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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입문자 노트 7 : 스피커의 분류 – 플로어스탠딩 형과 톨보이형

by onekey 2024. 4. 14.

스피커의 분류 – 플로어스탠딩 형과 톨보이형

By AnalogStyle - 2016년 8월 31일

 

플로어 스탠딩형 (Floor Standing Type)

플로어 스탠딩은 말 그대로 바닥에 그냥 놓는 스피커를 총칭하는 말이다. 물론 트집을 즐겨 잡는 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스피커도 바닥에 그냥 놓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대비하여 정의를 좀 변경하면, 메이커가 사용자가 바닥에 그냥 놓을 것을 예상하고 설계한 스피커라는 것이 좋은 정의가 될 수 있겠다.

 

탄노이는 창립이래로 고품위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를 개발해왔다. 사진은 탄노이의 플래그쉽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그 중에서도 최신 버전인 GR이다.

 

아마도 많은 애호가들에게 있어 커다란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꿈의 세계’에 속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렇다. 실연을 방불케하는 대음량, 깊고 넓은 저역의 풍성함, 가슴을 ‘실제로’ 두드리는 풋드럼의 어택 같은 것을 제대로 맛보고 나면, 작은 스피커들은 왠지 간지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있어 커다란 스피커는 ‘꿈’으로만 남는다. 가격은 둘째쳐도, 넓은 리스닝 공간을 마련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거실이 넓다고 하더라도 공동주택이라면 쓸모가 없다. 소리를 조금만 올리면 바로 인터폰에 불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스피커들은 ‘별로 크게 듣지 않았는데도’ 아랫집에서 항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북셀프 스피커는 ‘크게 들은 것 같은데도’ 예상밖으로 아랫집이 조용한 경우가 많다. 이는 아랫집으로 전달되는 소리(벽을 사이에 둔 옆집도 마찬가지다)가 낮은 저역 성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며, 북셀프 스피커보다 대형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의 저역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우퍼가 대형이고, 우퍼에서 나온 저음이 바닥에 필요이상으로 반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클로저에서 우퍼가 바닥에서 충분히 떨어진 지점에 설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만일 우퍼가 바닥에서 5~10c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면 바닥에 카페트를 깔거나 각목이나 벽돌 같은 것으로 스피커를 살짝 들어 올려 저음의 지나친 울림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JBL의 대형 플래그쉽 66000. 바닥과 상당히 떨어진 우퍼의 위치에 주목. 저역이 바닥에서 지나치게 반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우퍼의 위치를 높여 놓았다. 4355나 4344같은 스피커들은 우퍼가 바닥과 가까우므로 카페트를 깔거나 10cm 정도 들어 올려주는 것이 좋다.

 

플로어 스탠딩 중 인클로져 앞면 배플이 넓고, 앞면 배플에 덕트가 뚫려 있는 제품들은 북셀프에 비해서 뒷 벽과의 거리에 민감하지 않다. 그래서 벽에 바짝 붙여 두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음량을 울릴 것이므로 주위의 반사에는 역시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특히 낮은 저역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는 굉장해서 음악을 들을 때 조명이나 가구, 창문 등이 떨리는 경우도 많다.

 

한편 넓적한 대형 스피커들은 유닛 주변의 배플에 의한 반사 때문에 음량은 풍부할지 몰라도, 음장을 정교하게 재생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대형 스피커들은 유닛을 다수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위에는 고역, 아래로는 저역 유닛들이 배치되므로 가까운 곳에서 들을 경우 똑같은 피아노에서 나는 음인데 오른손은 위에서 왼손은 아래에서 들리는 등 부자연스러운 음이 될 수 있다.

 

즉 대형 스피커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이 커서 (포화되거나 지나친 반사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고음과 저음을 위화감 없이 들을 수 있도록 – 듣는 이가 충분한 청취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만일 공간이 충분히 넓어서 양 스피커 사이를 충분히 떨어뜨릴 수 있고 주위에 충분한 공간을 둘 수 있다면, 그리고 청취자도 충분히 떨어져서 들을 수 있다면, 대형 스피커로도 어느 정도의 음장을 재생할 수 있고, 대형 스피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될 것이다.

