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udio

브리티시 아날로그 전설의 귀환 - Funk Firm Little Super Deck Turntable

by onekey 2024. 3. 3.

브리티시 아날로그 전설의 귀환
Funk Firm Little Super Deck Turntable

코난2018-03-31 09:50
추천 48 댓글 0
 

 

"핑크 트라이앵글로부터"

 

 

턴테이블은 모든 아날로그적 기술의 총체다. 이 때문인지 최초에 턴테이블이나 톤암을 제조하면서 하이엔드 메이커로 발전한 메이커들이 꽤 존재한다. 골드문트는 자사의 리니어 트래킹 톤암을 개발, 판매하면서 회사의 기틀을 다졌다. 락포트의 앤디 페이어 또한 턴테이블을 만들면서 스피커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 그들의 엔지니어링 기초는 아날로그 위에서 화려하게 꽃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승자만을 기억한다. 수 십년 역사 속에서 흩어지고 다시 규합하며 커다란 성공 뒤에 씁쓸하게 역사 속으로 퇴장했던 메이커를 기억하지 않는다. 영국의 승자는 레가와 린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메이커의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그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랍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핑크 트라이앵글의 존재를 직시한다. 1970년대는 여러 새로운 턴테이블 제조사가 새로운 턴테이블을 개발해 내놓던 시기다. 이후 1980년대 CD의 출현과 함께 커다란 재앙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진보적인 턴테이블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절. 토렌스, 가라드를 재칠 신흥 명문의 탄생이 줄을 이었다. 그 중 핑크 트라이앵글은 무척 창조적인 설계 철학 위에 아날로그 기술을 녹여냈다. 예를 들어 가볍고 단단한 서브 섀시로 공진에 대비했고 부드러운 매트 대신 단단한 아크릴 매트를 사용해 플래터에 대한 레코드의 임피던스에 관한 신선한 고찰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AC 모터 대신 매우 부드럽게 회전하는 DC모터를 채용하기도 했고 톤암 에너지 소멸을 위한 대책 등 상당히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바로 그 핑크 트라이앵글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Arthur Khoubesserian이 돌아왔다. 1970년대부터 핑크 트라이앵글 등 턴테이블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던 그는 뼛속 깊은 턴테이블계의 물리학자였다. 위에 열거한 다양한 기술과 설계의 물리적 이론은 그의 두뇌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자아 펑크펌(Funk Firm)을 창조해 우리 앞에 선보였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서 펑크펌은 오랜 세월을 가로질러 불현 듯 나타난 전설의 귀환이다.

 

 

"펑크펌 - Little Super Deck"

 

 

펑크펌의 이 작은 수퍼 덱은 영국의 턴테이블다운 풍모를 지녔다. 그리 크지 않은 기본 사이즈에 아크릴 마감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엔 유리 플래터가 다소곳하게 얹혀 있다. 마치 그 옛날 린의 경쟁상대로 갑자기 대두되며 혜성처럼 나타났던 핑크 트라이앵글의 21세기 버전을 보는 듯하다. 당시 ‘Little Pink Thing’이 이젠 세월을 가로질러 ‘Little Super Deck’으로 태어난 것이다. 영국 제품답게 무척 실용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LSD 턴테이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볼수록 이 턴테이블은 상당히 비범하고 독창적인 설계를 갖추고 있다.

 

 

 

 

일단 LSD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며 33 1/3회전 및 45회전에 모두 대응한다. 전면 좌측 상단에 마련된 스위치를 간단히 조절 가능하면 회전속도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도 상당히 짧다. 요즘 출시되는 커다랗고 무거운 플래터를 채용한 턴테이블에 비하면 사용상 편의성은 뛰어나다. 하지만 사용상 편의성은 때때로 음질적 하락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점에서 LSD는 다른 방식으로 플래터 회전 안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다름 아닌 ‘Vector Drive’라는 드라이브 시스템이다.

