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정복의 삼위일체
Hifistay HardPoint Trinia +α
유추의 힘
인간의 과학적 사고 중 ‘유추’(analogy)는 가장 근원적인 사고 중 하나로서 이를 통해 다양한 과학적 발전을 이루었다. 사전적 의미에서 유추란 두 개 사물이나 사건 사이에 공통된 성질과 관계를 통해 다른 것들 사이의 관계를 추리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성이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화성에도 생물이 살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아직 모르는 것’을 설명하려 애쓰는 것이 유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유추의 사고는 여러 창조적 시도를 통해 건축, 예술 등에 적용되어오고 있다. 벨크로는 옷에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의 관찰을 통해 유추해낸 결과며 도개교의 움직임은 그저 사람의 눈꺼풀 움직임의 원리는 응용한 것이다. 그 사이엔 분명 유추라는 과학적 사고가 동원되었음이 분명하다. 인간의 활동 및 인구학 등도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의 활동과 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추해서 설명 가능한 것이 대단히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설계 원리에서도 이런 유추를 통해 적용한 것들이 꽤 자주 관찰된다. 예를 들어 최근 B&W의 800 다이아몬드 4세대가 국내에 상륙했고 이리저리 설계와 음질의 상관관계를 유추해 보곤 했다. 개인적으로 제품을 테스트하다가 어떤 통찰 같은 것을 얻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설계와 소재를 음질로서 유추해 내는 일이고 그것이 보편타당하다고 생각될 때다.
B&W의 경우 드라이브 유닛에 새롭게 적용된 새로운 스파이더 디자인이었다. 기존의 패브릭 소재 스파이더를 떼어내고 이른바 생체 모방 서스펜션을 적용했다는 것에 눈길이 쏠렸다. 그 모양을 보니 마치 거미가 발을 뻗어 드라이브 유닛을 꽉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B&W에선 이를 ‘Biometic Suspension’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자연과 생물체의 특성을 모방해 스피커의 드라이브 유닛을 붙드는 스파이더에 적용, 비균질적인 운동 특성을 최소화한 결과물이었던 것. 그리고 이는 실제로 더 낮은 디스토션은 물론 다른 한편으론 더 높은 청감상 SN비를 이끌어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사실 알고 보면 자연 현상의 관찰에서 출발해 유추의 힘을 통해 응용한 것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턴의 제 3 법칙과 진동
아마 이러한 유추의 역사를 따져 올라가면 뉴턴의 운동법칙 그중 제 3 법칙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유추해낸 것이 바로 운동 법칙 중 가장 핵심적이 것 중 하나니까 말이다. 결국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론 케플러 법칙을 이 작은 자연 현상을 통해 모두 풀어낼 수 있었고 달도 떨어져야 한다고 유추해냈다. 물론 우리가 밟고 있는 지구가 아닌 달의 궤도로 떨어질 뿐이지만.
왼쪽부터 클라우드 나인, 다르마, 갤럭시아 Stella 55
어쨌든 서로 다른 물체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 힘을 가하면 그 다른 하나도 힘을 가한 물체에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는 작용, 반작용을 말하는 제 3 법칙은 진동에 대한 유추로 이어졌다. 그것이 최근 접한 하드포인트라는 액세서리다. 이미 하이파이스테이가 만들어낸 여러 하이파이 오디오용 액세서리를 체험해본 바에 의하면 매우 단순한 원리를 구체화하고 오디오가 존재하고 위치하며 사용되는 패턴을 분석해 그것에 절묘하게 적용한다. 클라우드 나인이 그랬고 다르마가 그랬으며 갤럭시아 Stella 55가 그랬다. 그리고 이번엔 하드포인트다.
Trinia +α
하드포인트는 스피커를 제외한 다양한 오디오 컴포넌트의 하단에 받혀 진동을 소멸시키는 기능을 갖는 액세서리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그 설계의 핵심엔 뉴턴의 제 3 법칙이 있다.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작용, 반작용의 원리에 기반해 분산시키고 결국 소멸시키는 것이다. 일단 상단은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쇠시키기 위해 일종의 롤링 디스크를 만들어놓은 모습이다. 두 겹의 2중 롤링 디스크 안엔 각각 세 개의 세라믹 소재 베어링을 배치해 놓고 특정 면적 안에서 자유롭게 스윙 운동을 하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구조를 통해 힘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동을 상쇄해 주는 구조다.
상단의 2중 롤링 디스크가 기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쇄시키는 ‘듀얼 액션 스윙’을 진행한다면 하단은 이른바 ‘베이스 스윙’을 통해 내/외부의 비교적 큰 움직임을 제어한다. 사실 이번 제품 하드 포인트 Trinia +α는 갑자기 개발되어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정립한 ‘스윙 테크놀로지’를 꾸준히 진보시켜오면서 다양한 제품에 적용,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와중에 하드포인트를 개발했다. 1세대는 약 7년 전 처음 세상에 나왔고 이후 여러 개선 버전을 출시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사이 약 네 개 종류의 하드포인트가 있었고 가장 최근 버전이 바로 하드포인트 Trinia +α 버전이다.
