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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가 이야기

바흐의 음악에서 재즈를 보다

by onekey 2024. 2. 29.
정영균2017-07-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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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여러개의 빛 밖에 없는 어둑하고 싸늘한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 저역으로만 이루어진 익숙한 멜로디 주제가 끝난 후 화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성당의 높디 높은 천장을 가득 메운다…’

 

이 문구를 보고 어떠한 악기가 연주된다는 생각이 들었는가? 바로 바로크(Baroque)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오르가니스트(Organist)의 즉흥연주 장면을 표현해 본 것이다.

 

 

 

일명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J.S.Bach : Johann Sebastian Bach)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크 최고의 음악가이며,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중 하나였다. 바흐의 경력이 시작되는 시기에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처음엔 궁정악사로서 일하다가 이 후,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아른슈타트의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일하기 시작하였고, 바이마르로 옮기고 나서는 봇물터지듯 유명한 오르간 작품들을 쏟아내었다. 이 바이마르 시기에는 오르간 연주자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고, 이 시기 교회의 오르간은 바흐가 원하는대로 개조가 되어 악기의 발달과 오르가니스트의 역량을 합하여 바흐의 유명한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 Figured Bass로 표시된 한 바로크 시대의 악보

 

 

이러한 바흐가 속해 있던 바로크시대는 ‘피겨드 베이스(Figured Bass)’라는 악보표기법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이는 저음과 숫자로만 표현된 악보를 통해 화성을 연주하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와 연관되어 있다. 바소 콘티누오는 하프시코드, 오르간과  같이 화음을 연주 할 수있는 건반악기가 하나와 첼로, 더블베이스, 바순과 같은 저음악기, 그리고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 목관 및 금관악기 또는 현악기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피겨드 베이스는 바로크 시대에 악보를 표기하는 하나의 방식이고, 바소 콘티누오는 이 시대에 널리 쓰인 악기 구성 형식을 말한다.

 

 

 

 

 

▲ Bach Sonata for Violin and Basso Continuo in GM를 연주하는 바이올린, 첼로, 하프시코드

 

 

바로크 시대에 바소 콘티누오의 연주자는 피겨드 베이스로 적혀진 악보를 보고 건반연주자가 악보에 적힌 화성을 연주하거나 즉흥으로 화성을 채웠으며, 이에 저음악기 연주자는 그려진 저음을 바로크에 맞는 리듬으로 채우고, 중, 고역의 선율 악기 연주자는 건반악기의 화성을 바탕으로 악보대로 또는 즉흥으로 연주하였다고 한다.

 

 

 

 

 

▲ 오늘날의 가장 많은 재즈 구성인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색소폰

 

 

이러한 바소콘티누오 양식은 오늘날 현대적인 화성의 옷을 입고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재즈(Jazz)'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스탠다드하게 연주되는 재즈 악기의 구성은 ‘피아노(화성을 채우는 건반악기) + 콘트라베이스(저음악기) + 선율악기(보컬, 목관, 금관악기 등)’이 가장 많다.

 

 

 

 

 

▲오늘날 재즈 스탠다드집에 실린 악보, 알파벳 코드로 표기할 뿐 피겨드 베이스와 유사하다.

 

 

또한, 재즈의 악보는 바로크시대의 피겨드 베이스 악보와 매우 유사하다. 물론 피겨드 베이스는 숫자로 그 화성을 표시하고, 재즈악보는 알파벳의 코드로 화성을 표시하지만 말이다.

 

물론 재즈가 바로크 음악 또는 바흐의 음악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학술적으로 논쟁점이 많다. 재즈의 기원을 흑인들 특유의 리듬감과 백인의 클래식 음악에 결합시켜 만든 음악이라는 부분과 더불어 재즈는 흑인 문화의 산유물로 보는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크시대의 바소 콘티누오의 악기구성과 재즈의 악기 구성 및 악보 표기법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수 많은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바흐의 음악을 거의 ‘신의 경지에 있는 음악'으로 신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재즈가 바흐의 음악이나 바로크음악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수 많은 연주와 작곡과정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사성을 오디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영역대의 음을 한번에 들을 때 안정감을 느끼거나 좋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역을 담당하는 베이스 위에 중역대를 담당하는 건반악기, 그리고 중, 고역을 담당하는 선율악기 구성이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 선호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이러한 바로크시대 바흐의 음악이나, 현재의 마일즈 데이비스와 같은 재즈 거장의 음악은 이 후, 300년, 500년이 지나고 또 어떻게 진화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지금과 같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위의 저-중-고역의 악기 구성 및 음역대의 표현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이 주제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독자들은 꼭 바흐의 음악과 스탠다드 재즈 구성의 음악을 꼭 비교해서 들어보기를 바란다.

 

 

- 정영균

 

 

 

* 추천 음악 리스트

 

 

 

Nemanja Radulovic 연주 - Bach 작품집 중 6, 7, 8 트랙

 

Bach: Concerto For Violin, Strings And Basso Continuo In A Minor, BWV 1041

 

 

 

 



 

Jacques Loussier Trio 연주 - Play Bach No.1 중 1번 트랙

Prelude No.1 En Ut Majeur BWV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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