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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만찬 - Jico Seto-Hori MC Cartridge

by onekey 2024. 3. 3.

아날로그 만찬
Jico Seto-Hori MC Cartridge

코난2019-10-04 17:59
추천 52 댓글 0
 

 

 


 

 

LP를 요리하는 법

 

 

1주일 전 해외 웹사이트에서 구입한 LP가 도착했다. 이중 삼중 단단히 포장한 투박한 겉박스를 해체하자 선명하고 깨끗한 앨범의 커버 아트웍이 드러나며 미소가 번진다. 시간을 다투는 일들이 산적해있지만 LP를 들어보지 않고 그냥 외출할 수가 없다. LP의 겉비닐을 벗기고 안에 든 LP를 꺼내 고이고이 턴테이블 플래터 위에 얹는다. 아마도 이 순간이 LP를 듣는 데 있어 가장 즐거운 시간이리라. 아마도 두 번 세 번 반복할수록 음악에 대한 기억은 더 깊어지고 이해의 더께는 더해질지 모르겠지만 이 첫 번째 순간의 즐거움과 몰입도는 절대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

 

 

 

 

플래터 위에서 눈앞에 마주한 LP의 소릿골을 바라보면 마치 정성 들여 준비한 만찬 앞에 앉은 기분이다. 처음 조우한 설렘과 함께 여러 개로 나누어진 메뉴판을 손에 들고 휘저으며 무엇부터 맛을 볼지 고민이다. 대체로 LP에 담긴 메뉴는 코스 요리로 보고 즐길 수도 있고 시간 관계상 여러 메뉴 중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만 들을 수도 있다. 때로 이것은 마치 요리가 아니라 와인이나 차 혹은 커피 메뉴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그냥 먹을 수 없는 가공 전 원료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마치 재배하기 전 메를로나 시라 아니면 콜롬비아 수프레모나 예가체프 원두를 방금 배달 받은 느낌이다. 로스팅과 블렌딩에 따라서 동일한 재료도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낸다.

 

카트리지를 LP를 위에 얹는 순간 동일한 음악의 재료도 맛과 향이 다르다. LP의 소릿골은 전 세계인이 동일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카트리지에 따라 1차에서 이미 다른 소리의 세계로 각각 따로 진입한다. 커피의 로스팅이나 블렌딩에 따라 동일한 커피도 다른 맛을 내듯 카트리지의 종류에 따라서도 수많은 맛을 낸다. 소릿골을 읽어내는 방식이 MM인지 MC인지 그리고 읽어내는 바늘의 소재가 다이아몬드인지 사파이어인지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또한 내부 코일이나 마그넷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며 카트리지의 캔틸레버도 중요한 음질 결정 요소가 된다.

 

 

 

 

소재뿐만 아니라 카트리지 스타일러스가 타원인지 아니면 마이크로 릿지 방식인지에 따라서도 소리의 품질이 좌우된다. 이 외에 톤암과의 컴플라이언스 매칭까지 고려하면 소릿골이라는 음악 재료를 어떻게 가공해내느냐에 관해 경우의 수는 하늘의 별처럼 많아진다. 그리고 그 시작점엔 절대적으로 카트리지가 위치한다. LP의 그루브를 어떻게 요리해 내 나의 입맛에 꼭 맞는 천상의 맛을 내기란 쉽지 않지만 좋은 카트리지 하나만 있다면 일단 기본 요리 도구는 갖춘 셈이다.

 


 

 

음악을 구워내다

 

 

