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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N, 7N 고순도 동선의 범접할 수 없는 원조 "Acrolink"

by onekey 2024. 3. 1.
김편2022-12-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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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에서도 업계 표준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케이블은 독립 제품이든 스피커 배선이나 카트리지 코일이든 6N 등급 이상이면 상급으로 인정받는다. 동이든 은이든 그 재질에 상관없이 선재의 순도가 99.9999% 정도 되면 신호 전송에 아주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4N(99.99%) 선재조차 귀했던 1980년대 말에 세계 최초로 6N 고순도 동선 케이블을 세상에 선보인 제작사가 있다. 바로 일본의 아크로텍(Acrotec)이다. 이들의 6N-S1010 스피커 케이블은 그야말로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4N 선재보다 순도가 100배 높은 선재를, 그것도 자신들이 캐낸 구리를 직접 제련해 뽑아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국 스테레오파일(Stereophile)의 2019, 2020년 추천 기기 목록에 아크로링크 7N-DA2090 인터케이블이 선정되었다.

아크로텍의 바통은 2003년에 아크로링크(Acrolink)가 이어받았다. 이들은 고순도 등급을 7N(99.99999%), 8N(99.999999%)으로 끌어올렸고, 절연과 쉴딩, 피복, 커넥터에도 하이엔드 테크놀로지를 접목시켰다. 미국 스테레오파일의 2019, 2020년 추천 기기 목록에 아크로링크 7N-DA2090 인터케이블이 포함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크로텍과 6N 고순도 동선의 탄생

사실 아크로링크(Acrolink)는 제작사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이다. 회사명은 아크로 재팬(Acro Japan). 아크로링크의 전신이었던 아크로텍(Acrotech) 역시 당시 일본광업(Japan Mining)의 사내 벤처가 만든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의 브랜드명이었다. 그리고 2003년 이들이 분사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아크로 재팬, 이들의 케이블 브랜드명이 아크로링크다. 

 

결국 아크로링크나 아크로텍의 이야기를 하려면 일본광업, 즉 현행 JX금속(JX Metals)의 역사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JX금속의 역사는 1905년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시에 설립된 히타치 광산에서 시작된다. 이 광산에 제련, 정련 설비가 들어서고 이후 수차례 기업 간 인수 합병 분사를 통해 지금의 JX금속과 지주사 JX홀딩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크로재팬이 자신들의 연혁 첫 머리를 1905년 히타치 광산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JX금속의 역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 1905년 히타치 광산 설립 : Hitachi Mine
  • 1908년 다이오인 제련소 설립 : Daioin Smelter & Refinery
  • 1912년 구하라 광업 설립 : Kuhara Mining
  • 1928년 구하라 광업, 일본산업으로 사명 변경 : Nihon Sangyo
  • 1929년 일본산업, 일본광업으로 사명 변경 : Japan Mining
  • 1953년 삼일제련 설립 : Mikkaichi Smelting & Refining
  • 1992년 일본에너지주식회사 탄생 : Japan Energy Corporation. 일본광업과 교도석유 합병
  • 1992년 일본광업금속, 일본광업에서 분사 : Nippon Mining & Metals
  • 2000년 칠레 구리광산 채굴 시작 : Pan Pacific Copper
  • 2002년 NM홀딩스 탄생 : Nippon Mining Holdings. 일본광업금속과 일본에너지주식회사의 지주사
  • 2010년 JX홀딩스 탄생 : JX Holdings. NM홀딩스와 일본석유 합병
  • 2010년 일본광업금속, JX일본광업금속으로 사명 변경 : JX Nippon Mining & Metals
  • 2014년 칠레 카세론 구리광산 설립 : Caserones Copper Mine
  • 2016년 JX일본광업금속, JX금속으로 사명 변경 : JX Metals

이러한 JX금속 역사에서 아크로텍은 1989년에 등장한다. 당시 일본광업의 사내 벤처팀이 이 해 세계 최초로 6N 고순도 동선을 선재로 투입한 ‘아크로텍 6N-S1010’ 스피커케이블을 선보인 것. 이에 앞서 일본광업은 1985년에 당시 4N 동선를 뛰어넘는 6N 동선 개발에 착수했고, 1987년에 이를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했다. 

