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씻어서 깨끗이 함’으로 풀이된다. 요즘 필수템이 되어버린 손세정제가 그러하다. 하지만 세정제가 필요한 것은 손만이 아닌 것 같다. 오디오에는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오로지 귀로만 느낄 수 있는 불순물들이 가득하다. 바로 전자파 노이즈와 고조파 노이즈다. [하제알](하나라도 제대로 알자) 2번째 주제는 이 전자파 노이즈와 고조파 노이즈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없애거나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전자파 노이즈(EMI, RFI)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지만, 기내에 탑승하면 이런 방송이 나온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바꾸세요’라고. 이는 해당 기기에서 나온 전자파가 비행기 안전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자파는 우리 일상생활에 널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미권에서는 이런 전자파로 인해 원 신호가 방해받는 현상을 전자기장 간섭, 즉 EMI(Electro-Magnetic Interference)라고 부른다. 오디오의 경우 사람 귀에 워낙 민감한 주파수 대역을 다루기 때문에, EMI를 통상 전자파 노이즈라고 통칭한다. 전자기장이 일으키는 간섭을 일종의 ‘노이즈’로 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전자파 노이즈는 전류가 흐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패러데이의 법칙(전자기유도 법칙)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파는 단위시간당 전류 변화가 급격할 경우 더 많이 발생한다. 전자파 노이즈는 릴레이, IC, 모터, 컴퓨터, 게임기기, 프린터, LED,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대부분의 전기/전자 기기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그 주범으로 고속 스위칭 전원인 SMPS가 꼽히는 이유다. SMPS 스위칭 주파수는 50kHz~1MHz에 달한다.
그러면 RFI(Radio Frequency Interference), 즉, 무선주파수 간섭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EMI 노이즈가 무선주파수 대역(10kHz~1GHz)에서 발생할 때를 일컫는다. 때문에 RFI는 사실상 EMI와 같은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기적으로는 EMI보다 오히려 먼저 만들어진 용어가 RFI인데, 1930년대 라디오 방송과 무선통신 사용 증가와 이에 따른 라디오 주파수 대역에서의 전자파 간섭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RFI 노이즈는 2가지 대역으로 나뉜다.
- 케이블을 타고 들어오는 전도성 RFI(Conducted RFI) : 10kHz~30MHz
- 공기 중에 방출되는 방사성 RFI(Radiated RFI) : 30Mz~1GHz
이 중 전도성 전자파 노이즈는 커먼 모드 노이즈(Common Mode Noise)와 디퍼런셜 모드 노이즈(Differential Mode Noise)로 나뉜다.
- 커먼(Common) 모드 노이즈 : 접지선을 기준으로 신호선(Hot)과 중성선(Neutral)에 위상과 전압이 모두 똑같은 형태로 끼어드는 노이즈. 전원의 (+)와 (-)에서 동일 방향으로 노이즈가 흐른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공동(common) 모드다.
- 디퍼런셜 모드 노이즈 : 전원의 (+) 라인을 타고 들어와 (-) 라인으로 빠져나가는 노이즈. 입력과 출력의 방향이 반대여서 차동(differential) 모드다.
전도성 전자파 노이즈는 대부분 커먼 모드 노이즈이고, 이 커먼 모드 노이즈를 차단하는 대표적인 장치가 입력 트랜스포머다.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물리적으로 떨어진 것을 이용, 노이즈가 2차 권선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원리다. 2개 신호선(+, -)을 이용하는 밸런스 인터케이블도 커먼 모드 형태의 전자파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 신호를 역상으로 뒤집을 경우 오디오 신호뿐만 아니라 노이즈도 역상이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 즉, N(noise) + (-N) = 0이다.
전자파 노이즈 발생원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서론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다. 과연 오디오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이들 전자파 노이즈, EMI/RFI에 대해 살펴볼 것은 무엇인가. 3가지로 요약된다. 1) 무엇이 전자파 노이즈를 발생시키고, 2) 전자파 노이즈의 폐해는 무엇이며, 3) 전자파 노이즈를 막거나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SMPS 전원부를 채택한 코드의 인티앰프 CPM 2800 MKII
우선, 오디오와 관련해 전자파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기기나 부품은 너무나 많다. 디지털 클럭, SMPS 전원부, 평활 커패시터, 마이크로프로세서, LED,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이다. 전자파 노이즈는 특히 전류 변화가 급격할 경우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 맥락에서 보자면 리니어 전원부도 예외는 아니다. 정류단 뒤에 위치하는 평활(smoothing) 커패시터에는 양파 정류의 경우 120Hz, 즉 1초에 120번이나 출렁이는 전기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MSB 모노블록 파워앰프 m500에 투입된 100만uF 용량의 커패시터
특히 파워앰프의 경우, 이들 커패시터가 발생시키는 순간 피크 전류값이 최대 1000A에 달하기 때문에 엄청난 전자파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대형 파워앰프의 전원케이블일수록 특별히 쉴딩(shielding)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도 전원부에서 발생한 전자파 노이즈가 전원케이블을 타고 섀시 바깥으로 빠져나와 케이블 주위로 방사되기 때문이다.