지코(Jico)가 발표한 단 하나의 카트리지 Seto-Hori는 그들만의 독창적인 소재와 방식을 통해 음악을 구워내고 요리하고 있다. 참고로 지코의 역사는 1959년,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그 이전 19세기부터 기모노를 만들기 위한 바느질용 바늘을 제작해왔지만 이런 정밀 수공 기술을 바탕으로 레코드 재생을 위한 바늘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세기 중반이었다. 그리 고 1964년부터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개발해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직 스타일러스만 생산했다. 그들의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계속해서 전 세계 MM 카트리지의 스타일러스를 생산해 오디오파일에게 보급했다. 슈어를 비롯해 카트리지 최강국 일본의 카트리지를 그들만의 정교한 스타일러스로 되살려냈다. 단종된 슈어 카트리지의 바늘이 생명을 다했을 때 지코 스타일러스는 저승으로 가기 직전 이승으로 발을 돌려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지코가 카트리지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는 마치 CD 픽업 메커니즘을 만드는 제조사 에소테릭이나 소니가 시디피를 만든다거나 유닛을 만드는 아큐톤, 문도르프가 직접 스피커를 제작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코는 담담히 그들의 인생에 2막 1장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름은 Seto-Hori. 일본 아이치현에 세토시에서 만들어내는 도자기처럼 이 카트리지의 바디는 마치 도자기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지코는 이 카트리지를 설계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소재와 구조를 얻기 위해 도자기, 즉 세라믹을 구워내는 공정을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세토현에 있는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 제작에 이르렀다. 게다가 카트리지 상단엔 원목을 사용해 세라믹과 나무의 소재 및 그 구조에서 오는 진동 및 하모닉스 특성을 교묘하게 융합했다. 마치 원두커피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구와 방식으로 볶아내듯 지코의 레시피는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하다.

 

 

 

 

실제 LP의 그루브를 요리해내는 첫 번째 접촉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지코의 스타일러스 제작 기술. 약 천 불 짜리 이 카트리지는 이례적으로 고가 카트리지에 적용하는 다이아몬드 팁을 사용했음은 물론이며 그 형태가 마이크로 리지다. 일반적인 타원형보다 레코드의 소릿골과 접촉면이 넓어 읽어들이는 정보량이 높고 당연히 해상력과 세부 묘사가 뛰어나 하이엔드 카트리지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게다가 보론 소재의 캔틸레버를 사용해 진동에 매우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Seto-Hori는 엄연히 내부 코일로 음악 신호를 증폭, 전달하는 MC 카트리지다. 그러나 저출력을 피하고 고출력을 택하고 있다. 이 카트리지의 출력 전압은 2.0mV. 보편적인 MM 카트리지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0.2~0.3mV 정도가 일반적인 저출력 MC 카트리지에 비하면 대략 열 배 정도 높은 출력을 가진다. 따라서 별도의 MC 전용 포노앰프 없이 MM 포노앰프에 직결해 사용해도 된다. 출력 임피던스는 130Ω/1kHz, 출력 밸런스는 <1.5dB/1kHz 정도.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카트리지 무게다. 약 11g 정도로 요즘 카트리지에 비하면 꽤 무거운데 세라믹과 원목을 사용한 결과다. 따라서 너무 가벼운 톤암에선 적정 침압을 맞추기 힘들 수도 있고 가능하면 무게가 좀 있는 톤암을 사용할 때 좋은 트래킹 능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라믹과 원목, 다이아몬드, 보론의 풍미

 

 

 

김민기 - 가을편지

김민기 1

 

김민기의 ‘가을편지’를 들어보면 초반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가 또랑또랑하고 맑게 울린다. 마치 수정처럼 맑고 상쾌한 사운드다. 이어지는 보컬의 억양이 또렷하고 가사 전달력이 매우 좋은 편이다. 경험이 많은 오디오파일은 알겠지만 카트리지 성능이 뛰어나고 세팅이 정교할수록 기저 잡음이 낮아진다. 잡음 섞인 아날로그 사운드의 추억 같은 것은 저품질 아날로그 시스템의 자기 위안일 뿐이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무척 중립적인 편이어서 어떤 음악에서도 과장된 몸짓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 스타일러스 거장의 풍모가 엄숙하게 느껴진다.

 

 

 

Florin Paul

Bach: Partitas For Solo Violin

 

처음 이 카트리지를 셋업한 이후와 일주일 정도 주력 카트리지로 사용해본 이후의 사운드는 매우 다르다. 초기에 마치 BBC 스피커 같은 소리를 들려주었다면 번인 이후 완벽히 변신한 하이엔드 지향 사운드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플로린 폴의 바흐 파르티타를 들어보면 매우 날씬하고 단단하며 고역이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르게 열려있다. 내가 사용하는 오토폰 카트리지에 비하면 보다 단정한 중고역을 들려주며 벤츠 마이크로에 비하면 중역의 살집은 약간 줄되 고역은 확실히 롤오프 없이 높게 뻗으며 생생하다. 살얼음을 애는 듯한 바이올린 솔로가 절절히 가슴을 녹인다.

