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에 관한 마지막 고찰
HiFiStay Sound Wings
진동과 소리의 함수관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어떤 사물을 관찰할 때 좀 더 객관화하기 쉬워진다. 사람의 사는 모습뿐만 아니라 건물의 디자인 등 그 모든 것들은 3인칭 시점에서 거리를 두고 조망할 때 더 객관적이고 정확히 보이는 법이다. 때로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라는 것으로서 영화의 주제의식 또는 배우의 감정 및 심리상태를 은유하기도 한다. 때로는 섬광이나 다채롭고 화려한 색감으로 또는 어둠과 모노톤의 배경이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예감하게 만든다. 음악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음악의 도입, 주제부가 영상과 극적으로 대비되며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간파하기도 한다.
현대적인 시멘트 골조 건물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심지어 건조하게 보이는 공간.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그 집은 그랬다. 한편 뛰어노는 아이들은 무척 해맑았지만 예의가 곧았다. 모든 것들은 제 자리에, 원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듯 그 자리에 정지 화면처럼 멎었다. 세련된 집 안 공기를 등지고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짜 주인공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그곳은 또 소리 없는 공간 안에 액자식 구성처럼 들어가 있는 또 하나의 소리 없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 주인공은 음악이고 도구는 오디오다.
때로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오디오 시스템을 보면 그 시스템의 운용자가 과연 얼마나 깊은 내공을 가졌는지 넌지시 짚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원 시스템으로 별도의 접원 공사를 시행한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인입 전원과 벽체 콘센트의 위치 및 그 배선을 본다. 그리고 공간의 진동 처리 부분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초저역이 재생되는 음원을 재생했을 때의 공진 포인트, 포커싱이 맺히는 부위와 1차 반사면의 위치와 그곳의 처리 방식이 한 번에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심도 있게 세팅한 경우 각 기기는 물론 오디오 랙 및 각종 받침대의 소재와 슈즈까지 눈에 보인다. 거의 마지막엔 케이블에 관한 진동대책까지 고려한 시스템도 보인다. 이 정도면 거의 진동에 관한 고민의 끝까지 온 경우다. 진동과 음질에 관한 함수관계를 경험을 통해 뚜렷이 알고 있는 사람의 시스템이다.
사운드윙스 : 스윙 베이스 & 아크릴 베이스
하이파이스테이. 이들은 국내 메이커로서 오랜 시간 진동과 관련된 액세서리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굴지의 국내 메이커 하이파이스테이가 만들어온 제품의 면면에서 공통으로 집중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진동이다. 표면적으로 하이파이스테이는 오디오 랙부터 기기 받침대 등에서 기존과 다른 디자인을 선도적으로 개발, 소개했지만 그런 디자인과 설계의 이유는 진동에 대한 그들만의 의도가 숨어있었다. 가장 최근 하드포인트 그리고 그 이전에 여러 인슐레이터가 있었으며 최근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클라우드 나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리뷰를 위해 테스트하다가 턴테이블 클램프로서 그리고 여러 기기들의 진동 제거 액세서리로서 그 성능에 반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도 사용 중이다.
