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번에는 오디오의 스펙 보는 법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디오의 스펙을 참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스펙이 얼마나 충실하게 쓰여져 있는지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복잡한 이론이나 기술적 원리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인차(감쇄율) 없이 주파수 대역만 쓰여져 있다거나, 최대 출력표시 없이 T.H.D 만 쓰여져 있는 경우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이엔드급 파워앰프와 비교를 해봅니다. 크렐의 창시자인 Dan D’agostino가 만드는 Momentum Monoblock 파워앰프입니다.
Power : 400 watts @ 8Ω / 800 watts @ 4Ω / 1,600 watts @ 2Ω
스피커 임피던스에 정확이 2배의 출력이 증가합니다. 매우 튼튼한 전원부를 갖고 있어 저임피던스의 스피커를 물려도 앰프가 끄떡 없다는 이야기 이며, 이러한 앰프를 선형성(Linearity)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피커 옴수에 따라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는 앰프는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에서도 흔치 않으며, 그렇다고 꼭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이렇게 2배수로 출력이 증가하는 앰프의 경우 음이 딱딱하고 억세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앰프를 직접 앰프를 들어봤을 때 그러한 경향 전혀 없이, 매우 섬세하고 유연한 음질을 내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앰프입니다. 즉, 이러한 수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역시 음질은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Frequency Response : 1 Hz to 200 kHz, -1 dB / 20Hz to 20 kHz, ±0.1 dB
1Hz에서 200,000Hz 까지 -1dB의 오차가 나며 가청주파수 20 ~ 20,000 Hz 에서 ±0.1 dB 의 차이만 난다는 이야기로 수치상으로 가청 주파수 대역대가 평탄한 매우 뛰어난 주파수 대역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파수 대역이 표기되려면 저렇게 가청주파수 대역에서 게인차(±0.1 dB)가 함께 표기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앰프는 ±3 dB 정도의 게인차를 갖습니다.
Distortion : 400 watts @ 8Ω / 0.1% @ 1 kHz
T.H.D 수치만으로는 0.1%면 높아보이지만, 앞에 적혀있는 400 Watts를 주목해야 합니다. 즉, 최대출력에서 0.1%의 Distortion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정확한 T.H.D를 적으려면 저런식으로 최대 출력에서의 T.H.D를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1kHz의 사인파를 넣고 측정한 고조파 발생율로서 Distortion 수치 자체에 근 의미가 없으며, 출력 소자의 고조파 성분에 따라 0.1%의 수치는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습니다.
Input Impedance : 1 MΩ
임피던스는 교류에 대한 저항을 뜻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임피던스는 입력 임피던스는 무한대, 출력 임피던스는 0(Zero) 입니다. 즉 입력 임피던스는 클수록 좋고, 출력 임피던스는 작을수록 좋습니다. 보통 입력 임피던스 와 출력 임피던스의 차이는 20배 정도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입력 임피던스가 1,000,000Ω(백만오옴)에 달한다는 것은 프리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아무리 높아도 상관없다는 것으로, 다양한 프리앰프와 매칭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도 됩니다.
Output Impedance : 0.12Ω
파워앰프 출력임피던스가 0.12오옴에 불과하다는 것은 스피커의 임피던스 변동에 대해 파워앰프가 매우 안정적으로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매우 튼튼한 전원부와 낮은 출력 임피던스는 스피커의 구동능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저가의 AV 리시버 스펙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Power : (8Ω / 6Ω / 4Ω / 2Ω) : 70 / 90 / 120 / 140 W
연결되는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따른 출력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저임피던스 스피커를 붙이는 경우에는 앰프에 무리가 가거나 보호회로 등으로 음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Frequency Response : 20 Hz - 20 kHz
주파수 대역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게인차(감쇄율) 정도를 적어놓지 않는 경우 신뢰할 수 없는 스펙입니다. 20 ~ 20,000 Hz가 나오지만 어떤 그래프로 충실하게 재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T.H.D
8 ohm, 20 Hz - 20 kHz, 0.08% 2ch Drive : 70W
6 ohm, 1 kHz, 0.7% 2ch Drive : 90W
6 ohm, 1 kHz, 10% 1ch Drive : 140W
위의 스펙을 보면 T.H.D 0.08%를 표기하고 있지만 90와트에서 T.H.D는 0.7%까지 상승을 하며, 140와트 풀 파워시 무려 10%의 T.H.D가 발생한다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저 스펙을 위의 하이엔드 앰프 표기방식으로 하면 T.H.D 10%의 앰프입니다. 앰프는 음악이나 영화감상시 조금만 큰 음량으로 들어도 심각한 왜곡과 디스토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당연히 3차 고조파 왜곡입니다.
*
물론 위의 앰프 제조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40만원대의 가격에 5.1채널 프로세서에 6개의 파워앰프, 블루투스, USB, HDMI등 각종 인터페이스를 넣고 만들다보니 제조원가의 압박으로 저런 스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런 가격에 제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입니다. 외부적 기능에만 충실하다보니 정작 음악이나 사운드 퀄리티에는 아무런 조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쓰기 좋은 숫자 T.H.D 0.08%는 쓰며, 정작 중요한 가청 주파수 대역은 표기조차 안하고 있으며, 저런 스펙을 보고 이 앰프는 140와트의 출력을 내주는 T.H.D 0.08%의 왜곡없는 앰프로 판단하면 안됩니다.
