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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텐과 밍거스 시리즈
마르텐(Marten)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사다. 1998년 설립 때부터 독일 아큐톤 유닛을 적극 사용해오다 최근 들어서는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베릴륨 미드레인지를 직접 설계해 커스텀 제작하고 있다. 현행 라인업은 플래그십 콜트레인(Coltrane), 밍거스(Mingus), 파커(Parker), 오스카(Oscar) 시리즈로 구성됐다. 재즈 뮤지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설립자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이 재즈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밍거스 시리즈는 라인업상 서열 2위이지만 역사는 가장 오래 됐다. 1998년 마르텐 데뷔작이 아큐톤 세라믹 트위터와 미드우퍼를 채택한 2웨이 Mingus이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에 2웨이 Mingus 2, 2002년에 2웨이 Mingus 3, 2016년에 3웨이 Mingus Quintet, 2018년에 Mingus Twenty, 2019년에 4웨이 Mingus Orchestra, 2022년에 3웨이 Mingus Quintet 2, 2023년에 이번 시청기인 4웨이 Mingus Septet이 나왔다.
Mingus Septet 팩트 체크
밍거스 셉텟
밍거스 셉텟은 전면에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3인치 베릴륨 하이 미드레인지, 7인치 세라믹 미드우퍼, 8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 2개, 후면에 10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패시브 우퍼 2개를 단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투입한 유닛이 총 7개여서 셉텟(septet)이라는 말이 붙었다. 마찬가지로 동생 모델 Mingus Quintet 2는 유닛이 총 5개라서 퀸텟(quintet)이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 대표에게 물어보니 “밍거스 셉텟은 밍거스 오케스트라와 밍거스 퀸텟 2 사이의 큰 갭을 메우기 위해 개발됐다”고 한다. “전에는 그 사이에 밍거스 트웬티가 있었지만 그 제품은 마르텐 설립 20주년 한정판이어서 판매가 끝났다”는 답도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첫 제품이 들어오자마자 팔리는 바람에 방한한 올로프슨 대표도 실물 구경은 못했다. 시청기는 내부 배선재를 요르마 스테이트먼트 케이블을 쓰고 네트워크 부품을 고급화한 스테이트먼트 에디션이다.
스펙을 살펴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4옴(최저 2.7옴), 감도는 88dB, 주파수응답특성은 +/-2dB 기준 23Hz~40kHz에 달한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00Hz, 800Hz, 6kHz로 마르텐이 애정해마지않는 1차 오더로 설계했다. 인클로저는 두께 25mm~40mm의 파이버보드, 상하판은 매트 월넛이나 매트 오크의 우드, 바인딩 포스트는 WBT Nextgen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썼다. 스테인레스 스틸 스탠드는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아이솔레이터가 4점 지지한다. 사이즈(WHD)는 33.5cm x 126cm x 46cm, 무게는 개당 95kg.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 6kHz~40kHz
밍거스 셉텟에서 먼저 짚어볼 것은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다. 밍거스 오케스트라나 밍거스 퀸텟 2만 해도 0.75인치 아큐톤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커스텀해서 썼었는데 이번에는 마르텐이 처음부터 직접 설계 디자인해 외주 제작을 맡겼다. 이는 3인치 베릴륨 하이 미드레인지도 마찬가지여서, 이렇게 되면 제작자의 의도나 브랜드의 사운드 시그니처가 보다 잘 반영될 수밖에 없다. 2024년에 나온 콜트레인 퀸텟 역시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베릴륨 하이 미드레인지, 카본 미드우퍼를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다.
밍거스 셉텟의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6kHz부터 40kHz라는 초고음까지 플랫하게 낼 수 있는 것은 진동판으로서 다이아몬드의 탁월한 물성 덕분. 무게 대비 경도가 세라믹에 비해 5배나 더 높은 수준이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는 최적이다. 열 전도율도 높아 트위터 보이스코일의 뜨거운 열도 잘 발산할 수 있다. 참고로 콜트레인 퀸텟의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6kHz~60kHz, 밍거스 퀸텟 2의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4kHz~100kHz를 커버한다.
