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마스터의 진실을 깨우다
Clearaudio Master Innovation
왜 아날로그인가?
최고 순도의 하이엔드 오디오로 음악을 즐기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갈구다. 다시는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연주를 들을 수 없기에 그 시간을 되돌려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 표출이 오디오 진화를 추동해왔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오디오는 도구고 목적은 음악, 정확히는 녹음이며 그 그릇은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양분되어왔다. 아날로그 녹음은 아날로그로, 디지털 시대의 녹음은 디지털로 듣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믿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군가 최신 디지털 녹음을 LP로 듣기 위해 턴테이블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면 완곡히 만류한다. 하지만 1950~60년대 재즈와 클래식 명반들을 좋아하면서도 디지털만 고집하고 있다면 쫓아 다니면서라도 LP를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실제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음반 구입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최근 아날로그 붐의 기저엔 바로 지나간 수많은 명반들을 소유한 전 세계 컬렉터들과 디지털로만 즐기던 신세대들의 아날로그에 대한 소구가 있다. 때론 CD도 아닌 음원으로 음악을 즐기기 시작한 세대가 LP를 찾고 있다. 어쩌면 최초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해 LP로 출시되었던 음반이 198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 포맷의 습격으로 황폐화되면서 잃어버린 본래 소리를 찾고 싶은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십 년간 아날로그 시대 주옥같은 녹음들은 수많은 리마스터링과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 등으로 인해 망가져왔다.
클리어오디오의 승부수
클리어오디오는 바로 과거가 아닌 21세기 새롭게 도래한 아날로그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브랜드 중 하나다. 아무리 뛰어난 음질의 LP를 소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재생 기기가 없다면 음악의 즐거움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또한 여러 시대에 거쳐 여러 턴테이블이 생산되어 왔으나 나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성과와 진보가 분명히 있어왔다고 믿는다. 빈티지 마니아들이 들으면 돌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기계적, 물리적 그리고 음질 부분에서 턴테이블을 포함한 아날로그 장비의 발전은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졌고 성능은 대폭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그중 독일 클리어오디오의 성과는 인정해줄 만하다. 일단 디지털이 메인스트림 포맷을 전복했을 때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턴테이블을 만들며 소수의 아날로그 마니아들을 LP의 세계로 이끌었다. 1978년 설립한 이후 클리어오디오는 단 한 번도 곁눈질 없이 한 길만 달려왔다. 턴테이블은 물론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 그 외 액세서리까지 직접 개발, 독일 현지에서 생산해왔다. 초기엔 투명 아크릴 베이스에 차가운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으나 이젠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면서 성능, 음질적인 측면에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냈다.
마스터 이노베이션 그리고 리니어 트래킹
이번에 시청한 제품은 크게 네 가지다. 일단 턴테이블은 클리어오디오의 마스터 이노베이션 그리고 톤암은 TT1-MI 리니어 트래킹을 탑재했다. 여기에 클리어오디오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 MC 카트리지를 장착해 셋업 했다. 한편 볼더의 신형 포노 앰프 1108을 매칭해 테스트했다. 아날로그 시스템 중 포노 앰프 외에 턴테이블과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 모두 클리어오디오 제품들이다.
우선 마스터 이노베이션은 클리어오디오가 수십 년간 쌓아온 독보적 기술과 노하우가 총 집약된 턴테이블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눈으로 보기에도 매우 복잡하고 거대하다. 과연 LP 하나를 듣는데 이 정도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지 의문일 테니 일단 전체 구조를 살펴보자. 마스터 이노베이션은 플래터를 세 개 사용한다. 이는 모터로부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전달되어 LP의 재생 음을 혼탁하게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LP를 올리는 메인 상단 플래터는 위/아래 총 두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당 7cm 두께를 자랑한다. 그리고 모터와 벨트로 연결되어 직접 회전하는 하단 플래터는 4cm 두께다. 그리고 각 플래터 하단엔 스테인리스 스틸 링이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상단 플래터와 하단 플래터 사이엔 강력한 마그넷으로 공중에 띄워놓은 형태다. 따라서 LP를 얹는 메인 플래터는 모터로부터 어떠한 진동도 전달받지 않는 이상적인 구조를 갖는다. 또한 스핀들 베어링의 경우 클리어오디오가 자랑하는 CMB(Ceramic Magnetic Bearing)을 사용하고 있다. 클리어오디오는 세라믹의 회전 정밀도가 다른 소재보다 더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개 세라믹을 회전축에 사용할 경우 스핀들 끝부분만 세라믹을 사용하곤 하지만 이 턴테이블은 스핀들 샤프트 자체가 세라믹이다.
