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올린 칼럼이 원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쓰여진 것 같아서 다시 작성하여 올립니다. 이 글은 2016년도에 올린 "오디오 사운드에 역행한 전자산업의 발전-1.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반도체)로. 사라진 배음"의 2편 격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비교하는 글입니다.
디지털 시대
디지털 삼성, 디지털 LG 등 요즘 가전회사 들은 디지털을 전면에 내새우며 최첨단 기술임을 강조합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100인치가 넘는 TV가 나오게 되었으며,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다재다능한 스마트폰을 내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디지털 = 최첨단, 최고"의 인식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니 무조건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전자회사의 마케팅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디지털의 발전은 TV(비주얼)에는 축복이었지만, 오디오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꼭 고품질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고효율과 경제성, 편리성이 우선시 됩니다. 안타깝게도 오디오는 “LP - CD - mp3 - 온라인 스트리밍” 단계를 거치며 디지털화 되면서 음질적 퇴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반인들에게 LP는 “과거의 유물", “지직거리는 향수가 깃들어있는 추억" 등에 불과합니다. 요즘 가수들은 LP의 지직거림(Cracking noise)을 효과음으로 집어넣기도 합니다. CD도 발매된지 40년이 다 돼갑니다. CD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우선 재미있는 그래프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1982년 CD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LP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PDP, LCD TV의 등장으로 불과 몇 개월만에 사라져버린 브라운관 TV처럼이요. 하지만 LP는 끈질기게 살아 남다가 2010년부터 화려하게 부활을 합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참조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88822/lp-album-sales-in-the-united-states-since-2009/
위 그래프는 미국의 LP판매량 추이 그래프입니다. 93년도에 30만장에 불과했던 LP는 2017년에는 1,300 만장이 넘게 팔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CD 시대를 열었던 SONY가 15년 만에 LP생산을 부활시키고 있고, 팝 가수는 신보를 낼때 LP를 같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냥 과거에 대한 향수일까요? 그렇다면 몇 년 지나 브라운관 TV 판매량도 급상승하고 VTR도 부활을 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LP가 폭발적인 판매량으로 부활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뛰어난 음질도 중요한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현재 무손실(Lossless) 음원의 기준은 원음이 아니라 CD음질입니다. mp3의 음원에 비해 압축이나 손실이 없다는 의미에서 CD음질이 무손실(Lossless)로 음의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즉 “무손실=원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연 CD가 무손실 음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CD가 탄생한 시대적, 기술적 배경부터 CD음질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CD 탄생의 시대적 배경
먼저 CD는 왜 나오게 되었을까 하는 탄생의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CD 개발을 직접 참여했던 소니의 “오가 노리오” 사장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과 좋은 소리를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로 개발되어 나온것이 CD입니다. 즉, 일반 대중들이 편리하게 경제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처음부터 LP를 능가하는 고음질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LP의 치명적인 단점인 노이즈에서 해방된 것 만으로도 CD의 탄생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CD Player 출시 당시의 광고. 주로 장소의 구애없이 편리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광고가 많았습니다.
