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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소리를 보다 Vol.2

by onekey 2024. 2. 29.

 

 

뮤지션의 연주와 내부에 담긴 컨텐츠의 표현력을 넘어 소리의 물리적 촉감과 현장감 등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를 우리는 오디오파일이라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음향 관련 종사자들과 평론가, 오디오파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에 천착해 어떻게 하면 좋은 음질을 낼 수 있을지 연구했다. 때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용해 출력단 또는 공간의 어쿠스틱 음향 특성을 측정, 보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질은 주관적인 인지 특성으로 인해 여전히 각 오디오파일의 주관에 의지하는 측면이 많다. 아마도 향후 AI, 즉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초인간적인 데이터 분석과 추론을 달성하더라도 리스닝 부분은 결국 인간의 영역 안에서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표와 기의를 통한 음질 테스트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각 기준에 따라 어떻게 소리를 눈에 보이듯 상세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언어는 창(Window)이면서 동시에 벽(Wall)으로 기능하므로 언어로 표현된 음질을 실제 테스트해보기 좋은 고음질 명만들도 첨부한다. 이 기회를 통해 여러분의 오디오 시스템이 어떤 소리의 좌표 영역 안에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앞으로 어떤 소리의 세계로 나아가야할지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 대역 밸런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양자화하면서 음악 녹음과 이를 재생하는 오디오기기는 급격한 변화 앞에 당도했다. 연주하는 뮤지션은 물론 이를 녹음하는 엔지니어 그리고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메이커들이 새로운 디지털 포맷에 맞게 모든 것을 새로운 기준 하에 재정립해야했다. 기본적으로 가청 주파수 대역을 모두 소화하고 악기 소리가 갖는 다이내믹레인지를 포맷 안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했다. 해리 나이키스트라는 사람은 CD의 규격을 정하는 전제조건, 바로 양자화 이론을 규정한 사람이다. 그는 20Hz에서 20kHz 구간을 오가는 음악의 재생 주파수 대역을 44.1kHz 로 표현하고 약 100dB에 이르는 다이내믹레인지 폭을 16비트로 정해 양자화 시켰다.

 

 

 

VS.

 

 

< B&W 802D VS 802D3 주파수 응답특성 - 출처 : 스테레오파일 >

 

 

그 중 가청 주파수 대역을 보면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대략 열 개 옥타브로 나눌 수 있고 이 구간을 인지하고 음악을 들을 때 훨씬 더 음질에 대해 체계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이전에 설명한 고역, 중역, 저역 각 챕터에서 이미 각 대역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각각의 주파수 구간이 뛰어난 재생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대역들은 음악 안에서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혼재되어 있다. 따라서 각 대역이 매우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가질 때 음악은 비로소 정확하고 올바르게 들릴 수 있다.

 

대역 밸런스는 그래서 중요하다. 대역 밸런스는 예를 들어 재생음이 각 대역을 얼마나 평탄하게 표현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스피커 메이커에서는 무향실에서 최종 사운드를 체크하기도 하며 몇몇 오디오 매거진에서는 마이크를 통한 실측을 통해 스피커의 대역 밸런스를 파악,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 일반 오디오파일은 대게 특별한 측정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평론이나 해외 매거진 등을 통해 대략적인 대역 밸런스를 어림잡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가끔 진지한 오디오파일은 주파수 분석 앱을 통해 체크해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결국은 이것이 음악을 더 음악답게 그리고 누구도 아닌 자신의 귀와 감성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Jennifer Warnes - Way down deep

The Hunter

 

예를 들어서 가장 유명한 보컬 레코딩 중 하나인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들어보자. 간단히 고역, 중역, 저역이 어떤 양감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는지 주의깊게 들어보면 스피커마다 그 특성이 다양하게 관찰된다. 만일 새로운 스피커를 구입했는데 기존 스피커보다 더 밝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면 저역에 비해 중, 고역 쪽으로 에너지가 많이 몰린 스피커라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초반 저역 양이 더 커 무척 육중한 느낌이 든다면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저역 쪽으로 이동한 경우다. 대게 전자가 북셀프, 후자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의 특징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가 저역 하한이 깊어 북셀프 스피커보단 저역 쪽으로 밸런스가 이동해 좀 더 웅장하고 육중한 무게감을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3. 음상

 

 

 

 

전체적인 대역간 균형감은 단지 밝고 어둡거나 또는 산뜻하고 육중한 느낌의 대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한 예로 음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보컬이나 악기들이 어느 한 지점에 가상으로 맺혀 마치 그 위치에 그 대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초점을 우리는 음상이라고 얘기한다. 만일 대역간 균형감이 중, 고역 쪽으로 몰려 있을 경우 음상은 높은 곳에 맺힌다. 반대로 저역 쪽으로 균형이 몰려버리면 음상이 낮은 쪽으로 내려와 맺히게 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너무 높은 건 공연장에서 무대 바로 앞에서 목을 치켜들고 듣는 것이고 후자는 아래로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스피커와 청취자의 거리와도 연관되며 스피커 트위터 높이와 감상자의 귀 높이 때문에 달라지기도 한다.

