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감상으로도 확인한 케이블 공중부양 효과
Shunyata Research Mobius Cable Suspension System
오디오 케이블을 바닥에 두면 생기는 일
제작사의 일방적 주장에 휘둘리기 전에 현상부터 정리해 보자. 오디오케이블을 그냥 시청실 맨바닥이나 카펫 위에 올려놓았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스피커케이블의 경우 플러스, 마이너스 도체에는 강력한 대전류가 흐른다. 최대 피크 전류가 40A인 파워앰프에 연결했다면 말 그대로 순간 40A가 흐른다는 얘기다. 일반 가정집의 누전 차단기가 작동하는 한계치가 30~50A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대전류다. 스피커케이블을 전력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처럼 대전류가 흐르는 도체 주위에는 강력한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이 형성된다. 실제로 시중에는 케이블이나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기장(V/m)과 자기장(uT)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많다. 그런데 케이블을 바닥에 놓으면 정면에서 봤을 때 360도 방사되는 이 전자기장의 형태가 찌그러지고 세기 역시 변하게 된다. 이는 스피커케이블 옆에 또 다른 자기장을 형성하는 자석을 둔 것이나 마찬가지로, 결과적으로 사운드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전기(Static Electricity)다. 이는 특히 겨울철 건조한 실내에서, 그것도 양모 카펫 위에 스피커케이블을 올려놓았을 때 쉽게 발생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스피커케이블이 연결된 파워앰프 섀시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필자 역시 이 정전기로 인해 결국 그 비싼 양모 카펫을 걷어낸 적이 있다. 스피커케이블 입장에서는 이 정전기야말로 음악 신호 배송이라는 자신의 임무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일 수 있다.
세 번째는 바닥에 놓인 스피커케이블이나 인터케이블이 바닥을 맞고 튀어나오는 전자파노이즈(RFI)를 픽업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FM 안테나 수신 감도가 낮을 때 창문이나 벽에 안테나 끝을 대면 감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전자파노이즈는 SMPS나 무선 라우터, 와이파이, 스마트폰 등으로 가득 찬 요즘 시청실 환경에서, 특히 SMPS 전원부를 쓴 대출력 파워앰프에 연결된 파워케이블이 오디오 케이블 근처에 있을 때 더욱 문제가 된다.
네 번째는 커패시턴스 효과(Capacitive Effects)다. 전기신호가 흐르는 스피커케이블과 일종의 절연체(유전체)라 할 바닥면, 이 둘이 딱 붙어 말 그대로 정전 효과가 생기는 것. 스피커케이블 역시 도체를 유전체가 감싸고 있다는 점에서 커패시턴스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케이블을 바닥에 놓으면 이 값이 늘어나고, 이렇게 되면 크로스오버 회로에 이미 커패시터를 갖고 있는 스피커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 아픈 상황이 되고 만다.
마지막은 오디오의 영원한 적, 진동이다. 이는 오디오케이블 자체의 미세한 진동일 수도 있고, 바닥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일 수도 있다. 각종 오디오 컴포넌트를 랙에 올려놓거나 인슐레이터로 받치는 것도 다 이 양방향에서 오는 진동 때문이다. 이 진동을 그냥 방치해두면 진동 역시 교류 주파수라는 점에서 역시 교류 주파수인 음악 신호에 치명타를 입힐 수밖에 없다.