CD가 나오기 이전인 1980년대 초까지 음원 소스는 주로 LP와 카세트테이프였습니다. 카세트테이프는 휴대가 간편했지만 음질이 좋지 못하였고, LP는 여러가지 이유로 불안하고 불편한 재생장치였습니다. LP의 단점을 이야기 하라면 그것 만으로도 몇 페이지에 달하는 단점이 나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천차만별의 비싼 가격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LP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랬던 당시에 획기적인 제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수명도 반영구적이며, 음반에 접촉을 안하는 레이저 방식에다, 플레이 시간도 대폭 늘어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중간에 끊기지 않고 다 들을 수 있는 74분의 재생시간을 갖고 있는 컴팩트한 사이즈를 갖고서 디지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Compact Disk란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몇 십 장의 레코드 판으로 되어 있어서 "앨범"이라는 말을 쓰게된 SP레코드는 LP(Long Player)가 나오면서 1 ~ 2 장 만으로 교향곡 전곡을 들을 수 있었고, CD는 그것을 한 장으로 그것도 아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1979년 CD개발을 위하여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과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조프 반 튈뷔르흐 필립스 오디오 부문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니에서 CD개발을 총괄하던 오가 노리오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명 지휘자 카라얀의 지대한 관심과 협조(?)로 클래식 음악부터 LP에서 CD로 전환기를 맞으며, 불과 4년만에 판매량에서 LP를 능가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잡음없는 깨끗한 디지털 음원"이라는 수식어로 디지털 음악시대를 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CD는 디지털 방식이라 LP처럼 플레이어마다 다른 소리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고가의 플레이어가 필요없다"는 주장을 하며 소스기기의 대중화와 평준화를 외칩니다. 결국 음질 차이가 없는 디지털 방식이라는 것이 CD 포맷의 발목을 잡게 되며, 현재에 이르러 CD음질의 한계가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CD의 음질에 문제가 없었다면 이후 DAT나 SACD, DVD-Audio 등 고음질 포맷도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CD 탄생의 기술적 배경
기술적으로는 당시의 디지털 기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CD는 소리의 진동을 PCM 디지털 신호로 바꿔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아날로그 신호를 16bit/44.1kHz의 디지털로 기록하는 스펙이 만들어지게 된 그때 당시의 컴퓨터 환경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CD가 개발된 1970년대 컴퓨터. Apple-II 와 IBM PC
1970년대는 스티브 잡스로 유명한 애플 컴퓨터가 창업되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으며, 1980년 전후에는 8bit 시대에서 벗어나 16bit 컴퓨터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CD 포맷도 필립스에서 제안했던 14bit를 소니의 주장으로 그나마 16bit로 올리며 현재의 포맷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CD는 당시의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투입된 것입니다.
PCM 디지털 기록방식
16bit/44.1kHz의 기록방식은 16bit의 65,536단계의 크기로 1초를 44,100번으로 나누어서 PCM 신호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자연(악기)의 소리의 크기를 65,536 단계로 나누었다는 숫자 만으로도 정보가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의 스펙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과 비교하면 너무도 열악한 포맷이고, CD에서 정보의 손실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디지털을 아날로그 신호로 복원할때 발생하는 양자화 에러와 44,100번으로 쪼깨놓은 샘플링 레이트에서 발생하는 지터에러 등의 문제도 갖고 있습니다.
16bit 그래픽카드로 구현된 게임
위의 당시 16bit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로 구현한 게임화면입니다. 16bit는 단편적인 컬러의 만화영화도 재현 못하는 열악한 포맷입니다. 당시 컴퓨터 기술로는 최첨단 이었지만 32bit, 64bit 컴퓨팅 시대인 지금에서 돌아보면 너무도 열악하기 그지 없는 포맷입니다.
24bit Graphic
CD 메카니즘의 문제
테스트를 해보면 16bit/44.1kHz의 PCM 디지털 포맷의 문제 보다는 당시 LP의 구동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CD 트랜스포트의 메카니즘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은 표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CD의 사진입니다. 우측의 매직으로 저렇게 굵은 선을 그어도 아무런 이상없이 재생이 가능합니다. LP는 작은 흠집 하나에도 판이 튀거나 큰 노이즈를 발생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CD는 표면의 왠만한 스크래치가 나도 이상없이 음악이 재생되도록(에러를 무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포용성은 CD의 보존기간을 길게 만들어 주었고, 작은 흠집 하나에 레코드판이 튀어 전량 반품을 받아야 했던 당시 레코드사에게 큰 장점으로 어필을 하게 되었고, CD가 단기간 내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CD는 저런식으로 표면의 손상으로 인하여 제대로 데이터를 읽어내지 못하는 Burst Error나 Random Error가 발생합니다. CD의 데이터 읽는 방식 및 에러 보정에 대해 웨이버사 신준호 대표의 설명을 추가합니다.
