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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크리스탈 OCC 케이블이라는 21년 외길, Harmonic Technology

by onekey 2024. 3. 1.
김편2019-08-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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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이 오래된 애호가들이라면 친숙해 하실 케이블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 하모닉 테크놀로지(Harmonic Technology)다. 2000년을 전후해 단결정 OCC 순동/순은 도체와 튜브를 코어로 한 지오메트리로 파란을 일으킨 제작사인데, 실제 2002년 5월 하이파이클럽에 실린 애호가 탐방기를 보면 하모닉 테크놀로지 스피커 케이블이 거론된다. 카나리 300B 푸쉬풀 진공관 파워앰프와 탄노이 오토그래프 사이에 투입된 케이블이 바로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Pro-9 Plus 스피커케이블이었던 것이다.

 

또한 같은 해 하이파이클럽에서 주최한 시청회 기사를 보면 플리니우스 프리앰프 CD-LAD와 파워앰프 SA-102를 연결한 인터케이블로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Pro Silway MKII가 등장한다. 이 케이블과 자웅을 겨루던 제품은 XLO Reference 2, XLO Signaute 2.1 등 훨씬 인지도가 높은 케이블이었다. 당시 하모닉 테크놀로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플래그십 스피커케이블을 들어봤다. Pro-7 Reference Armour(레퍼런스 아머)라는 거창한 이름의 스피커케이블이었다. 두텁고 뻣뻣한 이 케이블을 매킨토시 인티앰프 MA9000과 B&W 802 D3 사이에 연결하고 기존 케이블과 비교해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음의 순도가 높아지고 음상이 또렷해졌으며 배경이 적막해지고 음수가 풍부해진 것이다. 마치 접지 공사를 끝냈거나 효과 좋은 디퓨저를 새로 단 듯한 촉감이었다.

 

 


 

 

로버트 리, 짐 왕, 고(故) 오노 박사

 

 

하모닉 테크놀로지는 1998년 설립됐다. CEO는 짐 왕(Jim Wang)이었고, 엔지니어는 로버트 리(Robert Lee)였다. 특히 로버트 리는 일본 아츠미 오노 박사(1926~2017)가 주창해 1986년 특허를 받은 OCC(Ohno Continuous Casting. 오노 연속 결정 주조공법) 테크놀로지를 오디오케이블에 접목시킨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모닉 테크놀로지에서 OCC 공법에 기반한 싱글 크리스탈(Single Crystal) 도체를 탄생시켰고, 이 싱글 크리스탈 도체 역시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오노 박사의 OCC 공법의 핵심은 1) 용해된 구리를 거푸집에 넣어 선재로 뽑아낼 때, 2) 거푸집에 열을 가한 상태에서 용해 구리를 집어넣고, 3) 이후 선재가 뽑아져 나올 때에도 최대한 천천히 식힘으로써, 4) 차가운 거푸집을 빠르게 통과할 때 구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 5) 보다 완성도 높은 단결정(single crystal) 선재를 얻는다는 것이다. 결국 ‘단결정’이 최종 목표인 셈인데 이는 단결정이 ‘다결정’(poly crystals)보다 신호를 막힘없이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명쾌한 주장

 

 

가장 이상적인 오디오 케이블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이에 대한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주장은 극도로 명쾌하다. 필자 역시 이들의 기술백서를 읽으면서 그동안 번잡하기만 했던 케이블에 대한 상념들이 일 거에 정리되는 쾌감을 맛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왜 싱글 크리스탈 OCC 도체를 고집하는지, 상위 스피커케이블에 왜 튜브를 코어로 쓰는지, 또한 절연체로 왜 테플론과 폴리프로필렌을 투입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1. 밸런스 필드 지오메트리

 

케이블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예상대로 인덕턴스(inductance)와 커패시턴스(capacitance)에서부터 출발한다. 잘 아시는 대로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는 케이블 선재의 굵기와 배치, 즉 선재의 지오메트리(geometry)에 따라 변하는데, 우선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케이블의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 개념은 다음과 같다.

