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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S세대의 음악듣기

by onekey 2024. 3. 1.
오승영2016-07-11 18:14
추천 44 댓글 0
 

공중파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이 7%를 넘어섰다고 한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독신자용 DIY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다양한 출연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1인 가구(家口)시스템.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에 의해, 그리고 원하든 원치않든 이미 대한민국은 그 한복판에 들어선 지 오래이다. 소위 ‘S세대(S-Generation)’의 개막은 이미 소리없이 선언되었다. ‘Single’과 ‘solo’ 두 가지 단어로 대별되는 대한민국의 S세대는 현재의 사회문화 풍토로 가늠해 볼 때, 지금까지 그랬던 것보다 더욱 다양한 형태와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23.9%에 육박했던 독신가구 비율은 작년(2015년)말 추정집계로 25%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연령별 성별로 독신가구의 비율은 다르게 구성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30대 남성과 20대 여성그룹의 상승률, 그리고 자발적인 선택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들 다수가 스스로 독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편리가 관습을 극복한 한반도 최초의 세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 된다.
 

새삼 독신론을 부연할 자리는 아니고, 필자의 관심은 이런 싱글족들의 음악생활 패턴도 크게 물결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사실, 음악을 듣는 일은 전통적 가족시스템내에서는 쾌적하게 달성되기 어렵다. 즐기기 위한 대상으로서의 음악듣기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게 가장 포괄적인 이유이다. 정도껏 힘을 실어 직업으로서의 음악가가 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음악듣는 일을 가족이 적극 지원하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음악애호가가 아니라 해도 싱글이 되어 음악을 즐기는 일은 독신시스템이 주는 짜릿한 행복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음악을 듣기 위해 잠시 가족을 벗어나고 싶은 경우들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나는 다르다’고 얘기할 자신은 없다. 인테리어의 자유가 우선 그렇다. 여럿이 앉는 거추장스러운 패키지 소파 대신 혼자만 앉을 수 있는 황제의 의자를 고를 수도 있고, TV의 크기와 디자인, 색깔을 나 혼자만의 선택으로 고르거나 혹은 아예 TV를 치워버리는 것도 가능하고, 한쪽 벽에 기계나 음반들을 성처럼 쌓아 놓거나 벽에 무언가를 매달 수도 있다. 음악을 크게 듣는 일,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일도 스스로 선택한다. 간혹 19금 영상이 뜬다 해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 
 

혼자 살게 되면서 음악을 듣는 일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기반 브랜드에 대한 정보과 관심이 커져 있고, 디자인을 포함한 서로 다른 품질에 대해 정통해 있는 사용자들에게 음향기기들은 그 동안 놓치고 있던 신세계로 다가왔다. 오디오는 싱글족들과 거의 중첩이 되어있다고 할 만큼 새로운 트렌드 그룹이다. 마침 이들은 CD와 LP로 대별되던 이전의 그룹에서 크게 권력이동해온 파일 재생 시스템, 그리고 좀더 심화되어서는 컴퓨팅 시스템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까지 확장되어 있다. 어느쪽도 고전적 오디오파일과는 다른 그룹이다. 
새로운 그룹은 음질에도 민감할 뿐만 아니라, 어설픈 디자인과 비효율을 용납하지 않는다. 제대로 만든 제품에는 과감한 지출도 불사하지만, 가격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면 가차없이 도태시키기도 한다.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장주인이나 잡지의 추천글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그룹과는 달리 스스로 체험하고 선택하며 다른 그룹멤버들과 공유한다. 그 지표와 현상은 꽤 다양하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사안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전의 오디오파일의 문화가 복합상가에 찾아가 주인장의 환대를 받으며 커피 한 잔에 두런두런 신변잡기와 함께 제품을 결정하던 시스템이었다면, 싱글족들은 이 또한 혼자만의 세계를 즐긴다. 특정 제품에 대한 정보와 국내외 출시일정, 가격정보 등에 대해 정통해 있다. 각종 온라인을 통해 정보가 수집되지만, 필요하면 설명회에 달려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럿이 모이는 설명회에 가서도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완수하고 복귀한다. 
오프라인에서 실제제품을 청음하고 만져보고 한 경우라고 해도, 온라인에서 주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에서 가져왔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이 실질적인 단가와 각종 혜택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의 카트 속에 집어넣고 다니다가 최종 엔터를 눌러 구매를 하고 집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오픈하는 환희를 즐긴다.   
 