 

‘6N Stress-fre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6N-1010과 그 후속작 6N-1010 II 케이블은 여러모로 획기적이었다. 우선 6N 선재 자체가 4N 선재보다 순도가 100배 높았다. 이는 짐작하셨겠지만 일본광업이라는 모기업이 구리광산과 제련, 정련 시설을 모두 갖췄기에 가능했다. 1차 가공이 끝난 선재를 사다가 제련을 하거나, 완제품 선재에 피복을 입히고 단자를 연결하는 일반 케이블 제작사와는 처음부터 스케일이 달랐던 것이다. 

 

‘스트레스 프리'(stress-free) 공법은 이 아크로텍 6N 선재의 품질을 더욱 높이는데 기여했다. 자세한 공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리 원석을 녹여 선재를 만들어 식힐 때까지 도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극도로 줄임으로써 여러 유의미한 수치를 얻었다. 원자 배열 오차는 4N 동선에 비해 10억 분의 1로 줄어들었고, 결정간 틈새를 뜻하는 크리스탈 그레인(crystal grain)은 80분의 1에서 100분의 1로 감소했다.

 

이러한 신재료와 신기술, 그리고 이를 통한 고순도 신호전송 덕분에 아크로텍의 6N-1010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60만km나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크로링크와 7N 고순도 동선의 세계

아크로 재팬은 일본광업금속 시절인 2003년 4월 아크로텍 사내 벤처가 분사해 설립했다. 2005년에 출시한 6N-A2400 인터케이블의 경우 6N 스트레스 프리 고순도 동선을 사용한 것은 물론, 차폐재로 고분자 소재인 폴리올레핀(polyolefin)을 새롭게 투입하고 단자도 고급화를 꾀하는 등 기존 아크로텍과 차별화를 이뤘다. 

 

6N-D5050, 6N-D5070, 6N-A2030 등의 인터케이블과 6N-S7000 스피커케이블, 6N-PC6100 파워케이블 등이 아크로링크 초창기 6N 제품들이다.

 

7N, 8N 제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2005년에 나온 7N-D5000 인터케이블을 비롯해 7N-A2400 III 인터케이블, 8N-A2080 인터케이블, 8N-PC8100 파워케이블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와 항공, 방위산업에는 6N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메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개발된 7N, 8N 기술을 하이엔드 오디오용 구리 선재에 투입한 결과물이다. 

아크로링크가 공개한 7N 고순도 동선에서 순동을 제외한 불순물의 함유량

 

아크로링크의 주력 7N 선재는 순동(pure copper) 함유 비율이 말 그대로 7개의 나인(Nine), 즉 99.99999% 이상에 달한다. 실제로 아크로링크가 공개한 7N 고순도 동선에서 순동을 제외한 불순물의 함유량은 극소량에 그치는데, 철(Fe) 0.03ppm(0.000003%), 니켈(Ni) 0.003ppm(0.0000003%), 유황(S) 0.05ppm(0.000005%) 등이다.

 

앞서 나왔던 6N(99.9999%) 선재와 비교해 보면 실리콘(Si)과 은(Ag)의 함유량이 0.05ppm에서 0.04ppm으로 줄어들어 전체 선재의 순도를 10배 이상 높인 점이 눈길을 끈다. 무산소동선(OFC)의 판단 기준이 되는 산소(O) 함유량은 6N과 7N 모두 1ppm(0.0001%)에 그친다. 한정판으로 나왔던 8N 케이블은 2020년에 단종됐다.


아크로링크 라인업 탐구

현행 아크로링크 라인업은 크게 플래그십 멕셀(Mexcel) 라인과 중견 레젠다(Leggenda) 라인으로 세분된다. 멕셀 라인은 일본 미쓰비시 케이블(Mitsubishi Cable Industries)과 협업해 만들었는데, 멕셀이라는 용어 자체가 미쓰비시가 개발한 케이블 쉴딩 기술 및 선재 이름이다. 일반 케이블(1GHz)에 비해 훨씬 빠른 신호전송 속도(18GHz)가 장점인 케이블이다.