이번에 하이파이스테이에서 들고나온 액세서리는 다름 아닌 진동 관련 액세서리 중 끝단에 위치한 제품이다. 아마도 그 효과를 가장 느끼기 힘들지만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과거 카다스 케이블의 조지 카다스의 전용 리스링 룸에서 플래그십 케이블 아래에 받쳤던 것을 보면 관심을 가졌고 이후 에어 어쿠스틱스에서 Mytle Block이라는 걸 내놓기도 했다. 사실 목공소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이었지만 이런 케이블 받침대는 갈수록 그 수요가 높아졌고 각종 케이블 메이커나 액세서리 전문 메이커들의 주요 수익 모델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독창적인 케이블 제조 기술로 유명한 선야타 리서치의 케이블 엘리베이터라는 모델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런 액세서리는 처음 소개될 당시 많은 주목을 받고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이유로 여러 오디오파일의 집을 들락거리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곤 한다. 마치 넥타이핀이나 브로치처럼 실용성보다는 멋을 내는 용도로 전락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파이스테이의 사운드윙스 개발은 단지 귀 얇은 오디오파일의 애장 오디오에 장신구로서 기능하도록 만든 얄팍한 제품은 아닌 듯하다. 우선 이 제품은 2천 년대 초반부터 이런 성격의 제품 개발, 출시하며 느리게 그러나 고집스럽게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모델이다. 최초 나무 블록을 깎아서 만든 제품부터 그 위에 링을 건다던가, 세라믹을 올려 케이블을 바닥으로부터 이격 시키는 한편 진동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사운드윙스는 두 종류의 모델로 이루어져 있는 통합 솔루션이다. 하나는 알루미늄과 세라믹 볼 베어링으로 만들어진 스윙 베이스 그리고 또 하나는 알루미늄 봉과 아크릴 기둥으로 구성된 아크릴 베이스다. 여기서 아크릴 베이스의 경우 작은 기본 모델 외에 1.5배 정도 크기의 더 큰 모델이 있어 이를 알루미늄 소재의 스윙 베이스와 혼합해 여러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윙 베이스는 총 3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옆에서 건드리면 횡으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각 알루미늄 링 사이에 각각 여섯 개의 세라믹 볼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면진자의 작용/반작용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미세한 진동으로 인한 소리의 왜곡을 매우 효율적으로 막아준다. 이런 원리는 사실 하이파이스테이의 여타 모델들, 대표적으로 하드포인트, 소프트 젤리, 발레리노 스윙 슈즈의 설계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하이파이스테이의 핵심기술 중 하나다. 여기서 끝난다면 케이블 받침대로서 기능에 충실할 수 없다. 일반 기기와 달리 바닥에 널브러진 케이블 가닥을 어딘가에 걸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윙 베이스의 경우 하단의 3단 레이어링 위로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실리콘 밴드를 걸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밴드 브릿지 사이 또는 맨 위에 케이블을 걸 수 있다.
아크릴 베이스는 스윙 베이스 사이에 일종의 브릿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스피커 또는 앰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스윙 베이스를 각각 위치시키고 그 사이에 아크릴 베이스를 활용해 케이블을 전체적으로 바닥과 이격 시키도록 설치하면 끝이다. 물론 스피커 케이블 외에 파워 케이블 또는 인터 케이블 등에 대해 각 개인마다 무척 다양한 기기 세팅이 존재하므로 그 사용법은 유저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런 종류의 액세서리는 일정 이상의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적용 전/후를 비교했을 때 그 변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상위 기기로 갈수록 진동, 전원 등에 미묘하게 반응하며 까다롭게 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시스템에서 테스트해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는 하이파이클럽 제1 시청실에서 테스트해보며 적용 후의 결과를 정리해보았다. 스피커는 B&W 802D3 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 EC 4.8과 AW250R, 그리고 소스 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코어 및 W 라우터를 전단에 두고 마이트너 MA1 V2 DAC를 사용해 ROON으로 재생하며 음질 변화를 살폈다.
Anne Bisson - Da untem im tale
Tales From The Treetops
사실 여러 메이커에서 케이블 받침대를 소개해왔으나 아주 뚜렷한 음질 상승을 겪어본 적은 거의 없다. 물론 변화는 있으나 그것이 꼭 좋은 방향은 아니라서 나의 시스템에서도 그리 오래 버틴 케이블 받침대는 없다. 그런데 사운드윙스를 오디오퀘스트 썬더버드 제로 스피커케이블에 적용했을 때 그 효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예를 들어 앤 비송의 ‘Da untem im tale’같은 보컬 곡에서 각 악기들의 어택이 빠르고 매우 깨끗하게 뻗어나간다. 전반적으로 포커싱이 뚜렷해지고 말 그대로 또랑또랑한 사운드로 발전한다. 마치 기기의 하단에 인슐레이터를 받친 듯 한 소린데 이런 변화 양상은 기존의 하이파이스테이의 그것에서 받았던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 하이파이스테이의 액세서리는 일관성이 있다.
