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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가 이야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김민기)

by onekey 2024. 3. 29.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김민기)

have a walk  2024. 3. 20. 22:01

 

#한국대중음악100대명반음반리뷰(김민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김민기)

 

내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클래식은 고전이라 생각하며 수준이 높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음악으로 여겼다. 한국 가요는 ‘대중’이라는 어감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고급스러운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입으로는 늘 한국 대중음악의 시적인 가사를 좋아하고, 특유의 정서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뿌리 깊은 편견이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들을수록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무지함이었는지 깨달았다. 특히, 이 앨범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김민기’라는 낯선 이름과 얼굴. 나는 처음 보는 가수였다. ‘아침 이슬’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아!’하고 알아차렸다. 흔히 가수 양희은의 노래로 알려져 있는 이 곡의 창작자이다.

그는 6월 항쟁의 마지막인 7월 7일 서울시청 광 장에서의 이한열 열사 노제를 보러 갔다고 한다. 그 당시 백만 군중이 다 함께 아침 이슬을 부르는 것을 듣고는 '아, 이 노래는 더 이상 나만의 노래가 아니구나'하고 느끼면서 이후 공식 석상에서 '아침 이슬'을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1971년에 나온 김민기의 유일한 정규 앨범은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이른바 '전설 이란 명칭에 값할 많지 않은 음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음반은 당시까지 서구 모던 포크의 번안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이른바 통기타 가요가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스스로 작사 작곡하고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음반이며, 대중가요가 그저 그런 사랑과 이별, 눈물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 음반에 담긴 노래들, 그리고 이후 주로 양희은의 목소리로 표현된 김민기의 노래들은 이 새로운 사조에 하나의 짙은 자의식을 새겨 넣어 주었다. 단순하고 즉물적인 기존 대중가요 노랫말과 달리 깊은 정신적 울림을 가진 그의 노랫말은 당대의 젊은 대학생들이 사회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정신적 갈등을 대변해 주었다. 그의 노래가 없었다면, 이 음반이 없었다면, 70년대의 초의 청년문화는 그저 하나의 소비적 유 행사조 정도로 치부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70년대 청년문화의 '청년다움'을 완성시킨 음반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부드러운 기타 소리와 대화하듯 편안히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조용히 가사에 집중하게 한다. 그의 모든 곡은 가사가 압권이었다.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시들. 서울대 미대 시절 녹음한 이 음반은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재 정권에 의해 전량 수거되고, 모든 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음악인으로서 공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후배들의 음악 활동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였으며, 90년대 이후 뮤지컬 연출자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김민기의 음악을 말함에 있어 가장 먼저 평가되어야 할 것은 그의 가사 쓰기였다. 그는 절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선동적이지도 않았지만, 그의 가사는 그 안에 내포된 메시지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시키며 새로운 가사 쓰기의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김학선, 웹진 가슴 편집인

 

깊은 뜻을 품고 있는 시적인 언어들은 그의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되었다. 그의 시는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한국 민중의 언어이기도 하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의 가사를 읽고 노래를 들어봐야 한다.

https://youtu.be/MNGDKW8BgCw?si=mMlGqoFFpWBs0fy_

 

아침이슬

-김민기-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 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에 시련 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상록수

-김민기-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작은 연못

- 김민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물속 깊은 속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친구

-김민기-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백구

-김민기-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앓아 누워 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학교 앞의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끈에 입을 꽁꽁 묶인 채 멍하니 나만 빤히 쳐다 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하얀 옷의 의사 선생님

큰 주사 놓으시는데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 봐

주사를 채 다 맞기 전

문 밖으로 달아나

어디 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 가는 길도 모르잖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학교 문을 지켜 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여쭤 봤더니

웬 하얀 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 것도 뵈지 않았고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리쳐 주렴아

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시는 말씀이 웬 하얀 개 한 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커다란 차에 치어서 그만...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이다가 빨갛게 핀 맨드라미 꽃 그 곁에 묻어 주었지 그 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 이른 흰 눈이 뒷동산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음 음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 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라라라라 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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