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홀에서 듣는 클래식 음악은 아름다우며 깊은 감동을 주는 반면에 오디오로 듣는 음악은 왠지 날카롭고 시끄럽게 들리기도 합니다. 바이올린은 가늘고 날이 서있으며, 투티에서는 음들이 뭉치고 소란스러울 뿐 음악적 감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콘서트장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오디오의 최종 목표지만, 오디오의 각종 왜곡이 음질을 떨어뜨려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부드럽고 포근한 소리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배음으로, 어쿠스틱 악기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등에서 발생하는 배음입니다. 자연스러운 음색(Natural)으로 따뜻하고 풍부한 음입니다.
2차 배음이 발생하는 증폭소자는 3극관 싱글-엔디드 앰프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해 2차 배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3차 배음도 발생합니다. TR에서는 하이엔드 오디오제조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JFET 소자 등에서 발생하며, 진공관에서 매치드 페어를 하듯이 TR도 부품의 편차없이 선별을 통해야지만 2차 배음이 발생합니다. 약간의 2차 배음의 추가는 음악에서 큰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습니다. 2차 배음은 자연스러운(Natural)한 음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2차 배음은 음의 스피드가 느려지고 소리를 다소 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는 날카롭고 거친 소리입니다. 어쿠스틱 악기에서는 트럼펫 등 관악기에서 3차 배음이 2차 배음과 함께 발생하며, 연주 하는 방식에 따라 3차 배음을 강조하며 연주하기도 합니다. 드럼 등 타악기는 복합적인 배음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자악기 등도 2차 배음을 인위적으로 넣기는 하지만 2차 배음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팝 음악이나 헤비메탈 등에서는 3차 배음이 오히려 더 강렬하고 스매쉬(Smash)한 음을 만들어냅니다.
3차 배음은 5극관 진공관, 푸쉬풀 회로 등에서 발생하며 대부분의 TR 증폭소자에서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불협화음이므로 추가되면 안되는 배음입니다. 그러므로 NFB를 과도하게 걸어 악기의 배음까지 없어져 버리게 됩니다. 잘 콘트롤하여 원음을 손상시키지 않고 증폭하는 경우 음의 스피드가 빠르고 단단한 중립적인(Neutral) 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진공관과 TR
T.H.D를 이야기할 때 진공관과 TR을 많이 비교합니다. 흔히 "진공관은 2차 배음이 발생해서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가 나오고, TR에서는 3차 배음이 발생해서 음이 딱딱하고 차갑게 나온다"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틀린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진공관은 2차 배음이 많이 나오고 TR은 3차 배음이 많이 나오지만, 진공관에 따라 3차 배음이 나오는 진공관도 있으며 2차 배음이 나오는 TR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흔히들 T.H.D 수치만으로 "진공관 앰프 = 왜곡"이라고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 브라운관 TV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됐는데, 브라운관 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진공관 앰프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으며,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절반 이상이 진공관 앰프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많은 오디오 제조사들이 진공관으로 앰프를 만들고 있을까요?
- 과연 진공관 앰프가 왜곡 덩어리였다면 110년의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오디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수 있을까요? 과연 오디오파일(오디오 애호가)들의 귀가 잘못되서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 또 한가지, 왜 아직도 대부분의 일렉트릭 기타(베이스) 앰프들은 진공관 앰프를 사용할까요?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진공관 앰프는 어쿠스틱 악기와 같은 "2차 배음"의 고조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 2차 배음을 추가하여 별도의 울림통이 없는 일렉트릭 기타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같은 "배음"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울림통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T.H.D : 진공관 3% vs TR 0.05% 의 왜곡
만일 T.H.D 3%의 2차 배음(고조파)을 내는 진공관 앰프와 0.05%의 3차 배음(고조파)을 내는 TR 앰프가 있다면 어떤 앰프가 더 왜곡일까요? T.H.D 수치로만 보면 0.05% 의 TR 앰프가 더 좋은 앰프입니다. 하지만 원음의 정보(음악의 배음)을 손실 없이 재생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0.05%의 TR 앰프가 더 왜곡일 수 있습니다.
T.H.D 3%의 2차 고조파가 발생하는 앰프는 음악으로 보면 한 옥타브 높은 "도"의 화음을 추가하는 것이며, 2차 고조파가 별로 문제가 안되기 때문에, NFB를 약하게 걸어 원본 신호에 있는 미세한 배음 정보를 덜 손상시키며 증폭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덜 왜곡된 음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차 고조파가 발생하는 TR앰프는 원래 음악에 없는 한 옥타브 높은 "솔"의 불협화음(3차 고조파)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3차 고조파를 없애기 위해 과도한 NFB를 걸어 원본에 있는 악기의 배음 정보까지 지워버리게 됩니다. 그럴 경우 배음정보가 부족해 심각한 음색 왜곡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앰프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딱딱하고 날카롭게 들려, 음악이 재미가 없고 끝까지 듣기 힘들게 됩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안듣게되는 이유입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그림으로 표현 해보았습니다. 원음에 대해 3%의 2차 고조파(화음, 파란색)이 추가되는 것이므로, NFB 등을 약하게 걸어 원음을 덜 손상시킬 수 있지만, 3차 고조파(불협화음)가 추가되는 앰프는 3차 고조파(붉은색)를 없애기위해 과도한 NFB를 깊게 걸게되므로 원음의 배음마져도 없어져 위의 그림처럼 원음의 미세한 신호가 사라져 음색의 왜곡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T.H.D 수치만 보고 "진공관 앰프 = 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가장 좋은 앰프는 일체의 왜곡없이 원음 그대로를 증폭하는 앰프입니다.