테스트 환경
액세서리, 그중에서도 진동 관련 제어 제품들은 수많은 변수를 가진다. 따라서 테스트 중에서도 변수 통제 필요하고 이런 특성은 제품 테스트를 종종 난관에 빠트리곤 한다. 게다가 하드포인트 같은 경우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해 특정 제품에만 적용해선 확증 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았다. 예를 들어 시디플레이어와 턴테이블 또는 포노앰프과 앰프 등, 때론 궁금해서 멀티탭에도 적용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하드포인트의 성능을 가장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곳은 아무래도 모터와 구동부 등 진동이 가장 많은 소스 기기에서였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엔 베리티 Rienzi 스피커 외에 프리마루나 EVO400 인티, 코드 일렉트로닉스 CPM3350, 마란츠 SACDP 등을 활용했다. 이 외에 음원은 웨이버사 Wcore 및 Wstreamer, 마이트너 DAC 등을 통해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청음
The Beatles - Two Of Us
Let It Be
전반적으로 음상은 무대 뒤쪽으로 약간 들어가면 포커싱이 또렷해진다. 예를 들어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 중 ‘Two Of Us’를 들어보면 악기들의 음상 외곽이 더 선명하게 손에 잡힐 듯 표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 큰 변화는 중저역 부분이다. 이 대역은 녹음 특성 때문인지 원래 폴의 베이스 기타와 링고의 드럼이 불분명하게 뭉쳐서 들리곤 했는데 하드포인트 투입 후 좀 더 명료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톤 다운시켜주면서 악기들의 에지를 살려주는 쪽으로 변화한다.
Hoff Ensemble - Dronning Fjellrose
Quiet Winter Night
많은 액세서리들이 악기들의 외곽선으로 단정하게 마무리 지어주면서 반대급부로 잔향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단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하드포인트 같은 경우 절대 잔향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선명한 음상, 정위감을 구축해낸다.
예를 들어 호프 앙상블의 ‘Dronning Fjellrose’을 들어보면 노르웨이 Sofienberg 교회의 앰비언스 특성이 더욱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시쳇말로 홀 톤이라고 하는데 악기, 보컬뿐 아니라 공간의 잔향 특성까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본래 사운드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Herbie Hancock - Watermelon Man
Head Hunters
빠르고 말끔하게 추진하는 시간축 반응 특성을 보여준다. 실제 시간축 특성을 변화시킨 것일 수는 없으며 마치 민첩해진 듯한 느낌을 부여해 주는데 그 와중에도 차분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좀 더 어택이 선명하고 타격감도 좀 더 높아지는 면들이 몇몇 녹음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허비 행콕의 [Head Hunters] 앨범 중 ‘Watermelon Man’을 들어보면 어택 이후 가파른 디케이, 짧은 서스테인 등 전체적으로 물렁하거나 뭉개지는 부분 없이 준수한 엔벨로프 특성을 유지해 준다. 이후 개운하게 릴리즈되는 부분 덕분에 말끔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잔상을 남기지 않는다.
John Williams, Anne-Sophie Mutter, Wiener Philharmoniker
The Imperial March From Star Wars: The Empire Strikes Back
John Williams in Vienna
스테이징 측면에선 전체적으로 무대를 약간 더 뒤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심도를 높여준다. 이전에 듣던 음악이 약간은 분절되어 악기들 간에 어색하게 화합되어 있다면 하드포인트를 적용하면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강, 약 대비를 이루어낸다.
악기들의 소리 강, 약, 세부 표현들은 상승하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더 선명해진다. 여백이 깨끗해졌을 때 화폭은 더 넓어 보이고 그림의 필체마저 더 싱싱하게 부각되는 것과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아주 작은 진동들로 인해 생긴 잡음들이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 아닌가 유추해 보았다.
총평
하드포인트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차분해지면서 명료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장시간에 걸쳐 들어보면 무대 위 각 악기들의 독보적인 음색을 좀 더 미세한 강, 약 대비로 분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걸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음악을 들을 때 피로감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특히 악기 편성이 복잡하고 다중 악기들이 출몰하는 대편성일수록 그 현상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하드포인트의 특성은 높은 볼륨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도 피로감이 적어 음악 속으로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액세서리의 이러한 진동 관련 특성이 음악 신호의 청감상 느낌에 영향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꽤 커다란 영향이 다방면의 음악 감상 패턴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은 흥미롭다. 예를 들어 녹음이 잘 된 음악은 그 장점을 부각시켜 더욱더 몰입하게 만들지만 녹음이 형편없는 음악은 그 단점마저도 더 분명하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나는 로우-파이 녹음을 거의 듣지 않기 때문에 아주 가끔 불편함을 느꼈을 뿐이다. 아마도 다른 오디오 마니아들도 필자와 비슷할 거라는 전제하에 하드포인트의 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느낄 것이 분명하다. 하드포인트 Trinia +α는 과학적 이론과 설계 그리고 소재의 삼위일체를 통해 음악적 뉘앙스 훼손 없이 음악적 표현의 이상에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해준다. 요컨대 진동 정복을 위한 삼위일체의 값진 결실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Size | 54Ø - 60Ø x 40 mm |
Adjustable height | up to 3mm |
Load capacity | 30Kg/pc,(4EA-1Set : 120Kg/Set) |
Weight | 134g/pc |
제조사 | 하이파이스테이 |
제조사 홈페이지 | hifistay.com |
구매문의 | 02-582-9847 |
컨텐츠 관련 제품
HardPoint TRINIA +α
600,000 원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역 명기 중 하나를 꼽자면, Lyra Atlas λ Lambda SL MC Cartridge (0) | 2024.03.02 |
---|---|
루이 드자르댕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Kronos Audio Discovery Turntable System (0) | 2024.03.02 |
아날로그 사운드 본질을 추구하는 퍼포먼서 - Dual CS 418 Turntable (0) | 2024.03.02 |
스피커케이블에 대한 믹싱/녹음 엔지니어들의 답 - Studio Connections Abbey Road Monitor Speaker Cable (0) | 2024.03.02 |
막강 아날로그 패밀리가 떴다 - J.Sikora Initial Turntable + KV12 Tonearm (0) | 2024.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