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영2016-08-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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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뗄 수 없는 동지들"
오디오의 재미는 여전히 음악듣기가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사용자의 각기 다른 접근방식 중에서도 그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일이 오디오 시청의 100%가 되어 ‘준수되어야’ 한다면 지금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도, 하이파이 기기 이외의 것들도 번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음악회에 가서 실제 연주를 듣는 일보다 열등한, 맥빠진 하위의 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하이파이 기기로 듣고 싶은 음악을 시청하는 일 자체가 서브컬쳐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다. 일반화되고 마치 매뉴얼과 같은 동일한 포맷의 집합이 된다면 이미 그 가치는 대부분 사라져 버릴, 스스로 좋아서 하는 활동에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로서의 오디오는 음악듣기를 핵심사상으로 해서 보고, 듣고, 만지고, 생각하고, 실험하고, 구성하는 등의 보다 복합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그 반경이 넓을 수록 피드백되는 재미 또한 배가되곤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원적 오디오를 에워싸고 지원하고 있는 환경적 요인들 - 이것들을 오디오 펠로우(Audio Fellows)라고 임의로 칭하고자 한다 - 은 한 편으로는 의식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미 완성되어 있는 하드웨어에 굳이 개입할 수 없는 평균적인 오디오파일에게 무한 창작욕의 발로가 되기도 한다.
오디오 펠로우에는 오디오 액세서리와 같은 준 오디오 콤포넌트라 할 수 있는 유형의 대상들도 있지만, 오디오를 통한 음악감상을 지원하는 각종 기호품들도 포함되어, 일일이 열거하자면 그 반경은 생각보다 넓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청취환경내에 한정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펠로우들에 한정하기로 한다. 오디오 연륜에 따라서는 종종 공감하고 있는 흔한 내용도,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오디오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시선 만큼 서로 다른 견해가 불가피할 수도 있으니 ‘그런 것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등급의 캐주얼한 접근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1) 가구
오디오와 함께 사용되는 ‘가구’의 개념은 좁은 의미로는 오디오 전용 랙으로 대표되는 ‘장식장’을 의미하지만, 크게 보아 특별한 기능이 없어도 인테리어적인 의미를 갖는 각종 수납 및 거치기능을 하는 가재도구 일체가 포함된다(그런 의미에서 스피커 스탠드는 액세서리로 분류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오디오적으로는 비전문 용품인 서재용 책장 혹은 선반에 앰프나 플레이어, 디지털 기기 등을 멋지게 배치해서 고품질의 사운드를 쾌적하게 즐기는 경우도 많다. 권장하지는 않으나 간혹 사이즈가 맞는 스피커까지 포함한 풀 시스템을 책장에 배치하는 사용자도 종종 발견된다.
최근에 올인원 기기들이 다수 출현하고 있고, 하이엔드 기기들이 경량 소형화되는 경우들이 많아서 이런 트렌드에 따르는 새로운 비율과 디자인의 거치대 수납장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기성품은 물론이고 다양한 마감과 칼라들의 재료를 사용해서 아예 DIY를 시도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음반 랙의 경우가 커스텀 규격에 맞추어 다양한 포맷과 재질로 구사할 수 있는 DIY 오디오 펠로우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겠다. 보편적인 매출로 인해 개인공간에 음반을 전시하는 일은 다소 위축되어 있지만, 고전적인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그다지 변화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양이 늘어나 판을 새로 짜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니 말이다.
소파와 의자는 빠뜨릴 수 없는 오디오 펠로우이다. 한 동안 북유럽풍의 가구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 포스트 스캔디나비안 안락의자들이 여러 등급에 걸쳐 다양한 구성과 디자인으로 오디오파일들의 시청실에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의 심신을 달래줄 만큼 편한 의자만큼 마음을 현혹하는 아이템도 없다. 간혹 가격표를 볼 일이 있어서 턱이 빠질 표정이 되는 한편, 몸이 푹 묻힐 만큼 빨려들어가서 이미 천국의 소리가 들릴 듯한 의자들은 거부하기 어렵다. 아예 앉으려 하지 않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발품을 팔 각오가 되어있다면 가격을 포함해서 선택폭은 충분히 넓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조명기구까지 가세를 하면 일반적인 필수 인테리어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서 조명기구는 선택적 오디오 펠로우로 남겨두기로 한다. 하지만 음악감상에 있어서 조명은 가끔 결정적인 매개가 된다는 건 분명하다.