오디오케이블을 공중부양시키면 일어나는 일
만약 오디오케이블을 공중부양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단 이론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5가지 폐해들이 완벽히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된다. 1) 전자기장이 온전한 모습으로 방사되고, 2) 정전기나 3) 전자파노이즈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4) 커패시턴스 누적 효과와 5) 진동 전이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선야타 리서치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Mobius Cable Suspension System)
이 머릿속 계산은 실제 청감상으로도 확인된다. 예전 케이블 공중부양 후 써놓은 청음 메모를 보니 “너무 차이가 나 웃음부터 나왔다. 팀파니가 아까보다 더 멀리서 다가온다. 음의 쓸데없는 보푸라기가 일제히 사라졌다. 강약과 음영의 대비가 대폭 두드러졌다. 한마디로 디테일이 살아난 느낌. 모든 음들이 선연하다.”라고 돼 있다. 이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물론 케이블의 완벽한 공중부양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케이블과 바닥 사이에 여전히 접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퇴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바로 이 지점에서 흔히 케이블 리프터(lifter) 혹은 엘리베이터(elevator)라고 부르는 케이블 공중부양 액세서리 제작사들의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제작사마다, 그리고 모델마다 청감상 음질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선야타 리서치
Mobius Cable Suspension System
선야타 리서치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과 DF-SS 케이블 엘리베이터
미국 케이블 제작사 선야타 리서치(Shunyata Research)는 케이블 말고도 오디오 액세서리도 만드는데 그중 대표작이 DF-SS 케이블 엘리베이터다. 협곡 사이에 설치된 열차 레일 같은 모습의 케이블 엘리베이터로, 해당 케이블을 폴리머 재질의 지지대(서스펜션) 위에 올려놓는 구조다. DF-SS는 개인적으로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알게 모르게 자주 접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체험한 바다.
선야타 리서치 오메가(Omega) 스피커케이블과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
이번 시청기는 Mobius(뫼비우스)라는 이름의 신작 케이블 엘리베이터다. 선야타 리서치에서는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Cable Suspension System)이라고 부르는데, 스피커케이블의 경우 좌우에 뫼비우스 여러 개가 마치 하나의 시스템을 이뤄 케이블을 부양시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하는 이번 리뷰에서는 좌우 케이블에 뫼비우스를 3개씩 투입했다.
선야타 리서치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
뫼비우스는 일단 겉모습이 파격적이다. 커다란 팔찌 모양으로 반씩 수갑처럼 열리게 돼 있고, 가운데에는 실질적으로 케이블을 받쳐주는 폴리머 재질의 지지대가 팽팽하게 조여져 있다. 한쪽에 2개, 다른 쪽에 3개라서 가운데에 케이블을 놓고 뫼비우스를 닫으면 샌드위치처럼 케이블을 조여주게 된다. 5개의 지지대가 케이블을 붙잡고, 뫼비우스 본체는 케이블 자체를 들어 올리는 역할이다.
선야타 리서치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
이러한 독특한 설계 덕분에 케이블 이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케이블 리프터들이 케이블을 그냥 지지대 위에 올려놓는 구조라서 쉽게 케이블이 이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뫼비우스는 그런 위험이 전혀 없다. 또한 바닥에 닿는 원반의 면적이 제법 넓어서 안정적으로 케이블을 지지하는 점도 특징. 본체 재질이 메탈이 아니라서 ‘안테나’ 위험이 적다는 점, 케이블이 직접 닿는 지지대가 폴리머 탄성체라서 케이블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점도 눈에 띈다.
정리하면, 뫼비우스 투입으로 인한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케이블을 시청실 바닥으로부터 떨어뜨렸기 때문에 케이블에서 방사되는 전자기장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전자기장 왜곡으로 인한 음질 피해가 사라진다.
- 접촉면의 제거로 정전기 발생이나 전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본체 재질이 폴리머인 점도 이 정전기 전이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데, 선야타 리서치에서는 이를 ‘정전기 중화'(static neutraliz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 시청실 바닥에서 반사되는 전자파노이즈의 오염, 즉 케이블의 안테나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시청실 바닥과 접촉으로 생기는 커패시턴스 증강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스피커케이블의 커패시턴스 값을 바닥면에 놓았을 때에 비해 낮출 수 있다.
- 바닥에 닿는 면을 최소화한 본체 구조와 탄성체 지지대 구조 덕분에 양방향 진동 전이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시청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뫼비우스 시청에는 올닉의 ZL-3000 스피커케이블을 동원했다. 파워앰프는 8옴에서 250W를 내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AW250R, 스피커는 PMC의 fact.12 Signature. 한쪽 케이블에 뫼비우스를 3개씩 투입해 스피커케이블이 바닥이나 파워케이블 등에 닿지 않도록 했다. 음원은 룬으로 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아티스트 Stan Getz, Charlie Byrd
곡 O Pato
앨범 Jazz Samba
뫼비우스를 투입하자 무대 변화부터 눈에 띈다. 앞뒤 공간감과 좌우 폭 자체가 넓어져 청감상 감당이 안 될 만큼 쾌적해졌다. 개별 악기 하나하나, 특히 중고음 악기들의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는 것도 유의미한 변화. 마치 프리앰프를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다시 뫼비우스를 빼면 첫 음부터 상대적으로 탁해지고 악기들의 윤곽선에서는 색번짐 현상마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평소 얼마나 많은 전자파노이즈나 정전기, 진동이 스피커케이블에 흐르는 음악 신호를 오염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원 음악 신호와는 상관없는 주파수가 가세하니 탁해지고 뭉개지는 것이다.
