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리그 정상의 불꽃대결쇼
Linn Klimax LP12 vs Klimax DSM
필자의 기억에 아직도 선명한 ‘사건’이 있다. 1976년 6월 26일, 국민학교 방과 후 태권도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이 웬일로 일찍 끝내자고 하신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이날 저녁 그토록 기다리던 TV 중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싱 선수 무하메드 알리와 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키의 경기였다. 비록 링에 계속 누워있던 안토니오 이노키 때문에 아이들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당시 이 둘의 경기는 그야말로 세기의 매치였다.
이처럼 각 분야 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오디오 쪽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의 경우 늘 머릿속에서만 그려오던 가상 대결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린(Linn)의 최정예 투 톱 클라이맥스(Klimax) LP12와 클라이맥스(Klimax) DSM을 한자리에서 동일한 음원으로 들어보는 것이었다. 이는 이들이 한 브랜드의 투 톱을 넘어 각각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스 기기를 대표하는 헤리티지와 명망, 실력을 모두 갖췄기에 의미가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런 대결이 실제로 이뤄졌다. 하이파이클럽에서 먼저 리뷰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동일 앰프, 동일 스피커 시스템에서 소스 기기만 턴테이블(LP12)과 스트리머(DSM)를 서로 바꿔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이 대결이 더욱 기대를 모은 것은 클라이맥스 LP12나 클라이맥스 DSM 모두 최근 업그레이드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로 치면 스트라이커, 윙어, 풀백 등 베스트 11을 새로 정비한 두 팀의 첫 A매치인 셈이다.
Klimax LP12 : 1972년부터 이어온 아날로그의 명성
왼쪽부터 린 클라이맥스 LP12, 아큐레이트 LP12, 매지크 LP12
클라이맥스 LP12는 린의 플래그십 턴테이블 시스템이다. 밑으로 아큐레이트(Akurate) LP12, 매지크(Majik) LP12가 있다. 세 제품 모두 LP12로 끝나는 것은 이들이 베이스로 삼는 데크가 모두 손덱(Sondek LP12)이고, LP의 직경이 12인치(30.48cm)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베이스 보드, 서브 섀시, 암보드, 톤암 등에 따라 그 서열이 클라이맥스, 아큐레이트, 매지크 순으로 매겨진다.
린 설립자 이보 티펜부른(Ivor Tiefenbrun)
처음부터 서스펜디드,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택한 손덱 LP12는 린 설립자 이보 티펜부른(Ivor Tiefenbrun)의 손에서 태어났다. 1971년에 프로토타입 손덱 LP12를 만들었고, 1972년에는 싱글 포인트 볼 베어링을 장착한 손덱 LP12를 아버지 회사 캐슬 프리시전 엔지니어링을 통해 선보였다. 그리고 이 턴테이블을 본격 판매하기 위해 1973년 2월 19일에 설립된 회사가 바로 린이다.
손덱 LP12는 이후 서브 플래터, 메인 베어링, 베이스 보드, 암보드, 서스펜션 스프링, 플린스 등 턴테이블 각 부품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오고 있다. 최상위 클라이맥스 LP12에 베풀어진 주요 업그레이드 이벤트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972 손덱 LP12 Sondek introduced
- 1982 발할라 Valhalla power supply
- 1989 에코스 Ekos tonearm
- 1990 링고 Lingo external power supply
- 1991 트램폴린 Trampolin suspended base board
- 1993 시커스 Cirkus main bearing
- 2007 킬 Keel sub chassis
- 2007 에코스 Ekos SE tonearm
- 2009 래디컬 Radikal power supply & DC motor control unit
- 2009 유리카 Urika internal MC phono stage
- 2016 유리카2 Urika II internal MC phono stage
- 2020 카로우셀 Karousel main bearing
파워 서플라이의 경우, 온보드 타입의 발할라(Valhalla)가 맨 처음 업그레이드 옵션으로 제공됐고, 이후 외장 파워 서플라이로 링고(Lingo)와 래디컬(Radikal)이 개발됐다. 톤암의 경우 린 마크를 붙인 최초의 톤암은 1979년에 나온 이톡(Ittok) LVII이지만 자체 제작 톤암은 에코스(Ekos)가 처음이다.
포노 카트리지는 초창기 주로 수펙스 제품을 썼는데, 린 마크를 붙인 트로이카(Troika)와 이를 대체한 크리스탈(Krystal) 역시 제작은 수펙스가 맡았다. 린의 현행 플래그십 MC 카트리지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와 알루미늄 바디의 캔디드(Kandid)다.