 

오래 전 최고의 극장용 스피커로 군림했던 알텍 A4. 스크린 뒤에 숨어서 엄청난 스케일의 음을 들려주었다. 가정에서 쓰기에는 지나치게 크기지만, 공간만 된다면 울려보고 싶은 애호가들이 많을 것이다.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의 대부분은 바닥에 스파이크와 같은 지지 도구들이 장착되어 있다. 메이커에서 권장하는대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변경하게 되면 소리가 변화한다. 스파이크는 (바닥의 성질에 따라 변하지만) 대체로 저음의 양감을  조여주며, 고무류는 살짝 부풀리게 된다. 또한 바닥이 약해서 울릴 경우는 스피커 아래에 넓은 석판 같은 것을 깔아주는 것이 좋고, 이 경우에도 석판만 깔지 말고 바닥과 석판 사이에 방진 고무 등을 받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받침들은 모두 재질이나 형상에 따른 특성이 모두 다르니 직접 실험해보도록 하자. 또한 카페트와 같이 물렁한 재질이라면 스파이크를 사용해서 바닥에 확실히 접촉하게 해야 한다. 스피커가 불안정하게 설치되어 흔들거린다면 결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골드문트 같은 메이커는 스피커나 앰프가 바닥에 확고하게 접촉되는 지점을 전기의 접지처럼 생각하여 ‘메카니컬 그라운드(Mechanical Ground)’ 방식을 고안해냈는데, 특히 진동을 일으키는 스피커에서 베이스의 확고한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

 

한편 클립시 혼이나, 바이터복스, EV 패트리션처럼 오래된 대형 스피커를 보면 뒤가 뚫려 있어서, 저역이 벽에 반사되어야만 제 소리를 내는 것들도 있다. 우퍼의 뒷면에서 나온 음을 구부러진 혼을 통해 증강하며 리스닝 룸의 구석에 반사되어 앞으로 나오는 것이다. 즉 리스닝 룸의 구석은 혼의 일부가 되므로 소리의 반사가 잘 일어나도록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고, 울리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코너에 설치해야 하므로 코너형 스피커로 분류하기도 한다. 부득이 벽에서 띄어 놓아야 하는 경우에는 두꺼운 합판 같은 것으로 코너를 만들어 주어야 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코너형 스피커는 스피커의 뒤가 뚫려 있어 저역이 뒷벽과 반사되어 증강된다. 즉 코너의 벽면이 혼의 일부로서 동작하므로 단단한 구석에 설치해야 한다. 사진은 아직도 현역으로 생산되는 클립쉬 혼.

 

 

톨보이형 (Tall Boy Type)

톨보이도 바닥에 그냥 놓을 수 있으므로 플로어 스탠딩 타입이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톨보이는 소형 북셀프 스피커 정도의 크기에, 키만 크게해서 바닥에 놓을 수 있는 스피커들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고, 플로어스탠딩은 넓적한 인클로저를 갖고 바닥에 놓는 스피커를 총칭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실 규정된 용어도 아니고, 명확한 정의 역시 나와 있지 않은 만큼 적절히 가려 사용하면 된다.

 