 

 

Zhao Peng - The moon represent my heart

The Greatest Basso Vol.1

 

예를 들어 아래 조붕의 ‘The moon represent my heart’를 들어보면서 그의 보컬이 스피커 사이 어느 높이에서 들리는지 확인해보길 바란다. 또한 음상은 그 위치 뿐 아니라 표정도 가지고 있다. 작은 북셀프에서는 가수의 얼굴, 심지어 입만 가상의 위치에 펼쳐지지만 저역 제한이 없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는 가수의 전체적인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가장 잘 표현된 음상은 면도날로 깨끗하게 재단한 음상이 아니라 마치 촛불처럼 타오르는 모양의 자연적이고 실체적인 음상이다.

 

 

4. 원근감

 

이전 편에서 전체 주파수 응답 구간 중 가장 중요한 대역은 어떤 다른 대역보다도 중역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왜냐하면 중역은 모든 악기군에 걸쳐서 모두 중역을 포함한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커의 주파수 응답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보컬 등 중역에 많은 지분을 가진 악기들이다. 사람에게 가장 예민한 대역이 바로 이 대역으로 더 정확히 말하면 중역과 고역 사이, 즉 1Khz에서 3Khz 사이가 이에 해당한다. 만일 이 대역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몰려 있는 스피커라면 음악이 전체적으로 감상자 앞으로 쏟아져 나와 공격적으로 들린다. 반대로 이 대역에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음악은 전반적으로 저 무대 뒤로 들어가 무척 소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원근감은 또 다른 이야기다. 실제 연주회장에서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때 감상자로부터 멀리 있는 악기는 멀리, 가까이 있는 악기는 가까이 들릴 때 음악은 가장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리스닝 룸에 앉아서 무대의 스케일을 좀 더 실체감 넘치게 연상할 수 있고 현장감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소실점으로부터 너무 멀어져버리거나 너무 가까워지면 마치 그림에서 퍼스펙티브, 즉 시점이 왜곡된 것처럼 눈앞에 왜곡된 무대가 그려진다. 카메라에서 조리개의 수치 조정에 따른 원근의 변화에 비유할 수 있다.

 

여러 오디오파일이 원근감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악기들이 전/후 거리감을 크게 가지고 연주하는 소리를 선호하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다소 좁은 폭 안에서 연주되는 것을 좋아한다. 전자는 대부분 대편성 교향곡이나 어쿠스틱 악기로 연주된 현장음을 선호하며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들을 원근감이 정확히 표현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Eiji Oue / Minnesota Orchestra - Vocalise

Rachmaninoff : Symphonic Dances

 

사실 이런 원근감은 사운드스테이징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되는 개념이지만 각각의 악기가 정밀한 위치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정위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연주자들이 나를 향에 바짝 붙어서 연주하는가 아니면 멀리 떨어져서 연주하는가에 관한 문제며 개인의 취향이나 음악 장르 등에 따라서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면 무조건 원근감이 깊게 표현되는 쪽을 선택한다.

 

특히 클래식 음악, 대편성 교향곡에서 원근감이 깊게 형성되지 않으면 상당히 평면적이고 무덤덤하게 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라흐마니노프 ‘Symphonic dance’를 감상해보자. 이 앨범을 녹음한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키스 존슨 박사는 약간 멀리 그리고 높은 곳에서 오케스트라를 조망하면서 듣는 듯한 원근감 표현을 잘 살려내기로 유명하다. 멀리 위치한 악기에서부터 앞으로 전진하는 듯한 느낌의 타악과 무대 깊은 곳에서 힘차게 뻗어 나오는 관악들이 얼마나 전/후 거리감을 가지고 표현되는지 주목해보자.

 

 

크리티컬 리스닝

 

 

 

 

최근 들어 여러 매체를 통해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해 발표하곤 한다. 특히 헤드폰 분야에서는 이런 측정치들을 마치 종교처럼 믿는다. 그러나 완벽히 평탄한 주파수 응답특성을 보여주는 오디오가 모든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주진 않는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너무 과도한 피크(Peak)나 딥(Dip)이 생겨서는 곤란하지만 허용범위 안에서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일 때 그것이 그 스피커의 개성이고 매력이 된다. 또한 거의 유사한 주파수 응답 특성과 대역 밸런스를 가진 스피커 사이에서도 동일한 공간에서 매우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한다. 청감상 어떤 소리가 더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지 또는 어떤 밸런스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크리티컬 리스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어야 자신이 선호하는 소리에 빠르고 손쉽게 도달할 수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