 

 

 

The Syd Lawrence Orchestra - Sing Sing Sing

Big Band Spectacular!

 

동적인 움직임의 표현은 명장의 패기가 충만하다. 도대체 어물쩍거리며 게으른 움직임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이 빠른 반응속도와 매끈한 주행능력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시드 로렌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글렌 밀러의 ‘Sing Sing Sing’을 들어보면 번뜩이는 광채가 리스닝 룸을 환하게 비출 듯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관악기들의 만찬이 펼쳐진다. Seto-Hori는 단숨에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리듬 섹션을 소환해 이 곡이 가진 실체감을 산 정상까지 몰아붙인다. 리듬감, 추진력은 동급 제품 중 가장 매력적이다. 무대를 뒤로 깊게 형성하기보단 전/후를 오가며 활기차게 펼쳐내는 타입이다.

 

 

 

Teodor Currentzis

Mahler: Symphony No. 6

 

다중 악기 편성에선 여러 악기들의 다양한 하모닉스가 총체적으로 민낯을 드러내다. 특히 대편성 오케스트라 중 쿠렌지스의 말러 6번 녹음을 들어보면 마치 거대한 홀톤에 둘러싸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카트리지는 초기 하베스에서 아큐톤의 색상을 중화시킨 듯 시간에 따라 변모해 현재는 Heto만의 소릿결을 찾았다. 관악기들은 역시 상쾌한 울림에 약간의 푸르른 색채를 머금고 있으며 온도감은 중립적이고 콘트라스트 대비가 뚜렷하게 대비되어 총 천연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무대 자체는 절대 고전적인 모노톤을 거부하고 전후, 좌우로 호쾌하게 펼쳐내 대편성 교향곡에서도 시원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아날로그 만찬

 

 

Seto-Hori의 테스트에는 트랜스로터 ZET-3MKII와 순정 9인치 800S 톤암을 사용했다. 이 외에 포노앰프는 오디오리서치 PH5 및 서덜랜드 PHD 등의 포노앰프를 적용했다. 고출력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MM 전용 포노앰프에서도 충분히 대응하며 임피던스 또한 여러 개를 셋업해 보았으나 47K옴에서 적절한 대역 밸런스와 심도를 얻을 수 있었다. 사용자 입장에선 별도의 승압 트랜스나 헤드앰프가 필요 없어 저출력 MC 카트리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프리마루나 다이아로그 프리미엄 HP 인티앰프와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를 사용한 시스템에서 0.4mV 벤츠 마이크로 MC 카트리지에 비하면 볼륨을 덜먹어 8~9 정도만 해도 방에서 즐기기엔 부족함 없는 볼륨을 얻을 수 있었다.

 

 

 

 

Seto-Hori는 매우 잘 만든 고출력 MC 카트리지다. 그러나 그저 잘 만든 카트리지를 넘어 내가 들어본 고출력 MC 중에서도 무척 독창적인 울림을 갖는다. 도자기를 구워내듯 세라믹과 원목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보론으로 빚어낸 소리는 독특한 커리어의 바리스타가 블렌딩한 원두커피처럼 그들만의 풍미로 가득하다. 마치 고에츠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색채와 함께 록이나 재즈 등 변화무쌍한 리듬과 싱커페이션 등 복잡한 아티큘레이션에서도 빠르고 힘찬 반응 속도를 자랑했다. 물론 레퍼런스급 저출력 MC 카트리지에 비할 바는 아니나 출시가를 고려하면 횡재에 가깝다. Seto-Hori는 명장 지코가 차려낸 아날로그 만찬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Output voltageOutput balanceStylus forceChannel separationFrequency responseOutput impedance
Stylus shapeProduct net weightShielding case

2mV
<1.5dB/1kHz
2.0 g
25dB/1kHz
15-32,000Hz
130Ω/1kHz
Boron cantilever
Micro-ridge
11 g
Ceramic ware from Seto and Walnut tree.
All cartridge shipped with 100% shipping inspection with sound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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