유리카(Urika) 포노 스테이지는 옵션으로 베이스 보드에 장착되며 파워 서플라이 래디컬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다. 역시 옵션인 유리카 II(Urika II)는 린의 이그잭트(Exakt) 테크놀로지를 이식했고 디지털 도메인에서 RIAA 커브를 보정한다.
현행 클라이맥스 LP12는 이렇게 구성된다.
- 베이스 보드는 4점 서스펜디드 지지 알루미늄 트램폴린
- 서브 섀시와 암보드는 3점 스프링 지지 알루미늄 킬
- 톤암은 9인치 티타늄 에코스 SE
- DC 모터 컨트롤 유닛 및 파워 서플라이는 외장 SMPS 래디컬
- 옵션 내장 포노 스테이지는 유리카 또는 유리카 II
- 메인 베어링은 신형 카로우셀이 장착된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처음 만난 신형 클라이맥스 LP12는 그야말로 ‘심쿵’이었다. 가로 445mm, 높이 140mm, 안길이 356mm의 플린스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으며 플래터와 암보드의 황금분할비는 보는 사람 마음마저 차분케 하는 마력을 갖췄다. 여기에 암보드에 살포시 올라탄 에코스 SE 톤암은 보는 눈맛과 잡는 손맛 모두 좋다. 캔디드 카트리지를 LP에 올려놓을 때마다 플래터와 암보드가 출렁이는 것 역시 서스펜디드 턴테이블 LP12만의 시그니처다.
카로우셀 베어링(Karousel Bearing)
신형 클라이맥스 LP12의 핵심은 메인 베어링이 신형 카로우셀로 바뀌었다는 것. 사실 스핀들이 베어링 하우징 밑면의 트러스트 패드에 원 포인트로 닿는 ‘싱글 포인트 베어링’이야말로 린의 로고가 되었을 정도로 LP12의 상징과도 같은 부품이다. 린에 따르면 카로우셀 베어링은 1) 상단 캡의 나사선을 이용, 서브 섀시와 체결력을 높였고, 2) 하우징 내부를 탄소로 코팅해 스핀들 축의 마모를 줄였으며, 3) 하우징 자체도 보다 두텁고 정밀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포노스테이지 유리카(Urika)
래디칼(Radikal) 전원부
옵션 내장 포노스테이지 유리카와 유리카 II도 빼놓을 수 없다. 시청 모델에는 트램폴린 베이스에 유리카가 장착돼 있었는데, 1) 톤암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설치해 신호손실과 노이즈 유입을 최소화하고, 2) 외부 래디칼 전원부로부터 깨끗한 전원을 공급받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밸런스와 언밸런스 출력 모두 갖췄다. 유리카 II의 경우 24/192 내장 ADC를 통해 디지털 도메인에서 RIAA 커브를 보정한다.
시청 모델에 장착된 캔디드 MC 카트리지는 누드 다이아몬드 라인 컨택트 스타일러스와 보론 캔틸레버, 알루미늄 바디로 구성된 저출력 카트리지로, 출력전압은 0.4mV, 추천 트래킹 포스는 1.75g, 추천 부하 임피던스는 70옴~1k옴이다. 유리카 포노 스테이지를 쓰면 따로 세팅할 게 없다. 무게는 5.7g.
Klimax DSM : 2007년 시대를 뒤엎은 린의 승부수
턴테이블 제작사 린은 또한 디지털 명가이기도 했다. 1992년 린 최초의 CD플레이어를 캐릭(Karik) CDT, 뉴메릭(Numerik) DAC 분리형으로 내놓았고, 이어 1997년에는 통합형 CD플레이어 손덱(Sondek) CD1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필립스가 레이저 픽업 생산을 중단한 2005년까지 큰 인기를 끌며 디지털 명가로서 린의 입지를 굳혔다.
린 클라이맥스 DS
이런 린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날개를 단 것은 2007년 7월에 선보인 린 최초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클라이맥스 DS(Klimax Digital Stream)였다. 린이 자사 레이블 린 레코드를 통해 24비트 음원을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바로 다음 해의 일이었다. 또한 린은 2년 후인 2009년 11월 2일 자사 CD플레이어 생산을 전격 중단한다는 깜짝 발표를 해 CD플레이어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현재 린 CEO 길라드 티펜부른(Gilad Tifenbrun)
손덱 LP12와 클라이맥스 LP12가 이보 티펜부른의 업적이라면, DS는 그의 아들이자 현 린 CEO인 길라드 티펜부른(Gilad Tifenbrun)의 공이다. 2002년 린에 입사한 그는 주로 디지털 분야에 관여하며 린 2.0 시대를 이끌었다. 예전 내한했을 당시 직접 물어보니 “아버지의 트렌드 세터 제품이 손덱 LP12라면, 나의 트렌드 세터 제품은 DS와 (DS에 프리앰프를 결합한) DSM이었다” 라고 답했을 정도다.