CD Audio는 44.1K Red Book PCM 데이터를 광학 저장 미디어에 저장한 것을 일컬으며 CD Audio용 광학 CD 재생장치를 통해 원본 PCM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광학 저장장치는 완벽한 저장장치가 아니어서 광학장치로 읽어 들이면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정보의 보정을 통해 원본을 추적하는 기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불안정한 저장장치나 데이터의 손상이 발생가능성이 있는 전송방식에는 오류정정 부호를 사용하게 되는데 CD Audio에는 Cross Interleaved Reed-Solomon Coding(CIRC) 방식이 사용됩니다. Reed-Solomon Coding 방식은 원본데이터의 에러가 났을 경우 에러가 발생한 위치와 에러를 정정할 정보를 같이 저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정부호도 에러발생 가능성의 한계를 두고 정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이상의 에러가 발생하면 오류정정 불가상태가 됩니다. 즉 원본과 다르다는 것만 알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CD에 사용되는 CIRC 방식은 CD Audio 저장방식과 복원 방식의 특수성 때문에 적용된 것으로 에러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연달아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개 또는 3개 샘플 단위로 건어뛰어가면서 에러를 보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먼지나 스크레치 또는 광학적 특성으로 에러가 발생해도 연거푸 에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률적으로 조정을 한 방식입니다. Cross Interleaved란 오류정정 부호를 계산하는 대상이 일련의 PCM 정보가 아니라 한 두개씩 건너뛰어 데이터를 그룹 지어 정정부호를 넣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연속적으로 오류정정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의미는 에러는 발생하나 연속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여 사람의 귀에 확연히 들릴 정도의 잡음이 발생하게 하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즉 길게 스크래치가 나도 실제 PCM 정보가 연거푸 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PCM 샘플이 에러가 난 경우 이 샘플은 버리고 앞과 뒤의 PCM 정보를 토대로 추정값을 계산하여 넣게 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에러가 난 경우 CD 플레이어에 따라 읽기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 CD는 음악의 정보를 담기에는 열악한 디지털 포맷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CD 트랜스포트의 부정확성으로 많은 데이터의 손실이 발생하는 디지털 포맷이라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CD로 하향평준화 된 음질
CD의 음질 손실은 CD라는 매체를 개발한 소니사에서도 밝히고 있는 내용입니다.
소니 HRA를 소개하면서 올려놓은 글.
그리고 HRA(High Resolution Audio)를 소개하면서 CD가 아날로그보다 신호의 순도가 떨어짐을 밝히고 있습니다.
On the other hand, when you convert analog sound to digital formats like CDs and MP3s, that process can compromise the purity of the original signal. High-Resolution Audio brings your favorite songs to life by retaining more data during the analog-to-digital conversion process.
반면 아날로그 사운드를 CD 나 MP3와 같은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면 원래 신호의 순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오디오는 아날로그 - 디지털 변환 프로세스 중에 더 많은 데이터를 유지함으로써 좋아하는 노래를 현실로 만듭니다.
출처 : https://www.sony.com/electronics/hi-res-audio-mp3-cd-sound-quality-comparison
위의 소니사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가 무손실 음원으로 알고 있는 CD음원은 사실 스튜디오의 원음을 모두 담지 못하는 디지털음원이라는 것입니다. CD시대를 지나 mp3 포맷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대중용 음악 포맷이 정해지면서 음악의 음질은 최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원음의 손실없이 잘 레코딩 된 음원과 잡음이 잔뜩 섞인 열악한 음질로 레코딩된 음원의 음질차이가 별로 나지않게 되고, 일부 레코딩 스튜디오는 음질은 신경쓰지 않고 음원을 발표하고, 최근 “라우드니스 워"는 조악한 음질로 레코딩을 하며 하향 평준화의 저점을 찍고 있습니다.
CD는 음악재생의 편리함과 음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연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CD - mp3 -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이어진 음악의 디지털화는 음질보다는 경제성, 편리성 만을 추구하면서 음질적 손실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디지털(mp3) 음악은 편의점에서 사 먹는 삼각김밥이 되어버렸습니다. 간편하지만 음식 본연의 깊은 맛이 사라지고 인스턴스화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며 고음질 디지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HRA(High Resolution Audio) 포맷이나 고음질 블루투스 표준화, 멜론 등 온라인 스트리밍 사의 Hi-Fi(무손실, CD음질) 음원 서비스 및 Tidal 등에서는 MQA를 이용한 고음질 포맷까지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전세를 들어 구현되었던 USB 2.0 및 DLNA를 이용한 스트리밍도 ROON 사에서 RAAT 및 국내 웨이버사에서 WNDR 이라는 별도의 오디오 스트리밍 전용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음질 개선을 꽤하고 있다는 것도 디지털 음원 시대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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