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kimkwmy/223743101569
설연휴 마지막날인 30일과 바로 오늘 31일, 시청실에 나와서 벼르고 별렀던 JAVS 랩스의 Arete DAC 6개 모듈을 비교 청음했다. JAVS는 대한민국 오디오 제작사이고, Arete DAC은 PCM1702 R2R 래더 DAC을 비롯해 여러 DAC 모듈을 바꿔 장착할 수 있는 DAC다. Arete DAC 앞단에는 입력 디지털 신호를 리클럭킹, 리샘플링하는 J-DDC Master Clock을 붙였다. 둘은 I2S HDMI 케이블로 연결했으며, 중간에 I2S Isolated라는 노이즈 아이솔레이터를 끼웠다.
Arete DAC에 장착할 수 있는 6개 DAC 모듈은 다음과 같다(리뷰 모델 기준).
1.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PCM1795 Quad
2.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PCM1702 Limited Edition
3. AKM AK4499EX Single
4. AKM AK4499EX Dual
5. ESS ES9039PRO Single
6. ESS ES9039PRO Dual
JAVS Arete DAC 시청 환경
Arete DAC (위), J-DDC Master Clock (아래)
J-DDC 마스터 클럭 출력 모드는 3가지 옵션 중 모드1(최대 16배 정배수 리클럭)을 선택했다. 이번에 이용한 I2S 출력의 경우 PCM은 최대 32/768, DSD는 DSD512까지 출력할 수 있다. 이밖에 광, 동축, AES/EBU 출력도 된다. 디지털 입력은 이번에 이용한 USB-B를 비롯해 광, 동축2, AES/EBU, USB-A 단자가 마련됐다.
PCM1795 Quad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32비트 스테레오 칩을 채널당 2개씩, 총 4개 투입했다. 이처럼 스테레오 채널 이상의 DAC 칩을 채널당 멀티로 투입하면 다이내믹 레인지는 넓어지고 왜율은 줄어든다. DAC 아키텍처는 Texas Instrument Segment DAC. 다이내믹 레인지 123dB, THD+N 0.0005%, SNR 123dB.
6개 DAC 모듈 중 이 DAC 모듈부터 들었다. 전에 잠깐씩 들어봤을 때 가장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평상시 시청실에서 이용하던 코드 M-Scaler, 마이텍 Manhattan II DAC 조합과 비교하면 음에 온기가 더 있고 중저음이 보다 묵직하게 들린다. 해상력은 흠잡을 데 없다. 무대가 두 스피커와 뒷벽을 넘어설 정도로 넓고 깊은 점도 인상적.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소리다(네나드 바실릭 Bass Drops).
존 아담스의 Bohemian Rhapsody를 들어보면 확실히 선이 굵다. 마치 풀 R2R DAC을 듣는 것 같다. 하지만 음의 고운 입자감은 M-Scaler + Manhattan II DAC에 비해 약간 밀린다. 참고로 Manhattan II DAC은 ES9038PRO 칩을 싱글로 쓴다. 또 하나. 녹음 스튜디오의 잔향감을 기막히게 잘 포획한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에서는 아주 약한 레벨에서도 바이올린의 음끝이 얇아지거나 무뎌지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청감상 SN비는 중간 정도. 선 굵고 해상력도 갖춘, 상당히 매력적인 DAC 모듈이다.
PCM1702
지금은 단종된 옛 버브라운(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20비트 멀티비트 R2R 방식의 DAC 칩으로 채널당 1개씩 총 2개가 투입됐다. DAC 아키텍처는 BiCMOS Advanced Sign Magnitude 20-Bit DAC. 버브라운에 따르면 내부에 19비트 R2R DAC 2개를 컴플리멘터리 회로로 구성, 로우 레벨에서 노이즈가 끼는 기존 R2R 방식 DAC의 문제를 해결했다. SNR 120dB. 참고로 PCM1704 칩은 24비트로 작동한다.
