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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스펙의 허상 T.H.D (전고조파 왜율) - 3편 / T.H.D 사용배경과 결론

by onekey 2024. 2. 29.
한창원2018-04-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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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가 중요한 스펙이 된 시대적 배경
 

앰프에 T.H.D를는 어떻게 해서 중요한 스펙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1940 ~1960년대 진공관 앰프가 만들어진 시대에도 T.H.D라는 스펙이 있었지만 앰프 스펙에는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Western Electric사의 91B 앰프 스펙

 

 

1970년대 트랜지스터 앰프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크기도 작아지고, 제조 단가도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서 일부 특권층만 사용할 수 있었던 홈 오디오가 대중화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기존 진공관 앰프와 달리 트랜지스터 앰프는 T.H.D가 낮음을 부각시켜 광고를 하며 일반인들은 T.H.D가 낮으면 좋은 앰프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래는 구글에서 찾은 그 당시 앰프의 잡지광고 페이지입니다.

 

 

 

 

1970년대 T.H.D 0.05% 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당시 TR앰프 광고

 

 

사진만 보아도 수많은 버튼과 톤 콘트롤 다이얼이 있다는 것은 신호경로에 과다한 릴레이와 저항을 썼다는 이야기로 저 버튼 하나, 다이얼 하나마다 음의 손실과 왜곡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0.05% Distortion" 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마치 왜곡이 없는 앰프처럼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광고를 보겠습니다. 광고 문구에 0.02%의 낮은 T.H.D를 갖고 있으며 T.H.D만 낮은 것이 아니라 가격도 가장 싸다며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저렇듯 1970 ~ 1980년대 당시의 앰프 광고에는 T.H.D 수치가 중요한 스펙으로 들어가 있으며, 그것을 통해 일반 사람들은 T.H.D가 낮은 것이 좋은 앰프라는 인식을 심어놓게 된 것입니다.

 

 

결과(T.H.D 값)가 아니라 과정(고조파 제거)이 더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TR 앰프들은 보통 0.05 ~ 0.1% 이하의 낮은 T.H.D를 표기합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들은 3% 이상의 THD가 나오고, 수 천만 원이 넘는 하이엔드급 TR 앰프 들은 0.1~ 1%의 T.H.D를 표기합니다. 수치가 왜 이렇게 들쭉날쭉할까요? 진공관 앰프들이야 그렇다 쳐도 오히려 저가의 TR 앰프들은 T.H.D 숫자가 낮지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TR 앰프들이 오히려 T.H.D 숫자가 더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T.H.D가 중요했다면 하이엔드 제조사들은 그렇게 비싼 값을 받으며 왜 T.H.D를 낮추지 않았을까요? 물론 0.005%의 믿을 수 없는 숫자의 T.H.D를 갖고 있는 하이엔드 앰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 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원음을 손상시키지 않고 T.H.D를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NFB를 깊게 걸어 악기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배음까지 손상시키며 낮은 수치의 T.H.D를 만들어낸 결과보다, 어떻게 원음을 손상시키지 않고 증폭소자의 고조파 왜곡을 최소화 시켰냐 하는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대책

 

만일 신호의 배음(Harmonic)과 출력소자의 고조파(Harmonic)을 구별하여 출력소자의 고조파(Harmonic)만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문제는 간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술은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앰프 메이커에서도 NFB에 의해 원음이 손실된다는 것을 알고 NFB를 사용하지 않는 none NFB 회로를 채용하기도 했으며, 하이엔드 제조사에서도 Zero NFB 회로를 채용한 앰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none NFB 회로의 경우 협대역의 주파수 대역, 다이내믹 레인지, 앰프 출력의 안정성 등 문제도 발생합니다. NFB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풀 밸런스드 회로입니다. 풀 밸런스드 회로란 신호의 +, - 를 별도로 증폭을 하는 방식으로, 노이즈에 강하고 장거리 신호전송이 용이하며, 음질적으로 장점을 갖는 회로입니다. 음질의 결정적인 악영향을 주는 NFB 회로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아예 안쓰는 회사도 있습니다.