 

커패시턴스는 말 그대로 케이블 선재가 전자를 붙잡아 두려는 힘(저항)이다. 커패시턴스가 높으면 저음이 통과하기 어려운데, 이는 커패시터의 ‘직류 차단’을 떠올리면 된다. 또한 커패시턴스로 인한 전류의 위상은 주어진 전압보다 90도 빠르다. 이에 비해 인덕턴스는 케이블 선재 주위에 발생하는 전자기장으로 인해 전자를 붙잡아 두려는 힘이다. 인덕턴스가 높으면 고음이 통과하기 어려운데, 이는 코일의 ‘교류 차단’을 떠올리면 된다. 또한 인덕턴스로 인한 전류의 위상은 주어진 전압보다 90도 느리다.

 

결국 커패시턴스와 인덕턴스는 주파수에 따라 대응 값이 서로 정반대 양상으로 달라진다는 얘기다. 케이블에 커패시턴스 성분이 많아지면 저음이 적게 나오고(직류 차단), 인덕턴스 성분이 많아지만 고음이 적게 나온다(교류 차단)는 것이다. 따라서 케이블이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값을 저울질해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그래야만 서로 180도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전류의 위상 차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하모닉 테크놀로지는 마치 작용-반작용 식으로 작동하는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지오메트리가 있다며 이것에 ‘밸런스 필드 지오메트리’(Balanced Field Geometry)라는 이름을 붙였다. 속이 빈 폴리에틸렌 튜브(tube)를 코어로 삼아 한 쪽 튜브에는 포지티브(+) 위상 신호가 흐르는 선재를, 다른 쪽 튜브에는 네거티브(-) 위상 신호가 흐르는 선재를 감음으로써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를 동시에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두꺼운 솔리드(solid) 선재는 표피 효과(skin effect)로 인해 일찌감치 탈락이다. 두꺼워진 선재의 저항 성분으로 인해 고음이 표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얇은 연선(strand)을 여러 개 사용해서는 신호가 이 선에서 저 선으로 건너뛰는 전광 효과(arcing effect) 때문에 제대로 된 신호 전달이 힘들다. 제3의 길로 각 연선을 절연시킨 후 꼬는 리츠(Litz) 선재를 택해봐도 이는 일종의 커패시터와 코일이 되기 때문에 커패시턴스와 인덕턴스를 높이게 될 뿐이라는 것이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주장이다.

 

2. 테플론 & 폴리프로필렌 인슐레이터

 

다음은 인슐레이터(insulator), 즉 절연체로서 테플론(Teflon)과 공기를 다량 함유한 폴리프로필렌(air-formed polypropylene)을 쓰는 이유다. 하모닉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진공 상태를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절연체는 전기 에너지를 흡수해서 (엉뚱한 곳에) 배출해버린다. 자신이 감싼 선재에 흐르는 전기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했다가 다시 다른 지점에 토해내버림으로써 신호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테스트 결과, 이러한 전기 에너지 흡수와 배출 장난을 그나마 가장 덜 하는 것이 테플론과 폴리프로필렌이었다.

 

 

 

 

3. 싱글 크리스탈 OCC 선재

 

이야기 흐름상 세 번째로 언급하지만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싱글 크리스탈(Single Crystal) OCC 선재다. 즉, 오노 박사의 OCC 공법으로 주조해낸 단결정 퓨어 코퍼(pure copper), 퓨어 실버(pure silver)를 핵심 도체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퓨어’는 99.999997% 수준으로, 동선의 경우 일반 무산소동선(OFC. 99.99%)보다 훨씬 높다. ‘단결정’인 만큼 1m당 포함된 결정수는 일반 OFC가 100개,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선이 0.008개에 그친다고 한다.