몸체 또한 목재와 알루미늄을 샌드위치처럼 포개 내/외부 진동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 흥미로운 건 속도 안정성이다. 이는 LP의 재생에서 음정과 관련된 부분으로 와우/플러터 현상 등 대단히 중요한 핵심 성능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클리어오디오의 해법을 알 수 있다. 하단 플래터 최하단은 15mm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서 바닥에 1500개의 스트로보스코프 링이 새겨져있다. 그리고 이 아래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해 속도를 판독하고 이를 모터로 보내면 이를 모터부에 설치된 컨트롤 시스템(Optical Speed Control)에서 판독 후 실시간으로 속도를 정밀 제어하는 형태다. 단시간의 속도가 아닌 장시간의 속도 균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이며 속도 오차는 ±0.05% 미만이다.
참고로 마스터 이노베이션은 세 개의 기둥으로 지지되어 있고 일반적인 톤암이라면 총 세 개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엔 클리어오디오 최상위 톤암인 스테이트먼트 TT1-MI을 장착해 테스트했다. 바로 클리어오디오가 가장 이상적인 톤암이라고 주장하는 탄젠셜(Tangential), 보편적으로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라고 부르는 톤암이다. 직선으로 이동하면서 LP의 소릿골을 읽어나가기 때문에 원을 그리면서 읽은 일반적 톤암의 트래킹 오차가 없는 점이 최고 장점이다. TT1-MI의 경우 완전 기계식 설계에 유리 튜브 안에 고정밀 베어링을 장착해 톤암의 주행을 돕는 방식으로 전통적 리니어 트래킹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는 모습. 장시간 사용해보진 못했으나 테스트하는 동안 적어도 주행 관련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셋업
본격적으로 시청에 앞서 이번에 사용한 카트리지를 살펴보면 아날로그 마니아들 사이에 꿈의 카트리지로 불리는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를 사용했다. 내부에 24K 골드 와이어를 사용한 코일을 사용했으며 바디까지 14K 골드로 코팅한 초호화 카트리지다. 내부엔 독보적인 RF 차폐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노이즈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며 마이크로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전격 채용하고 있다.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굉장한 디테일과 함께 20Hz 초저역에서 100kHz라는 초고역까지 재생하는, 믿을 수 없는 광대역을 실현한 카트리지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는 볼더 1108 포노 앰프 그리고 옥타브 쥬빌리 프리 및 쥬빌리 모노 블록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채널당 300B 진공관 세 알을 채용해 채널당 30와트 출력을 내는 앰프. 그러나 아방가르드 트리오 럭셔리 에디션 26 스피커를 충분히 제동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특히 0.6mV 출력값을 갖는 골드핑거 덕분에 차고 넘치는 볼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퍼포먼스
Janis Ian - Breaking Silence
Breaking Silence
클리어오디오 턴테이블의 경우 몇 가지 모델을 실제 사용해보았고 최신 제품의 경우 리뷰를 통해 최근 그들의 설계 및 사운드 특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플래그십의 경우 클리어오디오의 또 다른 시작이자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니스 이언의 ‘Breaking silence’(45rpm, AP)를 들어보면 칼 같은 이미징 능력과 정확한 음상 및 채널 밸런스를 포착할 수 있다. 더불어 보편적 카트리지에선 거의 만나기 힘든 광대역의 실체감이 느껴져 소름이 돋는 듯했다. 한편 저역의 경우 양보다는 해상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인데 강력한 펀치력과 임팩트가 선연하게 다가왔다. LP의 맨 안쪽 트랙임에도 어떤 밸런스 왜곡이나 흐릿한 음상 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The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to good to me
We Get Requests
가장 익숙한 재즈 트랙을 찾다가 결국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to good to me’를 AP(Analogue Productions)의 45rpm LP를 들었다. 좌측의 트라이앵글 소리는 청음 포인트가 되는데 마치 눈앞에서 반짝이는 듯 생생하게 재생한다. 한편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은 중, 저역 해상력과 리듬감이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극강의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리밍이나 리핑 음원들이 마스터링에서 얼마나 많은 보정을 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녹음 중 하나.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사용해 제작한 45rpm의 위력이 더욱더 실감 나게 전달되었다.
Anne-Sophie Mutter - Tzigane
Carmen-Fantasie
골드핑거의 경우 특정 대역을 부풀리거나 웅장하게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매우 정돈된 밸런스 위에 단정한 중, 저역, 그리고 마치 명주실을 뽑아내듯 깃털처럼 가는 소리 입자도 모두 포착해낸다. 이런 극도의 정밀도를 기반으로 하는 소리 이면엔 군살이 없고 명료하며 잡티 없는 투명도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네 소피 무터의 ‘Tzigane’(33rpm, DG)에선 이런 음색과 물리적 촉감이 특히 돋보였다. 마치 살을 에는 듯 활의 결기가 깊게 느껴지는데 따스한 온기보다는 냉철한 고결함을 내면화한 소리다.
