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미시세계를 탐미하는 값비싼 쾌락
Clearaudio Goldfinger Statement MC Cartridge
LP 재생 메커니즘을 다시 짚어보자. LP의 음원 정보는 그루브(groove), 즉 V자 모양의 아주 가늘고 얕은 골짜기에 담겼다. 폭이 0.04~0.08mm밖에 안된다. 이 그루브는 물론 쭉 이어진다. 길이가 통상 500m에 달한다. 저음은 좌우 폭이 넓고 깊이가 깊다. 고음은 반대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한정된 LP에 각 대역 정보를 고루 담기 위해서는 포노 커브를 적용해야 한다. 저역은 줄이고 고역은 늘려 LP에 새긴 후, 재생 시에 이를 복원하는 원리다. RIAA 커브의 경우 500Hz에서 6dB 들어 올리면 되고, 10kHz에서 -13.7dB 감쇄시키면 된다.
이 그루브에 담긴 모든 음원 정보를 읽어들이는 장치가 카트리지다. 물론 좌우 채널 정보도 포함된다. 그루브 양 벽면에서 안쪽(스핀들쪽)이 왼쪽 채널, 바깥쪽이 오른쪽 채널이다. 그루브에 직접 닿는 카트리지 부위는 스타일러스(Stylus)다. 모양에 따라 직경이 다르지만 마이크로 리지 타입의 좌우 폭은 그루브의 최대 폭에 육박하는 0.075mm(75um)에 이른다. 스타일러스는 가느다란 막대인 캔틸레버에 박혀 있고, 캔틸레버 반대쪽 끝에는 스타일러스가 받아들인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모터 시스템(코일+마그넷)이 달렸다.
모터 시스템을 통해 얻어진 전기에너지, 즉 음악 신호는 전압(세로축)이 MC 카트리지의 경우 0.5mV 내외, MM 카트리지의 경우 5mV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CD플레이어 출력전압은 2V다. 따라서 카트리지 다음에는 이 미세하고 여린 음악 신호를 1차 증폭해주는 포노앰프와, 위에서 말한 포노 커브를 보정해주는(de-emphasizing) 이퀄라이저가 있어야 한다. 물론 글로 쓰니까 이처럼 길게 느껴지는 것이지, 실제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LP,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포노케이블, 포노스테이지(앰프+이퀄라이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역시 우선순위는 카트리지다. 그루브를 정확히 트래킹해야 그 안에 담긴 음원 정보를 빠지지 않고, 그리고 왜곡 없이 뒷단에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LP를 가장 먼저 만나는 오디오가 바로 카트리지인 만큼, 여기서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처음부터 그냥 기울어진 운동장, 잘못 꿰어진 첫 단추가 되고 만다. 그래서 카트리지에 대한 아날로그 애호가들의 사랑과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 역시 점점 부풀어 오르는 웰메이드 카트리지에 대한 욕망 때문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다.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귀한 카트리지를 하나 만났다. 독일 클리어오디오(Clearaudio)의 플래그십 MC 카트리지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Goldfinger Statement)다. 가격은 1600만 원. 이미 턴테이블(Master Innovation)과 톤암(TT1-MI)에 장착된 상태였는데, 해체해서 보니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작았다. 한 덩치 할 줄 알았던 꽃잎 모양 플레이트도 그냥 작은 톱니처럼 보일 정도. 어쨌든 이렇게 비싼 카트리지는 처음 보았고 처음 들었다. 과연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어떤 카트리지이고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클리어오디오와 카트리지
클리어오디오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관록의 아날로그 오디오 메이커. 체코슬로바키아의 핵물리학자였던 피터 수시(Peter Suchy)가 1968년 ‘프라하의 봄’ 때 독일로 망명, 지멘스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부업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 ‘Clearaudio’는 ‘깨끗한 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피터 수시의 포부를 반영했다. 사명에 영어를 웬만하면 안 쓰는 독일 회사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작명이다. 현 CEO인 로버트 수시는 피터 수시의 큰 아들이다.
