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2016-07-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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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으로 치료하고 음악으로 치유한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과연 몇 번이나 병원을 방문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얼마나 많은 치료와 수술을 받는지 생각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산부인과에서 태어나서 때때로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기도 하고 급기야는 암에 걸려 병원에 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많은 걱정과 고민, 그리고 불안을 유발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치과이다. 별 것 아닌 충치 치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 사레를 치며 조금씩 썩어가고 있는 치아를 그대로 방치하기도 할 정도이다. 물론 치과는 여러 마취제를 투여하지만 고통이라는 것은 단순히 약물로 인한 마취로만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왜냐하면 고통이라는 것은 오감,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여러 감각을 뇌가 인지하고 이것이 총체적으로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 뇌에 가장 자극을 주는 감각이 청각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뛰어 놀다가 넘어져 무릎이나 팔꿈치 등을 종종 다치곤 해서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맞이한다. 그리고는 무릎에 앉힌 후 연고를 바르거나 반창고 등을 붙여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또박 또박 부르는 노래는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멜로디에 금세 낳을 거라는 가사를 덧붙여 부르는 노랠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쓰라리던 상처와 통증이 가라앉았다. 상처에 집중되어 있는 신경계 흐름이 어머니의 따스한 가사와 함께하는 멜로디로 집중되면서 통증을 잊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의 신경계는 물론 정신치료 영역 그리고 재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치료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많은 의료 과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미 많은 이론적 성과와 함께 긍정적인 임상실험 결과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음악 치료(Music Therapy)'라고 부른다.
음악 치료의 정의부터 살펴보면 우선 미국 음악 치료 협회에선 “음악 치료는 치료적인 목적, 즉 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rehabilitation) 및 유지(maintenance)하며 향상(habilitation)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다. 음악 치료사가 치료적인 환경 속에서 치료 대상자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주 정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의료 행위 동안 어떻게 대입해야할지는 미지수고 수없이 다양한 의료 분야와 병, 치료와 수술 종류에 따라 어떤 음악을 사용해야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이 부분에 있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소리가 뇌에 자극을 전달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귓바퀴 -> 이소골 -> 달팽이관 -> 청각신경 -> 뇌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리고 귀로부터 전달된 음파는 뇌의 시상하부, 연수부를 자극하며 그 결과 부교감신경의 활동을 북돋우게 되는 것이다.
▲ 모차르트의 생애를 그린 영화 Amadeus(아마데우스)의 한 장면
그런데 바로 모차르트의 음악이 연수부를 가장 잘 자극하는 음악 중 대표적이다. 연수부를 자극함으로써 엔돌핀, 멜라토닌의 분비가 촉진되며 이러한 호르몬에 의해 모든 신경이 안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연수부를 자극하는 음악 중 모차르트 음악이 가장 대표적인 음악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모차르트 음악은 주파수 대역 구성 중 3,500~4,000Hz 의 성분이 상당히 풍부하고 연수부는 바로 이 대역의 음파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이른반 ‘가청 한계 주파수’ 대역은 저역은 20Hz 까지, 고역은 20kHz 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주파수 대역 중 연수부를 자극해 긍정적 호르몬을 배출하게끔 유도하는 주파수 대역은 위에서 말한 중간 고역(Meddle Treble) 대이다.
참고로 미국의 하이파이 매거진 TAS(The Absolute Sound)의 편집장이자 하이파이 음향 전문가인 로버트 할리(Robert Harley) 의 저서 [The Complete Guide To Hidh-End Audio] 에 적시된 각 대역 별 주파수 대역 구분 표를 첨부한다.
▲ 각 대역 별 주파수 대역 구분 표
그러나 우리는 음파를 생성하는 여러 소리 중 인간이 만든 음악의 구성 요소 중 단지 주파수 대역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음악은 이러한 여러 주파수 대역을 갖는 각 종 악기를 사용해 연주되며 주파수 대역 외에 여러 리듬과 화성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중간 고역 대역의 주파수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나 리듬이 너무 불규칙적이며 빠르다거나 한 댄스 음악, 락 음악, 또는 즉흥연주로 이루어진 프리 재즈 등을 들려준다면 환자의 고통과 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음역대가 주류를 이루는 음악이라도 오히려 심리적으로 역효과를 초해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의 심장 박동과 가장 유사한 박자 수에서 평안함을 느끼며 불규칙인 리듬보다 규칙적인 리듬에 안도한다. 또한 중간 고역대 위주더라고 해도 그 저역과 중역을 빠르게 오르내리는 경우 심리적 불안감을 유도할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이 불안과, 고통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최대한 심리적 편안함을 유도하고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그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위한 음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일단 연수부를 자극시켜 엔돌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중간 고역대가 주류를 이룰 것, 두 번째로는 인간의 심장박동 빠르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템포를 가질 것, 세 번째로는 리듬이 규칙적일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듬을 연주하는 타악기 중 드럼, 북 등 임팩트가 강한 악기는 음악에 포함되지 않거나 포함되더라도 최대한 절제되어 있는 음악과 녹음이 이상적이다.