3인치 베릴륨 미드레인지 : 800Hz~6kHz
베릴륨 미드레인지
최근 마르텐에 부는 혁신의 핵심은 두툼한 벌집 모양 그릴 안에 숨은 3인치 베릴륨 돔 하이 미드레인지 유닛이다. 이번 시청기인 밍거스 셉텟이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2024년에 콜트레인 퀸텟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 대표도 밍거스 셉텟의 가장 큰 특징으로 베릴륨 하이 미드레인지를 꼽았다. “세라믹 유닛보다 물성이 가볍고 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주며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호흡도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릴륨은 무게가 알루미늄의 3분의 1에 그쳐 진동판이 빨리 움직여야 하는 고음 재생에 유리하다. 또한 철보다 강도가 높아 공진이 적고, 열 전도율도 높아 보다 안정적인 재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베릴륨 진동판 사이즈를 3인치로 늘린 점이 대단하다. 밍거스 셉텟의 베릴륨 유닛이 800Hz~6kHz라는 광대역을 커버하는 배경이다. 이로써 밍거스 셉텟은 사람 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음(C5 523Hz부터 C7 2kHz까지)과 높은 중음(C7 2kHz부터 C8 4kHz까지), 일부 고음(C8 4kHz 이상)을 크로스오버 포인트 없이 낼 수 있게 됐다.
7인치 세라믹 미드우퍼 : 200Hz~800Hz
세라믹 미드우퍼
7인치 세라믹 미드우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200Hz~800Hz라는 너무나 익숙한 중저역대를 이 유닛이 홀로 커버하기 때문이다. 오선지의 낮은 도(피아노의 C4)가 262Hz, 오선지의 높은 도(피아노의 C5)가 523Hz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 목소리와 노래는 바로 이 7인치 세라믹 미드우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바리톤은 87~349Hz, 메조 소프라노는 110~880Hz, 테너는 130~523Hz, 소프라노는 262~1047Hz를 낸다.
8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 10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패시브 우퍼 : 23Hz~200Hz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
밍거스 셉텟의 저음을 책임지는 것은 커스텀 사양의 아큐톤 알루미늄 샌드위치 유닛 5개다. 가운데에 벌집 모양의 허니콤 코어를 두고 앞뒤에 얇은 알루미늄을 붙였다고 해서 알루미늄 샌드위치 유닛이다. 진동판과 바스켓을 잡아주는 서라운드가 보이지는 않는 점도 특징인데, 전면의 8인치 유닛 2개는 보이스코일과 마그넷이 들어간 우퍼, 후면의 10인치 유닛 2개는 보이스코일과 마그넷이 없는 패시브 우퍼다.
알루미늄 샌드위치 패시브 우퍼
이처럼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대신에 패시브 우퍼로 저음을 튜닝하는 것 역시 마르텐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2014년 콜트레인 슈프림 2 때부터 이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밍거스 셉텟의 경우 패시브 우퍼 2개가 23Hz~40Hz 대역을 책임진다.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보다 저역을 보다 잘 컨트롤할 수 있다.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은 음량마다 그 퍼포먼스가 달라지지만 패시브 우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 대표의 설명이다.
인클로저와 상하판 우드
상판 우드
밍거스 셉텟의 인클로저는 두께 25mm~40mm의 파이버 보드(fiber board)로 만들어졌다.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 대표에 따르면 파이버 보드는 MDF보다 밀도가 높으며 그 안에 댐핑 매트가 들어있다. 짐작으로는 유닛 5개를 잡아주는 전면이 가장 두꺼울 것 같지만 양 측면이 40mm로 가장 두껍다. 참고로 콜트레인 시리즈는 20mm~25mm 카본과 우드, 파커 시리즈는 30mm M보드, 오스카 시리즈는 25mm 파이버보드를 쓴다.
또 하나 밍거스 셉텟 외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밍거스 오케스트라처럼 상하판에 매트 월넛이나 매트 오크, 매트 지브라노 같은 우드가 투입됐다는 것. 이는 스피커 외관을 보다 좋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스피커에서 발생한 진동이나 공진을 댐핑시키려는 목적도 크다. 밍거스 셉텟에는 인클로저와 우드 사이에 두꺼운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투입돼 댐핑 특성을 더 강화한 모습이다.
