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적인 매력과 아날로그 향취의 만찬
세 번째 대면하는 Acoustic Solid의 턴테이블이다. 필자는 Solid Wood MPX와 비교급이 될 Wood 모델은 사용해 보지 않았고 그보다 상위모델인 ONE 과 ROYAL을 시청해본 경험이 있다. 턴테이블이야말로 마누라 마냥 옆에 끼고서 세팅도 해 보고 바늘도 듣던 걸로 달아보고 해야 공정한 리뷰가 가능할 진데, 사정상 듣던 판만 열 장 정도 챙겨들고 방문해야만 했다.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인 것 같은데 왕성하게 신제품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소위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ONE을 만져보니 ‘이거 돈 되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쉬운 대목을 굳이 찾아낼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하이엔드급 플레이어 부럽지 않은 풍채로부터 압도적인 ‘포스'를 느낄 몇몇 사소한 부분에서 아수 있었다.
우리에게 소개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어쿠스틱 솔리드는 벌써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한다. 설립자인 칼 뷔르스는 독일의 금속 가공의 전문가이다. 상위 버젼들이 모두 메커니컬한 금속 가공 제품들이고, 그 제품들을 세팅해보면 아귀가 딱딱 맞는 정밀함에 놀라게 된다. 마치 어릴 적 조립식 완구가 짝짝 맞아 들어갈 때 느끼는 재미처럼 말이다.
Solid Wood MPX는 기본적인 Wood 시리즈와 동일하게 베이스 자체가 나무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적층식 자작나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고가의 소형 스피커에 많이 채용되는 재질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전 시리즈와 동일한 구동 방식으로서 모터와 플레터는 부속품으로 구비되어 있는 가느다란 카본 실(머리카락보다 더 얇은)을 묶어서 걸어준다. 덕분에 전원을 넣은 다음부터 초기 구동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원을 끊고 정지 할 때 역시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냥 팍 잡아 멈추어도 사실 모터에 무리가 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모터와의 간섭을 최소화한 구조로서 조금 위태로워 보이긴 하지만 작정하고 댕기지 않는 한 쉽게 끊어지지는 않는다. 공연히 겁먹고 느슨하게 할 필요는 없다. 모터는 최근 속도 조절이 가능한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로 개선되어 전작보다 음질이 보다 향상되었고 보다 편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 플레터 위에는 아크릴 판과 가죽으로 된 매트가 올려져있는데, 음질 경향에 따라 각 모델별로 아크릴 판 없이 가죽매트만 올리게 되어 있기도 하다. 아무래도 아크릴 판 위에 가죽 매트를 올리는 편이 소리가 조금 더 유연해진다.
필자가 대면한 Solid Wood MPX에는 오르토폰 As- 212s 톤암과 스테빌라이져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전 제품 초기에는 레가 톤암을 장착하다가 이후 WTB라는 자체 모델을, 이후 오르토폰 톤암을 새로운 옵션으로 선택했다. 레가 OEM의 경우 Acoustic Solid가 추구하는 음의 방향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Acoustic Solid의 자체 제작 암은 소리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세팅이 쉽지 않았고, 또 세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탈스러움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오르토폰의 신형 암인 As- 212s는 세팅도 비교적 용이하고 사용하기 쉬운 한편, 음의 방향을 적당히 조화시키면서 음향 전체가 잘 조화를 이룬다. 스테빌라이져 역시 묵직하게 눌러주면서 판을 압착시키고 윗면의 수평계가 달려 있어 설치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번 시청에 사용한 카트리지는 musical life의 andante로 다행히 이전에 동사의 ROYAL과 같이 들었던 제품으로서 최근의 하이엔드 카트리지와는 조금 다른 성향의, 중역대의 질감이 단단한 제품이다.
음색은 Acoustic Solid 특유의 ‘ Solid'한 음색에 나무재질에서 기인하는 특유의 톤이 가미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상도도 높고 고역에서의 이미지 포커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무게중심이 약간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체적으로 무게감 높은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동급의 다른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무대의 깊이와 폭 역시 훨씬 깊고 넓은데, 이와 같은 무대 이미지는 확실히 아날로그가 CD보다 월등히 뛰어난 면으로서 필자가 LP를 CD보다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SACD를 연상시키는 듯한 화려함을 만들어내는 메카니컬한 상급기들의 해상도와 물리적 특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순음악적인 요소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재생을 보여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 무지치가 연주하는 아다지오(Philips)를 들어보면 현에서 흘러나오는 매끈한 감촉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대편성의 경우 번스타인/뉴욕 필하모닉의 전람회의 그림(CBS)에서 펼쳐지는 장중하고 장대한 스케일감 또한 스펙타클하다. 더군다나 자연스러운 인간미까지 느낄 수 있으니 가히 금상첨화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의 경우 Wes를 들어보면 특유의 묵직하고 굵은 입자와 리듬감이 잘 살아나며 고유의 끈끈함을 잘 표현해준다. 한편 모던 재즈 콰르텟과 스윙글 싱어스가 함께 한 ‘Place Vendome'에서는 존 루이스의 고전적인 피아노 음색과 밀튼의 화려하면서도 모던한 비브라폰 음색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특히 보컬의 특성에 있어서 인성의 실체감과 음상이 매우 정확하게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다. 유감스럽게 판 상태는 좀 타는 편이다.
이날 들고 간 음반 가운데 최근에 다시 찍어낸 ‘OJC' 시리즈의 Reissued 음반이 보다 만족스러웠는데, 이는 해상도가 높은 것에 따른 반대급부로 보아야 될 것 같다. 물론 그만큼 바늘의 지직대는 소리가 더 명확히 들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Acoustic Solid의 Solid Wood MPX는 묘한 매력과 야누스적인 면모를 가진 턴테이블이다. 감성적이면서도 적절한 정도의 단단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상급기보다 더 풍부한 아날로그 본연의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Acoustic Solid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필자의 의견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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