저가의 앰프나 AV리시버가 음질이 떨어지는 이유
오디오를 만들려면 전원부 트랜스포머, 콘덴서, 저항, 출력소자 등 소위 전자부품들이 필요합니다. 부품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수없이 들어가는 저항의 경우도 예를 들면 오차율 5%짜리가 5원이라면, 1%짜리는 15원, 0.2%짜리는 30원으로 올라갑니다. 저항의 종류에 따라서 6배의 차이가 납니다. 콘덴서도 종류에 따라서 5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합니다.
과연, 컨슈머용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메이커에서 얼마짜리 부품을 사용해서 오디오를 만들까요? 음질을 고려해서 원가가 6배 ~ 50배 비싼 제품을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판매 단가가 올라가게 되고, 경쟁사에 가격 경쟁력이 뒤져버리기 때문이 그렇게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매치드 페어(Matched Pair)라는 것은 진공관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사운드를 내어주는 오디오가 되려면 TR의 부품들도 선별되어야 하며 매치드 페어가 되어야 하나, 일반적인 컨슈머 오디오 제품에서 그 수많은 부품을 선별하여 제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이엔드급 앰프들의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전자제품의 발전은 고효율과 경제성 논리로 갑니다. 트랜스포머와 캐패시터가 그렇고, 리니어 전원부와 SMPS가 그러며, 진공관과 TR/반도체가 그렇습니다. 같은 제품을 100만원에 팔던 것을 새로운 고효율 부품이 나와서 기본적인 성능(소리)이 나오는데 50만원에 팔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좋은 부품들은 더 이상 수요가 없게 되어 사라지게 되고, 그러면서 오디오의 음악(음질)은 사라지고 소리만 나는 기계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결론
그렇다면 오디오로 배음이 살아있는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무조건 고가의 하이엔드급 앰프를 써야된다는 것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앰프의 출력, T.H.D, SN비 등 이런 스펙을 보고 고르지 마시고 음악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주는 앰프를 잘 고르면 됩니다.
같은 가격대라도 가급적 일반 컨슈머용 제조사보다는 오디오 전문 회사의 제품이 좋습니다. 음악과 오디오를 이해하며 만든 저렴한 제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잘 고르면 100만 원대에서도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는 앰프가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T.H.D 글의 스펙트럼에서 비교한 B 앰프는 100만 원대의 파워앰프이며, C 앰프는 약 400만 원대의 앰프입니다. 하지만 음질은 B 앰프가 더 좋았습니다.
여기서 100만원대의 앰프 스펙을 한 번 예를 보겠습니다.
Power outputs : 45와트/8Ω, 68와트/4Ω
Frequency response: 15Hz ~ 40,000 KHz (-1dB, -3dB)
T.H.D : 1%
T.H.D도 높고 스펙적으로는 별볼일 없지만, 주파수 대역 특성이 좋고 적당한 음량으로 음악을 감상하는데는 매우 훌륭한 음질을 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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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악을 듣는데 굳이 20 ~ 20,000 Hz의 풀스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다이내믹 레인지는 80dB에 달하지만, 일반 팝음악의 경우 10dB를 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는 대역폭도 그리 넓지 않습니다. 만일 말러 교향곡이나 스트라빈스키 “불새”를 공연장의 감동 그대로 재현하고 싶다면 충분한 예산과 공간까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음악에서는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고르면 됩니다.
오디오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며, 장르별로 적합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팝 음악이나 비트가 있는 음악을 들으신다면 저역이 충분하게 나오는 TR앰프를 고르시면 될 것입니다. 차라리 해상력이 떨어져도 질감을 살려주는 시스템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해상력을 다 살려주는 고가의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녹음이 그리 좋지 못한 팝음악의 경우 등은 더 소란스럽게 재생하여 듣기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조건 중립적인 음이 음악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중립적인 무색무취의 시스템은 가요 등을 들을때 소위 맛을 살려주지 못합니다.
클래식 소품이나 실내악 정도를 잔잔하게 듣기를 원하신다면 2차 배음이 나오는 진공관 앰프나 울림이 좋은(2차 배음이 발생하는) 스피커를 고르시면 됩니다. 그러한 2차배음이 소스에서 부족한 음악에 배음을 더해서 오히려 실제 원음과 더 가까운 음을 들려주게 됩니다. 그것이 왜곡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믿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A사 앰프가 소리는 마음에 드는데, 더 싼 B사 앰프보다 스펙이 떨어진다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제조사가 제시하는 화려한 스펙에 현혹되지 마시고, 나한테 맞는 오디오를 직접 들어보고 골라야 합니다. 내가 즐겨듣는 음악과 용도, 공간에 맞는 것을 고려하고, 그것에 맞는 오디오를 직접 들어보고 개인의 취향과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맞는 손바닥만 한 앰프가 그 어떤 값비싼 앰프보다 좋을 수 있는 것이 오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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