | EXON | 파워앰프 | 모노블럭 |
1995 | HAL | 프리앰프 | |
1995 | Planar9 | 턴테이블 | 세라믹 플래터, 외장 파워서플라이 |
1996 | Brio2 | 인티앰프 | |
1996 | Eos | 포노스테이지 | MM |
1996 | P9 PSU | 파워서플라이 | P9 턴테이블용 |
1997 | ALYA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
1997 | ARA | 스피커 | 스탠드 마운트드 |
1997 | Fono | 포노스테이지 | MM |
1997 | Ear | 헤드폰앰프 | |
1997 | Planet | CD플레이어 | |
1998 | RB600 | 톤암 | 실버 마감 |
1998 | IO | DAC | |
1998 | Jupiter | CD트랜스포트 | |
1998 | Cursa | 프리앰프 | MM, MC 포노스테이지 내장 |
1998 | P25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25주년 기념모델 |
2000 | P2 | 턴테이블 | HDF 플래터 |
2001 | TTPSU | 파워서플라이 | 턴테이블용 |
2002 | RB1000 | 톤암 | RB900 대체, 알루미늄 마감 |
2002 | RB700 | 톤암 | P5 및 P7용 |
2002 | P9 | 턴테이블 | 세라믹 플래터 |
2002 | P7 | 턴테이블 | 플라이휠 효과 세라믹 플래터 |
2002 | P5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
2004 | Apollo | CD플레이어 | |
2004 | R9, R7, R5, R3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트랜스미션 라인 |
2004 | R1 | 스피커 | 스탠드 마운트 |
2005 | Apheta | 카트리지 | MC카트리지 |
2005 | RB251 | 톤암 | |
2005 | IOS | 포노스테이지 | MM, MC |
2005 | P1 | 턴테이블 | MDF 플래터 |
2006 | Brio3 | 인티앰프 | |
2007 | RB301 | 톤암 | 3포인트 암보드 장착 |
2007 | P3-24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
2008 | Apollo35 | CD플레이어 | |
2008 | Elicit2 | 인티앰프 | |
2009 | IOS Reference | 포노스테이지 | MM,MC, 레퍼런스 모델 |
2009 | Osiris | 인티앰프 | 레퍼런스 모델 |
2009 | Isis Valve, Isis | CD플레이어 | 레퍼런스 모델 |
2009 | RS7, RS5, RS3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
2009 | R1 | 스피커 | 스탠드 마운트 |
2010 | RB101 | 톤암 | |
2010 | RP1 | 턴테이블 | 페놀릭 플래터 |
2011 | RB303 | 톤암 | RB300 대체 |
2011 | Mini Fono | 포노스테이지 | MM,MC, 미니 사리즈 |
2011 | Apollo-R | CD플레이어 | 하프사이즈 |
2011 | Brio-R | 인티앰프 | 하프사이즈 |
2011 | RP6 | 턴테이블 | 16mm 유리 플래터 |
2011 | RP3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
2012 | Carbon | 카트리지 | MM카트리지 |
2012 | Ear | 헤드폰앰프 | 하프사이즈 |
2012 | RS10 | 스피커 | 플로어 스탠딩, 레퍼런스 모델 |
2012 | RP8 | 턴테이블 | 스켈레탈 플린트, 유리 플래터 |
2012 | RP78 | 턴테이블 | 페놀릭 플래터 |
2013 | RB202 | 톤암 | |
2013 | Saturn-R | CD플레이어 | 풀사이즈 |
2013 | Elicit-R | 인티앰프 | 풀사이즈 |
2013 | Mini Fono A2D | 포노스테이지 | MM,MC, 미니 케이스 |
2013 | RP10 | 턴테이블 | 스켈레탈 플린트, 세라믹 플래터 |
2013 | RP40 | 턴테이블 | 12mm 유리 플래터, 40주년 기념모델 |
2014 | Apheta2 | 카트리지 | MC카트리지 |
2014 | DAC-R | DAC | 하프사이즈 |
2014 | Elex-R | 인티앰프 | 풀사이즈 |
2015 | Aphelion | 카트리지 | MC카트리지 |
2015 | RX5, RX3, RX1 | 스피커 | |
2016 | Brio | 인티앰프 | 새버전 |
2016 | Planar3, Planar2, Planar1 | 턴테이블 | 새버전 |
2016 | RB330 | 톤암 | |
2017 | RB220 | 톤암 |
"레가 턴테이블 집중탐구"
레가 턴테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받침대라 할 플린스(plinth)가 가벼우면서도 견고하다는 것. 모터로 레코드를 회전시키는 턴테이블의 성격상 진동제거가 가장 큰 난제인데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이 플린스를 크고 두꺼우며 무겁게 만들어 이에 대처해왔다. 실제로 요즘 하이엔드 턴테이블들은 하나같이 중후장대하다. 그리고 그 무게와 덩치의 8할 이상을 플린스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레가는 이러한 상식 아닌 상식에서 처음부터 자유로웠다. “플린스는 튼튼하기만 하다면 가벼울수록 진동에너지를 쓸데없이 축적하지 않는다”라는 게 레가 주장의 핵심. 즉 플린스 무게가 무거우면 그만큼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는 결국 턴테이블의 음악성을 깎아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이 플린스 재질로 페놀 수지를 두른 MDF를 즐겨 사용해온 이유도 플린스의 무게는 줄이면서도 견고함은 더욱 높이기 위한 방책이었다.
