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실제 있는지 실물을 본적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온갖 엘피 파는 사이트를 다 방문해서 검색어에 넣어봤던 이름이 안향연입니다.
가끔 CD는 보이지만 이 마저도 구입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이렇게 찾아 헤맨 것이 족히 10년은 된거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이트마다 검색하는 것도 시들해졌구요. 그래도 오프라인 음반점에 들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악코너를 뒤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 몇달 동안 팝과 락음반을 사야하는 상황이라 여기저기 둘러 보다가 우연히 이 음반을 발견했습니다. 경매사이트라 경매 마감까지 기다려야 했지요.
경매 마감 며칠동안 일이 손에 안잡히더군요. 가격을 얼마를 비딩해야 할지 하루에도 대 여섯번 이상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귀한 음반이래도 시장 가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거래기록이 없으니 가격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만 비슷한 경우를 따져서 생각해보면 대략 가격이 짐작이 됩니다.
얼마로 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대략 가격이 마음속에 정해 지더군요. 이런 음반은 지인들과 상의 하기도 어렵습니다. 옹졸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잠재적인 경쟁자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음반이 나온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격은 올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혼다 끙끙 앓듯이 고민한 끝에 적정가를 생각해 냈습니다. 드디어 비딩 마감날이 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추석 연휴 직전 입니다. 다들 정신이 없을 때이긴 하지만 그래도 방심해선 안됩니다. 지인이 만나자고 하는데 추석이라 바쁘다고 핑계대고 약속도 미루었습니다. 마음은 콩 밭에 가 있는데 친구 만나기도 미안하고 그럴거 같아서요.
마감시간이 저녁시간 입니다. 한시간 남짖 남았는데 똥 마려운 강아지 모냥 시계만 자꾸 들여다 봅니다. 이제 30여분 남았습니다. 써 넣을 예정가도 이미 정하고 모든 마음의 준비가 끝났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더군요.
불안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평생에 이 음반을 구할 기회가 다시 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불안한 감정의 물음에 이성이 간단하게 답을 하더군요.
"없다"
아! 그렇다면 비딩 금액을 올려야 겠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애초 생각 했던 예정가에서 조금 더 쓰기로 한 것에서 전체금액을 150%로 올려서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 비딩 시스템은 이베이와 달리 10초 이내로 비딩이 들어가면 서버가 느려서인지 아예 비딩이 안들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와이파이 잘 터지게 안테나 근처로 가서 넉넉하게 40초 정도 남기고 과감히 금액을 써넣고 비딩을 했습니다.
손이 오그라들고 입에 침이 마르더군요.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긴 30초는 처음 경험이었습니다. 드디어 마감이 되고 확인을 하려니 확인이 안됩니다. 역시 서버가 시원치 않아서 인듯 합니다 몇 분을 기다려서 검색하니 낙찰이 되었더군요.
'아! 드디어 내가 잡았다!'는 생각에 순간 만세를 부를 뻔 했습니다. 궁금해서 경매 기록을 봤습니다. 그랬더니 정확히 처음에 생각했던 금액 보다 약간 높은 금액을 써낸 차점자가 있더군요. 만약에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면 아깝게 2등을 해서 놓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바로 입금을 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음반을 샀지만 한장짜리를 이렇게 비싸게 주고 산적은 없습니다. 물론 한장에 백만원 하는 음반도 몇장 가지고 있지만 그건 현재 시세일 뿐 살 당시에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았습니다.
임방울의 SP 반을 살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 음반 구입은 아나로그 음반 인생에 하나의 사건 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음반이 오질 않는 겁니다. 물론 추석 연휴니 연휴가 끝나고 발송 했을테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비딩한 음반도 화요일엔 다 도착하고 늦어도 어제 수요일까지 다 들어 왔습니다. 배송조회를 해봐도 이미 발송했다는 메시지만 나옵니다.
3일이 지난 수요일에도 음반이 안오니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불안해할 일이 아닙니다만 사람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택배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면서 오늘을 맞았습니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할까도 생각 했지만 괜히 안판다고 판매 철회 할까봐 연락도 못해봤습니다.
4일째인 오늘이 마지노선 입니다. 오늘도 안들어오면 택배사고니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야만 합니다. 노심초사하는 하는 가운데 점심시간 식사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택배 기사님이 박스 3개를 들고 옆건물로 들어가는게 스치듯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그중에 한 박스에 눈이 꽂히더군요. 엘피 여러장 포장한 박스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니 박스 2개를 들고 나오더군요. 나를 보더니 박스를 내밀더군요. 예상이 맞은 거죠.
택배비를 지불하고 열어보니 엘피가 있더군요. 택배비 아낄려고 여러장 비딩 했는데 다른 음반만 나오고 이 음반은 안나오는 겁니다 맨 밑에 있더군요. 제기랄....
표지만 맞고 안에 음반은 다른 것이 아닌가해서 꺼내보니 맞습니다. 심지어 민트급으로 보입니다. 스핀들 마크도 거의 없구요.
물욕이 부질 없는 걸 알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날입니다. 자 구경이라도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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