2) 음반 & 음원
음반과 음원을 오디오 펠로우로 굳이 언급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몇 년간을 주도세력이 없이 CD, LP, 컴퓨팅, 네트워킹 등 다양한 음원재생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근래의 상황에서는 복합적인 음원과 해당 플레이 시스템을 갖추는 추세가 새로운 음악감상 풍경이 되어있다. 얼핏 대형매장 등 음반의 물리적인 판매공간이 사라져서 위축되어 있어 보이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신보와 리마스터들이 유형의 포맷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히려 과거의 음반들은 거창할 정도로 새롭게 포장된 디자인으로 이전보다 싼 가격의 패키지로 컬렉션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블루레이가 주도하는 영상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더해 다소 발매속도는 느리지만, 스테디셀러와 명반들의 스튜디오 녹음 등급의 고음질 포맷 작업은 컬렉터들에게는 다음 달 월간지를 기다리는 흥분과도 같다.
파일 재생 전용 스토리지의 발달이 네트워킹과 결합되면서 편리성과 고음질이 동시에 달성되는 단계에 이르자 이 부문은 기존의 오디오파일 그룹은 물론, 컴퓨터 파일 그룹,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니었던 고전적인 음악애호가 그룹까지 융합되면서 거대 음악감상 그룹이 생겨났다. 그래서 파일 감상의 형태도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가히 요동을 치고 있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지하철과 자전거, 그리고 뚜버기 그룹을 포함하는 소형 디지털 플레이어(DAP) 그룹, 대용량 스토리지와 고성능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파일 재생 그룹, 파일 없이 하루 종일 음악을 재생하는 인터넷 라디오와 인터내셔널 기반의 무손실 파일 스트리밍 시스템 그룹 등이 단독으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거대한 라이브러리를 편리하고 빠른 속도로 운용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파일 재생 그룹은 다시 음반 재생 그룹과 중복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생성과 지속적 음악감상 그룹성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음반과 음원파일은 앞으로도 다양한 포맷변화를 거치겠지만 그 어느 시점이 되어도 가장 넓은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 펠로우로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
3) 커피
원천적 애호가들이 즐비한 커피는 알콜 음료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체내에 작용해서 음악의 감동을 고조시켜 주는 대표적인 매개물이다. 종종 도수가 있는 술 종류는 체내 유입량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감안해 볼 때 그 자체로 음악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어서 일단 펠로우 자격에서는 제외시켰다. 커피가 정신적 상태, 감흥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그 정도가 커서, 어느 정도냐 하면 만일 음악을 듣는 동안 찬 음료를 마신다거나 아무 것도 마시지 않은 채로 감상을 한다면 미처 간과했을 순간을 커피는 묘한 흥분으로 접합시켜 주곤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일 수도 있겠지만, 커피와 음악을 둘 다 좋아하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다.
커피는 버라이어티로만 해도 그 반경이 결코 오디오보다 작지 않은 거대한 대상이다. 그래서 커피가 주도해서 음악을 듣게 되는, 일반적인 오디오파일들이 커피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와는 역방향의 상황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히스토리가 오디오보다 오래 되어 음악듣기에 부가되는 활동이라기 보다는, 못해도 대등하게 병행되는 순간을 즐기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커피는 일반적으로 음악을 특정한 항목에 집착하는 습관에서 조금 소격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몸과 정신을 나른하게 한다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생동감을 유지한 채로 대면하게 하는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커피의 기운이 음악을 필터링하거나 주도하지 않아서 맑은 정신으로 음악을 대면하게 하는 훌륭한 펠로우이다. 접근방식이 조금 다른 와인 정도는 스스로 양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좋은 오디오 펠로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알콜이지만 커피와 유사한 성향과 문화를 가진 영역이라서 그렇다.
