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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필자, 금성에서 온 독자

by onekey 2024. 3. 1.

 

오승영2016-06-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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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보위가 스스로를 화성인으로 이미징하는 데 성공한 순간부터, 비로소 그의 음악은 지구상에는 없는 음악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과연 ‘70년대는 21세기의 시작’이 되어 그가 눈을 감은 불과 얼마 전까지 그 외계적 진보의 긴장과 선도를 잃지 않았다. 그의 스타일이 출현한 타이밍이 대중적 환상의 허용범위 내에 들어오지 못했던 시절이었다면 그 어떤 유능한 프로모터의 포장이 있었다고 해도 그는 당치도 않은 데카당스의 아류 정도로 잊혀져 갔을 게 틀림없다. 
종종 오디오 저널의 수요와 공급에는 캐주얼한 분위기가 흐른다. 상호 의존적이었던 약 20년 전을 떠올려보면 완벽을 추구하는 공급과 진지한 수용은 가치 자체가 흐려져 있다. 그래서 수억원대의 제품 평가에도 가격에 비례한 가중치가 글에 담기지 못하고 있어 보이고, 또 그렇게 쓰여졌다 해도 독자들이 그런 무게를 두고 읽는 경우도 덜해져 있다. 다양한 시선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모두를 위한 글’과 ‘모든 것을 읽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수요와 공급 양쪽은 진화라고 하면 진화인 다양한 그룹이 생겨나 있다. 그래서 예컨대,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라고 해야 할 다양한 시선들을 놓고 그 존재를 인식하는 일은 각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전작업이다. 우선 얼마나 다르고 다양한 지 살펴보자.
남에게 전달하기 - 필자의 입장 
자발적 혹은 의뢰를 통해 특정 제품을 귀로 듣고 남이 읽을 용도로 쓰여지는 글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들이 있다. 전적으로 하나의 패턴 일변도인 경우는 드물고 각 특성이 조금씩 복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샘플의 전형성을 위해 다소 극단적 표현이 있을 수 있음.
 
 
생활속에서 관찰되어 온 프리스타일 제품 사용기. 글의 분량이나 형식에 크게 제한받지 않고 자유로운 문체로 작성된다. 제품을 의뢰받기도 하지만 종종 시점에 상관없이 직접 사용해온 제품을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음악을 매개로 해서 작성되긴 하지만 소리 그 자체를 주관적 언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다양한 시도들이 빼곡이 기록되어 디테일에 있어서 높은 등급의 글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해진 포맷이나 기록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서 논지가 분명치 않은 나열식 스토리텔링인 경우도 많다.
 
 
 
제품을 물리적 실험을 통해 계측하고 분석해서 계수화, 데이터화시킨 리포트. 제조과정에 관여하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공학 관련 전공자에 의한 경우가 많다. 전기, 전자, 기계, 컴퓨터 등 관여 범위 또한 넓은 편이다. 과학적 평가를 모범으로 한, 계측이라는 방식에 대한 가치가 높기 때문에 평가의 매개가 굳이 음악일 필요는 없고, 그룹의 가치관 특성에 근거해서 작성자 스스로에 의해서 가장 완벽한 기기평가 형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소재로 한 사회문화적 관점의 사설. 제품에 대한 얘기 일변도가 아니라 시사, 문화현상, 혹은 신변잡기와 결부시켜 읽는 재미를 추구한다. 음악애호가로서 심각한 오디오파일이 아닌 경우의 글이 이 경우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지만, 종종 풍부한 오디오력을 근거로 해서 전지적인 관점에서 작성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연륜있는 필자인 경우가 많아서 글의 품질이나 제품경험을 놓고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로 제품에 대한 가이드를 주기도 하지만, 제품 이외의 얘기에 치우쳐서 논지가 흐려지는 경우도 있고 반복작업으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제품에 대한 객관적 사용가이드. 음원으로 평가한 사용자로서의 의견이나 소감보다는 회사와 제작자 소개, 적용기술, 구성 부품, 마감, 칼라옵션에 이르기까지 A부터 Z까지 제품의 안과 밖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 리포트. 뚜렷한 컨셉을 갖출 경우 제품을 구매할 의사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용자에게 간접체험에 가까운 유용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사용자에 따라서는 제품의 스펙을 보면 파악되는 내용들을 굳이 글로 열거한 매뉴얼의 다른 형태에 그치기도 한다.   
 
제품의 홍보를 위해 작성한 에디토리얼 성향의 리포트. 주로 제조사, 관련 매체의 의뢰에서 시작되며 지정된 일정과 맞추어 글로 양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제품판매와 직결되는 내용의 글이라서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서라도 소비자의 구매욕을 돋우어야 하는 상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제품을 파악못한 채 홍보일변도로 나열된 경우도 많지만, 전문가에 의해 작성되는 경우 또한 많아서 작성자에 따라서는 특정제품의 타겟그룹에 대한 파악을 근거로 제품의 필연성을 적절히 드라이브하기도 한다.  
 