레가의 이러한 턴테이블 플린스 설계 철학이 집약된 제품이 2012년 출시된 차상위 모델 ‘RP8’이다. ‘RP8’의 플린스는 딱 봐도 타사 제품이나 레가 다른 모델과 확연히 다르다. 뫼비우스의 띠 혹은 나비 모양으로 뼈대만 남겨 플린스의 무게를 더욱 줄인 것이다. 레가에서는 ‘RP8’과 ‘RP10’에 들어간 이러한 모양의 플린스를 ‘스켈레탈(Skeletal. 뼈대) 플린스’라고 부르고 있다. 이 파격적인 외모 덕분에 ‘RP8’은 2013년 애플의 디자이너 조니 이브(Jony Ive)가 ‘역대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더욱이 페놀 수지를 두른 플린스의 주 재질 자체도 일종의 강화 발포 스티로폼인 폴리올레핀 폼(polyolefin foam)을 썼다. 이 결과 ‘RP8’ 플린트의 무게는 오리지널 ‘Planar3’의 1/7밖에 안나간다고 한다. ‘RB8’은 대신 진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비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스핀들과 톤암축 사이에 일종의 보강재라 할 알루미늄 마감의 브레이싱(bracing)을 플린스 앞면에 덧댔다. 브레이싱 내부 재질은 상층에 마그네슘과 하층에 페놀 수지. 브레이싱에 서로 다른 재질을 쓴 것은 댐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레가는 이렇게 줄인 플린스의 무게를 플래터(platter), 그 중에서도 플래터 가장자리(rim)에 쏟아부었다. 플래터는 그 위에 매트(matt)를 깔고 LP를 얹히는 원반모양의 회전체인데, 회전운동 성격상 베어링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 무거울수록 일정 스피드를 유지하거나 진동을 방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래터의 가장자리는 운동에너지가 가장 많이 쏠리는 지점이다. ’RP8’의 경우 플래터는 코팅된 유리를 3장 붙였다. 위의 유리가 원반 모양인데 비해 아래 2장의 유리는 커다란 반지 모양인 것은 전체 플래터의 무게를 가장자리에 쏠리게 하려는 의도다.
▲ Planar 1
‘Planar’ 시리즈의 막내격으로 지난해 6월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레가의 새로운 톤암 ‘RB110’과 ‘Carbon’ MM카트리지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RB110’은 톤암 축을 올리고 내리는 VTA 조정이 안되는 것을 제외하면 가성비가 빼어난 톤암. 안티스케이팅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까지 구비했다. 레가의 상위 턴테이블들도 마찬가지지만 ‘Planar1’은 가볍다. 모터와 플래터, 톤암과 플린스 등 꼭 필요한 것만 갖췄기 때문.
▲ RB110
24V AC모터가 1개의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며, 플린트를 고무발이 받치고 있는 리지드(rigid) 방식을 택했다. 통상 리지드 방식 턴테이블은 외부 진동 유입에는 불리하고 단단하고 풍부한 저음을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Planar1’은 가벼운 플래터와 베이스 덕분에 저음은 단정하고 고음은 깔끔하게 들린다는 평이 많다. 23mm 플래터 재질은 고강도 페놀 수지, 플린스 재질은 열경화성 수지.
▲ Planar 2
레가 제품의 또다른 특징은 업그레이드 새 버전이 나와도 ‘MK2’ ‘SE’ 이런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 ‘Planar1’도 그렇지만 ‘Planar2’도 2016년에 새로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레가의 새 톤암 ‘RB220’과 ‘Carbon’ MM카트리지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10mm 플래터 재질은 유리, 플린스 재질은 아크릴. 다른 것은 ‘Planar1’과 비슷하다. 무게는 5.5kg.
▲ Planar 3
레가 턴테이블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린 턴테이블은 역시 1977년 출시됐던 ‘Planar3’ 라인이다. 현 ‘Planar3’는 기존 ‘RP3’를 대체하며 2016년 화려하게 귀환한 5세대 모델. 오리지널 ‘Planar3’가 1977~2000년, ‘RB300’ 톤암이 기본 장착됐던 ‘P3’가 2000~2007년, ‘P3-23’가 2007~2012년, ‘RP3’가 2012~2016년 발매됐다. 이중 ’RP3’는 영국 유명 오디오잡지 ‘What Hi-Fi?’에서 무려 5번이나 ‘올해의 오디오’로 선정됐다.
▲ RP6
‘RP3’과 함께 지난 2011년에 첫선을 보인 턴테이블이다. 무엇보다 출시 당시 ‘RB300’ 후계기로 등장했던 ‘RB303’ 톤암을 장착하고 16mm 유리 플래터가 2피스 구조인 점이 눈길을 끈다. 브레이싱은 상층에 메탈, 하층에 페놀 수지를 썼다. 외장 파워서플라이 ‘TT-PSU’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추천 카트리지는 ‘Exact’ MM카트리지.
▲ RP8
24V AC 모터가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를 2개의 벨트로 돌린다. ‘TT-PSU’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장착된 톤암은 ‘RB808’. 권장 카트리지는 ‘Apheta’ MC카트리지다. 기본적으로 스켈레탈 디자인의 플린스이지만 이에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깔맞춤되는 서라운드 플린스가 있어 통상의 직사각형 플린스를 완성할 수도 있다.
▲ RP10
2015년에 출시된 레가의 플래그십 턴테이블이다. ‘RB8’과 마찬가지로 ‘스켈레탈’ 디자인의 플린스를 썼으며 ‘RB2000’ 톤암과 다이아몬드 커팅 산화 세라믹 플래터를 장착했다. 더블 브레이싱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 상층에는 알루미늄, 하층에는 페놀 수지를 썼다. 권장 카트리지는 ‘Apheta2’ MC카트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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