아이소 어쿠스틱스 아이솔레이터
4점 지지 아이소 어쿠스틱스 아이솔레이터
끝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경면 마감의 스테인레스 스틸 밑에 4점 투입된 아이소 어쿠스틱스의 두툼한 아이솔레이터다. 진동 소멸 효과가 워낙 커서 스피커 뿐만 아니라 앰프 등의 아이솔레이터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 대표는 “6년 전에 처음 테스트했는데 기존 아이솔레이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무대배경이 견고해져 깜짝 놀랐다. 전체적인 퍼포먼스가 25% 정도 개선되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말했다. “저역이 윤택해지고 보다 잘 컨트롤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청음
밍거스 셉텟
밍거스 셉텟 시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더하이파이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시스템은 eMM랩스 DA2i, 소울루션 727 프리앰프, 701 모노블럭 파워앰프, 스피커케이블은 요르마 스테이트먼트를 동원했다. 음원은 룬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The Wellermen - Hoist the Colours (The Wellermen)
첫 무대가 펼쳐지는 순간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대가 시청실 뒷벽을 뚫고 넘어가버린 것이다. 이는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힘이기도 하지만, 후면 패시브 우퍼와 내부 정재파를 줄인 인클로저 덕분이기도 하다. 또한 편안하면서도 강력한 저음의 파워도 장난이 아닌데, 한마디로 위엄과 권위가 가득한 저음이다. 얇거나 가볍거나 촐랑거리지 않는다. 몸에 와닿는 타격의 면적도 상당히 넓다. 역시 8인치 우퍼 2발답다. 다이아몬드와 베릴륨이 빚어낸 중고음은 예상한 대로 개운하고 맑다.
Suzie LeBlanc - Abendempfindung, K.523 (Mozart: Lieder)
첫 곡은 중저음 위주의 보컬곡이었고 이번에는 일부러 소프라노 곡을 골랐다. 역시 맑고 입자가 곱다. 특히 소프라노 목소리가 상당히 깨끗하게 들리는데 이는 전적으로 3인치 베릴륨 돔 하이 미드레인지의 공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상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재생 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히 곡을 들을수록 베릴륨 유닛의 존재감이 커져만 간다. 가만히 있는데도 그냥 음이 술술 빠져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들었던 여느 밍거스 시리즈 스피커보다 SN비에 있어서는 이번 밍거스 셉텟이 원톱이고 그 일등공신은 베릴륨 유닛이라고 생각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Metallica - Enter Sandman (Metallica)
밍거스 셉텟의 저음은 독특하다. 낮고 묵직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사납게 날뛰지도 않는데 에너지가 가득하고 단단하며 곧다. 이는 단언컨대 후면 패시브 우퍼 덕분. 음을 꾹꾹 눌러 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 음 한 음이 정확하게 들리는 것은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가 그만큼 잘 달리고 잘 멈춘다는 증거다. 다른 진동판이었다면 이렇게 야무지고 빠른 저음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Stan Getz, Charlie Byrd - O Pato (Jazz Samba)
스피커가 내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무대의 높이인데 높이 126cm의 밍거스 셉텟이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첫 음이 나오는 순간 필자의 시선이 저절로 위로 올라갔을 정도다. 여기에 악기들의 음상이 시청실 뒷벽 가운데 음향판에 핀포인트로 맺히니 그야말로 현장에서 흥겨운 재즈 캄보 곡을 듣는 것 같다. 색소폰과 기타 연주가 리얼하게 느껴진 것은 40kHz까지 플랫하게 뻗는 다이아몬드 트위터 덕분. 두 악기의 음색을 결정짓는 고차 배음을 이 트위터가 잘 소화해준 것이다. 이밖에 퍼커션이 전해주는 흥겨운 리듬감은 역시 재즈 마니아가 만든 스피커답다.
Thierry Fischer, Utah Symphony - Mahler Symphony No.1 (Mahler Symphony No.1 Titan)
이런 광대역 스피커를 만났는데 말러 교향곡을 안들어볼 수가 없다. 4악장이 시작되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어디 하나 음이 뭉치거나 무대가 옹색하지 않다는 것. 오케스트라 대편성 악기들이 조금도 앞으로 들이대지 않는 모습도 멋지다. 이 스피커로 들은 팀파니의 기분좋은 타격은 확실히 킥드럼이나 퍼커션은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영역이다. 질감 자체가 다르다. 투티 파트에서 밀려오는 공기의 압력은 필자를 슬쩍 밀어낼 정도로 강력하다.
총평
밍거스 셉텟
고백컨대 마르텐 스피커는 리뷰할 때마다 놀란다. 콜트레인 3가 그랬고 밍거스 오케스트라, 밍거스 퀸텟 2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소리 자체에 기품이 있다. 하나의 음이라도 허투루 재생하는 법이 없다. 이번 밍거스 셉텟은 여기에 스피커 존재 자체를 싹 없애버리는 마법까지 부렸다. 음들이 두 스피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시청실 뒷벽에서, 심지어 천장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이러니 듣는 거의 모든 곡들이 평소보다 짧게 느껴진다. 맞다. 밍거스 셉텟은 마르텐 사운드가 점점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는 완벽한 증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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