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의 분류 – 북셀프 스피커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겉모습에 따라 북셀프, 톨보이 또는 플로어 스탠딩 형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스피커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본다. 우선은 북셀프 형부터.
북셀프형 (Bookshelf Type)
북셀프형은 단어 그대로 책장(책꽂이)에 놓고 들을 수 있는 사이즈의 스피커를 총칭하는 말이다. 물론 아주 큰 책장이라면 아주 큰 스피커도 들어갈테니 책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좀 애매한 표현이 될 수 있겠다. 보통은 우퍼가 8인치 이하로 작고 우퍼 밑으로 충분한 거리가 띄어 있지 않아서 바닥에 그냥 놓기 어려운 스피커들, 즉 40~70cm 가량 올려 놓고 들어야 하는 스피커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트위터가 사용자의 귀 높이에 닿는 것이 정석이다. 요즘에는 10인치나 12 우퍼를 사용하더라도 적당한 스탠드에 올려 놓고 쓰도록 만든 스피커들도 있으므로 북셀프형 스피커의 개념은 조금 모호해졌다. 예컨대 하베스 모니터 40 같은 스피커는 북셀프 스피커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스탠드로 적당히 들어 올려야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플로어스탠딩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오래전에는 정말로 책장에 책과 함께 스피커를 놓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되면 스피커의 인클로져의 앞면이 마치 평면 배플처럼 연장되고, 책이 양 옆에서 스피커를 누르므로 통의 진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이제 잊어버리자. 이런 이야기는 음질 향상을 하이파이의 주된 모토로 하던 옛날 이야기다. 그 때와 지금 스피커들은 정말 많이 다르다. 신소재의 발달과 네오디뮴 자석의 보급으로 스피커 유닛이 작아도 넓은 주파수 대역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인클로저는 충분한 강성을 갖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울릴 목적으로 제작되므로 책으로 누르거나 하는 것은 방해만 될 뿐이다.
이제 웬만한 스피커들은 ‘음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고, 지금은 ‘음질’보다 스피커 사이에 환상처럼 펼쳐지는 ‘음장’을 중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북셀프는 유닛 간의 거리가 가까우므로 점음원에 가까워서, 자연스런 음장 재생이라는 측면에서는 대형 스피커보다 나은 경우도 많다. 게다가 작은 스피커들을 사용하면 좁은 리스닝 룸에서 소리가 포화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도 이런 장점들을 확실하게 살려줄 수 있는 북셀프 스피커들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북셀프 스피커는 이제 ‘저렴한 보급품’이 아니며, 설치에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단단한 받침이나 묵직한 스탠드를 사용하고, 설치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북셀프 스피커를 스탠드 위에 올려 둘 경우, 특히 스피커 주변이나 양 스피커 사이에 물건들을 두지 않는 것이 좋은 음을 듣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본의 어느 평론가는 스피커 주변의 환경을 이야기할 때에, 스케이트 선수가 스피커 주위를 한 바퀴 자유롭게 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고 이야기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서 그렇게까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어쨋든 스피커 뒤와 옆에는 가능한 만큼 충분한 공간을 띄어 두어야 한다는 점은 명심하자.
다만 북셀프 스피커중에서 크기가 워낙 작고 저역이 약한 시스템은 메이커에서 벽에 가깝게 설치할 것을 권장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덕트가 뒤쪽에 있거나, (북셀프에서는 드물지만) 사이드 우퍼를 장착한 스피커들도 벽과의 거리에 따라 음색이 크게 바뀐다. 즉 스피커를 벽에 가까이 두면, 벽에 반사되는 음으로 인해 저역이 증강된다. 하지만 이 경우 저역의 양감은 늘어나더라도 음색이 혼탁해지기 쉽다. 만일 덕트가 뒤에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벽에 가깝게 두어야 한다면 스폰지 같은 것으로 덕트를 막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스폰지가 없으면 양말을 말아 막아도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스피커와 주위 벽과의 거리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세심한 좋은 음을 듣기 위해 꼭 필요하다.
우선 벽에서 충분히 멀리 설치하고 며칠동안 소리를 들어 본다. 고역이 세다는 느낌이 들면(저역이 약하다는 것이므로) 몇 cm가량 벽에 가깝게 설치하고 다시 며칠간 들어본다. 고역이 선명하고 과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저역이 밸런스가 잡힌 것이므로) 최적의 설치 위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벽에 가깝게 하면 중고역이 둔해지고 혼탁하다는 느낌이 오게 된다. 소리라는 것이 듣는 이의 컨디션이나 이런 저런 여건에 따라 민감하게 바뀌므로 스피커와 벽과의 거리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조정하는 것이 좋다.
한편 스피커를 스탠드에 올려 놓을 때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정 스피커의 전용 스탠드인 경우에는, 메이커가 스피커의 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볼트건 스파이크건 선택했을 테니 시키는대로 믿고 쓰면 된다. 하지만 범용 스탠드를 쓰는 경우에 그냥 올려놓는 것이 더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우선 스파이크/슈를 스피커와 스탠드에 각각 붙여 쓸 수 있는데 이 경우 스파이크의 진동이 스탠드로 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특히 저음이 혼탁할 때 도움이 된다(저역의 전반적인 양감이 줄어들어 깔끔해진다). 방진 고무와 같이 약간 푹신한 재질을 쓰게 되면 인클로저의 진동이 적절히 흡수되므로 저역의 양감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고역의 인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목재나 아크릴, 카본 블록도 사용되는데, 이런 액세서리들은 재질이나 형상에 따라 진동을 흡수하는 대역이 모두 다르므로 반드시 실험을 거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편 철제 스탠드의 경우 내부에 모래나 금속 가루 등을 채워 넣도록 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귀찮더라도 뭔가를 채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비어있는 공간은 크건 작건 반드시 공명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북셀프 스피커 중에는 전용 스탠드와 함께 개발하여 스탠드의 일부를 덕트의 연장과 같이 사용하거나 일부러 공명을 일으키는 경우가 혹시 있을 수도 있겠지만, 범용 스피커 스탠드를 사용한다면 공명음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간혹 스피커 위에 석판과 같이 무거운 것, 또는 레조네이터 같은 것들을 올려두는 애호가들이 있는데, 이 역시 경우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석판과 같이 무거운 것을 두는 것은 잘 설계된 고급 스피커에서는 – 인클로저의 울림을 최적화했을 것이므로 – 필요한 울림을 억제하게 되어 대체로 쓸모없는 일이 되기 싶다(스피커의 활기가 뚝 떨어지는 느낌). 레조네이터는 리스닝 룸의 반사 구조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역시 충분한 실험을 통해 선택해야 한다.
정리해보자. 북셀프 스피커는 유닛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점음원을 이루기 쉬우며, 따라서 음장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스피커와 가까운 곳에서 들어도 자연스런 음장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일 스피커를 청취자와 가까운 곳에 놓고 사용한다면 필요한 앰프의 출력도 이에 따라 줄어들게 되므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디오 상식 – ‘앰프의 출력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자‘ 참조) 저역은 대형 스피커에 비하면 분명히 떨어지지만,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충분한 저역을 내는 북셀프 스피커를 찾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대형 스피커를 작은 방에서 사용하면 넘치는 저역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을 테니, 넓지 않은 공간이라면 잘 만든 북셀프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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