왼쪽부터 린 클라이맥스 DSM, 아큐레이트 DSM, 셀렉트 DSM
왼쪽부터 린 매지크 DSM, 차세대 클라이맥스 DSM
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역시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고 2007년 등장 이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왔다. 라인업은 클라이맥스(Klimax), 아큐레이트(Akurate), 셀렉트(Selekt), 매지크(Majik)로 이어지며, 올해에는 차세대 클라이맥스 DSM(Next-generation Klimax DSM)이 출시됐다. 린 최초로 A부터 Z까지 DAC의 모든 것을 자체 제작한 오가닉(Organik) DAC을 처음 장착했다.
참고로 린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그잭트(Exakt)라는 가히 혁명적인 음악 재생 기술인데, 모든 음악 신호를 디지털로 스피커 안에까지 끌고 와 재생 직전에 아날로그로 변환한다는 사고였다. 그리고 디지털 소스 기기 DS/DSM으로부터 디지털 신호를 가져오는 케이블이 린의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였다. 린의 공간 최적화 프로그램(Space Optimization)도 이그잭트 테크놀로지의 DSD 중 하나였던 것이 2015년에 독자 소프트웨어로 가지치기를 한 것이다.
클라이맥스 DS/DSM을 기준으로 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업그레이드 이벤트를 정리하면 이렇다.
- 2007 클라이맥스 Klimax DS introduced
- 2011 클라이맥스 Klimax DS/1 : 오디오보드 업그레이드
- 2011 클라이맥스 Klimax DSM introduced
- 2013 이그잭트 Exakt Technology developed
- 2014 타이달 Tidal streaming service
- 2015 클라이맥스 Klimax DS/2 : 이그잭트 링크 지원
- 2015 클라이맥스 Klimax DSM/1 : 이그잭트 링크 지원
- 2016 카탈리스트 Katalyst DAC developed
- 2016 클라이맥스 Klimax DS/3 : 카탈리스트 DAC 장착
- 2016 클라이맥스 Klimax DSM/2 : 카탈리스트 DAC 장착
- 2018 DSD 음원 재생 지원
- 2018 룬 Roon service
- 2021 오가닉 Organik DAC developed
- 2021 클라이맥스 Klimax DSM/3 : 오가닉 DAC 장착
린이 올해 선보인 차세대 클라이맥스 DSM(DSM/3)은 외관부터 설계 디자인, 성능까지 전작에 비해 환골탈태했다. 우선 섀시 높이와 무게가 2배 가까이 늘어나고 디자인도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봐야 할 만큼 크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2018 년작 셀렉트 DSM의 셀링 포인트였던 둥근 유리 볼륨 휠 디자인을 채택한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전면 패널을 수놓은 큼지막한 디스플레이(1600x480 TFT)도 새로운 변화인데 시인성이 상당히 좋다.
신형 클라이맥스 DSM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입력과 볼륨 조절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다. 입력단자는 디지털 4개(광 1, 동축 2, USB 1), 아날로그 2조(XLR 1, RCA 1), 출력 단자는 아날로그 XLR과 RCA 1조씩 갖췄다. 이그잭트 링크 단자 2개, 이더넷 단자 1개도 마련됐다. AV 버전의 경우에는 HDMI 입력단자 4개와 HDMI ARC/eARC 출력 단자 1개가 추가된다.
무선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4.2(전작은 4.0), 에어플레이를 지원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티파이 커넥트, 타이달, 코부즈, 그리고 룬(Roon)을 지원한다. 최대 컨버팅 스펙은 PCM은 24비트/384kHz(전작은 24비트/192kHz), DSD는 DSD256(전작은 DSD128)이다. 컨버팅 스펙이 상향된 것은 기본적으로 내장 DAC이 카탈리스트 DAC에서 신형 오가닉 DAC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Organik DAC
결국 차세대 클라이맥스 DSM의 시그니처는 환골탈태한 디자인과 새로 채택한 오가닉 DAC으로 요약된다. 린에 따르면 오가닉 DAC은 FPGA 커스텀 DSP 프로세싱은 기본이고 DA 디스크리트 컨버팅 스테이지, 초저 지터 오실레이터와 클럭 시스템 등을 모두 자체 제작했다. 카탈리스트 DAC만 해도 AKM의 AK4497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썼었다. 최단 신호 경로를 위해 SMD 기판 위아래를 모두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시청
비교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클라이맥스 LP12와 내장 포노스테이지 유리카, 캔디드 MC 카트리지, 외장 전원부 래디컬이 한 팀으로 나섰고, 클라이맥스 DSM은 혈혈단신 솔로로 나섰다. 프리앰프는 매킨토시의 C1100, 모노 파워앰프는 1200W 출력의 MC1.25K와 600W 출력의 MC611을 동원했다. 스피커는 매킨토시의 XRT1.1K. 스피커 케이블은 오디오퀘스트의 드래곤 제로/베이스를 써서 바이앰핑했다.
