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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위대한 유산 - GPO Retro

by onekey 2024. 3. 1.
이종학2016-11-19 11:28
추천 39 댓글 0
 



 

요즘 턴테이블 시장이 뜨겁다. 뜨겁다 못해 화재가 날 지경이다. 올해 5월에 뮌헨에서 열린 하이엔드 쇼를 보면, 턴테이블이 없는 부스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숱한 신생 메이커부터 심지어 진공관 앰프 회사까지 저마다 신상품을 내놓는 실정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트리밍 오디오 일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대체 요즘 음악과 오디오쪽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가히 LP 르네쌍스라 불러도 좋다.

 

 

 

 

 





이 시장을 영국만 놓고 보면, 2015년에 가장 많이 팔린 턴테이블 톱 파이브 중, 두 개가 한 회사에서 만들어졌다. 톱 20로 넓히면 무려 세 종이나 만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GPO Retro라고 하는데, GPO는 뭐고, 왜 여기에 레트로를 붙였는지 좀 의아하기만 하다.

 


 

 

 

 




 

일단 GPO 레트로의 탄생만 놓고 보면, 200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식 전화기나 올드 타입 턴테이블 등 빈티지 계열 제품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프로텔 X(ProT디 X)라는 디자인 팀이 결성이 된다. 그런데 이 모임은 단순히 구식 제품을 재생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성과 영감을 적절히 조화시키고자 했다. 그게 발전이 되어 GPO 레트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는 메이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GPO의 뜻을 이해하고, 그 배경을 짚어보면, 단순히 몇 년 혹은 몇 십년이라는 숫자로 파악할 수 없는 깊은 내공과 전통을 만나게 된다. 즉,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듯, GPO 역시 몇몇 디자이너가 만나서 이뤄진 단순한 회사가 아닌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넓게 봐서 356년의 역사를 갖고, 짧게 봐도 138년에 이르는 내력을 갖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헷갈릴 수도 있는데, 우선 GPO의 의미부터 짚어보자.

 

 

 

 

 




 

일단 GPO의 약자를 풀어보면, “General Post Office”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로 치면, 중앙 우체국이란 뜻이 된다. 중앙 우체국? 아니 우체국과 턴테이블이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을 것이다. 성급한 독자를 위해 간단히 말하면, 깊은 관련이 있다,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일단 GPO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영국에서 정식으로 우편 시스템이 확립된 것은 저 멀리 1660년, 찰스 2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각종 우편 서비스를 국가 기관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전화기가 보급되고, 조금씩 사용자가 늘어감에 따라, 1878년에 정식으로 국가 소유의 전화 시스템도 완비가 된다. 그게 역시 GPO 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GPO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전화기를 생산하게 되는 바, 이 디자인이 숱한 메이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영향권에 우리도 속해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발생지이며, 산업 혁명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패션, 문학, 철학, 음악, 미술 등 여러 분야에서 전세계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적어도 모더니즘 이후 전세계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기본 시스템으로 포맷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신사복이나 민주주의 시스템, 귀에 들어오는 음악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배후에 영국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GPO 레트로 역시 그런 풍부한 대영제국의 문화 유산을 새롭게 일신시켜서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인 것이다.

 

 

 

 

 




 

그러므로 GPO 레트로를 말할 때, 우선 전화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주력 사업은 턴테이블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거기에 블루투스가 가능한 스피커 및 여러 액세서리도 생산되고 있다. 단, 그 디자인을 보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1950~70년대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 클래식한 외관이 오히려 현대적이고 또 전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면도 있다. 이 점이 GPO 레트로의 빼어난 성과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 

 

 

 

 

 




 

