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 참관기 1 (GLV, 원키프로덕션, 로이코 부스)
이번 오디오쇼에 참가하고 싶지만 사정상 못하신 분들도 있고, 처음 참가하면서 낯선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경력이 미천하지만 같이 오디오를 알아가는 사람끼리 느낀 점을 나누는 것도 좋다는 의미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오디오쇼에서 참가해서 좋은 기기를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좋은 기기보다는 좋은 시스템, 좋은 시스템보다는 좋은 부스라고 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오디오쇼에 참관할 때는 스피커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나지까 공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실망하고 지나버린 기기들이 다른 환경에서는 뺘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죠.
대표적인 예가 야마하 NS-5000인데 작년 오디오쇼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는 기기가 GLV부스의 NS-5000 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오디오쇼에서 야마하 부스의 NS-5000은 묻혀버렸죠. 존재감이 미미한 기기가 되어버렸는데 결국 하이엔드 기기들은 세팅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거죠.
그럲다면 '좋은 부스는 어떤 부스인가?' 하고 묻는다면 '오래 머물게 하는 부스'라고 말하고 싶네요. 다음곡이 기대되면서 더 음악을 듣고 싶은 부스가 좋은 부스이고, 자리를 일찍 뜨게 만들면 반대의 부스가 되는거죠. 그래서 기기 자체의 실력보다 세팅 환경과 선곡, 볼륨이 많은 영향을 주게됩니다.
올해 음향 관점에서 가장 안 좋았던 부스는 Focal 부스였습니다. 전시용도로는 훌륭합니다. 기기들이 색상별로 모델별로 전시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 넓은 공간에 딸랑 중소형 스피커로 매칭했는데 너무 언밸런스합니다. 전시와 시연,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목적으로 구성한 것 같은데 이런 공간에서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 이상합니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사 우리 귀에 전달될 때 직접음은 20%밖에 안되고 반사음이 80%이나 차지합니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사음 설계가 필수적인거죠. 그런데 저 넓은 공간에 소리가 반사되지 않고 사라짐녀 결국 볼륨을 올려야 하고 기기들이 힘겨워서 허덕일 수 밖에 없게됩니다.
만약 소리가 좋게 들렸다면 청음실에 찾아가서 듣는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소리를 경험할 것입니다. 오디오쇼를 둘러볼 때 넓은 공간에 전시회 시연을 같이 하는 부스가 있다면 그곳의 소리는 기대안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해외 전시회는 전시용과 시연용 룸을 별도로 구분하는 부스도 있다고 하죠.
오디오쇼에서 가장 화제는 일반 가정에서는 듣기 어려운 '억' 소리나는 하이엔드 시스템이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하이엔드 3대장 부스부터 소개하고자 합니다.
1. GLV 부스 (Rockport Cygnus 스피커, MSB Select II DAC, 메트로늄 Kalista Dreamplay CDT)
GLV는 전통적으로 부스 세팅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죠. (그분은 저를 잘 모르실거지만)GLV 사장님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합니다. 과거 한번은 Rockport 스피커 위치가 너무 앞으로 나와있어서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앰프 출력이 약해서요'하고 너무 솔직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제가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GLV의 Rockport 스피커 위치는 중앙에 가까울 정도로 항상 앞으로 많이 나와 있네요.
스피커는 평소에 좋아하는 Rockport라 이견이 없는데 MSB에서 새롭게 출시한 DAC/프리에 관심이 갔습니다. DAC중에서 가장 아날로그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올해 부스중에서 최고 부스를 들라면 원키와 함께 GLV를 부고 싶습니다. 다이아나 캐롤의 파리공연에서 부른 "Case of you",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소리 등 음색 하나 하나의 표현이 깊이 파고듭니다. 하이엔드적인 해상력과 공감감, 아날로그적인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중간에 한분의 요청으로 CD 트랜스포트를 메트로늄 칼리스타로 변경했습니다. CD 트랜스포트만 변경했는데도 에너지감이 살아나면서 큰 차이를 보여줘서 놀랐습니다. (비교 청음할 때는 볼륨 차이에 의해서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죠.)
사진에서 흡음 더미가 보이는데 둘째 날부터는 제거 했더군요. 흡음재가 공간감을 감소시킨 것 같습니다.
2. 원키프로덕션 부스 (윌슨오디오 Alexx 스피커, dCS 비발디 2.0, 댄다고스니토 모멘텀 모노블럭 M400)
원키는 오디오쇼부터 화제가 되었죠. 지금까지 오디오쇼 부스는 수입사에서 취급하는 자기 품목의 조합으로 전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입사들이 연합해서 에이스만으로 구성된 올스타팀이 구성된거죠. 전체 시스템 가격이 5억 정도로 기억나는데 케이블도 트랜스페어런트라고 2~3천만하는 놈이 투입되었네요.
스피커는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를 대표하는 윌슨 Alexx고요. 유타에 위치해 있는데 직원들이 몰몬교 신앙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하죠. 보통 소형 스피커는 오케스트라를 잘 표현못한 반면에 대형 스피커는 실내악같은 작은 소리를 표현 못한다는 설이 있는데 윌슨 스피커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형스피커지만 칼같은 핀포인트를 자랑하죠.
중앙 뒤에 보이는 흰색 네 덩어리는 dCS의 비발디 DAC 풀시스템입니다. 앰프도 아니고 무슨 DAC가 저 덩치에 네 덩어리가 있는가 하는데 DAC, DDC, 마스터클럭, 트랜스포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시스템의 최고 정점에 있는 기기중의 하나입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소리를 뿌려준다고 해야 하나요. 배경이 한마디로 적막강산입니다. 칠흑같이 캄캄한 어두운 공간에 가수가 나타났다, 피아노 건반이 나타났다, 바이얼린 현이 울렸다 하는 것 같습니다. 한없이 투명하고 맑므면서도 배음이 살아있습니다.