2 Cellos - Game of Thrones
Score
Klimax DSM (룬 코부즈 24/44.1) : 이 곡이 이렇게 두텁고 웅장하며 저역은 강력했었나 싶다. 무대는 광활하다 싶을 만큼 넓고 입체적이다. 해상력과 에너지감의 기준으로만 보면, 그냥 원톱 수준의 스트리머다. 소릿결 역시 유려하고 매끈한데, 이렇게 보다 소프트해진 촉감이야말로 예전 카탈리스트 DAC과 다른 점이다.
Klimax LP12 (LP) : 음에서 기름기와 노이즈를 완전히 덜어냈고 배경은 적막하며 소릿결은 촉촉하다. 디지털 클럭이나 컨버터의 도움이 필요 없는 이 아날로그 직접 재생의 순결한 맛이 웰메이드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을 만나니 더욱 늘어난 것 같다. 다른 브랜드, 다른 모델의 아날로그 시스템에 비해 음수가 많고 싱싱하며 성숙한 음이 나온다. 대역 밸런스도 돋보인다. 클라이맥스 DSM에 비해서는 무대의 투명도나 악기의 선명함은 밀리지만 악기들이 차곡차곡 앞뒤에 포진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Anne-Sophie Mutter, James Levine, Wiener Philharmoniker Zigeunerweisen
Carmen-Fantasie
Klimax DSM (룬 코부즈 24/44.1) : 지금이 LP 소리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바이올린 소리가 맑고 깨끗하며 음들이 끊김 없이 이어진다. 무대의 공간감과 음의 온기, 이를 돋보이게 해주는 까만 배경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디지털 스트리밍 플레이어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것은 해상력과 SN비, 다이내믹 레인지, 왜율, 투명도인데, 클라이맥스 DSM은 이 모든 것의 점수가 높다.
Klimax LP12 (LP) : LP 재생 시스템으로 바꾸면 바이올린 연주음에 중량감이 실리고 촉감이 보다 탱글탱글해진다. 평소 LP가 디지털 음원에 앞서는 것은 피아니시모 파트에서의 약음 표현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됐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협주 파트에서도 어느 한 곳 혼탁해지지 않는다. 왜 린이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을 고집하는지 그 이유가 점점 분명해진다. 여기에 캔디드 카트리지의 해상력, 에코스 SE 톤암의 그루브 트래킹 능력, 유리카 포노 스테이지의 RIAA 커브 보정 및 증폭 실력이 찰떡궁합을 이뤘다.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The Best Of Dire Straits & Mark Knopfler
Klimax DSM (룬 코부즈 16/44.1) : 정신이 번쩍 날 만큼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대는 정말 투명하기 짝이 없고, 악기들은 저마다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특히 드럼 플레이가 매력적이어서 이날따라 귀에 짝짝 붙는다. 그러면서 소릿결은 마냥 부드러워 볼륨을 더 높여 들어도 좋겠다 싶다. 클라이맥스 DSM이 무대를 평소보다 넓게 쓰는 점도 대단하다. 무대 앞뒤 좌우 곳곳에 악기들이 실물처럼 자리잡고 있다.
Klimax LP12 (LP) :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 밤낮없이 들었던 그 카세트테이프의 음이 나온다. 그 매끄럽고 미끈하며 색채감이 좋았던 음을 그냥 필자의 몸이 단번에 알아챈다. 그때보다 나아진 것은 카트리지와 포노스테이지가 선사한 해상력과 다이내믹스, 그리고 한 방울도 느껴지지 않는 노이즈다. 공기청정기를 튼 것처럼 쾌적하고 투명하며 선명한 음이다.
Karl Bohm, Wiener Philharmoniker - Dies Irae, Tuba Mirum
Mozart Requiem
Klimax DSM (룬 코부즈 16/44.1) : ‘디에스 이래’는 2층 객석에서 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창자들을 모두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징과 스케일 큰 무대감이 일품이다. ‘투바 미룸’에서는 처음 등장한 바리톤이 보다 깊은 저음과 긴 호흡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어 차례대로 등장하는 테너, 메조, 소프라노가 무대의 임장감을 더한다. 4명의 독창자가 한 무대에 서 있는 느낌이 여느 때보다 확실하다. 이것이 소스 기기의 실력일 것이다.