음악 치료 또는 음악을 통한 수술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환자,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으로 긴장하는 의사들을 위한 도구로서의 음악은 정말 많은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암, 아토피, 감염 등의 면역계, 치매, 뇌경색 등 뇌신경계, 고혈압, 심근경색 등 혈액순환 계통 질환 등...그런데 최근 들어 치과 치료 중에서도 이러한 음악을 통한 음악 치료가 도입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음악을 어떠한 방식으로 재생해야할지 현장의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음악 치료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음악을 장르에 관계없이 즐겨왔고 음악 관련 계통에서 종사해왔다. 그리고 그 음악을 재생하는 수많은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해 항상 많은 정보를 흡수하면서 이러한 음악 치료에 적합한 앨범을 두 장 추천해본다.
Karl Bohm - Mozart Eine Kleine Nachtmusik
Berliner Philharmoniker
그 중 나는 베를린 필의 칼 뵘이 지휘한 레코딩을 꼽고 싶다.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단호한 오케스트라 지휘 능력 등은 그 어떠한 부분에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한마디도 명쾌하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소프트한 스타일의 곡이지만 그 안에 칼 뵘은 좀 더 깊고 진중한 결단력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악곡을 이끌어간다. 어떤 다른 녹음보다 칼 뵘의 이 녹음을 들을 때 항상 마음이 편하고 긍정적이게 되면서도 슬픔과 분노,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힘들 얻게 된다.
Glenn Gould - Bach Goldberg Variations)
A State of Wonder
두 번째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이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러 연주자들에 의해 피아노, 챔발로 등 건반악기는 물론 첼로 등 현악기로 연주되기도 하는 등 여러 형태로 녹음이 존재한다. 그 중 이 곡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누가 뭐래도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 Gould)이다. 바흐는 궁정 음악가로 일했었는데 이 때 도움을 주었던 카이저링크 백작이 심각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바로 그의 불면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이 곡을 작곡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을 처음 연주한 사람의 이름이 바로 고트립 골드베르크여서 이후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이름 붙여졌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1955년 초창기 연주와 1981년 두 번째 연주가 레코딩되어 남겨져 있는데 아무래도 후반에 나온 1981년 연주가 좀 더 안정적이고 느린 템포로 연주되어 치료 목적으로 추천한다. 처음 이 곡을 듣는 사람일지라도 서서히 침잠하는 선율과 굴드의 피아노 소리에 빨려들게 될 것이다. 원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했으니 더 말해 무엇 하랴.
이 정도에서 치료나 수술 등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추천 곡에 대한 설명은 마친다. 이 외에도 쇼팽의 ‘녹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 그리고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등 여러 음악들, 특히 클래식 곡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리의 부모님 시대에 비하면 의료과학은 몇 단계고 진보했고 현재도 발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통증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난제이며 고통을 느끼면서도 병원에 발길을 옮기지 않게 만드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니다. 수술과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아무리 안락하고 세련되게 꾸며 놓은 병원 대기실의 인테리어라도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 이것은 환자 뿐 아니라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 등은 환자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의사에게는 혹시나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빈번한 치료가 이어지고 있으나 간단한 시술도 뇌를 크게 자극하며 치료 규모에 비하면 그 고통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동반되는 통증과 두려움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마치 어렸을 적 나의 어머니가 상처 입은 아이를 위해 허밍하며 불러주던 자작곡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음악들이 병원 치료와 시술 등의 과정 안에서 또는 대기실에서의 불안감에, 그리고 나아가 회복을 위한 병실에서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통증의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나도 조만간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반 한 장을 들고 병원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치료 받는 것을 생각해보니 상상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꽤 많이 사그라진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병원 방문 날짜가 더욱 앞당겨 질 것 같다. 의학적 시술에 음악을 더하는 순간 그것은 드디어 치료((治療)가 아닌 치유(治癒)가 되는 것이다.
Written by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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