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audiolife-/223661829279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예약이 힘들어 매번 기회만 엿봤던 곳, 청계산 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오디움입니다. 순수 오디오만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이 세계에 몇이나 있을까요. 오디오 마니아라면 한 번 쯤은 다녀 오고 싶은 공간이고, 실제로 다녀 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건물 내에 전시된 수많은 기기들도 물론 멋졌지만, 기기에 세심하게 맞춘 것처럼 설계되어 있는 공간 덕분에 더욱 빛났습니다.
건물 외벽은 수많은 알루미늄 파이프로 장식되었습니다. 일본의 건축가인 쿠마 켄고의 작품인데 관람 전 대기실에서 본 영상에 따르면 켄고 씨는 랜덤하게 배치한 다양한 직경과 길이의 파이프, 그리고 알루미늄에 반사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 등을 통해 변화하는 자연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마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같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큰 악기를 형상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바람이 불면 파이프 사이사이를 타고 은은하게 울림이 퍼질 것 같은 형상이었습니다.
외부만큼 건물 내부도 멋지더군요. 외관이 금속 재질로 덮였다면 내부는 주로 목재를 활용해서 온기를 맞추었습니다. 목재 마감도 면을 평평하게 하지 않고 대부분 단차를 두었는데 이건 또 마치 전체가 큰 음향판 같았습니다. 층별, 룸별 안내판 모양까지도 같은 모양이 없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써서 제작한 부분들은 정말로 애착을 가지고 공을 들여 만든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놀라웠던 점은 오디오 시스템에 맞춘 듯한 공간 구조였습니다. 오디움은 도슨트 투어를 하면서 눈으로 기기들을 보는 것뿐 아니라 짧든 길든 해당 시스템을 직접 들어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단순 박물관식 전시와는 다른 점이고요. 1920~30년대 웨스턴 일렉트릭 제품들이 여전히 멋들어진 소리를 들려 주는데요. 제가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경험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오디움에서 들은 몇몇 웨스턴 사운드는 빈티지 오디오라 해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감성에만 의존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제대로 알려 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극장형으로 개발된 기기들인 만큼 확실히 일반적인 규모의 공간에서 재생하는 소리보다는 이렇게 넓고 높은 공간에서 재생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투어의 막바지에 들른 오디움 내 유일한 비음향 기기 전시 공간, 카메라 전시관입니다. 오디오 좋아하는 사람 중에 사진도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 경험상 굉장히 많았는데, 아마 오디움 설립자 분도 그러신가 봐요. 전시된 것만 800여 대 정도 된다는 것 같은데 공간이 모자라서 아직 창고에 더 있는 것들을 꺼내 두지 못하고 있다네요. 여러모로 참 대단합니다.
투어의 마지막은 거대한 홀에서 거대한 웨스턴 스피커로 진행하는 청음 시간이었습니다. 홀 내에 앞뒤로 LP가 가득한데, 약 12만 점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천장과 기둥은 페브릭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사진의 웨스턴 스피커도 오리지널 인클로저를 사용한 굉장히 귀한 기기라고 하고요. 해설사 분의 설명으론 한 대가 약 3,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좌우 두 대면 7,000명인데.. 공간이 매우 넓었음에도 너무나 여유롭게 소리를 가득 채워 줬습니다. 오디움 투어의 하이라이트였어요. 합창 곡을 들을 때에는 저 넓은 정면의 공간에 합창단원들이 일렬로 서서 부르는 듯했는데 와... 이건 정말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투어 전체는 약 12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계속 이동하고, 또 계속 새로운 소리를 들으면서 지루할 줄 모르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들르고 싶은 곳이에요.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습니다. 오디오 마니아 분들이라면 꼭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OneKey 메모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테레오파일] 가격의 사상 지평선 (3) | 2024.11.28 |
---|---|
[스테레오파일] 가격 상승의 소용돌이 (5) | 2024.11.28 |
스피커 사양 이해하기 [TAS] (4) | 2024.11.27 |
스피커 제대로 선택하기 [TAS] (1) | 2024.11.27 |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TAS] (1) | 202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