 

 

풀 밸런스 회로를 채용한 앰프

 

 

하지만 풀 밸런스드 회로는 +와 - 신호를 각각 증폭하기 때문에 부품이 2배가 들어가고 부품의 퀄리티나 부품간의 편차를 더 까다롭게 따져야 하는 등 제조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조원가가 매우 높게 올라가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컨슈머 제품으로는 거의 제조되지 않고 있는 방식이며,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조차도 극히 일부 회사에서만 채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광고는 밸런스 회로라고 하지만 내부에는 언밸런스 동작을 하고, 단자만 밸런스 단자를 채용한 소위 무늬만 밸런스인 앰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의 T.H.D가 높은 이유

 

하이엔드 앰프들의 T.H.D는 0.1% ~ 1%까지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TR앰프의 기준선으로 보는 T.H.D 0.1%에 못미치는 스펙입니다. 그 이유는 “타협”이라고 보면 됩니다. “튜닝"이란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오디오에서는 음악에 들어있는 배음정보 등 약한 신호를 얼마나 소중하게 살려내느냐가 관건입니다. 그것이 음악의 뉘앙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T.H.D 수치가 높아져도 그것이 왜곡이 아니라 실제 소리와 가장 근접한 음을 내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2차 배음이 나는 소자(진공관, TR)를 선별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부품간 편차를 최소화 하고, 심지어 같은날 생산된 오차 없는 부품을 선별하는 등 모든 제조 과정이 전문가의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진동, 절연, 차폐 등 원음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앰프의 경우 대부분 가격이 매우 고가가 되어버립니다.

 

 

앰프 개발자의 음악적 지식이 중요한 이유

 

영화를 안 보는 사람이 TV 개발을 할 수 있지만,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좋은 오디오를 만들 수 없다고 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자들 인터뷰를 해보면, 대부분이 어려서 악기를 연주했거나, 음악을 좋아해서 오디오 제작자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오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적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악기별 음색, 배음 특징, 장르별 음악, 콘서트홀의 음향 등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음악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오디오는 절대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하이엔드 앰프를 만드는 제작자의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유명한 테너였습니다.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였고요. 그러한 가족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콘서트장을 매우 자주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클래식, 현대음악 가리지 않고 공연장을 다니던 중 콘서트의 감동을 받고 직접 앰프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가 14세 때입니다. 처음 앰프를 만들 때는 아무런 정보를 구할 수가 없어서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독학으로 오디오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오디오 제작자는 음악과 좋은 소리를 좋아해서 오디오 제작자로 나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음질의 앰프를 만드는 오디오 제작자들이 모두 악기의 배음이나 2차배음, 3차배음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러한 배음의 지식이 없더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실제 악기의 음과 음악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튜닝을 하여 오디오를 만듭니다. 

 

mp3의 열악한 음원소스가 대부분인 요즘, 일반 컨슈머용 오디오를 제작하는 대기업은 어떨까요? 대기업 개발실에 근무하며 음악을 사랑하고, 악기별 음색, 악기별 배음 특성을 알고있는 개발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음악적 지식이 필요없는 전기, 전자공학 전공자가 오실로스코프로 찍어가며 단순히 수치만 맞추어 만든 앰프는 전기적으로 완벽한 동작을 하더라도 오디오적으로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습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음질을 개선하겠다고 2배의 부품이 들어가고, 좋은 부붐을 선별해야 하기때문에 제조원가가 올라야가한다고 주장하면, 그것이 받아들여져 제품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제조사의 목표는 싸게, 많이 만들어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합니다. 원가절감을 최우선으로 하여, 싼 부품으로 부품의 편차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과도한 NFB를 걸어, 테스터기로 측정해서 0.05%의 T.H.D를 맞추고,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에 맞추어 출시된 그런 제품으로 음악을 들으면 배음이 사라지고 왜곡되어 딱딱하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더 왜곡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디오의 스펙 T.H.D로 알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T.H.D는 입력으로 사인파를 넣었을 때 앰프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고조파 왜율 정도이며, 그 과정에서 음악의 원음이 얼마나 손실되고 왜곡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숫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