전자파 노이즈 발생원은 2가지로 경우로 분류된다.
브로드 밴드 노이즈와 내로우 밴드 노이즈
- 브로드 밴드 노이즈(Brodad Band Interference) : 말 그대로 전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노이즈로, SMPS, 평활 커패시터, LED,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이 일으킨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핑크색 노이즈가 브로드 밴드 노이즈다.
- 내로우 밴드 노이즈(Narrow Band Interference) : 브로드 밴드 노이즈 중에서 순간순간 송곳이나 피크처럼 치솟는 노이즈. 디지털 기기나 오디오, PC에 들어간 디지털 클럭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일으킨다. 클럭 고조파(clock harmonics)라고도 부른다.
전자파 노이즈의 폐해
전자파 노이즈는 가청 영역대(20Hz~20kHz)와 배음 영역대(6kHz~20kHz)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RFI의 경우 무선주파수 대역(10kHz~1GHz)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파 노이즈는 10kHz~1GHz 무선주파수 대역에서 오디오와 관련이 있는 대역이 뭔지를 파악하면 그 폐해 범위를 짐작할 수 있다.
무선주파수 대역은 이렇게 나뉜다.
- VLF(Very Low Frequency) : 3kHz~30kHz
- LF(Low Frequency) : 30kHz~300kHz
- MF(Medium Frequency) : 300kHz~3MHz
- AM : 540kHz~1.6MHz
- HF(High Frequency) : 3MHz~30MHz
- VHF(Very High Frequency) : 30MHz~300MHz
- FM : 88.1MHz~108.1MHz
- UHF(Ultra High Frequency) : 300MHz~3GHz
따라서 AM과 FM 신호는 물론 VLF에 집중된 가청 영역대와 배음 영역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자파 노이즈다. RFI 노이즈로부터 안전한 대역은 오디오나 영상 신호와는 상관이 없는 마이크로파(1GHz~100GHz), 적외선(300GHz~430THZ), 가시광선(430THz~790THz), 자외선(790THz~30PHz) 뿐이다. 가청 영역대 중에서 10kHz 이상에 해당되는 대역은 배음 영역대(6kHz~20kHz)에 불과하지만, 이 배음 영역이 각 악기의 음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오디오 재생음은 전자파 노이즈에 의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고조파 노이즈(Harmonics)와 그 폐해
전자파 노이즈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 바로 60Hz AC 전원의 고조파 노이즈(Harmonics)다. 말 그대로 60Hz 주파수의 배음 주파수들이 일으키는 노이즈인데, AC 전원 말고도 비선형 소자인 트랜지스터나 모터, 트랜스포머, 사이리스터 등도 고조파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어쨌든 AC 전원의 경우 통상 기본 주파수(60Hz)의 50차 배음인 3kHz까지를 고조파 노이즈라고 본다.
- 전자파 노이즈 : 주로 트위터에서 고주파 소음으로 들린다.
- 전원 고조파 노이즈 : 주로 우퍼에서 험으로 들린다.
고조파와 변형파
그런데 AC 전원의 2차 고조파(120Hz), 3차 고조파(180Hz), 4차 고조파(240Hz), 5차 고조파(300Hz), 6차 고조파(360Hz) 등은 오디오 재생음에 관한 한 전자파 노이즈보다 더 악질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악기와 보컬의 기본 주파수가 최저 28Hz에서 최대 4kHz에 머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원 고조파 노이즈가 이들 악기와 보컬의 기본 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와 섞이면 원래 음색과 파형과는 전혀 상관없는 변형파(complex waveform)를 발생시키게 된다. 다음은 주요 악기들의 기본 주파수다.
- 피아노 : 28Hz~4.196kHz
- 더블베이스 : 41Hz~330Hz
- 튜바 : 41Hz~349Hz
- 첼로 : 65Hz~998Hz
- 팀파니 : 73Hz~262Hz
- 트롬본 : 82Hz~349Hz
- 비올라 : 131Hz~1.175kHz
- 바이올린 : 196Hz~3.136kHz
- 플루트 : 251Hz~1.976kHz
- 피콜로 : 523Hz~3.951kHz
- 바리톤 : 87Hz~349Hz
- 테너 : 131Hz~523Hz
- 메조 소프라노 : 110Hz~888Hz
- 소프라노 : 261Hz~1.047kHz
3차 고조파와 5차 고조파
고조파 중에서는 홀수차 고조파가 더욱 문제가 된다. 이는 원 60Hz 사인파와 위상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최종 변형파가 짝수차 고조파에 비해 왜곡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25차(1.5kHz) 고조파도 골칫거리인데 이는 사람 귀가 1kHz~2.5kHz 대역에서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자파 노이즈와 고조파 노이즈 대책
그러면 전자파 노이즈와 고조파 노이즈는 어떻게 막고 줄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약간 섬세하게 살펴볼 지점이 있다. 이들 노이즈는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있으며, 이에 따라 각각의 대처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론서에 EMI, EMS, EMC라는 다소 복잡한 용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 EMI(Eletro-Magnetic Interference) : 전자파 노이즈 자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전자파 노이즈를 제공하는 소스(source)를 뜻하기도 한다.