Bob Dylan - Man in the long black coat
Oh Mercy
사운드윙스의 설치는 매우 쉽고 해체도 아주 쉽다. 하지만 가능하면 기기 배치에 있어 넉넉한 뒤 공간 확보가 우선되었을 때 그 성능이 십분 발휘된다. 또한 케이블 길이가 길어진다면 아크릴 베이스를 추가해 케이블을 바닥에서 충분히 이격 시킬 필요가 있다. 밥 딜런의 ‘Man in the long black coat’를 재생했을 때 사운드윙스의 퍼포먼스는 보다 드라마틱 하게 드러났다. 미세 약음이 매우 또렷하게 감지되며 각 악기의 위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약음과 약음, 강음과 강음의 소리 폭이 확연히 넓어진 듯 볼륨감 넘치는 소리로 변화한다. 중저역 일렉트릭 베이스의 해상력은 증가하며 살집은 약간 감소하지만 실체감의 상승이 뚜렷하다.
Albéniz - Suite Española - Asturias
다이내믹스의 상승을 알아보기 위해 RATM의 ‘Take the power back’ 및 알베니즈의 ‘Suite Espanola – Asturias’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곡들을 비교 청음 해본 결과 실제 다이내믹레인지가 상승하는 건 아니지만 마치 상승한 듯한 청감상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알베니즈의 곡에서 약 40초 정도부터 이어지는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강음이 마치 번개처럼 번뜩이며 무대를 가른다. 강음과 배음의 구분이 명확하며 지저분하게 느껴질 만한 요소가 사라져 강력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음이 더욱 또렷하게 부각되어 들린다. 더불어 미세 약음들의 움직임도 더 세밀하게 다가오면서 전체적으로 해상도가 높아진 인상을 준다.
Jan Kraybill - Organ Polychrome
The Frech School
마지막으로는 파이프 오르간 주자 얀 크레이빌이 연주하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클래식 녹음을 들어보면서 음질 변화를 살폈다. 프랑스 작곡가들의 다양한 색채의 오르간 작품들은 무척 생경하면서도 키스 존슨의 녹음 기법을 통해 커다란 다이내미즘을 구사한다. 사운드윙스는 이런 녹음에서 길게 이어지는 파이프오르간의 저역 노트를 끝까지 끈질기고 정교하게 살려준다. 어찌 보면 매우 미세한 변화로 잘 알아채기 힘든 시스템도 있겠지만 B&W 802D3를 중심으로 셋업 한 시스템에선 상당한 저역 디테일 상승을 엿볼 수 있다. 미세 약음과 공간감 상승 등 여러 요소들의 함수관계가 일제히 사운드로 전이되면서 싱싱한 레코딩의 민낯이 드러난다.
총평
최근 들어 하이엔드 케이블에서 종종 관찰되는 요소는 진동에 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와 설계다. 중, 저가 제품들은 그런 설계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나 케이블 내부의 댐핑 소재 도입이나 각 커넥터의 내부 설계에서도 이런 진동에 관한 대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런 최고급 케이블을 사용할 수 없다면 사운드스윙은 일종의 보조 액세서리로서 케이블의 성능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물론 풍부한 인클로저 통울림이나 약간 부스트 된 회고적 사운드를 지향하는 시스템이 아닌 현대 하이엔드의 트렌드를 따르는 시스템에서 사운드스윙스는 힘을 발휘한다. 사운드윙스는 진동 대책에 따른 오디오 음질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치기 힘든 액세서리다. 하이파이스테이 제품 중 기존에 사용하던 클라우드 나인과 함께 이 제품도 필수 액세서리로 자리 잡을 것 같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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