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 코난
인터뷰이 : 루이스 드자르뎅(Louis Desjardins)
- 원래 오디오가 아니라 다른 분야를 전공했고 다른 산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분야였나요?
루이스 : 오디오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분야를 섭렵했습니다. 일단 전공은 물리학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졸업 후에는 고화질 사진 업계에서 일했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진과 오디오는 무척 유사한 분야입니다. 사진은 빛의 파동을 다루는 분야고 하이파이 오디오는 소리의 파동을 다루는 분야기 때문이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저는 기본적으로 저는 오디오파일이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했었고요.
- 크로노스 오디오를 설립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루이스 : 제가 오디오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종류의 턴테이블을 운용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서 계속해서 수정, 보완하면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또 하나의 취미가 있는데 레이싱 그리고 모터사이클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기계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죠. 그 와중에 진동, 정확히 말해 토크(Torque)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토크는 턴테이블 중 서스펜션을 사용하는 턴테이블에서 동일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듀얼 역회전 플래터입니다. 메인 플래터 이외에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플래터를 하나 더 추가하는 방식이죠.
제 아이디어가 과연 실제 턴테이블에서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했고 그 결과는 제 생각과 일치했습니다. 이 결과를 얻는 데만 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또한 사운드 면에서도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처음 만들었을 때 굉장히 특별한 사운드를 경험하게 된 거죠.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LP 제작자입니다. 그 친구는 몬트리올 쇼에 참가할 때 턴테이블을 제작해 함께 참여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내 친구가 운영하는 레이블은 고음질 녹음으로 유명한 피델리오(Fidelio)입니다. 이후 이 턴테이블을 상용화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많았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를 밟아나갔습니다.
- 음악 애호가면서 많은 턴테이블을 운용하던 오디오파일이셨다고 했는데요. 혹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턴테이블은 무엇이었나요?
루이스 : 서스펜션이 적용된 턴테이블을 좋아했습니다. 예를 들어 린 LP12 같은 모델들이죠. 이 외에도 여러 턴테이블이 있는데 중요한 건 이런 기존 턴테이블의 모터, 플래터, 서스펜션 방식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죠.
- 그래서 크로노스 오디오의 턴테이블에 모두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한 거군요?
루이스 : 그렇습니다.
- 얼마 전 스파르타를 테스트하고 리뷰했습니다. 상위 크로노스 PRO도 들어보았지만 스파르타만 해도 상당히 훌륭하더군요. 크로노스 PRO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루이스 : 저는 일단 크로노스 PRO를 처음 개발했습니다. 어떤 타협도 없이 저의 모든 이론과 기술, 소재를 총동원했죠. 스파르타의 경우 크로노스 PRO의 절반 가격에 크로노스 PRO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역회전 듀얼 플래터 방식을 고수했고 정밀한 DC 모터를 장착했습니다. 크로노스 PRO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서스펜션을 적용했죠.
▲ Kronos Audio Kronos Pro
하지만 소재 측면에서 다릅니다. 크로노스 PRO처럼 복잡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알루미늄/페놀릭/알루미늄 적층 구조에 특수 접착제를 사용한 크로노스 PRO에 비하면 스파르타 턴테이블은 좀 더 단순한 베이스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제작이 좀 더 쉬워졌고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었죠.
- 듀얼 역회전이 얻는 음질적 이득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쉽고 상세하게 설명 부탁합니다.
루이스 : (아날로그 라운지 시청실 좌석 맨 앞자리 중앙으로 불러 앉히며) 하나의 플래터로 턴테이블을 구동시킬 때와 두 개의 플래터를 역회전 시켜 구동시킬 때 음질적 차이를 알려드리죠.
▲ Kronos Audio Kronos Pro 듀얼 플래터 테스트
※ 루이스는 두 개의 플래터를 모두 회전시켜 들려준 다음 아래에 위치한 플래터를 중지시켜 하나의 플래터만 회전시켜 LP를 재생해주면서 음질적 차이를 느껴보라고 했다. 실제 음질적으로 상당히 큰 차이가 드러났다. 음장의 넓이와 깊이는 물론 저역 다이내믹스, 펀치력의 차이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플래터를 모두 회전시킬 때 훨씬 더 입체적이고 명료한 포커싱을 얻을 수 있었다.
- 처음 보고 리지드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서스펜션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루이스 : 진동은 어떻게 해서든 턴테이블 플래터와 톤암으로 연결될 통로를 찾아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턴테이블이 상당히 무거우면 진동이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진동은 어쨌든 턴테이블에 영향을 줍니다. 사실 진동은 고체를 통해 상당히 잘 전달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진 같은 자연 현상은 일어나지 않겠죠.
▲ Kronos Audio Kronos Pro 서스펜션 테스트
서스펜션을 적용하면 아이솔레이션 역할을 하게 되어 진동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스펜션 방식을 적용할 경우 플래터 회전으로 인한 토크 때문에 베이스가 진동하며 비틀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것이 음질에 악영향을 주고요.
이때 두 개의 플래터를 동시에 같은 속도로 정확히 정반대로 회전시키면 비틀림 현상과 진동을 드라마틱하게 없앨 수 있습니다. 서스펜션 방식은 리지드 타입보다 진동을 감쇄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약점이 없을 수 없는데 역회전 방식을 도입하면서 약점을 없애버리게 된 것이죠. 요컨대 크로노스 턴테이블은 플로팅 방식도 아니며 리지드 방식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만드는 턴테이블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턴테이블입니다.