 

 

 

 

이들이 ‘단결정’과 ‘퓨어’를 강조하는 이유는 1) 선재의 핵심은 전자를 얼마나 잘 전송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전도율(conductivity. 구리 98%, 은 99%)이 높아야 하고, 2) 순도 99.999997%를 보이는 단결정 퓨어 코퍼가 이 전도율이 다른 어떤 선재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도가 높아야 하는 이유는 선재에 철, 납, 안티몬, 비소, 황, 알루미늄 같은 불순문이 들어가면 이들이 전기 신호가 자유롭게 흐르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선재에 함유된 산소도 구리를 산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라인업

 

 

현재 하모닉 테크놀로지는 스피케이블, 인터케이블, 디지털케이블, USB 케이블, HDMI 케이블, 포노케이블, 파워케이블을 모두 만들어내고 있다. 스피커케이블 단자까지 이들이 직접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Pro-7 레퍼런스 아머 스피커케이블과 Magic Link(매직 링크) III 인터케이블은 2017~2019년 미국 앱솔루트 사운드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를 연거푸 수상했다. 하나하나 살펴봤다. 참고로 엔지니어 로버트 리는 2000년 하모닉 테크놀로지를 떠나 케이블 및 스피커 제작사 어쿠스틱 젠(Acoustic Zen)을 설립했고, 하모닉 테크놀로지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이 인수했다.

 


 

스피커케이블

 

 

 

왼쪽부터 Pro-7 Reference Armour, Pro-9 Reference SE

 

 

 

왼쪽부터 Pro-11 Reference, Pro-13 Reference

 

 

플래그십 Pro-7 Reference Armour부터 시작해 Pro-9 Reference SE, Pro-11 Reference, Pro-13 Reference 순으로 진용이 짜였다. 프로-7 레퍼런스 아머 케이블의 경우 은색 피복에 쌓인 케이블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데 이는 속에 가운데가 뻥 뚫린 폴리에틸렌(PE) 튜브가 4개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큰 튜브 2개에는 2겹의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선이 테플론 인슐레이터를 사이에 두고 각각 원통 모양으로 감겼고, 작은 튜브 2개에는 은도금된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선이 감겼다. 각 튜브+선재를 다시 테플론으로 절연시킨 후 솜과 종이로 한 차례씩 감은 후 2겹의 PVC 피복으로 최종 마감했다. 

 

프로-7 레퍼런스 아머 스피커케이블을 실제 들어보면, 음의 촉감이 개운하기 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 파워앰프의 대전류를 올라탄 음악 신호가 막힘이나 색 번짐 없이 일사불란하게 스피커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다. 역시 싱글 크리스탈 순동선과 은도금 순동선의 위력, 튜브를 코어로 씀으로써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를 동시에 낮춘 위력이 발휘되는 것 같다. 기존 케이블에 비해 사운드스테이지가 보다 넓고 깊어지고 음상이 또렷해진 점, 음이 조금 더 화사하고 입자감이 고와진 듯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말굽 단자가 달린 케이블 양 끝이 워낙 뻣뻣하고 복원력이 강하다 보니 앰프와 스피커 커넥터 연결 시 아주 단단히 조여줘야 하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프로-9 레퍼런스 SE 스피커케이블은 이전 프로-9 플러스(Plus)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 4심 도체는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선만을 썼다. 스페이드 플러그 역시 프로-7 레퍼런스 아머와 동일한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 재질. 하지만 선재의 순도는 프로-7 레퍼런스 아머(99.999997%)보다 낮은 6N(99.99997%)을 보인다. 이 밖에 지오메트리 관점에서는 폴리에틸렌 튜브 대신 폴리에틸렌 폼 코드를 쓴 점, 절연체로 소프트 폴리에틸린과 테플론을 이중으로 쓴 점이 눈길을 끈다. 싱글 단자, 인터널/익스터널 바이와이어링 단자가 옵션으로 마련됐다. 

 

 


 

인터케이블

 

 

 

왼쪽부터 Armour Link, Magic Link III

 

 

 

왼쪽부터 Melody Link III, Truth Link III, Harmony Link III

 

 

인터케이블은 Armour Link, Magic Link III, Melody Link III, Truth Link III, Harmony Link III 순이다. 플래그십인 아머 링크 인터케이블은 싱글 크리스탈 OCC 리츠 순동선 2개와 싱글 크리스탄 OCC 은동금 리츠 순동선 1개를 도체로 쓰고, 레퍼런스 아머 스피커케이블과 마찬가지로 속이 빈 폴리에틸렌 튜브를 코어로, 테플론을 인슐레이터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 표피 효과를 모두 낮춤으로써 무대의 투명도는 높이고 플로어 노이즈는 대폭 낮췄다는 설명이다. 

