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연주와 내부에 담긴 컨텐츠의 표현력을 넘어 소리의 물리적 촉감과 현장감 등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을 우리는 오디오파일이라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음향 관련 종사자들과 평론가, 오디오파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에 천착해 어떻게 하면 좋은 음질을 낼 수 있을지 연구했다. 때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용해 출력단 또는 공간의 어쿠스틱 음향 특성을 측정, 보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질은 주관적인 인지 특성으로 인해 여전히 각 오디오파일의 주관에 의지하는 측면이 많다. 아마도 향후 AI, 즉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초인간적인 데이터 분석과 추론을 달성하더라도 리스닝 부분은 결국 인간의 영역 안에서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표와 기의를 통한 음질 테스트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각 기준에 따라 어떻게 소리를 눈에 보이듯 상세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언어는 창(Window)이면서 동시에 벽(Wall)으로 기능하므로 언어로 표현된 음질을 실제 테스트해보기 좋은 고음질 명만들도 첨부한다. 이 기회를 통해 여러분의 오디오 시스템이 어떤 소리의 좌표 영역 안에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앞으로 어떤 소리의 세계로 나아가야할지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 주파수 대역별 특성
새로운 오디오를 구입하면 처음 테스트하는 것이 각 대역별 특성이다. 리뷰를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각 대역별 특성 그리고 각 대역이 어떤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테스트한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파악하고 나면 해당 오디오의 특성은 머릿속에 금세 굳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처음 새로운 오디오를 접했을 때 굳어진 생각은 좀처럼 변하지 않으며 때로는 편견으로 깊이 자리 잡는다. 따라서 정확하고 확고한 기준 하에 오디오를 테스트하지 않을 경우 그 이후의 모든 매칭이나 액세서리 적용은 무주공산이 되어 버린다.
우리가 재생음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가청 영역대 소리는 총 열 개 옥타브로 구성되어 있다. 가청 주파수 대역을 최소 20Hz에서 최대 20kHz로 가정할 때 아래처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역간 구분을 청감상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포칼에서 과거 출시했던 박스셋 중 각 주파수를 구분해 들려주는 트랙들이 삽입되어있으니 구해서 한 번 테스트해볼 필요가 있다.
- 고역
우선 고역을 테스트해보자. 고역은 가장 민감한 대역이다. 소리를 인지할 때 가장 큰 변별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며 특히 스피커를 통한 재생음의 기준 중 여전히 계속해서 커다란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분야다. 대게 20kHz 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인간에게 그 이상 초고역 재생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실제 악기 소리를 그렇게 산술적으로 간단히 재단할 수 없다. 악기 재생음은 기음을 기준으로 그보다 몇 배 상위 대역까지 주파수가 뻗어나가며 그 상위 대역이 때때로 우리의 가청영역 주파수 대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의 자격 요건 중 고역 재생 한계와 재생음의 품질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포칼 베릴륨을 비롯해 현재는 스캔스픽에서도 베릴륨을 사용한 유닛이 출시되어 질감과 해상도라는 양날의 검을 양립시키고 있다. 이 외에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에소타 등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유닛이 계속해서 진화중이다. 오디오의 고역이 뛰어날 경우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지며 같은 음악이라도 상쾌하고 화사하게 들린다. 반대로 고역이 제대로 뻗지 못하고 롤오프가 심할 경우 짓눌려있는 듯 먹먹하고 어둡게 그리고 무덤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역 테스트 추천 앨범 – 얀 구나르 호프 [Living]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얀 구나르의 솔로 데뷔작. 북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미니멀 표현양식 위에 펼쳐놓고 있으며 특히 동명 타이틀 트랙은 고역 표현력을 테스트하기 좋다. 고역으로 펼쳐지는 잔향의 양감과 순도가 시스템마다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띤다.
- 중역
높은 중역과 낮은 고역이 교차하는 약 1~3Khz 구간은 인간의 청감상 가장 예민한 대역이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듣기 시작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부터 그 기원이 시작된다. 대화의 대상도 여성이던 남성이던 사람이며 대게 중역과 고역의 일부분으로 구성된 주파수 대역 안에서 소리를 낸다. 물론 고역 특성이 오디오에 있어서 제품 품질의 화룡점정으로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섬세한 중역 재생 능력이 뒷받침될 때 최종적인 재생음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
악기들의 주파수 대역을 살펴봐도 모두 중역대를 완전히 벗어나는 악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역에 걸쳐 있으면서 어떤 악기는 저역 쪽에 많은 성분을 가지고 어떤 악기는 고역 쪽 옥타브에 더 많은 소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제시한 표를 참조하면 중역 테스트를 위해 보컬 이외에 어떤 악기들의 녹음을 집중해서 들어보아야 할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컬과 피아노 외에 기타 그리고 알토 섹소폰, 오보에, 플륫 등을 테스트해보는 편이다. 대게 중역 재생력이 뛰어날 경우엔 부드러우면서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온기가 느껴지면서 때로 약간 달콤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반대로 중역 특성이 좋지 않은 경우 딱딱한 느낌이 지배적이며 바싹 마른 나뭇잎처럼 메마르고 파삭한 소리를 내기 일쑤다.
필자는 리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대역을 하나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중역이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이 대역은 모든 악기와 보컬이 동시에 걸쳐있고 그 지분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얘기해 중역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그 외에의 대역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다. 이 때문에 오랜 세월을 거치며 고역 성능이 꽤 많이 손상된 빈티지 스피커들도 현재까지 오디오파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중역 테스트 추천 앨범 – 웅산 7집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7집으로 수록곡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I love you’등이 중역을 테스트하기에 제격이다. MQS 고해상도 음원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최초 HQCD로 출시되어 고음질을 자랑한다.
- 저역
저역은 시스템의 기둥과 같아서 저역이 부실하면 기둥이 연약해 집이 지반 위에서 굳건히 버티지 못하듯 든든한 지지기반이 사라지고 거대한 스케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저역은 스피커의 형태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간단히 예를 들어 스탠드마운트 타입 북셀프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는 그 형태에서 스탠드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느냐 바닥에 설치하고 듣느냐로 구분한다.
그러나 주파수 응답 특성을 통해 구분되기도 한다. 대게 40~50Hz정도 이하 저역을 재생하지 못하는 북셀프에 비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의 경우 40Hz이하 초저역을 재생할 수 있는 모델이 많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북셀프 형태면서도 초저역 재생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면서 초저역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청 전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는 거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들이다.
중역과 고역이 교차되는 지점의 소리를 헷갈려하기 쉬운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낮은 중역을 저역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한편 초저역은 귀로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초저역은 단지 귀가 아니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역이다. 저역을 테스트하고 싶을 경우엔 기본적으로 피아노나 파이프 오르간, 콘트라베이스 또는 팀파니, 더블베이스 등의 녹음이 포함된 음악을 중점적으로 들어보길 권한다. 더불어 모든 대역을 자유자재로 재생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에서도 이런 저역을 더 강력하게 즐길 수 있다.
*저역 테스트 추천 앨범 - 막스 리히터 ‘Sleep’
‘바쁜 현대인들의 자장가’라는 컨셉 아래 녹음된 막스 리히터의 실험작. ‘Dream 1’은 느린 템포 아래 폭넓은 대역을 오가며 가슴을 타격한다. 특히 초저역 재생시 리스닝 룸 안에 진동하는 부분을 주목하고 공진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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