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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TAS]

by onekey 2024. 11. 27.

https://cafe.naver.com/hfi/293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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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디 앱솔루트 사운드지 2024년 12월호에 실린 독자기고와 편집자의 글입니다.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퍼시픽 오디오 페스트에 참석하며 오디오 애호가로서의 본질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과 미학으로 제작된 놀랍고 최첨단의 장비를 경험하고 나서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질투심으로 가득 차지 않는 것인가? 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에 실망하거나, 방금 들었던 장비를 살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 않는 것인가? 만약 우리가 단지 쾌락을 추구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면, 더 나은 장비를 소유하기 전까지 절망에 빠져 있어야만 하지 않는가?

 

제가 말하는 이러한 감정은 저나 대부분의 애호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정교함을 경험했을 때, 그것을 마치 소유한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합리적인 사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비합리적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탐욕에 의해 프로그램된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생물학적 욕구에 따라 모든 순간적인 충동을 충족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대신, 우리는 세상을 관대하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거기 있고, 그것들의 장엄함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소유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소유감의 형성이 디 앱솔루트 사운드와 같은 매거진의 주요 목적이라고 믿습니다. 구매를 돕는 지침은 부차적입니다. 세부적인 장비 리뷰를 통해 마치 소유한 듯한 위안을 제공하는 것이 만족감을 창출하는 핵심입니다.

라즐로 벤체


편집자의 글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기쁨을 훔치는 도둑일 뿐이며, 놓친 즐거움은 슬픔을 더하네.

사막 속에 샘물이 흐르지만,

목마른 자는 찾지 못하네.

오리 바워(1893년)

 

이번 호의 독자 기고에서 라즐로 벤체씨는 고가의 하이엔드 장비나 쇼에서 접하는 시스템에 대한 소유의 본질에 대해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오디오 쇼에 참석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왜 우리는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과 미학으로 제작된 놀랍고 최첨단의 장비를 경험하고 나서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질투심으로 가득 차지 않는 것인가? 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에 실망하거나, 방금 들었던 장비를 살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 않는 것인가? 만약 우리가 단지 쾌락을 추구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면, 더 나은 장비를 소유하기 전까지 절망에 빠져 있어야만 하지 않는가?”

 

그는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합니다: “대신, 우리는 세상을 관대하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거기 있고, 그것들의 장엄함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소유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관대한 관점은 제가 디 앱솔루트 사운드에서 리뷰한 장비의 가격에 대해 불평하는 많은 기고들과 상반됩니다. 또한, 제가 맞춤형 청음실의 설계와 시공을 설명한 동영상에 대해 유튜브 채널에서 받은 일부 날카로운 댓글과도 대조적입니다. 많은 이들이 훌륭한 음향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제 노력을 축하했지만, 일부는 벤체 씨의 지혜를 공유하지 못하고 이 노력을 폄하했습니다.

 

벤체 씨의 편지를 읽으며 저는 오디오 시스템을 소유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험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오디오 장비를 소유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일이지만, 이러한 장비가 제공하는 경험이야말로 그 존재의 이유입니다. 우리는 오디오 쇼나 딜러의 청음실, 또는 친구 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장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스템을 소유하지 않아도 그 시스템이 선사한 경험의 기억은 언제나 소유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소유한 것처럼 경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벤체 씨가 지적했듯이, 우리가 그 시스템을 소유하지 못했다고 해서 불만을 품는 대신, 그러한 놀라운 장비가 존재하고, 그런 장비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이 산업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의 장비와 비교하여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류 시스템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것에 대해 더 풍요로워져야 합니다.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일몰을 감상하거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들을 소유하지 못했다고 한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경험의 기억은 오히려 그것이 덧없기 때문에 더 소중합니다. 특히 음악 감상은 소유 없이도 경험의 가치를 강화하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훌륭한 시스템에서 친숙한 음악을 들으면 우리가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음악적 표현의 측면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한 통찰은 더 낮은 해상도의 시스템으로 같은 음악을 들을 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 번 들은 음악적 표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느 수준의 품질을 가진 오디오 시스템이라도 여전히 매혹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으로도 많은 음악적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마도 디 앱솔루트 사운드의 독자들이 소유한 시스템은 비용에 상관없이 사랑과 정성으로 선택되고 조합되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보람찬 시스템일 것입니다.

 

저는 디 앱솔루트 사운드의 리뷰를 읽는 것이 독자에게 일시적으로나마 리뷰된 제품을 소유하고 듣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벤체 씨의 생각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독자는 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경험하며, 그 간접적 즐거움의 정도는 글의 질에 정비례합니다. 최고의 오디오 비평(예를 들어, 조나단 발린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제품의 소리가 어떤지, 더 나아가 제품을 직접 들은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남깁니다. 독자들은 장비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데 있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벤체 씨의 말처럼 “우리는 세상을 관대하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리뷰어들이 주로 훌륭한 장비를 꾸준히 제공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품고, 하이엔드 오디오의 위대한 업적에 적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서두에 인용된 시가 웅변하듯,

“사막 속에 샘물이 흐르지만,

목마른 자는 찾지 못하네.”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로버트 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