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오디오퀘스트라는 케이블 회사를 모르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양한 가격대에 오디오와 비디오 모두를 아우르는 숱한 상품군은, 과연 6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케이블 전문 메이커의 위상에 걸맞는다. 케이블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쭉 이쪽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지금도 새로운 기술과 특허로 무장한 신제품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오디오퀘스트의 존재는 귀중하고 또 주목을 끈다. 그 오너이자 디자이너인 빌 로우(Bill Low)의 방한에 맞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어: 이종학
인터뷰이: 빌 로우
-우선 자기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BL : 저희 회사는 1980년에 창업했습니다. 근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죠. 그러나 저는 1960년대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또 72년부터 본격적인 오디오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므로, 훨씬 오랫동안 오디오 관련 일을 했다고 봐야겠죠.
-일찍부터 오디오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죠?
BL : 맞습니다. 학창 시절에 주로 포크 록 관련 음악을 즐겨하고 또 지미 헨드릭스, 도어즈 등의 음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오디오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당시 히스키트나 다이나키트와 같은 키트를 사서 앰프를 제작하곤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친구들에게 10불이고 15불이고 받았습니다. 물론 그 돈으로 레코드를 샀죠.(웃음)
-오디오에 관련한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습니까?
BL :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오레곤에 있는 컬리지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렇게 키트 앰프를 만드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앰프나 스피커를 추천하는 일이 수입도 더 낫고, 재미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작은 숍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히타치 리시버나 BSR 턴테이블 등을 팔았지만, 이후 야마하를 노스웨스트 지역에서 처음 핸들했고, 셀레스천이나 린도 취급하게 되었죠. 참고로 린의 손덱 턴테이블은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판매한 숍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디오 관련 일을 리테일러로 시작한 것이 재미있군요.
BL : 이윽고 학업을 마친 후에 76년이 되어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운영하던 숍은 아는 분에게 팔고, 본격적인 딜러 일을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직접 매뉴팩처러를 컨택해서 제가 제품을 핸들링하는 형태가 된 거죠. 데카, 오디오닉스, 코스(Koss), AEA, 던랩 클락, 로저스, 셀레스천 등 좋은 브랜드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무척이나 보수적이어서 여간해서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부 캘리포니아로 옮기면서 조금씩 길을 보기 시작했죠. 이쪽은 상대적으로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곳이라 제가 취급하는 제품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매는 부진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아, 나는 세일즈에 별로 소질이 없구나.(웃음)
-6년간이나 리테일러며 딜러 일을 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BL : 이후 78년도에 산타 모니카에서 예약 중심의 오디오 숍을 저희 집 거실에 차렸습니다. 말하자면 살 사람만 와라, 이런 태도였던 것이죠. 이 시절의 케이블에 대해 말하면, 76년부터 조금씩 케이블의 존재가 주목받는 단계였습니다. 그 중에 눈길을 끈 것이 포크 오디오에서 만든 “코브라 케이블”입니다. 일제 케이블을 개량해서 만든 것인데, 가끔 앰프에 트러블을 일으키긴 했지만 소리는 괜찮았습니다. 이후 78년에는 포크, 밥 풀턴, 조나스 밀러 등이 본격적으로 케이블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미 60년대부터 오디오를 만지면서 케이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터라, 이런 붐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78년도에 제가 직접 디자인한 케이블을 선보이게 됩니다. 저는 이를 “오리지널 레시피”라고 부릅니다.
-오리지널 레시피? 재미있군요.
BL : 실은 이것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모토를 조크로 처리한 것입니다. 제작 시에는 데이빗 고어의 생각을 좀 더 개선시킨 것이죠. 당시에는 여러 개의 가닥으로 컨덕터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그냥 쭉 길게 연결하는 것(Parallel)보다는 이 가닥들을 꼬아서(Twist)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한 것입니다. 이래서 12게이지짜리 435개를 꼬아서 만든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당시 탑으로 평가받던 풀턴의 골드 케이블을 능가하는 소리를 내어 소리 소문 없이 주위에 번져나갔습니다.
-오리지널 레시피가 드디어 마법을 발휘했군요.
BL : 원래 이 케이블은 내 숍에서 소수의 애호가들을 상대로만 팔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L.A.쪽 딜러들이 서로 달라고 아우성을 쳤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결국 1980년에 오디오퀘스트를 설립해서 본격적인 생산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이론이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을 갖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BL : 케이블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적용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1980년의 일인데, 한 번은 서브우퍼를 만드는 제작자한테 케이블을 만들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두 종류의 케이블을 가져갔습니다. 똑같은 네 개의 컨덕터를 가진 케이블이지만 하나는 두 개의 컨덕터를 서로 트위스트해서 한 쌍의 컨덕터를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네 개의 컨덕터를 꼬지 않고 그냥 평행으로 둔 것입니다. 결론은 후자가 나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바탕으로 6개, 8개 하는 식으로 컨덕터를 써보다가 결국 6개를 대칭형으로 배치하는 것이 제일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라이브 와이어 리츠 그린이라는 케이블이 나왔죠.
-오디오퀘스트의 대표적인 4가지 기술 중의 하나인 대칭(symmetrical) 구조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군요.
