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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장인이 만든 명품의 향기 "Top Wing"

by onekey 2024. 3. 1.
이종학2023-07-06 11:05
추천 2 댓글 0
 


여행을 떠나요~!

지난 코비드 사태 기간 중에 유튜브를 많이 봤다. 어디 갈 수도 없고, 누굴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다 여행 관련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몇몇 유튜버는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면서 이제는 공중파까지 진출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비드가 만든 새로운 현상이다. 참,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무섭기만 하다. 최근에 빠니보틀이란 친구의 일본 관련 여행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찾는 곳은 유명 건축물이나 화려한 쇼핑몰이 아니다. 오히려 외지고, 한가로운 외곽이 중심이며, 폐허라면 사족을 못쓴다.

 

일본의 경우에도 남들이 주로 가는 곳은 마다하고 대신 아무도 찾지 않을 시골에 발길을 돌린다. 한 10년 정도 만나지 못했던 대학 선배를 찾아간 콘텐츠가 있는데, 그 선배는 일본 유학 때 안 여성과 결혼해서 후미진 시골 동네에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곳은 하루 정도면 족하다. 뭐, 별다른 관광지도 없고, 유명 사찰이나 맛집도 없으니 말이다.


일본도의 장인

그런데 빠니보틀은 우연히 여기서 일본도 장인을 만나게 된다. 꽤 젊은 친구인데, 일본도 제조에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 하나 제작하는 데에 1년이 꼬박 소비된다고 한다. 대신 서양에서 팬들이 많아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양이다. 이래서 만든 일본도 하나가 2천만 원. 만일 1년에 열 개 정도 만들어서 판다면?

탑 윙의 청룡(Blue Dragon) 카트리지

 

와우, 소부장이라고 해서 소재와 부품에 강한 일본이지만, 이렇게 곳곳에 장인이 숨어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오디오 분야에서도 이런 숨은 고수가 있다. 바로 탑 윙(Top Wing)이라는 회사다. 현재까지 두 종의 카트리지를 발매했으며, 가격대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없어서 팔지 못한다.

 

만일 일본 제조업의 배경이나 장인들의 존재를 모른다면, 그냥 허탈하게 웃고 말 것이다. 하지만 웃음을 멈추시라. 위의 경우처럼 전 세계 마니아들을 상대하는 장인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말이다. 국내 시장만 본다면 웃을 수 있지만, 전 세계를 상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또 부럽기도 하다. 그럼 지금부터 대체 탑 윙이라는 회사가 어떤 곳이며,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차근차근 소개하기로 하겠다.


탑 윙의 출범

탑 윙이라는 회사가 정식 출범한지는 채 6년밖에 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서 보면 2017년 3월 15일이라는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와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나 판단이 된다. 이렇게 경력이 일천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축 멤버들의 오디오력이나 내공이 무척 높은 편이다.

탑 윙의 개발자이자 사장인 히로무 마구로

 

개발자이자 사장인 히로무 메구로 씨는 오디오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다. 시나가와 무센에서 그레이스 F-8 카트리지의 조력자로 출발해서, F-9은 직접 개발한 이력이 있다. 그러다가 나카미치에 들어가 TX-1000과 드래곤 CT 플레이어의 주력 디자이너로 활약한 바 있다. 나카미치가 자랑하는 센터 서치 메커니즘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 그는 왜 MM 카트리지가 MC 카트리지보다 싼가,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두 형태의 마그넷 시스템을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자신이 생각한 이상적인 카트리지의 설계에 도달하는 바, 그 결실이 바로 탑 윙인 것이다.

탑 윙의 디자이너 야스히로 노구치

 

한편 여기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야스히로 노구치 씨는 퍼스트 메카니컬 디자인이라는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탑 윙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분의 주력 분야는 레이저 테크놀로지다.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분야다. 단, 그 역시 나카미치에서 일한 바 있고, 여기서 메구로씨와 친분을 쌓아 결국 이런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는 셈이다.

탑 윙은 현재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20여 국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미지역부터 독일, 스위스, 이태리, 홍콩 등 다양한 나라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도 최근에 수입을 시작해서 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아무튼 짧은 시간에, 비싼 가격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널리 판매되는 이유는 역시 품질 때문이다. 그럼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MM과 MC의 장점을 융합하다!