하이엔드 시스템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Cool and Clear'입니다. 잡음하나 없이 투명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하이엔드보다 빈티지 시스템에서 나오는 투박한 소리를 더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공진을 억제한 소리가 한없이 정확하나 배음이 결여되면서 음악성까지 빼앗겨버리는 것이죠. 소리는 너무 깨끗한데 음악이 흥겹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하모닉스(배음)가 부족한 경우가 많죠. 이웃동네에서 Rocport 스피커와 T+A 시스템 부스 소리를 최고로 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하모닉스가 부족해서 심심한 소리로 느껴졌어요.
반면 원키부스는 음향판 세팅도 기여를 했겠지만 적절한 하모닉스가 있었어요. 김광석 노래나 여성 보컬에서의 미세한 떨림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하이엔드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원키부스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 나오면서 어떤 사람이 "하이엔드 시스템이라는게 이런거구나"하고 감탄하더군요. 단점을 지적하자면 디지털 냄새가 납니다. 정밀함과 풍성함을 겸비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네요.
저에게 원키부스와 GLV부스 소리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1년 이하 단기간이면 원키부스를, 몇년 이상 장기간이라면 GLV부스를 선택하겠습니다. 결국 MSB Select2냐 dSC 비발디냐의 선택같습니다.
2. 로이코부스의 소너스파베르 시스템 (아마티 트래디션, 매킨토시 프리앰프와 진공관파워)
이태리 스피커제조업체인 소너스파베르는 바이얼린 제조공법을 스피커에 적용하여 캐니넷을 통울림을 이용하는 스피커로 유명하죠. 게다가 이태리 예술품같은 아름다운 자태로도 유명합니다. 역대 최고 스피커 디자인이라면 동사의 스트라디바리 오마주를 들고 싶습니다. 바이얼린 제조공법을 모방했으니 현소리는 끝내줬죠. 그런데 현 아닌 소리는? 아니올시다가 되겠습니다. 그러다가 스피커 소유주가 바뀌면서 공진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바뀌는데 소리가 개선되면서 이상하게 디자인도 못생겨집니다. 계속 '삼적화'되어가는 소너스파베르 스피커를 보면서 안타까움도 느꼈는데요.
새롭게 출시된 트래디션 모델에 오면서 디자인도 훨씬 세련되어졌습니다. 캐비넷이 목재지만 뒷면을 보면 금속으로 공진을 상당히 억제하고 있습니다. 음악도 팝과 락까지 여러 장르를 잘 소화하는 올라운드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특유의 매력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프리와 파워 앰프는 한국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매킨토시입니다. 하이엔드 앰프들이 음질우선으로 설게되면서 보호회로를 생략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매킨토시는 보호회로 설계가 충실해서 한국의 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매킨토시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파란색 계기판과 바늘은 디자인 점수에서 압도적인 1위죠. 여기에서는 진공관 파워앰프 MC275 두 대를 브릿지로 활용했네요. 이 소너스파베르와 매킨토시가 만난 이 부스는 듣는 맛과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이번 오디오쇼에서 시각적인 면에서는 이 부스 시스템이 톱이었습니다.
매킨토시 앰프 소리가 무르다는 평이 많은데 여기 부스에서는 납득할만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조금 모자라는 부분은 푸른색 계기판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커버해주는 것 같습니다.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대지 않으면서도(나대지 않는 소리를 미덕으로 삼는 오디오파일도 있죠) 특유의 질감을 뽐내어서 참관객들을 자리에 계속 묶어둡니다. Nils Lofgren의 Keith don't go 공연 녹음을 듣는데 공연장 라이브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네요. 오디오쇼가 끝날 때 있었던 부스가 여기였네요.
그리고 같은 로이코의 다른 부스인 B&W D802 와 재프롤랜드 인티앰프 데몬 조합으로 기억하는데요.
잠시 들렸다 그냥 나왔는데 역시나 실망했다는 평이 많더군요. 한국에서 오디오업체가 다망하면 마지막에 살아남는 브랜드가 B&W와 매킨토시라고 합니다. B&W가 그동안 범생이 같은 소리를 들려줬다면 D3 버전에서는 야생마같은 어마무시한 발력을 발휘했는데요. 재프 롤랜드 앰프와의 매칭이 좋지 않았는지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4. 오디오갤러리 (나그라 풀시스템 + 베리티 스피커)
하이엔드 3대장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소개하고 싶은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위스 3대하이엔드 업체중 하나인 나그라입니다. 나그라하면 녹음기술이 뛰난 업체로 유명합니다.
유지태가 봄날은 간다에서 사용한 아날로그 녹음기가 나그라 제품이죠.
소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워커맨도 사실은 나그라에서 소니에 선물한 소형 녹음기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맨위 오른쪽에 작은 기기가 디지털 녹음기인데요. 이 녹음기로 녹음한 축제 공연 음악을 들려주는데 스튜디오 녹음이라고 믿을만큼 음질이 대단했습니다. 이 부스에 가장 놀란 점입니다.
게다가 스위스 시계를 연상시키는 정밀 커팅 케이스는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한번은 나그라 DAC의 셀렉터 노브를 돌려보았는데 그때부터 노브성애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브가 돌아갈 때의 촉감이 세포단위까지 새겨지는 것 같더군요. 나그라 DAC을 사서 음악은 안 듣고 그냥 노브만 돌리고 있어도 만족할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이상하긴 하군요)
오디오쇼 부스에서 들려주는 소리는 전반적으로 다른 하이엔드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스피커를 바꾸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쓰다보니 참관기인지 감상기인지 잡담인지 모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시작한 김에 계속해서 적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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