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에서 리스닝 룸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룸 어쿠스틱에 대해서 많은 정보들이 있고, 생소한 전문용어와 각종 측정 장비가 이용되기도 합니다. 사실 룸 어쿠스틱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은 빈방에서는 심한 울림으로 음악은 커녕 대화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방안에 있는 가구들, 소파라던가, 탁자, 책장, 카페트 등이 놓여지면 울림이 사라지며 충분히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이번 칼럼은 우리가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때, 룸에서 발생하는 각종 반사음의 특성과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무엇이며,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룸 어쿠스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잔향(Reverberation) / Flutter Echo / 정재파( Standing Wave)
룸 어쿠스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용어는 알고가야 합니다. 잔향과 플러터 에코, Standing Wave(정재파) 입니다.
잔향은 벽에서 연속해서 발생하는 반사음을 말하며, 플러터 에코는 마주 보는 벽면에서 반복해서 반사되는 것으로, 좁은 공간에서의 플러터 에코는, 특정 주파수대의 왱왱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정재파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특정주파수대의 강조(Peak)와 감쇄(Dip)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오디오를 하는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부밍"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음의 반사 (Sound Reflection)
과도한 잔향, 플러터 에코와 정재파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평행한 두 벽의 “음의 반사" 때문입니다. 룸에서 들리는 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스피커에서 나오는 직접음이 있을 것이고, 옆벽에서 반사되는 음이 있을 것이며, 앞벽, 뒷벽에서 반사가 됩니다. 천장과 바닥에서도 1차 반사음이 청취차에게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직접음과 많은 반사음을 같이 듣게 되는데, 저 반사음은 1차 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반사음을 만들어, 울림이 만들어지게 되고, 음이 뒤섞이게 되며 매우 소란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흡음과 분산
저 반사가 일어나는 지점에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반사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음의 흡음과 분산을 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흡음은 음을 흡수해서 반사에너지를 줄이는 것이고, 분산은 들어온 음을 여러방향으로 분산시켜 에너지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분산 위주의 2채널 오디오 룸
흡음 위주의 홈시어터 룸
그럼 흡음과 분산 어느것이 더 중요할까요? 만일 2채널 위주의 리스닝 룸이라면 흡음은 최소화하고 분산을 잘 시켜줘서 적당한 딜레이 타임을 만들어줘야 하며, 멀티채널 홈 씨어터 룸이나 팝 음악 위주로 음악을 듣는다면 흡음을 좀 더 신경써서 약간 데드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타공보드 / 흡음재 / 목모보드
주변에 오디오 리스닝 룸을 만든다고 일반적인 건축용 음향자재인 흡음재나 목모보드, 타공패널 등을 오디오 룸에 시공하는 경우를 봅니다. 이러한 건축용 흡음재 들은 강당 등 큰 공간에서 플러터 에코 등 반사음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건축자재로, 만일 이러한 흡음재를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와 같이 일반적인 건축용 흡음재는 300Hz 이상 대역을 다 흡음하여, 중역은 물론 고역까지 전부 흡음을 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룸이 매우 데드해져 아무리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도 메마르고 답답한 소리가 나버리게 되어버립니다.
오디오용 룸에는 흡음재라 하더라도 1차 반사지점에는 흡음대역이 위 그래프처럼 중역대만 흡음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흡음과 분산을 동시에 해주는 제품도 있으며, 흡음과 분산의 비율이 제품에 따라 다양하게 있어서 설치위치와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벽면체별 룸 어쿠스틱 방법
그럼 각 벽면체 별로 흡음과 분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흠음과 분산재를 놓아야 할 위치이다. 빨간색은 전대역 흡음재, 보라색은 일부대역 흡음만 하는 흡음재, 파란색은 분산재를 의미합니다. 초록색은 방의 정재파를 줄여줄 베이스 트랩이 놓여질 위치입니다.
먼저 흡음재가 놓여질 위치로 천장의 코너는 흡음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앞벽 일부와 스피커 옆벽은 흡음위주의 처리를 해주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옆벽은 스피커와의 거리가 가장 근접해있으며, 청취 위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강한 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흡음처리를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분산은 앞벽과 천장에 해주면 되며 청취자 뒷벽도 분산을 해주면 좋습니다.
앞벽은 1차 반사 뿐만아니라 2차반사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1차로 반사된 음이 옆벽에서 2차 반사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앞벽에는 넓은 면적에 룸튜닝재를 배치 해줘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양쪽에 분산재를 넣고 가운데에 흡음재를 놓거나 양쪽에 흡음재 가운데에 분산재를 놓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체 흡음재를 하거나 분산재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분산재 위주로 하면 맑고 크리스피한 고역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흡음/분산재 위주로 하면 정숙하고 부드러운 음을 만들어줍니다.
천장의 어쿠스틱 처리의 목적은 천장을 높여주기 위함으로, 자연스러운 홀톤을 만들어줍니다. 코너에는 방 안의 정재파를 감쇄시켜 저역 공진을 줄여주는 베이스 트랩 등을 놓아주면 됩니다.
대역별 룸 어쿠스틱
주파수 대역은 저역, 중역, 고역으로 나뉩니다. 대역별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룸튜닝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반사가 가장 잘되는 중역대는 흡음을 해줘야 하며, 미약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고음은 적절한 분산을 해줘야 되고, 파장이 너무 커서 흡음이나 분산이 어려운 저역은 베이스 트랩으로 저역 에너지를 상쇄시켜줍니다.
