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EK과 협업하여 만든 톤암 탑재
솔직하게 말하자면, 티악의 아날로그 LP 플레이어들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는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모델별 차이를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 식별 기준은 캐비닛의 두께, 플래터의 소재와 톤암의 종류 등이 될 것입니다.
TN-5BB는 티악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로 새로 출시된 턴테이블입니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용한 20mm 두께의 아크릴 플래터에 SAEC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나이프 엣지 톤암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캐비닛은 인조 대리석과 블랙색상의 피아노 마감 MDF의 조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타사 브랜드의 LP 플레이어와 비교해보면 고급사양인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총중량 8.8kg / 두께 50mm 미만의 적층 구조로 된 캐비닛 속에 TN-5BB의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캐비닛의 상부 레이어는 섬세한 운모가 반짝거리는 제트 블랙 색상의 인조 대리석으로 되어있고, 하부 레이어는 MDF로 되어있는데 양쪽을 결합하는 볼트에 일본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종이(우리나라의 한지와 유사) 재질의 와셔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톤암과 플래터는 상판에, 모터 어셈블리는 견고한 기초를 형성하기 위해 하부에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이 모두를 포함한 캐비닛 총 무게는 10.6kg에 달하며 꽤 무거운 편입니다.
▲ 인조 대리석과 MDF를 조합한 견고한 캐비닛. 플래터의 마감도 고급스럽다.
또 다른 특징은 DC 서보 감지를 위한 디스크와 같은 장치와 회로가 갖추고 있으며, 고정밀 회전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PRS3 (플래터 회전 감지 서보 시스템)라는 이름의 이 회로는 아크릴 플래터의 정숙한 회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래터의 표면 역시 가공을 통해 레코드의 밀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담겨있으며, 이 때문에 턴테이블 시트는 별도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플래터의 무게는 1.7kg입니다.
높이 조절식 톤암은 광 센서가 장착된 자동 리프트 업 메커니즘의 플래그십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 타 모델과 차별을 두었습니다. 베어링 메커니즘 변경이나 내부 배선재를 PC-Triple C 소재로 하는 등 최상위 제품에 적합한 업데이트와 사양도 빈틈이 없습니다.
TN-5BB은 플러그 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카트리지가 미리 설치되어 있습니다. 덴마크 카트리지의 명문, 오토폰(Ortofon)의 2M Re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MC 카트리지와 호환되는 밸런스 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지만 초기 제공되는 카트리지는 MM 타입입니다. 달리 보면 왠지 모순되는 것 같지만 향후 업그레이드의 여지를 마련해준 것 자체가 티악이 선사하는 작은 재미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카트리지의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섬세한 질감 묘사가 특징
기기 청음을 위해 티악의 포노 이퀄라이저 앰프 PE-505와 인티 앰프 AX-505를 준비하였습니다. PE-505의 특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듀얼 모노 구성에 의한 완전 디스크리트 증폭 회로 설계와 RIAA 회로의 편차를 ± 0.05dB 이하로 컨트롤한 점은 매우 특이할 만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고정밀 칩의 저항과 콘덴서의 병렬 연결을 통해 NF 타입 RIAA 회로의 네트워크 망을 실현한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이, MC 카트리지 사용시의 부하 저항을 측정하는 기능이었습니다. 1kHz의 테스트 신호를 주었을 때, 연결 케이블을 포함한 실질적인 총 부하 저항 값을 약 5초 안에 측정하여 그 값을 전면 미터기에 표시해줍니다. 사용자는 그 값에 가까운 저항값이 표시된 위치에 노브를 돌려주기만 하면 되는 셈입니다.
먼저 스탠다드 2M Red 카트리지 장착 후 언밸런스 출력으로 청음해보았습니다. 저만의 레퍼런스 앨범인 멜 토르메(Mel Torme) / 조지 쉬어링(George Shearing)의 라이브 음반은 따뜻한 목소리를 주축으로 하여 굉장히 친밀한 분위기의 실황 연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키한 목소리의 뉘앙스에 섬세한 질감 묘사가 느껴지는 것은 톤암의 나이프 엣지 기술 덕분인가 싶었습니다. 라이브 공연장의 모습도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쇼티 로저스(Shorty Rogers)의 음반에서는 앙상블을 등지고 솔로 연주가 앞으로 밀려나왔습니다. 육중한 리듬 섹션의 극명한 비트에 힘입어 색소폰과 플뤼겔 혼의 솔로이스트가 실로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여기에서 카트리지를 오디오 테크니카의 MC 카트리지 "AT-ART9XI"로 교체해보았습니다. PE-505자동 측정에 따라 임피던스를 47 Ω 변환 설정하고 출력도 밸런스 연결로 변경하였습니다. 청음 음반은 코로나로 인해 무관객 공연으로 진행되었던 리카르도 무티 지휘 / 빈필 연주의 '뉴 이어 콘서트 2021'입니다.
관객이 없어 아마도 홀의 반향이 한층 더 풍부해진 까닭일까, 하모니의 조화감과 섬세한 뉘앙스의 모습이 정묘하게 느껴집니다. 깊이의 재현에 있어서도 스케일감이 나타나 실로 풍부한 울림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관악기의 높은 키 음색은 매우 부드럽고 섬세하게 뻗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타악기의 힘찬 소리와 뚜렷한 존재감은 TN-5BB의 단단한 캐비닛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주 전체의 역동성이 한껏 재현되었고 함께 사용된 오디오 테크니카 AT-ART9XI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TN-5BB는 입문기로는 다소 사치스러운 모델일 수 있으나, 아날로그 오디오를 재개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안정적인 리엔트리(re-entry)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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