 

 

 

 

즉, 크기와 방향을 나타내는 벡터라는 이름처럼 액티브 풀리 하나를 중심으로 두 개의 패시브 풀리를 추가해 트리플 풀리 시스템으로 턴테이블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회전 안정성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 중 매우 실용적이다. 한 개의 모터만 사용하면서도 여러 개 모터를 활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두 개, 세 개의 모터를 장착해 플래터를 회전시키며 그것이 엄청난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을 볼 때 매우 영민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액티브 풀리 하나에만 벨트를 걸어 재생할 때와 모두 걸어서 회전할 때의 회전 안정성은 음질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참고로 LSD는 트라이앵글 턴테이블 때부터 줄곧 주장해왔던 DC 모터의 장점을 다시 주장하듯 이번에도 DC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펑크펌 LSD에서 Arthur Khoubesserian의 물리학에 근거한 설계철학은 그 전모를 드러낸다. DC모터와 트리플 풀리에서 그는 전통적 턴테이블의 구조적 한계를 한번 비틀고 두 번째로 톤암 설계에서 두 번 비튼다.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F5톤암은 바로 그의 물리학적 접근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많은 아날로그 오디오파일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순응도)에 대해 무신경한 편이지마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접근했다. 다이내믹 밸런스나 스태틱 밸런스냐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카트리지와 톤암의 유효질량과 그로인한 컴플라이언스 매칭에 집중해 안정적인 트래킹 능력을 최대화시키고 있다.

 

 

 

 

기본적인 침압은 일반적인 톤암처럼 톤암 튜브 뒤쪽 끝단에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MC와 MM카트리지의 컴플라이언스 매칭을 위해 F5엔 여타 톤암에선 보기 힘든 슬라이드바 하나가 톤암 튜브에 장착했다. 예를 들어 MC 카트리지는 보편적으로 낮은 컴플라이언스를 지향하며 톤암의 유효질량이 더 클 때 더 뛰어난 주행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슬라이딩바를 좀 더 앞으로 당겨서 재생하면 훨씬 더 정교하고 뛰어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MM 카트리지의 경우 비교적 높은 컴플라이언스를 가지며 이 때는 슬라이딩바를 뒤로 밀어 톤암의 유효질량을 낮추어 사용하면 좋다. 물론 카트리지에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매칭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이 슬라이딩바를 잘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톤암 중량과 관계없이 카트리지의 선택폭은 넓어지며 더불어 사운드 면에서 의외로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셋업"

 

 

셋업은 레가 등의 턴테이블에 비하면 아주 쉽다고 할 수는 없다. 위에서 설명했듯 톤암 F5가 상당히 독특한 작동원리 위에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카트리지 고정 홀을 고정시키고 반대로 헤드셸 자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오버행이나 아지무스 조정은 수월하다. 한편 노팅험 아날로그처럼 헤드셀 손잡이가 없어 오로지 톤암 리프트로 조정해야하는 점은 편의성 차원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로 펑크펌에서는 별도의 매트 ‘Achromat’를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적용하는 것이 음질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다. 이 때 필히 톤암 VTA, 즉 높이를 적절히 조정해 플래터와 톤암 수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LSD 턴테이블 테스트에는 저출력 MC 카트리지 데논 DL103R을 사용했고 포노앰프는 웨이버사 시스템의 Wphono 1을 적용했다. 이 외에 프리앰프는 제프 롤랜드 시너지, 파워는 플리니우스 그리고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4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참고로 LSD는 하단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슐레이터를 적용, 4점 지지하는 방식이다(옵션). 이런 경우 가능하면 무겁고 단단한 받침대를 사용할 때 더 선명하고 단정한 저역을 얻을 수 있다. 테스트에 몇 가지 받침을 사용해보았으나 쿼드라스파이어 Vent를 사용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리스닝 테스트"

 

 

 

Kari Bremnes - Lover in Berlin

Norwegian Mood

 

약 보름정도 기간 동안 테스트해본 LSD는 무척 안정적인 작동 및 단아한 디자인 등으로 필자의 리스닝 룸을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 메웠다. 전반적인 대역 밸런스는 역시 브리티시 사운드의 명맥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예를 들어 카리 브렘네스의 ‘Lover in Berlin’에서 보컬은 차분하게 내려와 있어 담백하게 들린다. 이 외에 기타는 정갈한 사운드로 탄력적이며 심지어 찰지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에 쏙 들러온다. 전체적으로 호쾌하고 다소 공격적이며 넓고 입체적인 미국식 스타일보다는 음장은 조금 작더라도 아기자기한 음장에 음상이 후방으로 맺혀 원근감이 뛰어나다.