요즘에 AV시스템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가정에서 스피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예전에는 스테레오용으로 2개의 스피커면 충분했지만 요즘엔 최소 5.1채널에서 9.1채널까지도 사용하므로 스피커가 많이 필요하다. 4344같은 스피커를 일반적인 거실에 4대 들여 놓는다고 생각을 해보자. 아마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가족들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불평할 것은 뻔한 일이다. 더구나 거실 중앙에 대형 화면이라도 설치한다면… 이 때의 대안은 톨보이와 북셀프 밖에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톨보이 형 스피커는 본격적인 AV의 보급 전에도 있었다. 톨보이형 스피커는 소형 북셀프 스피커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인클로져의 용적을 크게 할 수 있으므로 저음 재생에 유리하다. 중저역 유닛을 트위터의 위 아래에 설치한 ‘가상 동축형’과 같은 레이아웃을 취할 수 있으므로 점음원으로 만들기 쉽고, 그리 크지 않은 저역 유닛을 여러 개 사용함으로써 저역의 양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피커 스탠드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며, 바닥 면적이 크지 않으므로 좁은 주거 환경에도 쉽게 파고 들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을 갖고 있으므로 톨보이 형 스피커들은 현재 스피커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넓적하고 커다란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들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앰피온(Amphion)의 아르곤 7처럼 트위터를 가운데 놓고 미드우퍼를 위아래 배치하면 음원이 트위터 중심이 되며 점음원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를 고안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아폴리토(D’Appolito)의 원리라고 부르며 이렇게 만들어진 스피커를 ‘가상동축형’이라고 부른다. JBL의 K2 시리즈와 같이 대형 스피커에도 적용되었으며, 톨보이 스피커로 만들면 소형 스피커의 점음원 특성과 풍성한 저역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톨보이 형이 대형 플로어스탠딩타입보다 오히려 설치장소를 더 넓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다. 톨보이 형 스피커들은 작은 우퍼를 여러 개 사용해서 우퍼들이 재생하는 저역을 중첩시키거나, 특정 주파수에서 부분적으로 중첩시켜서 저역에 상당한 에너지를 갖는 것들이 많다. 이 경우 인클로져의 배플이 넓지 않으므로 뒷 벽이나 옆 벽과의 거리를 충분히 떨어뜨리지 않으면 저역 과잉이 되기 쉽다. 상당한 자유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ATC SCM 20SL과 SCM 20SL 타워 버전은 유닛과 네트워크는 모두 같고, 심지어 인클로저의 부피도 같다. 다만 타워 형은 인클로저를 아래까지 연장하여 톨보이 형태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엄연히 소리가 다르고, 타워 버전이 상급기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스피커 스탠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또한 톨보이 형은 위상반전형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은데, 덕트를 뒤로 내는 메이커들도 많다. 벽과의 반사를 이용하여 저역을 증강시킬 목적이다. 이처럼 덕트가 뒤에 있는 스피커는 벽과의 거리를 어떻게 조절하고, 벽의 재질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음의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고 세심하게 벽과의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오디오 피직이나 레가처럼 전면 배플폭은 좁게 하면서, 옆 면에 우퍼를 설치하여 저역을 증강시킨 스피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앞에서 보면 얇고 길지만 옆에서 보면 넓적한 형태다. 즉 리스닝 룸의 중앙에 있는 대형 화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되, 대형 스피커의 스케일감을 내 보자는 발상인데, 이 경우에는 뒷벽보다 옆 벽과의 거리, 그리고 스피커 사이의 거리가 중요하다.

 

오디오 피직스(Audio Physics)는 사이드 우퍼를 장착한 슬림형 스피커들을 즐겨 만든다. 정면에서 보면 슬림한 스피커인데 상당한 저역을 들려주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퍼의 방향과 옆 벽과의 거리에 따라 음이 크게 변한다.

 

대부분은 사이드 우퍼가 한쪽 면에만 있는데, 우퍼들이 안쪽을 보게 하는 것이 좋은가 혹은 바깥 쪽을 보게 하는 것이 좋은가는 애호가들의 취향에 따라, 그리고 스피커의 음색이나 리스닝 룸에 따라 다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우퍼들이 바깥 쪽을 향하게 하는 것이 대체로 깔끔한 음을 낼 수 있었다. 안쪽으로 향하게 할 때는 스피커 사이에 울리는 물건이나 가구가 없도록 잘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바깥 쪽으로 향하게 할 때는 옆 벾과의 거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거리를 띄우고 주위 물건들을 정리하다보면 가늘고 작은 놈이이라도 어이없게 큰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