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살리에르
음반 고르던 중에 이게 보이더군요. 피아노는 내가 좋아하는 폴 바두라 스코다입니다. 빈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입니다. 거기에 연주단체는 클라우디오 시모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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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고르던 중에 이게 보이더군요. 피아노는 내가 좋아하는 폴 바두라 스코다입니다. 빈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입니다. 거기에 연주단체는 클라우디오 시모네가 이끄는 <이 솔리스티 베네티>입니다. 레이블도 믿고 듣는 에라토네요. 그래서 이거 사야지 하고 집어드는데, 작곡자가 살리에르(리)입니다. 모짜르트를 엄청 질투해서 끝내는 독살을 사주했다는 설까지 있는 그 살리에르가 아닌지 싶었습니다.
일단 집어들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정평이 난 연주단체에 독주자도 믿을만하고 음반 레이블까지 신뢰하는 곳이고 음반 상태가 좋아서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오는 중에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모짜르트와 빈에서 활동하면서 트러블이 있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맞더군요.
사실 살리에르도 하이든처럼 형제가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던 형제 작곡가입니다.
모짜르트 곡도 다 못들어 봤는데, 당대의 모짜르트 때문에 질투심에 휩싸였던 2진급 작곡가의 곡까지 들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습니다. 일단 선입관 없이 얹어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음이 나오면서 부터 안정된 화음과 구조를 보이는 전형적인 고전파 음악입니다. "별게 있겠어?"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는데, 들을수록 음악이 귀에 감깁니다.
이거 이러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사실 모짜르트의 곡은 사람의 귀를 매혹시키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모짜르트의 곡을 들으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화성과 구성이 아주 짜임새있게 진행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게 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따라가게 되는데 말입니다. 따라가다 보면 따라가던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는 반전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음악은 이런 묘한 반전의 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짜르트의 반전은 개인적으로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따라가며 듣는 사람에게 반전의 재미를 주는데, 그 반전이 다른 작곡가와는 조금 다르게 와닿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경박스럽게 웃는 모짜르트의 웃음이 있습니다. 그것처럼 반전의 재미를 주긴 하는데, 그 반전이 마치 나를 희롱하거나 갖고 논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느낌이 살짝 들게 합니다.
살리에르의 음악은 처음부터 안정감 있는 고전주의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듣다보면 아주 편안합니다. 음악을 귀를 쫑긋하지 않고도 편하게 따라가게 됩니다. 아주 미세한 반전이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딱 그만큼만의 반전만을 보여주기에 편안합니다.
내 수준을 딱 맞춰서 곡을 전개하고 이끌어간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모짜르트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일화 덕분에 후대에 정신분석에서 질투에 눈이 먼 증상을 얘기힐 때 살리에르의 이름을 따서 살리에르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짜르트에 대한 질투가 심했던 사람이 작곡한 곡이라고 하기에는 모짜르트의 곡과 분위기가 너무나 다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곡을 이끌어가는 작곡가의 곡을 왜 여태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듣고 있으면 편하고 아늑합니다. 안온하고 평안한 느낌이 듭니다. 딱 나에게 맞춘 맞춤형 작곡가 같습니다. 사실 안토니오 살리에르는 리스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가르친 스승입니다. 그래서 베토벤이 살리에르에게 헌정한 곡도 있을 정도입니다. 극적인 것을 넣어야 흥행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 탓에 누명을 쓴 작곡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다 듣게 된 곡인데, 참 좋습니다. 앞으로 더 듣게 될것 같고 새로운 음반도 좀 찾아봐야 할것 같습니다.
제 스타일 아니, 제 수준에 딱 맞는 작곡가를 만난 기쁨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