위의 비교는 단순히 T.H.D 스펙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진공관과 TR을 비교한 것이며, 2차 배음이 나오는 진공관 앰프가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음의 손상없이 좋은 음을 내주는 앰프에서 진공관과 TR의 출력소자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잘 만든 TR앰프는 원음의 손실없이 오히려 중립적인 깔끔한 음을 내어주는 장점이 있으며, 진공관앰프에서도 0.5% 이하의 낮은 T.H.D 값을 갖고있는 앰프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공관과 TR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은 기회가 있다면 별도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가장 좋은 앰프는 자체 고조파가 발생하지 않는 오디오 시스템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T.H.D 가 낮은 앰프와 오디오 시스템이 좋은 것이며, T.H.D 0%의 앰프가 있다면 궁극의 앰프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기술이나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악기의 "배음"을 손상시키지 않고 있는그대로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T.H.D를 낮추면서 발생하는 원음의 왜곡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T.H.D 수치가 오히려 앰프의 성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T.H.D 0.1 % 와 0.05%
그럼 여기서 비교실험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객관적 비교를 위해 둘 다 TR 앰프로 했습니다.
A : T.H.D 0.1%, 400 와트/채널당
B : T.H.D 0.05%, 110 와트/채널당
테스트 한 음악은 "로시니의 눈물(Une Larme) - Harmonia Mundi" 도입부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파워앰프만 바꿔서 비교한 스펙트럼입니다. 스펙트럼 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음부터 배음까지 B 앰프가 A 앰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T.H.D 수치만의 차이만이라면 저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위의 스펙트럼에서 몇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좌측이 A 앰프이고, 우측이 B 앰프입니다. A 앰프가 배음의 정보가 살아있음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 피아노 건반 한 음이 쳐질때 발생하는 피아노의 배음이 A쪽이 훨씬 더 살아있고 정확합니다.
(음질적으로도 A가 실제 피아노 소리와 같은 풍부한 음이 나옵니다. B는 음색이 밝아지고 다소 여윈 -조율이 덜된듯한- 피아노 음이 나와버립니다) - 5 kHz ~ 8 kHz 고음쪽 배음 정보가 B 앰프는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 피아노 음의 여운이 B는 빨리 사라져버립니다.
하나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피아니시모 연주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좀 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 5 kHz ~ 8 kHz 부분이 B에서는 사리지고 없습니다.
- 약음에서 음의 여운은 더 많이 차이가 납니다. A에서는 피아노의 음의 여운이 다음 건반을 칠때 까지 계속 이어지지만 B에서는 중간에 끊겨버립니다.
- 무음부에서 해상력 차이입니다. 실제 이 음반을 들어보면 저 부분에서도 작은 소리(앰비언스)가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B 앰프에서는 그 소리가 거의 사라져 버립니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차이입니다.
음질적으로 A 앰프의 음이 월등히 좋습니다. 피아노의 풍부한 배음이 그대로 표현되고, 연주자의 옷을 스치는 소리로 움직임까지 감지될 정도로 미세한 소리까지 다 내어주며 배음, 잔향, 공기감(앰비언스)까지 다 재현해 줍니다. 다이내믹스가 좋아 약음에서조차 작은 소리들이 다 살아나고 포르티시모 연주에서 훨씬 더 큰 소리를 냅니다. 반면 B 앰프는 얼핏 들으면 맑은 소리지만 배음이 다 없어지고 잔향 및 여운이 모두 사라져 빈약한 피아노소리가 납니다. 음색은 밝아지고, 피아노 음과 음 사이가 끊어져 연주가 가벼워지며 음악적 뉘앙스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저 스펙트럼의 차이를 T.H.D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앰프가 좋은 소리를 내기위해서는 기본설계, 적용 부품, 부품 정밀도, 전원부, 배선, 진동, 차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지 T.H.D 차이로 저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래서 T.H.D 가 앰프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로 사용할 수 없다 것입니다.
아래 스펙트럼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 앰프는 위에서 A앰프와 같은 앰프이고 C 앰프는 일반 일반 AV프로세서 입니다.
C 앰프의 스펙트럼은 이제 거의 생선 가시처럼 배음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많은 소리들이 사라져버리고 없어진 것을 스펙트럼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도한 NFB로 악기의 배음을 모두 지워버렸기 때문입니다. T.H.D 수치는 제일 낮지만, 빈약하고 깡마른 날카로운 음으로 음량이 커지면 이제 음악이 아닌 소음 수준의 소리가 납니다. T.H.D 는 0.03%로 제일 낮지만 가장 심각한 왜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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