4) 액세서리
오디오 액세서리 중에는 이미 보조용품의 개념을 넘어선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 생겨나 있다. 그래서 일부 제품들은 이제 액세서리라고 분류하기도 어색해져 있다. 예를 들면 케이블, 스피커 스탠드 등은 분리되어 있을 뿐 이미 오디오의 한 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지금 얘기하고 있는 오디오 펠로우에는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
오디오 액세서리는 매우 다양해서 일괄해서 설명하려면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액세서리를 분류하는 기준은 오디오와 직접 접촉을 하느냐 아니냐로 구분을 하곤 한다. 전류공급, 진동제어와 관련된 제품들이 전자라면, 룸 어쿠스틱 용품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집으로 유입된 교류전원을 제품의 파워코드에 까지 연결하는 사이에 위치하는 갖가지 제품들은 시간이 갈 수록 다양화와 더불어 고급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여서 이미 메인 오디오제품의 가격을 넘어선 경우들이 많다. 특히 하이엔드의 세계에서 그런 게 어디 한 두 가지일까만, 이런 현상이 사용자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건 역시 소리의 결과물에서 차이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환상을 가질 것도 아니지만, 사용중인 기기에서 상대적으로 전원설계에서 다소 열세인 부분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원가절감이 되어 있다면 전원장치를 잘만 선택하면 제품의 품질이 급상승할 수도 있다는 커다란 매력이 있는 영역이다.
인슐레이터와 레조네이터 등이 주도하는 진동방지 액세서리들의 트렌드가 있다면 국내산 제품들의 종류가 늘어나 있다는 점이다. 액세서리 부문에도 오랜 인터내셔널 명가들이 있지만, 사실 헛된 기술로 포장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제작제품이 굳이 열등할 이유가 없는 분야이다. 주로 금속 재질의 무거운 제품들이라서 해외산의 경우 운송료가 제품 단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한계를 갖는데 비해서, 국내 제작의 경우는 배와 비행기를 타는 요금이 빠지며 대량생산만 보장된다면 여기에서 다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슐레이터 레조네이터 등이 주로 금속재질로 제작되는 데 비해, 디퓨저와 어퓨저 등의 음향판과 베이스 트랩 등은 대부분의 재질이 나무로 제작된다. 특히, 좌우 비대칭 구조나 TV를 스피커 사이에 배치하는 등 기껏 고품질의 미묘한 공간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는 음원 속 고유의 어쿠스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가득 품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파트 거실에서는 일반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곤 한다. 가뜩이나 미묘한 지향각도와 시청자의 위치선정 등을 기반으로 하는 고가의 스피커를 구매해 놓고 그 절반의 성능을 공간 속에서 포기해야 하는,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는 오디오파일들을 상당히 자주 발견하다 보니 이런 룸 어쿠스틱이 선결되어야 하는 공간은 여전히 음악감상을 위한 숙제로 남아 있다.
5) 타블렛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파일 재생 시스템이 가져온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가 고전적인 리모컨을 타블렛 액정으로 대체시켰다는 사실이다. 굳이 기기의 방향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멀리 보이는 작은 화면을 가는 눈으로 응시해가며 리모콘을 작동할 일도 없으며, 비주얼 기기상에 음원정보를 띄워 모니터할 일도 없어졌다. 또한 수많은 곡들을 필요에 따라 편집해서 연속 재생을 할 수도, 동일한 곡의 샘플링 품질별 비교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제조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자체제작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바랄 게 없겠으나, 유니버설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만 있어도 최소한 리모콘 제작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언급의 여지가 없이 편리하고 우아하게 감상음악의 반경을 확장시킬 수 있다. 스스로 구매하거나 파일화한 음원들을 스토리에서 끄집어 낼 수도 있고, 리모콘의 경우처럼 CD플레이어의 음원을 수록곡 정보를 확인해가며 재생할 수도 있으며, 동일한 음원을 CD보다 고품질로 시청할 수도 있다. 이도 저도 귀찮은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잔잔한 배경음악을 흘릴 수도 있다. 내가 시청한 이 모든 곡들을 기억해서 이후 어느 날 같은 순서대로 시청할 수도 있고, 편집앨범 형태로 듣고 싶은 곡들을 저장해 놓을 수도 있다.
타블렛과 핸드폰, 그리고 운용 프로그램이 가져온 ‘핸디 펠로우’의 시대는 음악산업을 한 단계 이상 격상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을 더 쉽고 대량으로 시청하게 된 수요자들은 다양하고 더 좋은 음원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동이 자유로운 이 기기들은 독립된 완벽한 포터블 플레이어가 되어 이어폰 하나만 있어도 어디서든 디바이스 내 저장된 음악,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무선 스트리밍까지 시청가능하다.