클리어오디오는 설립 초기 스타일러스가 삼각형 모양인 초고가 트리곤 팁스 카트리지로 그 명성을 굳혔는데 그 명망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되어 온 카트리지가 이번 시청기인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다. MC 카트리지의 경우 캔틸레버 재질로 보론(boron)을 쓰는 점, 상위 모델에 24K 순금 코일을 투입하고 상판 플레이트 디자인을 꽃잎 모양으로 하는 점, 상위 모델에 그루브 트래킹 능력이 보다 뛰어난 가이거 S(Gyger S)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투입하는 점, 카트리지 임피던스가 50옴으로 높은 점 등이 필자가 파악한 클리어오디오 카트리지의 특징이다.
필자가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에 앞서 들어본 클리어오디오 카트리지는 Talismann V2 Gold MC, Essence MC, 딱 2개에 불과하다. 이중 탈리스만 V2 골드가 보다 인상적이었는데, 모델명에 들어간 '골드'가 나타내듯이 24K 순금선을 코일로 썼으며 마그넷은 8개가 4개씩 서로 마주 보는 대칭 형태로 투입됐다. 보통의 카트리지는 한 개의 마그넷만을 쓰는데, 클리어오디오에서는 작은 마그넷을 대칭 또는 반지 모양의 원 형태로 배치, 자기장의 분포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한다. 이 같은 설계는 플래그십인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에서 더욱 진화하는데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클리어오디오의 현행 주요 MC 카트리지 스펙을 표로 정리해봤다.
Goldfinger Statement |
Titanium V2 | da Vinci V2 | Stradivari V2 | Concerto V2 | Talismann V2 Gold |
|
바디 | 14K 금 | 티타늄 | 알루미늄 | 에보니 | 새틴 우드 | 에보니 |
코일 | 24K 금 | 24K 금 | 24K 금 | 24K 금 | 24K 금 | 24K 금 |
무게 | 16g | 9g | 7g | 7g | 7g | 10.8g |
출력전압 | 0.6mV | 0.6mV | 0.6mV | 0.6mV | 0.5mV | 0.5mV |
권장 침압 | 2.8g(+,-0.2g) | 2.8g | 2.8g | 2.8g | 2.8g | 2.8g |
임피던스 | 50옴 | 50옴 | 50옴 | 50옴 | 50옴 | 50옴 |
캔틸레버 | 보론 | 보론 | 보론 | 보론 | 보론 | 보론 |
스타일러스 | 가이거S | 가이거S | 가이거S | HD다이아몬드 | HD다이아몬드 | HD다이아몬드 |
컴플라이언스 | 15u/mN | 15u/mN | 15u/mN | 15u/mN | 15u/mN | 15um/N |
크로스토크 | 40dB 이상 | 40dB 이상 | 30dB 이상 | 30dB 이상 | 30dB 이상 | 30dB 이상 |
플레이트 | 꽃잎 모양 | 꽃잎 모양 | 꽃잎 모양 | 꽃잎 모양 | 꽃잎 모양 | 없음 |
주파수특성 | 20Hz~100kHz | 20Hz~100kHz | 20Hz~100kHz | 20Hz~100kHz | 20Hz~100kHz | 20Hz~100kHz |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 본격 탐구
실제로 본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았다. 사진으로 보면 12장의 꽃잎 모양을 한 상판 플레이트가 꽤 두껍고 커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플레이트의 존재를 까먹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14K 금으로 만든 바디와 정면 하단 구멍에서 가늘고 길게 튀어나온 보론 캔틸레버의 마감 완성도를 보면 독일 첨단 엔지니어링의 손길이 곳곳에 베여있는 것 같다. 후면의 4핀 역시 금으로 정교하게 도금됐다. 물론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는 육안으로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기본적으로 0.6mV 저출력, 50옴 고임피던스, 16g 대중량의 MC 카트리지이며, 권장 침압 역시 2.8g(+,-0.2g)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부하 임피던스는 카트리지 임피던스의 통상 20배’ 원칙을 적용한다면, 포노앰프가 최소 1k옴까지 부하 임피던스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시청에 동원된 옥타브의 포노앰프 Phono Module(포노 모듈)은 