- EMS(Electro-Magnetic Susceptibility) : 전자파 노이즈로 피해를 받는 측(receiver) 또는 그 피해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영어로 ‘민감도’를 뜻하는 ‘Susceptibility’를 쓴다.
- EMC(Electro-Magnetic Compatibility) : 2개 이상의 기기들이 서로 전자파 노이즈로 인한 폐해를 주거나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 ‘양립성’을 뜻하는 ‘Compatibility’를 쓴다. 때문에 EMC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자파 노이즈가 발생(EMI)하는 것도 막아야 하고, 피해(EMS)를 입는 것도 막아야 한다.
비투스 인티앰프 RI-101 후면에 연결된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
예를 들어 파워케이블이나 스피커케이블은 주위에서 발생한 전도성 EMI나 방사성 EMI에 의해 피해를 받기도 하지만(EMS), 대전류가 흐르는 속성상 그리고 전원부의 전도성 전자파 노이즈의 역류에 의해 EMI 발생원이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미세전류가 흐르는 인터케이블은 두 케이블에 비해 EMS 속성이 더 강하게 된다.
따라서 전자파 노이즈나 고조파 노이즈를 차단(EMC)하기 위해서는 공급원(EMI)과 수신원(EMS) 모두에 적용돼야 한다. 예를 들어 쉴드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은 외부 노이즈를 차단하는 역할도 하지만(EMS), 이 케이블이 발생하는 노이즈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EMI). 그리고 케이블 안에서 발생한 전자파 노이즈와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고조파 노이즈는 쉴드선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지로 빠져나가게 된다. 오디오에서 접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론서에 보면 이들 전자파 노이즈와 고조파 노이즈를 저감하는 방법으로 접지(Grounding), 쉴드/차폐(Shielding), 케이블링(Cabling), 필터링(Filtering), 절연(Isolation) 등이 거론된다. 하이파이클럽에서 개발한 음질 개선 컴포넌트 BOP Quantaum Field(QF)의 경우 솔레노이드 코일(QF 케이블)과 액티브 쉴딩(리튬이온배터리 DC 전원공급)을 이용해 오디오케이블과 전원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전자파/고조파 노이즈를 줄이는 장치로 보인다.
전자파/고조파 노이즈 관련 제품 리뷰
다음은 필자가 지금까지 몇몇 오디오 액세서리나 기기를 리뷰하며 직접 경험한 전자파/고조파 노이즈 세정효과들이다. 사실, 현재 오디오 환경은 전자파와 고조파 노이즈로 몸살을 앓는 중이기 때문에, 이들 노이즈를 조금만 줄여도 그 효과는 귀가 쫑긋거릴 만큼 대단하다.
카다스 Nautilus
카다스의 멀티탭 Nautilus를 테스트하면서 이 멀티탭 곳곳에 베풀어진 이중삼중의 접지 및 전자파/고조파 노이즈 대책에 깜짝 놀랐고 이는 곧바로 확연한 음질 개선으로 나타났다. 음질에 큰 해악을 미치는 전원 고조파 노이즈와 접지 노이즈, 전자파 노이즈가 동시에 몰리는 곳이 바로 파워케이블과 이들이 체결되는 멀티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가 주의 깊게 살핀 것은 1) 11.5AWG에 달하는 리츠 구조의 연선 접지선, 2) 코일 모양으로 페라이트 자석에 감긴 접지선, 3) 1kg짜리 순동 접지 플레이트에 연결된 접지선(싱글 접지 효과) 등이다.
이 중 각 소켓 접지단자에 연결되는 접지선이 소켓 뒷면 페라이트 자석에 코일 모양으로 감긴 것은 전자파 노이즈를 필터링하기 위한 조치. 이른바 페라이트 비드(Ferrite Bead)라는 것으로, 인덕턴스(inductance)를 높여 내외부에서 발생한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한다. 일종의 로우패스 필터인 셈. 꽈배기 모양의 코일 자체도 인덕턴스를 높이지만 코어에 페라이트 자석을 쓰면 자기장을 한 곳에 집중시켜 인덕턴스를 더 높일 수 있다.