룸 어쿠스틱 모델링
그럼 가장 일반적인 룸 어쿠스틱 모델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도면은 하이파이클럽에서 오디오 룸 어쿠스틱 시공시 설계하는 도면을 활용하여 설명합니다.
오디오쪽 코너 양쪽에 베이스 트랩을 설치하여 룸의 정재파를 없애줍니다.
앞벽에는 흡음재와 분산재가 설치되어 있고, 양쪽에 분산재를 놓고, 가운데 흡음재를 놓은 구조입니다.
옆벽에는 흡음재를 놓습니다. 저 흡음재를 일정한 간격으로 더 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뒷벽에도 분산재를 놓으면 사운드 스테이지가 더 깊어지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천장에 분산재를 설치하여 사운드 스테이지 높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천장 분산재를 설치할 때 주의할 점은 위치로 천장의 1차 반사지점이 아니라 스피커가 놓인 위치부터 설치해야 자연스러운 사운드 스테이지 높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장 전체에 놓는 것보다 저렇게 좌우 채널로 떨어뜨려 놓는 것이 채널 분리도에 더 좋습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표본으로 한 룸 어쿠스틱의 예 - 목적, 환경에 따른 고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룸 어쿠스틱은 룸의 구조와 환경 및 용도에 따라 다르게 설계될 수 있습니다.
메인홀
앞벽에는 흡음재와 분산재를 섞어서 쓰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흡음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하이파이클럽 메인홀은 시청회를 할때 많으면 50명까지 사람들이 모이며, 사람의 몸은 룸 어쿠스틱 관점에서 보면 매우 큰 흡음재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모일경우를 고려하여 흡음없이 최대한 라이브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 두 사람이 있을때 소리가 이상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어쿠스틱한 음을 위하여 적당한 딜레이 타임을 만들어 준 룸 어쿠스틱입니다.
스피커 옆벽은 타공패널과 내부 충진용 흡음재를 이용하여 흡음처리를 했습니다. 타공패널은 저렇게 부분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천장에는 사이드에 흡음재를 설치하였습니다. 건축용 흡음재로 스웨덴에서 생산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음역대의 흡음이 너무 높아 표면에 페인트를 칠해서 초고음역은 반사를 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시청실 1
시청실 1은 약 13평 규모의 멀티채널 겸용 시청실입니다. 2채널 시스템도 메인으로 틀어야 하고, 역시 사람이 많이 앉으면 20명 이상 앉기 때문에 좀 더 라이브한 환경으로 튜닝했습니다.
최대한 심플한 인테리어를 컨셉으로 해서 앞벽에 카이저 어쿠스틱 분산재만을 설치하였고, 천장에는 천장용 분산재를 설치하였지만 옆벽에는 별도의 룸튜닝재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벽 안쪽에 룸튜닝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벽지 마감을 한 옆벽에는 이제 단종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지만 야마하 조음패널이 약 20장 넘게 매립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시청실1은 룸 어쿠스틱을 위하여 룸-인-룸 공법으로 룸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룸을 만들어 모든 벽에 공기층을 두어 시공을 하여 매우 뛰어난 룸 어쿠스틱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차음효과와 저역이 매우 좋아집니다. 시청실1의 저역이 깨끗하게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청실 2
시청실2는 최근에 스틸포인트 어퍼츄어 튜닝재를 설치하였습니다. 어퍼츄어는 하나의 패널이 흡음과 분산, 공명 기능으로 저역의 공진을 잡아주고, 중.고역은 분산을 시켜주는 기능을 가진 룸튜닝재로, 심플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매우 뛰어난 음향특성을 만들어줍니다.
시청실 3
시청실3은 표준 모델링과 가장 유사하게 룸 어쿠스틱을 해놓은 방입니다. 코너에 베이스트랩, 전면에 흡음과 분산, 옆벽에 흡음, 천장에 분산재로 가장 이상적인 오디오파일 전용 리스닝 룸을 만들어놓았습니다.
룸 어쿠스틱의 주의할 점
그럼 룸 어
쿠스틱 시공시 주의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흡음재나 분산재 위주의 같은 재질의 마감재로 리스닝 룸 전체나 한 면을 시공하면 안 좋습니다. 만일 이 그림에서처럼 모두 흡음재로 마감했다면 매우 데드한 공간이 만들어져 답답한 소리가 나게 됩니다.
룸 튜닝재 부착위치가 잘못된 경우입니다.
전면 룸 튜닝재는 1차 반사지점부터 설치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1차 반사지점에 흡음/분산재를 설치해야 합니다.
천장을 분산재로 도배를 한 경우입니다. 천장에서의 잔향이 많아져서 과한 울림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정숙도와 분리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분산재의 위치가 잘못된 경우 입니다. 코너에 무엇인가를 해줘야 한다고 저렇게 코너쪽이나 오디오 시스템 위쪽에 분산재 사용은 얼핏 들으면 에어리해진 것 같지만 음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오히려 저 위치에는 흡음재가 더 좋습니다.
이상으로 룸 어쿠스틱 기본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디오에서 룸 어쿠스틱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공간의 음향 특성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아무리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갖다놓아도 공간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룸 어쿠스틱으로 좋은 음향 공간을 만들어 즐거운 오디오 생활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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