6) 카메라
듣는 기기인 오디오는 의외로 보는 재미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소리가 좋으면서 못생긴 제품들이 판매가 저조한 경우가 이 사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오디오의 비주얼적 가치 자체에 대한 견해는 대다수의 오디오파일들에 있어 대동소이하며, 서로 다른 취향만이 브랜드별 선호도를 다르게 할 뿐이다. 이에 따라 자신이 애장하는 오디오 기기와 시스템은 마치 공예품이나 애완동물처럼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지는 게 오디오파일들의 반사작용이다. 제조사에서 촬영한 상업용 이미지 못지 않은 멋진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일은 단순한 허세를 넘어서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카메라의 전체 파이는 줄고 있다고 하지만, 블로깅과 개인 포스팅이 늘어갈 수록 자신의 애장품을 그 소리 만큼이나 고품질로 기록하고 보여주고 싶은 의욕은 오히려 확장일로에 있어 보인다. 보편적인 오디오의 구매 그룹 또한 확장중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남자의 3대 취미라고 알려져 온 품목 중의 두 가지가 상호 작용을 하며 남자 뿐 아니라 놀라운 스킬로 얼짱각도 촬영을 주도해 온 여성그룹에까지 오디오가 진출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혹은 나중이라도 라이프스타일 오디오의 영역에 한정된 현상이긴 하다. 여하튼 소품촬영 전문가로서의 여성그룹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자신이 선택한 오디오의 색깔과 구석구석 마감까지 놓치지 않고 매뉴얼 수준의 제품특징을 연일 포스팅하고 있고, 그에 열광하는 그룹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카메라 또한 이런 추세에 따라 가볍고 사용이 쉬운 미러리스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그 뛰어난 이미지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구사하기에 따라서는 스마트폰으로도 대단히 감각적인 이미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현재 베스트셀러들을 리스트업 해보면 디자인에서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여성적인 경우가 빈번하게 눈에 뜨인다.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마치 자신이 감동한 그 소리라도 담을 듯이 혼을 담아 촬영을 하는 카메라야 말로 하이엔드 오디오와 가장 유사한 컨셉과 철학을 가진 오디오 펠로우가 아닐까 싶다.
7) 사람
오디오의 펠로우로서 사람을 빠뜨릴 수 없다. 조건 없이 솔직하며 윤리의식(?)이 있는 오디오 펠로우들을 의미한다. 얼핏 음악 듣는 일은 마치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것과 같은 지극히 개인사의 영역이겠거니 싶지만, 나 이외의 나와 비슷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마치 청춘의 끓는 피와 같은 나의 격정을 진심으로 경청해 줄 궁극의 펠로우들이다. 내가 즉흥적으로 저지른 엄청난 지출에 대해 '잘했다’고 할 수 있는 넉넉하고 포근한 기운들이자 내게 부럽다고 얘기를 해주는 일을 잊지 않는 오랜 친구 이상의 존재들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로하며 고통을 기꺼이 분담할 수 있는, 오디오 펠로우 중 유일한 생명체이다. 간혹 교언과 마음에도 없는 칭송으로 진지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런 자격미달의 페이크들은 내 주변에서 서서히 자정되곤 한다.
음악과 오디오를 알게 된 것도 내가 알고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기원하며, 내가 알게 된 것이 재생산되고 발전해서 다른 펠로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된다면 그룹이 성장하고 역사가 진보할 수 있다. 좋은 문화가 선순환되고 주류가 되면 오디오를 가정파탄의 원흉이라든가 여전히 부자들의 허세라고 보는 시선들 또한 정상화될 것이다. 문제는 작은 오류를 전체인 것처럼 얘기하기를 즐겨하는 정신세계들은 언제나 정상적인 다수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정상적인 의식은 좀더 적극적이고 파급될 만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음악과 오디오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메인과 서브의 조화는 대등한 관계의 밸런스와는 다른, 덤덤한 대칭보다 빛나는 비틀림 같은 멋을 선사하곤 한다. 명품 조연의 존재감은 주연보다도 강렬하고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그에 따라 더 높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어느 곳이나 스며들어 있는 자연스러움은 강한 존재감으로 전면에 서 있는 주인공과 비교해서 늦게 발견되거나 덜 부각될 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어느 쪽이 전체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는 지는 정의내리기 어렵다.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일은 의식할 수 없는 만큼 은근한 채워짐으로 완성된다. 특급 주연만으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없는 오디오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다. 오디오가 공력이라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조화와 질서가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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