남이 쓴 글 읽기 - 독자의 입장
한편, 독자는 천편일률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냐면 오히려 더 복잡한 분포를 보이는 게 소비자이자 독자인 그룹이다. 독자들이 다분히 수동적인 그룹이라는 생각도 많이 수정되어야 한다. 시청회를 찾아 다니고 체험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활동의 연장으로서 글을 습관적으로 읽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한 가지 성향만을 보이지 않고 복잡적인 경우가 일반적이고, 필자이자 독자인 경우도 존재한다. 아래 열거한 패턴보다 훨씬 복잡한 소수그룹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대략적인 그룹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직관적이고 빈번한 접촉을 갖는 실질적 소비자 그룹.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거나 행사를 직접 기획하기도 하며, 사용자로서의 연륜만큼 다양한 의사를 표현하고 행사한다. 특정 시점에서의 수평적인 제품들에 대한 정보에 밝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제품에 대한 히스토리 정보가 축적되어 있어서 특정 제품과 저널을 놓고 스스로 입체적인 분석을 하거나 그룹과 공유하기도 한다. 사용기간이 짧더라도 신제품에 대한 소신있는 구매를 하는 얼리 어답터인 경우가 많다. 
 
음악듣기를 기반으로 하는 일상적 오디오 사용자 그룹. 제품에 대한 관심도는 기계애호가 이상일 수 있으나 관심 제품의 영역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기계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수단에 멈추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신제품이 아니어도 되고 오랜 동안 제품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음반과 음악가에 대한 설전이 빈번해서 오디오기기에 대한 개념과 관점 자체가 극단적으로 대립되기도 하고, 실제 연주에 대한 귀를 갖고 있는 경우와 음반애호가인 경우가 완벽히 분리되기도 하는 다양성이 집합된 그룹. 
 
제품정보를 습관적으로 접하기를 즐기는 그룹. 간혹 의사표현이 적극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제품정보와 온라인판매 제품들을 모니터하는 일 자체를 즐긴다. 상대적 의사표현이 적을 뿐, 신구제품 전체를 놓고 시장의 트렌드와 매물정보, 가격의 흐름 등에 정통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컬렉터 성향을 띠기도 한다. 
 
발표회나 시청회의 지속적 참가그룹. 오디오 애호가그룹과 접합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기를 즐기는 이벤트 애호가들이다. 자발적 취재를 해서 개인 웹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는 아마추어 리포터들도 있지만, 좋아하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행사정보를 리스트업해서 묵묵히 참관하고 이벤트상품 등을 소장해서 기념하는 참가자들이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본인이 참가하는 제품의 평가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상반된 성향의 기타 브랜드에 대해 공격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특정 커뮤니티에 속하거나 알려져 있지 않고 조용히 음악과 정보를 수집하는 고전적 그룹. 어디에도 표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재력가나 셀러브리티 혹은 평범한 일반애호가 등의 다양한 경우가 있지만, 구매결정에 오랜 고민을 하지 않아서 판매자 측에서 보자면 가장 의미가 큰 VVIP 등급의 그룹이 되기도 한다. 구매하지 않을 제품에 대한 불필요한 관여도 적고, 일단 구매를 결정하면 대세가 되지 않을 내용에 대해 관대하다.    
 
취사선택의 마인드와 기술
이상에서 살펴본 다양한 유형들은 여전히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며, 특정한 기준으로의 정돈을 통해서 자주 혼동스러워 보이는 필자와 독자간 관계 메커니즘에 대한 오해를 완화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분류를 해본 것일 따름이다. 어느 상황이 되었든 완벽하게 고착화된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오디오 저널이란 전적으로 장사속으로 작성된 것이라거나, 특정 블로거의 주관적인 평가가 정말 훌륭한 리뷰라거나 하는 평가 자체도 주관적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작성자의 생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어떤 마인드를 가진 독자의 의견인지도 입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간혹 불성실함이 눈에 보이는 필자, 그리고 무책임한 독자의 평가 등은 그룹내에서 자정될 만큼 대한민국의 시장과 커뮤니티는 성장해 있다. 다만 혼동을 줄 만큼 작정하고 달려드는 인위적인 드라이브가 전체그룹을 퇴보시키거나 분열시킬 때가 있긴 하지만 독자와 필자 모두 소양이 성장해 있어서 그런 현상은 잦아들 것으로 낙관해 본다. 
 
"태생적으로 같으면서 서로 다른 두 역할의 조화"
화성인과 금성인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는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이고 자신의 선택에도 많은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자신이 듣고 체험한 제품을 설명해야 하는 필자에게는 이 글은 어떤 그룹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인 지 전후간 밝히는 요령이 요구되고, 독자들도 그런 입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취사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만일 수요 공급이 맞는 상대간에만 쓰여지고 전달되는 상황이 필요하다면 그건 이미 저널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컨설팅의 단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시야를 갖는다면 나와 상관없는 다른 글을 읽는 일 또한 진정한 의미의 관대함이 생겨날 것이다. 
 
 
-오승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