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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바쿤 SCA-7511MK4 BTL 모드

by onekey 2024. 10. 13.

파워앰프 두 대, 그 이상의 즐거움

바쿤 SCA-7511MK4 BTL 모드

오디오 운용의 즐거움

하이파이 오디오는 예나 지금이나 그 구성 요소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음원 혹은 저장 매체에 담긴 음원을 읽어 들이고 증폭, 출력해주는 소스 기기가 있다. 그리고 이 신호는 프리, 파워 혹은 인티앰프로 증폭해 최종적으로 스피커로 전달해준다.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 이렇게 크게 나누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대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브랜드 혹은 소리를 가진 제품들로 조합해 시스템을 완성한다. 여기에 케이블 및 오디오 랙 등이 필요해진다.

대체로 처음 이렇게 간단히 시스템을 구성했다가 업그레이드 병이 도지면 대개 동일한 구성에서 브랜드, 가격대가 달라진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오디오가 취미라고 말할 수 없다. 그저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처럼 어쩌다 한번 오디오를 바꾸어주는 일일 뿐이다. 그것이 취미가 되려면 좀 더 몰입해 전투적으로 좋은 소리를 찾은 방법을 찾아 365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돈이 뒷받침되면 좋겠지만 일단 오디오의 구성 요소들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강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알 때에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냥 인티앰프 한 대를 운용한다면 케이블이나 진동 관련 액세서리 교체 정도로 족하다. 사실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러나 분리형 앰프를 사용한다면 셋업 방식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노 브릿지 접속이 가능한 앰프가 있다. 같은 파워앰프 하나를 더 추가해 한 채널의 스피커를 단 하나의 앰프가 전담, 드라이빙해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BTL(Bridge-Tied- Load), 쉬운 말로 모노 브릿지라고 부른다.

모노 브릿지란 말 그대로 2채널 앰프의 좌/우 채널 증폭 회로를 브릿지시켜 모두 한 쪽 채널에 몰아준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 스윙 전압은 두 배가 되고 출력은 당연히 네 배가 되어버린다. 파워앰프 교체를 하지 않고도 한 대만 추가해 이런 성능을 얻을 수 있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펼쳐진다. 나는 과거에 이런 모노 브릿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여러 앰프들을 구입해 테스트해본 바 있다. 물론 스테레오 앰프에서 모노 브릿지 접속을 지원해야 가능한데 과거 NAD나 최근 M33과 M23이 대표적이고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도 기억에 남는다.

바쿤 SCA-7511MK4, BTL 모노 브릿지로 도전

하지만 모노 브릿지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스피커 제어력은 매우 높아졌지만 일부 앰프는 오히려 소리를 딱딱하고 탁하게 만들었다. 너무 드세다고 해야할까? 스펙이 더 나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음질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어서 무려 네 배로 증가한 출력은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확실히 스피커 제어력도 좋아지고 과한 부분 없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모노 블록 앰프로 설계되어 출시된 것이지만 가지고 있는 앰프 한 대를 추가해 얻는 음질적 이득은 아는 사람만 아는 특권이며 오디오의 즐거움 중 하나다.

최근 다시 이 고질병을 버리지 못하고 모노 브릿지에 도전했다. 기존에 테스트했던 SCA-7511MK4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나의 처절한 실험대 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이 작은 하프 사이즈 앰프가 BTL, 즉 모노 브릿지 모드를 공식적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후면에 보면 마치 전면 볼륨 노브 같은 색상의 작은 노브 셀렉터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스테레오 모드와 BTL 모드 전환에 사용하는 노브다.

BTL 셋업

SCA-7511MK4에 대한 설계 관련 내용은 지난 리뷰에서 이미 설명했으므로 생략하고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우선 BTL 모노 브릿지 모드로 세팅하기 위해선 SCA-7511MK4 앰프 한 대가 추가로 필요하다. 한편 후면에 모드 전환 노브를 돌려 좌측 BTL 모드로 세팅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다음 연결 방식도 중요하다. 프리앰프에서 출력된 좌/우 인터케이블을 각각의 파워앰프 한 대씩에 연결한다.

그 다음으로 스피커 케이블 결선이 중요한데 바쿤은 친절하게 스피커 결선 방식을 바인딩 포스트 상단에 표기해놓고 있다. 우선 붉은 색상의 플라스틱 캡으로 둘러싸인 +, 즉 포지티브 신호를 담당하는 단자만 사용하면 된다. 후면에서 봤을 때 R+를 케이블의 –단자와 연결하고 L+ 단자는 케이블의 +단자와 결선하면 끝이다. 이렇게 양 쪽 채널을 담당하는 각 파워앰프의 결선을 체크한 후 소스기기, 프리앰프, 파워앰프 순서로 켜면 모노 브릿지 모드로 음악을 감상할 준비는 끝난다.