Mexcel Cable

  • 7N-PC9900 Mexcel
  • 7N-DA6300IV Mexcel
  • 7N-DA6100IV Mexcel

Leggenda : Interconnect & Digital Cable

  • 7N-A2080 Leggenda
  • 7N-DA2090 Leggenda
  • 7N-A2070 Leggenda
  • 7N-A2400 Leggenda
  • 7N-D5050 Leggenda
  • 7N-A2110 Leggenda
  • 7N-A2050 Leggenda

Leggenda : Speaker Cable

  • 7N-S8000_Leggenda
  • 7N-S1000_Leggenda
  • 7N-S1010_Leggenda
  • 7N-S1040_Leggenda
  • 7N-S1400_Leggenda

Leggenda : Power Cable

  • 7N-PC8100 Leggenda
  • 7N-PC4030 Leggenda
  • 7N-PC4030 Leggenda CB
  • 7N-PC4020 Leggenda
  • 7N-PC4020 Leggenda CB

7N-DA6100IV Mexcel RCA 인터케이블, RCA/BNC 동축케이블
7N-DA6300IV Mexcel XLR 인터케이블, AES/EBU 디지털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100IV Mexcel RCA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100IV Mexcel RCA 동축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100IV Mexcel BNC 동축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300IV Mexcel XLR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300IV Mexcel AES/EBU 디지털케이블

 

아크로링크 케이블이 대단한 것은 선재에 7N 고순도 동선을 썼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케이블 종류와 등급에 따라 여러 다양한 지오메트리와 차페재 재질을 선별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멕셀 라인의 DA6100IV RCA 인터케이블(RCA/BNC 동축케이블)과 DA6300IV XLR 인터케이블(AES/EBU 디지털 케이블). 

아크로링크 7N-DA6100IV Mexcel 케이블 구조

 

DA6100IV 케이블은 동축 구조를 취했는데 이는 RCA 케이블이 접지선을 마이너스 신호 전송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 따라서 DA6100IV RCA 케이블의 단면을 보면, 가장 안쪽에 플러스 신호가 흐르는 단심 도체(solid center conductor)가 있고, 그 바깥에 절연체를 사이에 두고 접지선/마이너스 신호 전송용 24가닥 연심 도체(stranded outer conductor)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크로링크 7N-DA6300IV Mexcel 케이블 구조

 

이에 비해 DA6300IV 케이블은 2심 구조인데 이는 XLR 케이블에는 마이너스 신호 전송용 도체가 따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DA63100IV XLR 케이블의 단면을 보면, 가장 안쪽에 직경 2mm 짜리 솔리드 동선이 2개(+, - conductor)가 투입됐고, 이들을 각각 테플론 테이프와 폴리올레핀으로 절연한 다음 쉴딩 처리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들 케이블의 차폐 과정에서 투입된 납작한 그물망 모양의 선재가 위에서 말한 미쓰비시의 멕셀 편조 와이어(Mexcel braided wire)다. 각 와이어를 하나하나 절연시켜 외부 전자파 노이즈를 더욱 효과적으로 차단(shielding)시킨다고 한다. 쉴딩에는 멕셀 와이어 말고도 구리도금된 마일러 테이프와 은도금한 구리 편조 와이어도 동원됐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아크로링크의 멕셀과 레젠다 라인 모두 ‘7N Cu DUCC Stress-free’ 선재를 쓴다는 것. 이 역시 아크로 재팬과 미쓰비시가 협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인데, DUCC(Dia Ultra Crystallized Copper)는 미쓰비시 금속이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고급 구리 선재다. 여기에 아크로 재팬의 7N 스트레스 프리 공법이 결합돼 ‘7N Cu DUCC 스트레스 프리’ 선재가 탄생했다.