 

 

 

Kyung Wha Chung - Con Amore

Con Amore

 

중역대가 도톰하고 충실한 사운드로서 잔향감이 풍부한 소리다. 따라서 피아노든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든 클래식 재생에 무척 장점이 많다. 예를 들어 정경화의 [Con Amore]같은 앨범을 들어보면 음색 표현에 있어서 LSD만의 특색이 여실히 드러난다. 음정이 너무 높지 않고 차분하며 특히 중역과 고역 경계선에서 고혹적인 컬러가 느껴진다. 최근 독일이나 미국쪽 턴테이블의 고해상도 사운드보다는 반대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홀톤과 앰비언스를 형성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음악의 표정을 다정다감하게 표현해준다. 따스하고 온건하며 달콤한 음색 특성 덕분이다.

 

 

 

Pepe Romero - Farrucas

Flamenco

 

페페 로메로의 ‘Farrucas’에서 저역 펀치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부분에서 톤암과 카트리지 사이의 매칭은 분명 음질로 표현된다. 카트리지나 음악에 따라 약간씩 조절해 듣는 재미가 있다. 컴플라이언스 매칭이 좋지 않을 경우 저역 에너지가 크게 상승하는 구간에서 우퍼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기타는 엣지가 살아있지만 공격적인 느낌을 줄만큼 날카롭지 않으며 적당한 수준의 포근하고 온기 있는 배음이 표현된다. 반대로 저역은 상당히 힘차며 너무 억제하지도 너무 부풀어 올라 과장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을 보인다.

 

 

 

Gary Burton, Pat Metheny - Question & Answer

Like Minds

 

린이나 레가 같은 턴테이블도 마찬가지지만 클램프는 경량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클라우드 나인 등 대여섯개 클램프 중에서는 HRS 경량 버전이 가장 자연스러운 플래터 주행과 함께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다. 트리플 풀리는 마치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처럼 33/45RPM을 가리지 않고 플래터가 빠르게 제 속도를 찾는 편이어서 편리하다. 더불어 제 속도를 찾았을 때 속도 안정성도 뛰어난 편이다. 이런 부분은 비브라폰, 기타 등 중고역 재생음에서 음정 정확도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게리 버튼과 팻 매스니의 ‘Question & Answer’에서 게리 버튼의 비브라폰은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 은은하고 입체적으로 공간을 감싼다. 더불어 기타 사운드의 끝단은 예리하기보단 감미롭고 담백한 사운드로 풀어낸다.

 

 

"총평"

 

 

아날로그 턴테이블은 매우 간단해보이지만 디지털에 버금가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여러 턴테이블 메이커들이 그 설계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접근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단지 다이렉트 드라이브냐, 벨트 드라이브냐, 리니어 트래킹이냐를 넘어 플래터 구동축 시스템 및 플로팅 방식에 있어서도 각자 독자적인 이론을 주장한다. 나의 아날로그 라이프 중 경험한 턴테이블 중 펑크펌 턴테이블은 가장 특별한 기술적 근거와 노하우가 결합한 모델 중 하나다.

 

 

 

 

 

턴테이블 구동 및 트래킹 원리 중 어떤 면에 집착하느냐는 자유지만 그 소리엔 책임을 져야한다. 설계 개념을 살펴보면서 약간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몇 가지 사용 편의성 외에 소리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핑크 트라이앵글로부터 평생을 아날로그에 바친 아서는 턴테이블 이론을 비틀고 비틀어 펑크펌에 도달했다. LSD의 소리는 디지털 같은 해상력을 강조한 현대 하이엔드 턴테이블에 지친 당신에서 리퀴드한 아날로그 본연의 사운드로 중독시킬지도 모른다.

 

 

Written by 오디오칼럼니스트 코난

 

 

Funk Firm Little Super Deck Turntable
수입사 SP-Audio 
수입사 연락처 02-2156-7590
수입사 홈페이지 http://www.sp-audi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