최근의 제품 구매는 구매와 제품의 사용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알리는 적극적인 활동에까지 연장되는 확장된 작업이다. 특히 카메라로 제품을 멋지게 촬영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출판하는 일은 제품을 구사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연주장면을 직접 들려주기까지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내가 이것을 가졌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인증 활동은 어쩌면 구매시 이미 뇌의 한쪽에서 시작되고 있었을 지 모른다. 그래서 나를 알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감싸고 있을 수록 구매는 점점 심화되고 확산된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샀지만, 오디오의 구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최근의 뚜렷한 경향이다. 전용 액세서리들을 추가로 구하는 것을 포함해서, 구매한 오디오에 어울리는 선반이나 스탠드, 수납시스템 등 제품의 확장성은 그 범위가 꽤 넓다. 특히 애착이 클 수록 무언가를 받쳐놓거나 올려놓고 장식하고 가치를 높인다. 옷을 입힐 수는 없지만 마치 애완동물처럼 애정의 대상물로 부각시켜서 나의 부속물로서의 존재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결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미 더 좋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크고 존재감이 있으며 수많은 버튼과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쉽게 다룰 수 없는 대상으로서의 가치 또한 오디오의 품격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미 다수의 오디오 브랜드들은 그 반대쪽을 향한 지 오래이다. 누가 사용해도 쉽게, 실수로 잘못될 염려없이 작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게 최근의 방식이다. 
이러한 경향이 가져온 현상 중의 하나로서 여성사용자들이 서서히 오디오 사용자 그룹으로 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여성사용자의 경우, 설치와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다면 음악애호가들의 숫자는 남자들을 상회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혼자서 택배상자를 뜯어 벽에 전기코드만 꽂으면 소리가 나는 올인원 시스템은 오디오시장의 화두가 되어왔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거주공간의 안과 밖의 음악감상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조금 전까지 휴대용 재생기를 통해 헤드폰으로 듣던 음악을 집에 들어와서 이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경우 휴대용 파일 플레이어를 그대로 재생기기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두 가지 대상이 있다면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헤드폰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굳이 재생장치에 손을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는 특성상 휴대용 플레이어의 신호를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홈오디오로 옮겨서 재생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기에 따라서는 무선에서도 높은 충실도를 보장해주는 고성능 재생시스템의 장점이 크게 부각된다. 이와는 반대로 이렇게 듣던 품질을 밖으로 외출을 하면서 이어가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이 고성능 헤드폰이다.  
 
싱글족들은 세대적 특성상 디지털파일에 익숙하고 컴퓨터를 통해 자유자재로 음악을 시청해왔다. 특정 음악이 궁금해지면 몇 초 안에 그 음악을 시청하고 확인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 속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핏 매일 걸밴드나 보이밴드의 음악만을 듣고있는 줄로 알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선입관이다. 청취하는 음악의 범위도 넓고 지적호기심도 많을 뿐 아니라 탐구능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싱글족들은 고전적 오디오파일들과 비교해서 평균적인 음악에 대한 식견이 매우 높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기존의 음악애호가들이 오디오파일과는 정체성이나 노선을 다소 달리하는 그룹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신세대 싱글족들은 비로소 기기-음악 일체 그룹이 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동호인들의 모임은 덜 적극적인 양상을 보인다. 얼핏 가족이 없으니 더 빈번하고 자유롭게 모임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상은 싱글을 선택한 원천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할 경우가 아니라면(보여줄 게 있다거나 외로움에 못 견뎌서 택한 경우) 내 공간에서의 집회는 ‘귀찮고 불편한’ 일이어서 스스로 선택한 원래의 싱글생활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말로 듣고 의사를 나눌 일은 이미 온라인에 충분히 갖춰져 있다. 아무리 좋은 포럼을 찾아간다고 해도 한 자리에서 듣기 어려운 차고 넘치는 분량의 컨텐츠이다. 그 이상이 필요하면 인터넷 전문강의와 국경을 넘어 해외자료를 탐독할 수도 있는 능력들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필요한 게 있다면 저명한 연주자의 공연을 찾아 다니는 일이다. 종종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후기를 공연장의 음향 특성을 부가시켜 시청기를 작성하는 작업은 음악 커뮤니티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할 ‘품격높은’ 활동이 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기존의 구차스러운 모임과 원치 않은 대화를 해야 하는 오프라인 활동을 높은 효율로 격상시켜주었고 보람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즉, 원치 않던 그룹에게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밤새 말의 잔치를 벌이던 일들이 우아하게 절약되었다. 
 

싱글족들은 이미 현상이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이전에는 경험한 적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결혼과 가족제도를 근소한 차이로 대신해줄 만한 세상이 되고 있다. 그만큼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사실 그대로 수용하는 마인드 또한 그 사회의 식견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과 대면 접촉을 할 일이 적어지면서 생기는 폐단은 물론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을 비정상이나 말세 등으로 간주하는 시선으로 인한 전체적인 불균형이 더 염려된다. 조만간 대한민국 국민의 1/3이 각기 세대주가 되어있을 시점에 와있는 현재의 상황은 그대로 현실일 뿐이다. 
싱글족들 또한 기존의 가족제도를 백안시하거나 독신생활의 우월함을 과시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인성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독신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둘, 혹은 셋이서 살 때는 가질 수 없었던 그 오디오와 자전거, 피규어들이 자신과 함께 빛이 날 것이고, 비로소 우아하고 품위있으며 복합세대가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일인가족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승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