 

단자를 보면 7N-DA6100IV Mexcel 인터케이블/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핫(Hot) 핀은 베릴륨 동, 콜드(Cold) 단자는 인청동을 썼고, 7N-DA6300IV Mexcel 인터케이블/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숫놈핀은 텔루륨 동, 암놈핀은 베릴륨 동을 썼다. 두 케이블 모두 하우징은 황동과 카본으로 이뤄졌다. 

 

스펙을 보면 7N-DA6100IV Mexcel 인터케이블/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도체 저항이 8.0m옴, 커패시턴스가 48pF, 특성 임피던스가 75옴, 7N-DA6300IV Mexcel 인터케이블/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도체 저항이 9.2m옴, 커패시턴스가 38pF, 특성 임피던스가 110옴을 보인다. 


7N-S8000 Leggenda 스피커케이블

아크로링크 7N-S8000 Leggenda 스피커케이블

 

아크로링크의 레젠다 케이블은 멕셀 라인과는 다른 지오메트리를 보인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것이 7N-S8000 플래그십 스피커케이블인데, 멕셀 라인과는 달리 쉴딩 차폐재로 노이즈 비트(Noise BEAT) 테이프와 동박 테이프(1차), 폴리우레탄 에나멜 편조 와이어(2차)를 썼다.

 

노이즈 비트 테이프는 일본 NTT AT가 개발한 알루미늄 레진 테이프로 전자파 노이즈(EMI) 흡수율이 매우 높아 쉴딩 차폐재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레젠다 라인의 인터케이블 역시 상위 모델에는 노이즈 비트 테이프를 투입했다.

아크로링크 7N-S8000 Leggenda 케이블 구조

 

플러스 신호선과 마이너스 리턴선은 모두 7N DUCC 스트레스 프리 고순도 동선. 각 신호선이 직경 0.37mm의 연심 50가닥으로 이뤄진 2심 구조다. 절연 차폐재는 폴리에틸렌 레진과 테플론 테이프, 내부 피복은 폴리올레핀과 텅스텐 파우더, 폴리올레핀 레진 등을 썼다. 외피는 우레탄, 바나나 플러그는 로듐 도금한 베릴륨 동, 스페이드 플러그는 로듐 도금한 6N 순동으로 만들었다. 도체 저항은 2.5m옴, 커패시턴스는 17pF을 보인다. 


7N-S1010 Leggenda 스피커케이블

아크로링크 7N-S1010 Leggenda 스피커케이블

아크로링크 7N-S1010 Leggenda 케이블 구조

 

현행 아크로링크의 엔트리 스피커케이블로 확실히 여러 면에서 플래그십 7N-S8000과 차이를 보인다. 우선 플러스 신호선과 마이너스 리턴선으로 사용된 2심 7N DUCC 스트레스 프리 고순도 동선의 경우, 연심 직경은 0.37mm로 동일하지만 가닥수가 50개에서 18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도체 직경 역시 AWG10(S8000)에서 AWG14(S1010)로 줄어들었다. 

 

차폐재 역시 보다 간소화한 모습인데 절연체는 고분자 폴리올레핀 레진, 내부 피복은 폴리올레핀과 텅스텐 파우더, 쉴딩 차폐재는 동박 테이프를 썼다. 외피는 PVC. 도체 저항은 7.5m옴, 커패시턴스는 78pF을 보인다. 


7N-A2080 Leggenda RCA/XLR 인터케이블
7N-A2080 Leggenda AES/EBU 디지털 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80 Leggenda RCA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80 Leggenda XLR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80 Leggenda AES/EBU 디지털케이블

 

현행 아크로링크 레젠다 라인의 플래그십 인터케이블. RCA/XLR 아날로그 인터케이블, AES/EBU 디지털 케이블 모두 2심 구조다. 멕셀 라인의 인터케이블이 RCA는 동축, XLR은 2심 구조를 취한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2심 모두 직경 0.24mm의 7N DUCC 스트레스 프리 동선 연심 25가닥을 꼬아 만들었다. 도체 직경은 AWG16. 

