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오디오의 즐거움
by 코난
연일 푹푹 찌는 불볕더위에 습도까지 높아 사는 게 녹녹치 않다. 이런 날들이 한달이 넘어가는 중이니 오디오 곁에 가기가 겁날 때도 있다. 내 시스템은 특히나 열이 많이 나는 장비들이 좀 있다 보니 더 그렇다. 시청실에서 사용하는 패스랩스 모노블럭은 클래스 A 증폭이다. 더군다나 라인마그네틱 진공관 앰프는 말해 무엇 하랴. 845 진공관에서 뿜어내는 열기는 트랜지스터 앰프 이상이다. 오랫동안 이런 저런 장비를 많이 사용해봤지만 크고 무거운 게 좋은 게 아니라 열이 나는 장비들이 대체로 음질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견뎌낼 장사는 없다. 집에 와도 에어컨을 켜고 책상 위에 작은 선풍기에 얼굴을 묻고 지낸다. 책상 위에 놓은 애꿎은 앰프와 스피커만 열일 하고 있다. 나머지 하이파이 시스템의 1/1000 가격이나 되려나.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유튜브든 타이달이든 모두 들을 수 있다. USB 입력이 있는 과거 티악 인티앰프라 연결성도 좋다. 요즘 나오는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들은 왜 USB 입력을 생략하는지 모르겠다. 음질과 별개로 편의성 위주로 책상에서 즐긴다면 USB 입력보다 더 뛰어난 연결성과 편의성을 가진 인터페이스는 찾기 힘들다.
최근 테스트하고 있는 제품이 몇 개 있는데 이게 또 책상에 셋업해 듣기 아주 좋은 제품들이다. 일단 백만 원대 DAC에선 최고라고 생각하는 Qutest에 더해 Anni라는 인티앰프 겸 헤드폰 앰프다. 여기에 더해 Huei라는 포노앰프까지 더하면 3단 데스크탑 레고가 완성된다. 전용 QSS 스탠드까지 추가하면 발열에도 좋고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너무 멋지다.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도 되고 3.5mm와 6.35mm 헤드폰 출력단도 있어 밤에 헤드폰으로 들어도 최고다. 당연히 소스 기기인 Qutest DAC가 USB를 지원하므로 이런저런 프로토콜 고민 없이 유선으로 즐기면 그만. 사실 요즘 소스기기는 너무 많은 프로토콜과 인터페이스가 결정 장애를 불러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건 거의 ROON 혹은 타이달 정도뿐인데 말이다.
아무튼 오렌더 A1000과 바워스앤윌킨 705S3에 매칭해서 거치형으로 들어도 보고 책상 위에 세팅해서 들어보면 간만에 데스크탑 오디오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대체로 거치형 오디오 시스템이 메인이기 때문에 책상 시스템엔 거의 투자를 안 한 편인데 이런 코드 일렉트로닉스 제품들처럼 제대로 된 분리형으로 세팅해볼까 하는 욕심이 들 정도다. 사실 기능이나 편의성 측면에선 PC가 최강의 만능 소스 기기 아닌가. 가끔은 과거 약 5천여 장의 CD를 손수 PC로 리핑하면서 flac이냐 wav냐 고민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하드 디스크에 차곡차곡 쌓이는 파일을 보고 들으면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음악 듣느라 책상 위에 너무 오래 있어 허리가 아팠던 기억도 난다. 메인 하이파이 시스템이 있더라도 데스크톱 시스템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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