노틸러스 멀티탭 투입 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다이내믹스의 증가. 록 밴드의 일렉 기타 음이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MBL의 인티앰프 N51이 B&W의 802 D3 스피커의 우퍼 2발을 마음껏 뒤흔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클래식 대편성곡에서는 음이 깨끗하고 무대가 투명해진 점, 해상도와 SN비가 동시에 늘어난 점이 쉽게 파악됐다. 이 밖에 여러 곡을 들어봤는데 이 멀티탭의 가장 큰 덕목은 전체 오디오 시스템의 해상도와 정숙도가 높아지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재 오디오들이 전자파/고조파 노이즈로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BOP QF
필자가 보기에 BOP QF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생산해낸 1.2~7.8V의 순결한 DC 전기를 나선 모양으로 오디오 케이블에 감긴 QF DC 케이블에 흘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나선 모양으로 감긴 QF DC 케이블이 솔레노이드 코일(Solenoid Coil) 역할을 함으로써 전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외부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시키는 원리다. 미국 시너지스틱 리서치나 오디오퀘스트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액티브 쉴딩(Active Shielding)과 비슷한 맥락이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QF DC 케이블을 파워앰프 파워케이블에 감았을 때 가장 효과가 컸다. 파워앰프 전원부 자체가 커다란 순간 피크 출력을 발생시키는 전자파 노이즈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파워케이블에 유입된 이 전자파 노이즈는 주변 1m까지 방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BOP QF 한 대를 투입할 경우 파워케이블에 우선 적용시키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파 노이즈라는 꿩을 잡은 매의 효과는 대단했다.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이 연주한 'Take Five'의 경우 초반 드럼 스킨의 질감이 징그러울 만큼 생생해졌고 음의 선도 또한 몰라보게 높아졌다. 한마디로 평소 노이즈에 파묻혔던 작은 소리들이 잘 들렸다. 드레이크의 'One Dance'에서는 킥드럼의 타격감이 상승한 것은 물론 볼륨감 자체가 늘어났다. 선명, 또렷, 활기, 이런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음들이 맑아졌다는 변화도 감지됐다.
누프라임 Omnia SW-8
대만 제작사 누프라임의 스위칭 허브(Omnia SW-8)의 경우, 자택 시스템에 투입한 후 첫 곡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게 뭔 일이야?' 싶을 정도로 음상이 무대 중앙에 너무나 또렷이 맺히는 점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음의 윤곽선은 진했고 무대는 넓었으며 음이 귀에 와닿는 촉감은 깨끗하고 개운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청음 메모를 보면 '첫인상은 투명하고 선명하며 깨끗하다는 것. 음들이 잘 들린다'라고 돼 있다.
이 제품 역시 전자파 노이즈 저감에 큰 신경을 썼다. 라인 입력 회로에 트랜스와 초크 코일을 달아 커먼 모드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제거율(CMRR)이 20.79dB(10.95배)에 달할 정도다. 또한 의료 등급 어댑터를 써서 전원 고조파 노이즈 제거율을 최대 17.78dB(7.74배) 수준으로까지 높였다. 섀시 바닥면에는 전자파 노이즈 흡수재인 SANA를 깔아, 기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노이즈가 바닥면에 반사돼 기판 회로에 미치는 폐해를 막는 모습이었다. 요즘 같은 스트리밍 오디오 환경에서 더욱 빛나는 네트워크 세정제가 아닐까 싶다.
시너지스틱 리서치 SRX
미국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플래그십 SRX 파워케이블도 전자파 노이즈 저감 대책에 꽤 신경을 썼다. 시너지스틱 리서치 케이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실린더 모양의 카본 셀이 AC 플러그 쪽에 달렸는데, 이게 바로 액티브 EM 셀(Active Electro-Magnetic Cell)이다. 독립된 두 플레이트 사이로 전기가 건너뛰는 유도결합(inductive coupling) 원리를 이용, 하나의 플레이트로 계속 전기가 흐를 경우 발생하는 저항 성분과 전자파 노이즈를 아예 물리적으로 차단시킨 것이다.
EM 셀은 또한 안에 소형 파워서플라이가 내장돼 메인 선재들 사이에 투입된 전용 순동 쉴드선에 DC 전기를 흘려준다. 핵심 부품은 커패시터로 30V의 DC 전기가 생산된다고 한다. 한편 기본 제공되는 가느다란 접지케이블을 EM 셀에 매달린 커넥터에 꽂은 후 멀티탭에 연결했을 때의 음질 변화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노이즈 플로어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접지 노이즈와 함께 파워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고조파 노이즈를 이 액티브 접지선이 멀티탭으로 흘려보낸 덕분으로 보인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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