Bass Drops를 들어보면 PCM1795 Quad에 비해 더블베이스 현의 아티큘레이션이 보다 잘 관찰된다. 더블베이스의 낮은 음이 더 실감나게 들린 것도 PCM1702, 이 쪽이다. 기존 M-Scaler, Manhattan II DAC 조합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힘이 잔뜩 실렸다. 이런 점에서 PCM1795 Quad와 PCM1702는 초록동색이다. Bohemian Rhapsody 역시 존 아담스의 음색이 진하고 톤이 굵다.
쇼팽 녹턴에서는 피아노 음이 중간중간 끊겼을 때의 적막감이 두드러지고, 바이올린 소리에서는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목향이 묻어난다. 진짜 악기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이 바이올린 소리만으로도 PCM1702 DAC 모듈은 제 몫을 다했다고 본다. PCM1795 Quad DAC에 비해 개성이 확실한 DAC 모듈이며,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PCM1702 모듈을 고를 것 같다. 초창기 불새 DAC 소리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AK4499EX Single
일본 AKM의 AK4191EQ 칩과 AK4499EX 칩 페어를 1개 투입했다. 이 스테레오 채널 페어는 DAC 디지털 파트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노이즈 등에 의한 아날로그 파트의 오염을 막기 위해 디지털 파트와 아날로그 파트를 칩째로 분리했다. 이 결과 SNR이 앞서 나왔던 AK4490REQ 싱글 칩의 120dB에서 135dB로 대폭 늘어났다. AK4191EQ가 디지털 파트(DSP와 델타 시그마 모듈레이터), AK4499EX가 아날로그 파트(1비트 DAC)를 담당한다. 컨버팅 스펙은 PCM 32/768, DSD 512.
처음부터 앞서 들었던 2개 DAC 모듈과는 다른 음의 세계다. 스텝이 훨씬 경쾌하고 색채가 보다 산뜻하다. 더블베이스 양감은 엇비슷하거나 특정 주파수에서는 보다 볼륨감이 넘치지만 무게감은 확실히 떨어진다. 현을 뜯는 손가락 힘이 살짝 빠진 느낌(Bass Drops). Bohemian Rhapsody를 부르는 존 아담스의 목소리 톤도 미성으로 바뀐 것 같다. 중고음 표현력이 좋은, 깨끗하고 선명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소리다. 801 D4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부려먹는(?) 모습.
쇼팽 녹턴에서는 피아노의 윤곽선이 뚜렷하고 형태가 분명하지만, 타건의 힘은 앞서 들은 2개 DAC 모듈에 비해 약하다. 바이올린 소리는 필요한 음만 내준다는 인상. 풍성하고 그윽하다는 느낌이 특히 PCM1702 모듈에 비해 덜하다. 전체적으로 저음의 양감과 파워를 살짝 다이어트시킨 소리다.
AK4499EX Dual
4191EQ + 4499EX 스테레오 채널 DAC 페어를 채널당 1 페어씩 투입했다.
채널을 분리하고 채널당 2개 DAC 회로를 병렬로 연결한 효과가 소리에서 금방 드러난다. 더블베이스에 힘이 붙고 형체가 분명해지며 무대가 앞서 들은 싱글 모듈에 비해 훨씬 견고해진다. 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타격까지 갖춘, 기대 이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음과 무대다(Bass Drops).
Bohemian Rhapsody를 들어보면 PCM 2개 모듈에 비해 해상력이 확실히 앞서고 핏이 좋은 소리임을 알 수 있다. PCM 2개 모듈이 성숙하되 다소 올드한 느낌이었다면 AK4499EX 싱글 모듈은 풋풋한 소년과 같은 음, AK4499EX 듀얼 모듈은 보다 해맑으면서도 왕성한 에너지를 갖춘 청년과 같은 음이다. 쇼팽 녹턴에서 들려온 피아노와 바이올린 역시 연식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악기 소리를 들려준다. 젊은 유저라면 더욱 마음에 들어할 그런 소리다.