아티스트 Diana Krall
곡 No Moon At All
앨범 Turn Up The Quiet
뫼비우스를 투입하자 피아노 타건부터 힘이 들어가서 보다 선명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 베이스 소리는 해상력이 늘어나서 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생기와 순도가 높아진 상황. 비유컨대 노이즈라는 바닷물이 싹 밀려나간 것 같다. 반주 피아노 소리도 잘 들리는데, 전체적으로 선명, 투명, 콘트라스트, 이런 항목들이 좋아졌다.
뫼비우스를 빼면 조금 전 그 맑고 깨끗했던 피아노 소리가 뚱하게 바뀌고 베이스 소리도 평범하게 변했다. 이곳저곳에서 확연한 변화가 창궐한다. 무엇보다 뫼부우스 투입 시 느꼈던 그 똑 부러진 재생음이 갑자기 사라진 점이 안타깝다. 이 정도 되면 비단 뫼비우스만이 아니더라도 케이블 리프터는 필수품이라 하겠다.
아티스트 System Of A Down
곡 B.Y.O.B
앨범 Mezmerize
이 곡은 뫼비우스 투입 전에도 다이내믹스나 타이밍, 스피드가 좋았고 특히 일렉 베이스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 뫼비우스를 투입한들 큰 변화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 그냥 처음부터 일렉 기타 소리가 선명해지고, 무대 앞은 베일을 거둔 것처럼 투명해졌다. 덕분에 악기들의 윤곽선도 또렷해졌다.
뫼비우스를 빼자 일렉 기타 소리가 뭉뚝해지고 다른 악기들의 사운드 역시 산만해졌다. 해상력은 줄고 노이즈는 올라온 상황. 다시 뫼비우수를 투입하자 청감상 파워앰프 출력이 120% 늘어난 것 같다. 재생음의 인상 자체가 확 달라졌다.
지휘 Sir Charles Mackerras
피아노 Artur Pizarro
오케스트라 Scottish Chamber Orchestra
곡 Piano Concerto No.5
앨범 Ludwig Van Beethoven: Piano Concertos 3, 4 & 5
뫼비우스를 투입하자 기대했던 대로 피아노가 더 맑고 선명하며 생기 넘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무대가 좀 더 위로 올라온 것도 큰 변화. 이에 비하면 뫼비우스 투입 전 소리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고 흐릿하고 색번짐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주 여린 피아노 소리도 쉽게 잘 들린다. 색채감도 좋아졌다.
뫼비우스를 빼면 피아노 발걸음이 무거워져 경쾌하고 상쾌한 맛이 줄어들었다. 심하게 말하면 억지로 피아노를 치는 듯, 오케스트라도 더 이상 신이 나지 않는 듯. 전체적으로 재생음이 의기소침해졌는데, 이는 스피커케이블이 파워앰프 출구와 연결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총평
선야타 리서치 뫼비우스 케이블 서스펜션 시스템
개인적으로 오디오 리뷰가 위험한 것은 마음에 들면 충동구매 욕구가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산 기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더욱이 이번 뫼비우스처럼 앰프나 스피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액세서리를 만나면 마음부터 급해진다. 일단 직접 진행한 비청 결과, 그 효과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데다 평소에도 케이블 리프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며칠 후면 몇 년 동안 드림 스피커로 꿈꿔오던 레퍼런스급 스피커가 시청실에 들어온다. 그 스피커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론적으로 따져본 케이블 공중부양 효과를 지속적으로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뫼비우스 구매를 고민 중이다. 하이파이클럽에 부탁해 조만간 DF-SS와 뫼비우스의 비청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hunyata Research Mobius Cable Suspensi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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