왼쪽부터 탑윙의 청룡(Blue Dragon), 주작(Red Sparrow) 카트리지

 

현재 동사에서 발매한 카트리지는 두 종이다. 블루 드래곤(Blue Dragon)과 레드 스패로우(Red Sparrow)가 그 주인공이다. 이렇게 영어로 쓰면 멋이 없지만, 카트리지 앞에 한자로 청룡(靑龍), 주작(朱雀) 이렇게 써 놓고 있어서 꽤 멋이 난다. 한자만이 주는 독특한 감성이 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제품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MM과 MC의 장점을 혼합해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골자라는 점을 인지하면 다음의 내용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1. 고출력 MC : 두 제품의 출력은 0.2mV에 이른다. 통상 MC 카트리지의 출력이 0.1mV~0.35mV인 것을 감안하면 고출력에 해당한다. 참고로 MM 카트리지의 경우 4mV~5mV 정도다.
  2. 바늘 교환식 : MC가 음이 좋기는 하지만 저출력인 데다가 한번 바늘을 부러트리거나 수명이 다하면 본체의 용도가 쓸모 없어지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반면 MM은 MC에 비해 음은 떨어지지만 바늘 교환식이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탑 윙은 바로 이런 MM 타입의 미덕을 활용하고 있다. 만일 바늘에 문제가 생기면 카트리지를 본사에 보내면 된다. 그럼 전체 카트리지 가격의 1/10 정도로 해서 교체해 주고 있다. 가격대가 높은 카트리지라 선뜻 손대기 힘들지만,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역으로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3. 새로운 형태의 마그넷 시스템 : 향후 설명하겠지만, MC 방식의 단점을 해결한 새로운 마그넷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 내용이 충실해서 전 세계에 빨리 알려진 것이다.

독자적인 마그넷 시스템

왼쪽부터 청룡(Blue Dragon) 카트리지 구조도, MM 카트리지 구도조

 

그럼 이 회사의 특기라 할 수 있는 마그넷 시스템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동사는 이것을 코어리스 스트레이트 플럭스 시스템(Coreless Straight-Flux System 이하 CSFS)라 부르고 있다. MC의 원 뜻이 바로 무빙 코일. 즉, 코일을 움직여서 여기와 연결된 마그넷을 자극하면, 그 진동이 약한 전기로 바뀌는 구조다. 여기서 코일의 위치나 설계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탑 윙의 생각이다.

 

그래서 레프트와 라이트 코일을 V자 형태로 만들어서 마그넷에 연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레코드의 그루브를 읽은 스타일러스의 팁이 계속 변동하게 되고, 그것이 코일에 전달되어 자력을 발생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MC 방식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형적인 MC 카트리지의 경우, 코일에서 나오는 아웃풋의 라인이 일정하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자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MM 카트리지는 무빙 마그넷 방식으로 마그넷 자체에 진동을 주지만, 이 마그넷의 긴 신호 경로는 역시 불규칙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탑 윙이 개발한 CSFS 기술을 도입하면, 아주 정확하게 그루브에서 얻은 정보를 포노앰프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헤드셀에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

한편 이 카트리지를 감싸는 하우징, 이른바 헤드셀에도 탑 윙은 독자적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간 많은 업체에서 티타늄을 비롯, 드라이 카본, 하이 퍼포먼스 레지,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다양한 소재를 투입한 바 있다.

 

그러나 탑 윙이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소재는 울트라 두랄루민이다. 이것은 피델릭스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원치 않은 공진을 사전에 억제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당연히 헤드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운드의 왜곡이나 컬러링이 일체 없다. 사실 톤암에 따라 어떤 것은 카트리지 본체만 끼울 수 있는 방식이 있고, 어떤 것은 헤드셀과 카트리지 일체형으로 삽입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주작, 후자는 청룡이 각각 해당이 된다.


청룡과 주작

현제 탑 윙에서 발매하고 있는 카트리지는 두 종류다. 청룡과 주작이 그 주인공이다. 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하고, 가격대도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각각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는 나중에 직접 들어보고, 제품 리뷰로 올리도록 하겠다. 일단 둘 다 MC치고는 고출력에 해당하는 0.2mV의 스펙을 보여주고 있다. 캔틸레버는 알루미늄이고, 내부 임피던스는 12.3옴이다. 트래킹 웨이트는 1.75~2.0g이다.

탑 윙의 청룡(Blue Dragon) 카트리지

탑 윙의 주작(Red Sparrow) 카트리지

 

단, 무게에선 차이가 난다. 청룡이 12.3g인 반면, 주작은 9g이다. 한편 청룡은 헤드셀을 장착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총 무게는 30g에 달한다. 반면 주작은 전용 헤드셀이 없다. 가격대는 주작이 좀 더 높다. 헤드셀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이유는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투입되었는지는 충분히 상상이 간다. 아직 본격적인 시청을 하지 않은 터라, 두 모델의 음질 비교는 힘들지만, 기본적인 퍼포먼스는 상당하리라 판단이 된다. 해외에서 나온 리뷰나 감상평을 보면 그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결론

아직 두 제품을 진지하게 들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객관적인 판매 상황이나 리뷰를 판단해 볼 때 매우 공들여 만든 제품임은 분명하다. 또 그 내용에 있어서 MM과 MC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점 또 독자적인 마그넷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주목할 부분이 많다. 사실 아날로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는 많지만, 카트리지는 바로 그 입구에 해당한다. 당연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진 분야이기도 하다.

요즘 아날로그 르네상스 시기와 맞물려서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제품들이 눈에 띄는데, 탑 윙 역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메이커라고 판단이 된다. 내공이 출중한 분들이 투입되어서 만든 제품이라,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진지하게 아날로그에 투자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이 종학(Johnn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