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udio

객관적으로 리뷰하기

by onekey 2024. 3. 1.
오승영2013-03-25 17:26
추천 35 댓글 0
 
바야흐로 리뷰어의 시대가 만개했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전문가와 비전문가,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쓰는 이와 읽는 이, 이렇게 반대편에 서 있는 두 부류로 나뉘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블로거’라는 기치 아래 양산되고 있는 일반인 출신의 전문 만평가들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고찰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평가자’의 기회를 꿈꾸게 해주었다. 물론, 이런 문화현상은 그룹 전체의 의식수준을 고양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종종 독선과 편견이 일반화되고 있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필자가 웹상에서 볼 수 있는 독선과 편견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건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모종의 관념들이 어느 순간 가짜와 진짜, 진실과 거짓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극단적인 경우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객관화라는 작업은 평가자의 책임 있는 의식과 사명감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처럼 고속화,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물건의 선택을 전제로 하는 제품 추천은 어떤 식으로든 신중해야 하고 유익한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수백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고급오디오를 평가하고 추천하는 일은 이성과 감성을 최대한 동원해 철저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미묘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의식해야 함은 물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정리에서 시작해서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대상 예컨대 맛, 냄새, 소리 등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서 남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일에는 특별한 기법이 요구된다. 
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오디오의 경우에도 제대로 제품을 설명하려면 의외로 다양한 지식기반이 필요하다. 전기, 전자, 기계, 금속, 화학, 디지털, 영상, 물리, 건축, 음향, 음악, 어학, 인문 등 전 분야에 다 걸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일부라도 고유의 전문분야를 갖출수록 내용은 정확해지고 바람직해진다. 그리고 전문적 지식이 깊을수록 비로소 객관화가 가능하다. 다양한 경험과 사례가 정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가의 전문 품목들이 그렇듯이 처음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꽤 오랜 시간 동안의 혼란을 겪거나, 혹은 흥미 자체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과 책임은 크다. 자, 그렇다면 초심자이든 중견마니아를 불문하고 몽매에도 알고 싶어 하는 오디오제품에 대한 설명, 어떻게 해야 다수의 사람에게 오해와 편견 없이 전달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둘 수 있을까?
 

첫 번째, 오디오 리뷰 최우선의 자세는 ‘남이 되어 쓴다’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글을 쓰는 사람이 대상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수록 자기도 모르게 객관성을 잃기 쉽다. 그래서 사전의 작성 계획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도중에도 순간순간 자신의 생각에 집착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깨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문구에 도취되거나 마음 가는 대로 써놓은 글은 객관성을 갖추기 어렵다. 리뷰에서도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닌 다수의 남이 되어 냉철하게 써내려 간 경우에 비로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두 번째, 그 다음으로 중요한 덕목은 ‘쉽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오디오 리뷰가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말을 듣곤 한다. 몇 번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글은 쓰는 사람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고 써내려 갔을 가능성이 높다.
우등생의 경우 남에게 배우는 일보다 남을 가르치는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남에게 설명을 하는 일은 대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설명하는 이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남의 얘기를 앵무새처럼 옮겨놓느라 시간과 정력 낭비만 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세 번째, 객관적 리뷰를 위한 실질적인 조건으로서 독자들에게 시청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글 쓰는 이의 시청기기를 알려주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기기 자체가 잘 알려진 제품이어야 의미가 있으며, 그렇지 않은 신제품이나 특이한 성향의 제품일 경우 독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시청 기기의 나열, 혹은 그와 병행해야 해야 할 일은 이 시스템이 이러이러한 소리를 내어준다는 설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시청 음원에 대한 이해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녹음이 좋다거나 기타의 이유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친숙하지도 않은 음원에 대한 시청소감을 써내려 간다면 리뷰가 아닌 일기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리뷰 습관은 보통 오디오 저널리즘의 선진국인 영미식의 리뷰에 대한 지각없는 카피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우 팝이나 클래식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오랜 시청음반 내에서 시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음원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면 낯선 상황이 펼쳐지는 게 당연하다. 늘 화두가 되곤 하는 바, 품질이 뛰어난 우리 음반들을 적극 활용하기만 해도 독자의 이해를 배가시킬 수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자신의 시청상황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다른 한 가지는 공간에 대한 설명이다. 오디오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재삼 논의의 여지가 필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지면을 활용해서 독자와는 분명히 다를, 나의 시청공간의 음향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베스트. 단순히 몇 평 거실의 뒷벽과의 거리 얘기에서 그치지 말고, 스피커 사이의 간격과 청취자와의 거리, 방의 벽이 유리인지 나무인지, 바닥엔 카펫이 깔려있는 지 맨 바닥인지 등등 할 얘기는 무진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객관적으로 리뷰하는 방법에 대한 소견과 그 간략한 예를 들어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리뷰어는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수의 사람에게 잘 이해시킬수록 훌륭한 필자가 될 수 있다. 오디오의 경우만 하더라도 가히 홍수에 비견될 만큼 수많은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읽는 이를 만족시켜줄 만한 리뷰는 그에 비례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필자들도 지극정성인 독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상과 같이 과도기적인 평론문화를 거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고찰하고 발전시킬, 장차 건전하고 바람직한 리뷰어로 활약을 할 필자들이 속속 등장해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