Emil Gilels, Elena Gilels, Wiener Philharmoniker
Mozart: Piano Concerto
마스터 이노베이션과 그 위를 횡단하는 거대한 교각과 같은 모습의 리니어 트래킹 톤암. 그 모습은 기계적 차가움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들어보면 우람한 남성적 면모보단 매우 도도하고 섬세한 여성미가 기저에 흐른다. 특히 회전 정밀도와 균질성의 평가 기준이 되는 피아노 재생 음을 들어보기 위해 에밀 길렐스와 빈 필이 함께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디지털 음원처럼 정밀한 음정이 어떤 흔들림도 없다. 피아노는 무척 청명하고 속도차로 인한 일종의 때가 벗겨진, 말끔한 타건을 들을 수 있다. 더불어 구슬처럼 유연하게 흘러가며 싱싱한 앰비언스가 귀가 아닌 몸으로 전해온다.
총평
SP와 EP, 도넛 싱글에서부터 LP까지, 78rpm에서 45rpm, 33 1/3rpm에 이르기까지, LP는 CD나 디지털 음원보다 훨씬 더 장구한 역사를 견뎌왔다. 오랜 시절 버텨온 고전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듯 LP 또한 끈질기게 질곡의 역사를 견뎌온 데는 그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는 턴테이블 제조사들의 와우/플러터, 모터 코깅, 진동 전이 등 수많은 장애 요소와의 전투가 있었다. 이 해법으로 여러 제조사들은 정밀하고 균질한 플래터 회전속도 및 이를 보장하는 모터. 모터의 회전으로 인한 진동 전이 최소화. 톤암의 트래킹 오차 각 최소화 및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진보시켜왔다.
클리어오디오가 야심 차게 개발한 마스터 이노베이션과 TT1-MI엔 이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연구 결과가 집약되어 있다. LP는 눅눅하고 무디며 답답한 공간감 때문에 멀리하고 있다면 이 턴테이블은 원래 오리지널 마스터의 소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멋지게 반증해줄 것이다. 마스터 이노베이션은 수십 년의 시간을 타임 슬립해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의 진실을 깨우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Clearaudio Master Innovation SpecificationsConstruction PrincipleSpeed RangesDrive UnitBearingPlatterSpeed VariationPower ConsumptionTotal WeightDimensions (WxDxH)
Resonance-optimised chassis shape Made of bullet proof wood and aluminium with precision CNC machined surface All turntable feet are fine adjustable Optical Speed Control (OSC) Playback with three tonearms possible |
Comfortable speed change 33⅓, 45 and 78 rpm |
High torque DC motor exclusively made for Clearaudio; Optical Speed Control (OSC) in real time through infrared sensor Decoupled DC motor in chassis; resonance damping device; belt-driven Magnetic decoupling of turntable and addtional drive platter |
Clearaudio patented ceramic magnetic bearing (CMB) in main platter / upper drive platter assembly Inverted bearing in lower drive platter |
70 mm (2.75 inch) main platter, made out of syntheric material with high density and excellent dimension stability, precision CNC machined surface, solid stainless steel subplatter, dynamically balanced 15 mm (4/5 inch) precision CNC machined dynamically balanced stainless steel sub-platter |
< ± 0.05 % |
Max. consumption: 9.5 Watt Consumption in operation: 4.1 Watt Standby mode: 2.4 Watt Off mode: 0.0 Watt |
Approx. 60 kg (withour tonearm and power supply) |
Approx. 460 x 485 x 396 mm (with tonearmbase, without tonearm) |
Clearaudio Statement TT1-MI & TT1 SpecificationsCONSTRUCTION DETAILSDRIVEWIRINGTOTAL WEIGHTDIMENSIONS(W/D/H in inches)DIMENSIONS(W/D/H in mm)
High-precision mechanical tangential extremely low friction two point linear tracking design (Patent No. PA1020060529138) |
Strictly mechanical Selected high precision ball bearings running in a calibrated polished glass tube |
2 m Sixstream Super Wire terminated with RCA |
Approx. 8.6 kg, incl. armwand |
Approx. 20.51 x 7.83 x 9.06 |
Approx. 521 x 199 x 230 |
Clearaudio Goldfinger Statement SpecificationsTOTAL WEIGHTFREQUENCY RESPONSEOUTPUT VOLTAGECROSSTALKCHANNEL DIFFERENCETRACKING ABILITYREC. TRACKING FORCECARTRIDGE IMPEDANCECANTILEVERSTYLUS SHAPECOMPLIANCECOIL ASSEMBLYCOIL MATERIALCARTRIDGE BODY
Approx. 16.0 g |
20 Hz – 100 kHz |
0.6 mV at 5 cm/s |
> 40 dB |
< 0.2 dB |
100 μm |
2.8 g (± 2.0 g) |
50 Ohm |
Boron |
Gyger S double polished |
15 μ/mN |
Absolutely symmetrical design |
24-Karat gold |
14 kt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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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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