현재 GPO 레트로의 프로덕트 라인업을 보면, 크게 다섯 종으로 나눌 수 있다. 전화기(Push Button Phones), 레코드 플레이어(Record Player), 스피커(Speaker), 빈티지 라디오(Vintage Radio) 그리고 액세서리(Accessories)다. 지금부터 그 각각의 컨셉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전화기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지난 100년간 통신쪽을 주름잡았던 아날로그 전화기에 대한 향수는 의외로 강한 편이다. 사용 시 청취 감도도 좋고, 복고적인 디자인과 내구성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현재 두 타입이 런칭중에 있다. 하나는 전통적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전자는 로터리 다이얼(Rotary Dial)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푸시 버튼(Push Button)이라 부른다. 투박하고 단단한 모델부터 날렵하고 곡선미가 멋진 모델까지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레코드 플레이어 항목에 가면, 대략 네 개 타입의 제품군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이른바 거치형으로, LP가 오디오 소스기의 주역이던 1960년대 시절의 당당함과 클래시컬한 감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보자마자 LP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제품군이다. 또한 USB 메모리를 꽂아서 LP의 음원을 녹음할 수도 있고, 반대로 USB에 담긴 음원을 재생할 수도 있다. 오토매틱하게 리턴하는 자동식 톤암의 존재도 반갑다. 당연히 앰프, 스피커가 달려있어서, 이 자체로 완벽히 하나의 오디오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버뮤다와 엠파이어 등이 이에 속한다. 애호가 입장에서 메인 시스템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두 번째는 포터블 타입. 예전에 소풍 가서 록이나 댄스를 틀며 놀았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감격해할 제품들이다. 일종의 브리프 케이스 안에 턴테이블은 물론, 앰프, 스피커 등이 골고루 담겨 있다. 배터리 구동도 가능해서 그 경우 2시간 반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 자체를 메인 기기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아타체 케이스와 스틸로 등의 모델이 있다.

 

 

 

 

 




 

세 번째는 미국식 디자인을 응용한 것으로, 완벽한 리시버 타입이다. 즉, 턴테이블, 스피커, 앰프는 기본이고 여기에 FM 라디오, CD 플레이어까지 달았다. 또 해드폰 단자 및 AUX 단까지 제공함으로, USB 메모리의 사용성까지 염두에 두면, 거의 대부분의 오디오 스소기를 커버하고 있다. 특히, CDP의 존재는 반갑기만 하다. 멤피스, 자이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오로지 턴테이블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들이다. 단, 영국의 감성을 풍부하게 살려, 잼이라는 모델의 경우, 60년대를 지배했던 모드족의 느낌을 잘 살렸다. 모드족? 더 후, 스몰 페이시스, 디 액션 등 브리티쉬 인베이션의 주역이 몰고 왔던 패션 혁명을 말한다. 얼핏 보면 그 당시에 만들어진 제품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유니온 잭을 기반으로 한 수려한 디자인은 강한 구매욕을 느끼게 한다.

 

 

 

 

 




 

이어서 스피커쪽으로 가보자.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스피커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이른바 블루투스 스피커군에 속한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이런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바, 블루투스를 통해 음원을 재생하는 것이 골자지만, AUX단을 제공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그 디자인에 있어서도 60년대의 감성을 풍부하게 발휘해서, 이런 계통에선 매우 눈에 띠는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약간 사이즈가 큰 웨스트우드와 약간 작은 웨스트우드 미니 두 계통이 있고, 다양한 컬러가 제공된다. 특히, 빈티지 스타일의 그릴은, 올드 팝이나 올디스 음악을 듣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빈티지 라디오라는 항목도 짚고 넘어가야 하다. 사실 1960년대까지 진공관을 사용한 커다란 라디오가 인기를 끈 바, 지금 들어도 깊고 풍부한 음질은 단순한 라디오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바로 그런 미덕을 골고루 담았다. 윈테스터라는 모델은, 1950년대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가운데, 이지 튜닝 기능을 더해서, FM 선곡에 무리가 없게 했다. 리들 포 밴드라는 모델은 FM뿐 아니라, MW, LW, SW 등 다양한 주파수에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FM에 대응하는 리들 DAB도 존재하니, 이래저래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액세서리. 특히, 비닐 음반을 담을 수 있는 두 종류의 멋진 케이스가 눈에 띈다. 하나는 이른바 싱글 또는 도너츠 레코드를 담을 수 있는 7인치 사양으로, 약 20~25장을 수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통상의 LP로, 12인치 규격을 약 40~45장을 수납한다. 사실 일본에 가면 숱한 음반 가게를 만날 수 있는데, LP는 항상 집을까 말까 고민이 된다. 이런 수납 케이스가 있으면, 그런 망설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같다.

 

 

 

 

 




 

이상으로 대략 GPO의 역사와 제품군에 대해 간략히 알아봤다. 사실 브리티쉬 사운드라고 해서, 탄노이를 비롯, 로하스 계열 등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터라, 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GPO의 등장은 매우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가성비 면에서 탁월하고, 디자인도 멋져서, 일반 음악 애호가들의 시선도 충분히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아주 흥미롭고, 감성적인 브랜드가 런칭된 것이다.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자못 궁금하다.

 

 

 

 

 

- 이 종학 (Johnn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