ES9039PRO Single
미국 ESS의 32비트 8채널 델타 시그마 DAC 칩을 1개 투입했다. 따라서 좌우 채널당 4개 DAC 회로가 할당된다. DAC 아키텍처는 ESS HyperStream IV DAC. 다이내믹 레인지 132dB, THD+N -122dB. 컨버팅 스펙은 PCM 32/768, DSD 1024.
개인적으로 그 퍼포먼스에 가장 크게 놀란 DAC 모듈이다. Bass Drops 처음부터 기존 M-Scaler, Manhattan II DAC 조합보다 호쾌하고 단단한 음을 들려준다. M-Scaler가 빠진 덕에 음의 고운 입자감이나 리퀴드한 느낌은 덜 하지만 9039PRO 칩 자체가 9038PRO에 비해 해상력이나 다이내믹 레인지, SN비 등이 전반적으로 좋아졌음이 분명하다. 강단도 더 분명해졌다. AKM 두 모듈에 비해서는 심지가 더욱 곧고, PCM 두 모듈에 비해서는 음의 콘트라스트가 더욱 확실하다.
Bohemian Rhapsody에서는 존 아담스가 현재까지 들은 DAC 모듈 중 가장 탁 트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목소리 상태가 가장 좋다는 느낌. 덕분에 시청실까지 환해진 것 같다. 쇼팽 녹턴의 두 악기 역시 컨디션이 아주 좋다. 하지만 이 음악의 호소력이나 음의 개성만 놓고 본다면 앞서 들은 PCM1702나 PCM1795 Quad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어쨌든, 이 9039PRO 싱글 모듈은 현재까지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DAC 모듈이다.
ES9039PRO Dual
8채널 9039PRO 칩을 채널당 1개씩, 총 2개 투입했다.
기대했던 대로 더블 베이스의 몸집이 풀 사이즈로 등장해서 시청실을 꽉 채운다. 오른쪽 더블베이스의 형체가 가장 분명한 것도 이 9039PRO 듀얼 모듈이다. 확실히 DAC을 멀티로 쓰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확 넓어지는 것은 진리다. 하지만 AKM도 그렇고, ESS도 그렇고 멀티 DAC 구성은 묘하게 딱딱하고 기계적인 음으로 다가온다. 뭔가 여유가 없고 빡빡하다는 느낌. 최소한 현 시스템에서는 그렇다.
Bohemian Rhapsody에서는 존 아담스가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한다. 대단한 실체감이자 현장감이다. 하지만 이 곡에서도 흔히 말하는 소리 반 공기 반에서 공기가 많이 부족한 면이 느껴진다. 완급이나 강약 조절도 살짝 아쉽다. 쇼팽 녹턴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악기의 견고하고 또렷한 이미지가 압권. 짐작컨대, 채널간 크로스토크가 6개 모듈 중에서 가장 적은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현대적인 사운드다.
Arete DAC과 6개 DAC 모듈
흥미로운 비교 청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DAC 칩에 따른 소리 성향을 한 자리에서 맞비교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가장 마음에 든 소리는 PCM1702 모듈이었고, 이어 간발의 차이로 PCM1795 Quad가 매우 탐나는 소리를 들려줬다. 이어 ES9039PRO 싱글, AK4499EX 듀얼, ES9039PRO 듀얼, AK4499EX 싱글 순이다. 물론 이 순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현 시스템 성향이 크게 반영됐을 것이다. 끝으로 DAC 모듈을 이렇게 간편하게 갈아끼울 수 있도록 한 마니아적인 컨셉트와 이를 가능케 한 제작사의 기술력에 박수를 보낸다.
'Aud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gritter Mark II Ultrasonic Record Cleaner Review (0) | 2025.01.31 |
---|---|
PMC 매칭 앰프 고민의 종지부 (0) | 2025.01.27 |
〈Stereophile〉 2024년 편집자가 선택한 올해의 최고의 제품 (0) | 2025.01.27 |
WE300B 와 그 관련 제품의 역사 (0) | 2025.01.25 |
〈Stereophile〉 2024년 올해의 보급형 제품 (0) | 2025.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