Klimax LP (LP) : 묘하게도 클라이맥스 LP12는 계속해서 놀란 눈으로 턴테이블을 바라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러는 사이 ‘디에스 이래’가 시작됐는데, DSM 때와는 달리 1층 객석에서 무대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다. 무대가 보다 당당하고 리얼 사이즈로 등장한다는 인상. 의기소침한 구석이 1도 없다. ‘투바 미룸’은 바리톤이 부르는 한 음 한 음이 더 분명하게 그리고 보다 럭셔리하게 들린다. 심지어 테너가 노래를 더 잘 하는 것 같다. 또 하나 특징은 반주 오케스트라가 더 잘 들린다는 것. 그만큼 현장음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총평
이번 클라이맥스 LP12와 클라이맥스 DSM 비교 시청은 결코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어느 것이 낫나?’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양대 리그 정상이 과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지, 그리고 그 재생음과 무대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짚어보려는 목적이 컸다. 만약 둘의 차이가 없다면, 그리고 그 완성도마저 기대 이하라면, LP12와 DSM으로 나눠져야 하는 이유도, 그 높은 가격대도 의미가 없다고 해야 옳다.
필자는 이번 비교 시청 결과를 1년 후에 이렇게 기억할 것 같다. 클라이맥스 LP12는 약음 표현력과 임장감이 뛰어났고, DSM은 해상력과 투명도가 발군이었다. LP12는 낮은 볼륨에서도 제 실력을 모두 발휘했고, DSM으로 들은 빌 에반스 트리오의 ‘Autumn Leaves’는 흥겨움 면에서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그러면서 두 기기는 모두 ‘현장에서 연주를 하는 느낌’ 혹은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느낌’을 감동적으로 선사했다. 거의 하루 종일 이뤄진 시청 내내 행복했던 이유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Linn Klimax LP12 Specifications
Klimax LP12 comprises | Sondek LP12 turntable with Karousel bearing Keel machined sub-chassis and armboard Radikal motor control unit & power supply Brushed DC motor in acoustically isolated housing Ekos SE precision tonearm Kandid moving coil (MC) cartridge Urika II Moving Coil phono stage built-in to suspended base |
|
Plinth Options | Standard Finishes | Oak, Cherry, Black Ash, Rosenut, Walnut |
Special Finishes | Piano Black, High Gloss White or match any colour of your choice (high gloss) | |
Specification | Speed | Dual speed 33 & 45 rpm |
Motor Type | Precious-metal brushed DC motor with moving coil rotor | |
Dimensions | Width | 445 mm |
Height | 140 mm | |
Depth | 356 mm |
Linn Radikal Klimax Enclosure Specifications
External power supply for LP12 and Urika internal phono stage Supplied with brushed DC motor Speed management system checks speed on every rotation Dual speed: 33/45 rpm Available in Klimax or Akurate chassis |
Linn Klimax DSM Specifications
Inputs | Toslink x 1, SPDIF x 2, Balanced XLR x 1, RCA Phono x 2, USB-B x 1, HDMI(AV variant only) x 4, HDMI ARC / eARC(AV variant only) x 1 (via HDMI output) |
Outputs | Balanced XLR x 1, RCA Phono x 1, HDMI(AV variant only) x 1 |
Audio Formats | FLAC, Apple Lossless, WAV, DSD(64/128/256), MP3, WMA(except lossless), AIFF, AAC, OGG |
Resolution | Up to 24-bit 384 kHz |
Integrated Services | Tidal, Qobuz, Spotify Connect, Airplay, Roon, TuneIn, Calm Radio |
HDMI Spec(AV variant only) | HDMI 2.0 - Supports: 4k resolution @ 60 Hz 4;4;4 HDCP 2;2; HDR; ARC; eARC; CEC |
Ethernet | 1 |
Optical Ethernet | 1 (SFP socket) |
Exakt Link | 2 |
WiFi | Yes (802.11ac) |
Bluetooth | Yes (4.2) |
Construction | Machined from solid aluminium |
Finish | Silver or Black anodised |
Dimensions (WHD) | 350 x 126 x 350 mm |
Weight | 16.4 kg |
Linn Klimax LP12, Klimax DSM
수입사 | 로이코 |
수입사 홈페이지 | www.royco.co.kr |
구매문의 | 02-58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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