한편 이번 테스트는 기존에 SCA-7511MK4 테스트 당시와 동일한 매칭으로 진행했다.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core 및 Wstreamer 콤비를 사용했고 추가로 DAC는 MSB Analog DAC를 사용했다. 한편 프리앰프는 같은 바쿤의 프리앰프 PRE-7610MK4를 사용했다. 스피커는 리바이벌 오디오의 Atalante 3를 사용했다. 참고로 파워앰프의 경우 제원을 살펴보면 스테레오 모드에서 8옴 기준 채널당 15와트 출력을 가지며 모노 브릿지의 경우 20와트로 증가한다. 이론적으로 출력이 네 배가 되어야하지만 이 앰프의 경우 단 5와트의 이익만 얻을 수 있다.

청음

보컬의 심지가 곧아졌다고 표현해야할까? 발성이 더 또박또박 힘있고 명료해졌다. 기타의 스트로크도 더 힘 있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굴곡이 더 명확해진 부조를 보는 듯하다. 즉 돌출된 곳과 패임의 깊이가 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음악은 더 활기차고 역동적인 느낌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턱 & 패티의 ‘Castles made of Sand’ 및 ‘Little wing’접속곡을 들어보면 더욱 리듬감, 페이스가 증가해 추진력 있게 들린다. 보컬과 기타 한 대라는 단출한 악기들이 펼쳐내는 무대는 더 깊어졌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바흐 ‘12 Etudes’를 듣다 깜짝 놀랐다. 타건이 이전에 손망치였다면 이번엔 마치 해머처럼 크고 이를 쥔 악력도 훨씬 더 강력해진 듯한 소리다. 실제 건반이 내부 해머를 때리는 스피드와 힘이 모두 일시에 증가한 듯 타건은 힘차고 동시에 날렵하다. 한편 이런 BTL 접속이 항상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을 수도 있는데 무대가 앞으로 더 치고 나와 적극적이다. 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훨씬 더 나아진 사운드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야콥 영의 ‘I lost my heart to you’를 들어보면 정적이 흐른 후 물방울처럼 떨어지는 피아노 그리고 이내 잦아든 배경 위로 다시 피아노와 기타가 수놓는다. 그 중간에 적막 같은 배경엔 스테레오 모드 사용 시보다 화이트 노이즈가 약간 더 올라온다. 근거리에선 약간 거슬릴 수도 있겠다. 이후 색소폰은 방 안에 온통 푸르른 빛으로 채워 넣는 듯 적절한 잔향과 온기를 머금고 비상한다. 확실히 스테레오 모드로 사용했을 때보단 선이 좀 더 굵어지고 후방의 더블 베이스도 굵어졌다. 마치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쓰는 듯 골격이 뚜렷하고 특히 중, 저역대 양감도 약간 늘어 든든한 느낌이 있다.

아마도 SCA-7511 앰프 사용자라면 스피커 제어 능력, 특히 저역 구사 능력에서 차이가 궁금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저역 부분에선 BTL 모드로 듣다가 스테레오 모드로 돌아가긴 힘들 듯하다. 단순히 저역 제어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벨라 플랙의 ‘Flight of the cosmic hippo’에서 저역의 깊이는 더 깊어졌고 더불어 밀도감, 윤곽도 뚜렷해졌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의 상승까지 더해져 바쿤에선 이전에 상위 급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일종의 권위감까지 체험할 수 있다. 누가 바쿤의 저역이 허전하다 했는가? BTL 모드는 그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바쿤은 외관 디자인과 달리 매우 날렵하고 꽤 커다란 다이내믹스 폭을 소화한다. 하지만 무대를 그리는 폭이나 깊이는 스테레오 모드보다 BTL 모드에서 더욱 커진다. 아마도 BTL 모드의 강점은 무대의 크기, 다이내믹레인지가 큰 대편성 교향곡에서 제대로 드러날 텐데 실제 들어봐도 그렇다. 가장 극적인 차이는 예를 들어 말러 2번 교향곡에서 폭발했다. 사이먼 래틀의 지휘 아래 버밍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최대 다이내믹스를 뽑아낸다.

총평

바쿤 모노 브릿지, BTL 접속은 간만에 오디오에 대한 취미로서의 즐거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것은 하이파이 오디오가 단순히 ‘머니 게임’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더 비싼 기기,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브랜드 네임 밸류만이 오디오 재생음의 우열을 가르진 않는다는 것이다. 때론 조그만 튜닝이나 접속 방식, 매칭에 대한 구력과 노하우 등이 동일한 비용으로도 상당히 많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 중 앰프 운용에 있어 싱글 와이어링과 바이와이어링 그리고 더블런, 바이앰핑, BTL 모노 브릿지 같은 방법이 있다. 물론 동일한 파워앰프 한 대가 더 필요하지만 해당 앰프의 소리를 대체할 앰프가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충분히 시도해볼만 한 운용 방식이다. SCA-7511MK4 두 대의 모노 브릿지 접속. 그것은 물리적으로 두 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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