 

매직 링크 III 인터케이블은 앱솔루트 사운드가 2017~2019 3년 연속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를 안긴 바로 그 주인공. 싱글 크리스탈 OCC 순동선과 함께 싱글 크리스탈 OCC 순은선을 쓴 점이 가장 눈길을 끌며, 각각 테플론과 폴리에틸렌을 절연체로 투입했다. 멜로디 링크 III 인터케이블은 싱글 크리스탈 OCC 은/동선을 각각 연선과 단선 형태로 썼다. 이에 비해 트루쓰 링크 III와 하모니 링크 III는 싱글 크리스탈 OCC 동선만을 썼다. 

 

 


 

파워케이블

 

 

 

왼쪽부터 Magic Power III AC-10 OCC Silver, Fantasy III AC-10 OCC Copper, Fantasy III AC-11 OCC Copper

 

 

미세한 음악 신호가 아니라 대전류가 흐르는 파워케이블의 관건은 역시 선재의 굵기다. 하모닉 테크놀로지에서 유일하게 파워케이블에서만 선재 굵기를 밝히는 이유다. 플래그십인 Magic Power III AC-10 OCC Silver 파워케이블은 10AWG 두께의 싱글 크리스탈 OCC 은선을 썼고, Fantasy III AC-10 OCC Copper는 10AWG의 싱글 크리스탈 OCC 동선, Fantasy III AC-11 OCC Copper는 11AWG의 싱글 크리스탈 OCC 동선을 썼다. 

 

 


 

디지털 케이블 : Magic Digital Silver III, Magic Digital Copper III, Digital Silvr III, Digital Copper III

USB-2 & HDMI 케이블 : USB-2 A-B Cable, Magic HDMI, HDMI HEAC

포노케이블 : Magic Link III Phono Cable, Melody III Phono Cable, Truth III Phono Cable

 

 


 

 

총평

 

 

케이블이 오디오 시스템의 당당한 일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선재의 표피효과와 전광 효과로 인해 리츠 연선이 개발되고 이를 처음 상용화한 것이 1977년에 등장한 코브라 케이블이었고, 굵은 연선을 통해 인덕턴스를 줄인 몬스터 케이블, +, - 신호선을 정확히 90도로 교차시켜 꼬음으로써 EMI/RFI를 차단한 킴버 케이블이 1979년에 등장했다. 

 

이어 1980년에 등장한 오디오퀘스트는 도체의 순도를 6N까지 끌어올렸고, 1984년에 등장한 MIT는 선재 지오메트리 혁신을 통해 주파수대역 간 전송시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 큰 화제를 모았다. 1985년 카다스는 연선 굵기의 황금비율(최소 직경 연선 = 최대 직경 연선 x 0.62)을 계산해내 리츠 연선의 공진현상을 극복하려 했고, 1987년 아츠이 오노 박사는 단결정 도체를 뽑아내는 OCC 공법을 창안해 냈다. 이 밖에 순은선 도체를 내세운 실텍은 1985년, 연선 대신 단선을 고집한 타라랩은 1988년에 등장했다. 

 

이러한 오디오케이블 개발사에서 하모닉 테크놀로지의 지분은 분명하다. 바로 OCC 공법으로 주조해낸 단결정 순동/순은 선재 및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를 동시에 낮추기 위해 도입한 튜브 코어 설계다. 이 외길을 지금까지 21년을 걸어왔고, 그 결과는 필자가 이번에 시청한 프로-7 레퍼런스 아머 스피커케이블에서 확연히 빛났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이들의 매직 링크 III 인터케이블과 매직 파워 AC-10 OCC 실버 파워케이블을 꼭 시청하고픈 이유이기도 하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