- 암을 여러 가지 적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블랙 뷰티를 추천하겠지만 이 외에 다른 톤암을 추천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Kronos Audio Kronos Pro와 Black Beauty 톤암
루이스 : 다른 대안도 있긴 하지만 역시 최고는 블랙 뷰티라고 생각합니다. 블랙 뷰티 톤암은 물리학을 바탕으로 대단히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매우 독창적인 설계로 제작된 톤암입니다. 블랙 뷰티의 기하학적 구조는 완벽합니다. 블랙 뷰티의 완드(Wand)엔 크로노스 턴테이블에 적용한 진동 제어 솔루션이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저희가 다른 톤암이 아닌 블랙 뷰티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블랙 뷰티는 같은 몬트리올에 위치한 안드레 테리오(André Terio)가 만들고 있습니다.
- 블랙 뷰티 톤암은 오직 크로노스 오디오에만 공급하나요?
루이스 :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안드레 테리오의 톤암, 특히 블랙 뷰티의 성능에 매우 만족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확실한 믿음 때문에 우리가 블랙 뷰티 톤암의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 BMW의 엔진을 얹으면 좋은 성능을 낼 수 없듯이 우린 하나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통합된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른 톤암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지만 최고 성능은 역시 블랙 뷰티 톤암을 장착했을 때 나옵니다.
- 블랙 뷰티 톤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트리지가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루이스 : 블랙 뷰티 톤암은 전 세계 어떤 카트리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블랙 뷰티 톤암은 질량, 진동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여타 톤암에 비해 카트리지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 여러 메이커가 트래킹 에러에 관한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고 있습니다. 혹시 크로노스에서는 톤암의 트래킹 에러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있나요?
루이스 : 일단 리니어 트래킹은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입니다. 톤암의 길이가 12인치 정도 되면 트래킹 에러로 인한 소리의 왜곡은 귀로 느껴지지 않는 범위에 있습니다. (레코드 커팅 머신으로 래커 마스터를 제작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커팅 머신의 톤암은 모터가 톤암과 스타일러스를 움직여 소릿골을 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턴테이블은 모터가 없이 소릿골을 읽어나가죠.
카트리지는 힘에 매우 민감한데 리니어 트래킹 톤암은 카트리지 캔틸레버에게 톤암을 움직이는 역할을 줍니다. 리니어 트래킹 방식은 오히려 톤암 주행을 힘들게 만들죠. 또한 레코드마다 그루브의 넓이가 다른데 리니어 트래킹의 에어 베어링 시스템은 이에 정확히 대응하기 힘들고 노이즈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 이번에 공개된 레퍼런스 포노앰프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루이스 : 레퍼런스 포노앰프는 아주 전통적인 설계로 만들었습니다. 진공관을 사용하고 내부 설계에서 신호 전송에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와이어링 방식으로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내부엔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리스의 트루 라이프 오디오(True Life Audio)와 함께 승압 트랜스와 트랜스포머를 공동으로 개발, 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디자인해서 제작을 의뢰하죠. 무려 3대에 이어 트랜스를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 Kronos Audio Reference Phono Preamp
우리는 오디오노트, 실바톤, 앱솔라레처럼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내부 구조, 설계에서 훨씬 더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트랜스의 코어 및 바인딩 방식 그리고 섀시 재질 등 모든 것에 저희의 독보적인 기술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크로노스 턴테이블에 적용된 진동 및 소재, 역학적 기술을 모두 레퍼런스 포노앰프에도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레퍼런스 포노앰프는 귀로 들을 수 있는 험이나 노이즈가 전혀 없습니다. 진공관을 사용하지만 웬만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보다 노이즈가 적습니다. 우리는 NOS(New Old Stock) 진공관을 함께 제공하는데 1950년대에 생산된 멀라드(Mullard) 진공관입니다. 레퍼런스 포노앰프를 만들고 배달하느라 너무 바빠서 아직 웹사이트에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6개월 동안 35대를 판매했고 이번 여행에서도 주문을 받았는데요. 모두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 혹시 턴테이블의 와우&플러터나 포노앰프의 RIAA 커브 정확도 등 크로노스가 만든 제품의 측정치를 공개해줄 수 있나요?
루이스 : 1957년에 RIAA 규정에 동의를 했지만 어떤 레이블도 이를 정확히 지키지 않았습니다. 데카는 약간 어둡고 CBS, RCA는 밝은 소리를 내는 등 모두 다른 커브를 적용해서 LP를 커팅했죠. 그것은 오로지 마스터 커팅 엔지니어의 소관입니다. RIAA 커브는 그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레퍼런스 포노앰프에 몇 가지 EQ를 탑재해 좀 더 다양한 재생음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와우&플러터도 측정치보다는 실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결국 이것은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앰프의 측정치에 관한 의견도 동일합니다. 1980년대 모든 사람들은 THD에 대해 집중하고 절대적으로 참조했죠. 그 당시에도 굉장히 뛰어난 THD를 가진 오디오가 있었지만 사운드 퀄리티는 좋지 않은 기기가 많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진공관 앰프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비해 측정치가 좋지 않지만 진공관 앰프 사운드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측정치에 크게 의미를 두지 말기 바랍니다.
- 장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루이스 : 감사합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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