아크로링크 7N-A2080 Leggenda 케이블 구조

 

절연 차폐재는 폴리에틸렌, 내부 피복은 폴리올레핀 레진과 텅스텐 파우더, 쉴딩 차폐재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이즈 비트(Noise BEAT) 테이프를 비롯해 7N 편조 구리 와이어, 동박 테이프, 우레탄 에나멜 와이어(UEW)를 썼다. 외피는 폴리우레탄. 

 

RCA 커넥터는 베릴륨 동 핀(Hot)과 인청동 단자(Cold) 조합, 하우징은 알루미늄, 카본, 두랄루민으로 이뤄졌다. XLR 커넥터는 숫놈핀은 텔루륨 동, 암놈핀은 베릴륨 동, 하우징은 황동과 카본으로 이뤄졌다. 도체 저항은 18m옴, 커패시턴스는 57pF를 보인다.


7N-A2070 Leggenda RCA/XLR 인터케이블
7N-A2070 Leggenda AES/EBU 디지털 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70 Leggenda RCA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70 Leggenda XLR 인터케이블

아크로링크 7N-A2070 Leggenda AES/EBU 디지털케이블

 

A2080에 비해 한 등급 아래 케이블로 같은 7N 선재에 2심 구조를 취했지만 역시 곳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2심 모두 직경 0.26mm의 연심 19가닥을 꼬아 만들었다. 절연 차폐재의 경우 플러스 신호선과 마이너스 신호선를 달리해 투입했다. 플러스 신호선에는 고분자 폴리올레핀, 마이너스 신호선에는 폴리에틸렌을 썼다.

아크로링크 7N-A2070 Leggenda AES/EBU 디지털케이블

 

쉴딩 차폐재도 A2080 모델에 투입됐던 노이즈 비트 테이프와 7N 편조 구리 와이어를 빼고 동박 테이프와 은도금 구리선, 우레탄 에나멜 와이어(UEW)로만 구성했다. 내부 피복(폴리올레핀과 텅스텐 파우더), 외피(폴리우레탄), 커넥터와 하우징은 A2080과 동일하다. 도체 저항은 19m옴, 커패시턴스는 57pF를 보인다.


총평

케이블 제작사는 저마다 필살기가 있다. 어떤 제작사는 선재 내 결정 간 틈새가 없는 모노 크리스탈을, 또 어떤 제작사는 전도율이 높은 순은 선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자와 선재의 연결 방법이나 전자파 노이즈 차폐에 올인한 제작사도 꽤 많다. 일부 제작사는 공기 절연과 천연섬유 피복을 자신들의 시그니처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아크로링크만큼 구리 선재의 순도를 중요시해온 케이블 제작사는 거의 없다.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이미 이들이 6N 순동을 케이블 선재로 썼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당시 오디오파일들치고 아크로텍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없는 것도, 6N 등급이 지금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 덕이다.

 

아크로링크는 여기에 남다른 절연과 쉴딩을 통한 전자파 노이즈 차폐와 케이블 카테고리별 지오메트리 변화에도 큰 신경을 썼다. 특히 전자파 노이즈 차폐는 요즘 무선통신 환경을 감안할 때 미세 신호가 흐르는 인터케이블에서는 그 퍼포먼스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팩터다. 아크로링크의 7N 멕셀 케이블이 지금은 단종된 한정판 8N 케이블보다 가격이 높았던 이유도 바로 이 차폐와 지오메트리, 커넥터라는 변수 때문이다. 

 

아크로링크 7N 순동 케이블에 대한 청음 평이 대체적으로 ‘뉴트럴' 혹은 ‘밸런스' 사운드로 요약되는 것은 그만큼 신호 흐름이 더 원활해지고, 특정 주파수 대역을 왜곡시키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는 고순도 선재와 커넥터를 통해 도체 저항과 접촉 저항을 낮추고, 세심하게 베풀어진 차폐를 통해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한 데 따른 당연한 전리품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