BL : 현대 케이블 회사에서는 4개 이상의 컨덕터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상식으로 되었습니다. 또 이런 일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느 스피커를 데모하고 있었는데, 두 개의 케이블을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7.5미터짜리였고, 또 하나는 3미터짜리였습니다. 비교해보니 똑같은 선재로 만든 것이지만 3미터짜리가 더 소리가 나았습니다. 이로써 길이가 길수록 더많은 데미지가 발생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한편 몬스터 케이블이 처음으로 부드러운 피복을 덮은 케이블을 만들었을 때 실험해보니 이게 딱딱한 PVC 보다 소리가 나았습니다. 이후 우리도 소프트한 재질을 피복하는 방법론을 추구하게 되었죠. 일본에서는 아예 에폭시 계열로 피복한 케이블을 만들더군요.(웃음)
-오디오퀘스트를 대표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시겠습니까?
BL : 여기서 하나 말씀드릴 것은 “좋은 케이블은 덜 나쁜 것일 뿐이다”(Good cable is less bad)라는 점입니다. 케이블을 설계할 땐 여러 가지 난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언급할 것이 “서피스 이펙트”(surface effect)입니다. 케이블을 잘라내서 단면을 보면, 대부분의 음성 신호는 표면을 타고 흐릅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에너지가 약해집니다. 또한 이 주변을 타고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N극에서 S극을 향해 자력이 움직이죠. 만일 이 자기장을 없애면 그만큼 왜곡이 줄어들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장이 없으면 전류 자체가 이동하지 않으니까요. 또 도체 표면을 무엇으로 감싸느냐에 따라 음이 달라집니다. 도체 자체가 산화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상당히 복잡한 요소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이런 리버럴 아트를 공부하면 어떤 것을 배우냐 하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저는 이런 학습법을 바탕으로 30년을 한결같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해온 것이죠.
-오디오퀘스트의 자료나 명함을 보면 네 개의 기호가 보입니다. 이게 당사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심볼인가요?
BL : 맞습니다. 네 개의 마크는 각각 소재, 솔리드 코어, 케이블 구조, 절연 등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우선 소재에 대해 말하면, 도체 재료의 품질에 따라 소리에 큰 차이가 납니다. 이는 단지 순도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방향성, 입자 사이즈, 표면의 평활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또 솔리드 코어도 중요합니다. 얇은 선을 꼰 형태는 선이 서로간에 작용을 하기에 왜곡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자기장까지 발생해서 복잡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우리의 솔리드 코어는 이런 문제를 거의 해결해줍니다.
-서피스 이펙트나 자기장 문제를 알고 나니까 왜 솔리드 코어를 추구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BL : 우리가 추구하는 케이블의 구조는 이런 자기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동일한 극성과 반대 극성의 도체를 일관성있게 배열해서 플러스(+)와 마이너스(-) 관계를 정리한 것이죠. 그 결과 6개의 컨덕터를 대칭형 구조로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절연인데, 낮은 레벨의 신호가 들어올 때 특히 절연은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절연체는 공기입니다. 우리는 공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복도 문제가 됩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만의 기술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DBS는 어떤 기술입니까?
BL : 이것은 “Dielectric -Bias System”의 약자로, 특허를 받은 기술입니다. 일종의 절연에 관한 것인데, 물론 최상의 절연체는 공기지만, 공기만 사용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떤 형태든 절연체를 사용하게 되어있는데, 그것은 또한 유전체로서의 성질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 혹은 음성 신호가 흐를 때 일정한 교류 전압이 축적됩니다. 그리고 또 그 전압을 방출하죠. 이런 불규칙한 충방전이 결국 왜곡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서 절연체에 DC 바이어스를 걸기로 한 것입니다. 그럴 경우, 절연체에는 일체의 전압이 없게 됩니다. 또 DBS 자체에도 일체의 전류가 흐르지 않는 구조이므로, 신호 전달 경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죠.
-노이즈 제거 시스템은 무엇입니까?
BL : 이것은 어스에 관한 것입니다. 전기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신호는 어스를 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스 자체가 변조되면, 신호도 변조됩니다. 우리의 노이즈 제거 시스템은 이런 변조의 영향을 대폭 줄이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도체를 금속 호일로 이중 감싸고 그 사이 사이에 카본을 혼합한 합성 섬유층을 삽입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고주파의 간섭이 대부분 기기의 접지면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콜드 웰드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BL : 이것은 도체와 단자를 연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접점 부분에 동 또는 은 페이스트를 넣고 공압으로 용접하는 방법인데, 압력을 조절하면 일체 열을 사용하지 않고 도체와 단자를 기계적으로 일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밖에 너무나 많은 기술적 데이터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귀사에서는 오디오뿐 아니라 비디오 관련 케이블도 생산합니다. 아날로그 및 디지털 케이블을 모두 다루는데, 제작시에는 똑같은 원칙에 따라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BL : 오디오와 비디오 케이블은 매우 다릅니다. 비디오쪽은 차라리 디지털 케이블과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확실히 숙지해야 합니다. 기본 원칙은 같지만, 우선 순위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순은선의 경우 오디오쪽에 사용하면 좀 날카롭고 쏘는 경향이 있지만, 비디오쪽에 사용하면 상당히 퍼포먼스 성능이 좋아집니다. 결국 경험론에 입각해서 다양하게 적용하고 또 배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L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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