부하 임피던스를 50~1k옴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또한 카트리지 무게(16g)와 권장 침압(2.8g)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톤암이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시청에 동원된 클리어오디오의 리니어 트래킹 톤암 TT-1 MI는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 장착 시 10g짜리 카운터웨이트(무게 추)를 달아 침압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가 지난달에 들어본 500만 원대 직스(Zyx)의 얼티메이트 오메가(Ultimate Omega) MC카트리지는 무게가 7.9g, 권장 침압이 2g이었으며, 클리어오디오의 탈리스만 V2 골드는 무게가 10.8g, 권장 침압은 2.8g이었다.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는 4um x 84um 직경의 가이거 S(Gyger S) 타입. 마이크로미터(um)가 100만 분의 1m(0.001mm)이니까 전후 폭이 0.004mm, 좌우 폭이 0.084mm라는 얘기다. 결국 위에서 보면 위아래가 아주 긴 타원형 모양인 셈. 이는 고가의 스타일러스에 많이 발견되는 디자인인데 전후 폭이 좁아 고역대 그루브를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리지, 마이크로 라인, 반덴헐 등이 모두 이런 형태다. 참고로 직스의 얼티메이트 오메가 카트리지는 마이크로 리지 타입으로 전후 폭이 3um, 좌우 폭이 60um를 보인다.
이 밖에 캔틸레버는 클리어오디오가 애정하는 보론, 캔틸레버 끝에 감기는 코일은 24K 순금 와이어를 썼다. 캔틸레버가 얼마나 원활하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수평, 수직 방향 모두 15um/N으로 꽤 예민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왜 클리어오디오에서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에만 카트리지 바디로 14K 금을 썼는지와 상판 플레이트 디자인을 왜 꽃잎 모양으로 했는지였다. 우선 바디와 상판 플레이트 재질로 14K 금을 쓴 것은 카트리지의 최대 적이라 할 공진을 바디에서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서다. 잘 아시는 대로 금은 철이나 티타늄보다 무르기 때문에 카트리지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 소멸시킬 수 있다. 외국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재질이 부드러울수록 공진주파수가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상판 플레이트의 12개 돌기 디자인 역시 공진을 분할시키기 위한 설계다.
카트리지 모터 시스템의 핵심인 마그넷과 코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작이라 할 골드핑거 다이아몬드 V2(Goldfinger Diamond V2)와 다른 점 중 하나가 8개였던 링 형태의 마그넷이 12개로 늘어나 더욱 강력한 자기장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대신 코일로 쓴 24K 순금 와이어 두께를 30% 줄임으로써 전체 카트리지 무게는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이 밖에 카트리지 내부 구조를 철저히 좌우 대칭으로 설계한 덕분에 채널 크로스토크가 40dB 이상을 보이는 점, 다이내믹 레인지가 카트리지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100dB를 보이는 점이 눈길을 끈다.
셋업 및 시청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한 시청에는 클리어오디오의 마스터 이노베이션 턴테이블, TT-1 MI 리니어 트래킹 톤암을 동원했다. 포노, 프리, 파워 앰프는 모두 옥타브 제품으로, 차례대로 포노 모듈(Phono Module), 주빌레 프리(Jubilee Pre), 주빌레 300B 모노(Jubilee 300B Mono)였다. 스피커는 아방가르드의 트리오 럭셔리 에디션 26(Trio Luxury Edtion 26). 평소 자주 듣던 LP 중심으로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 카트리지의 됨됨이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옥타브의 포노 모듈은 MC 입력 시 게인을 58dB(로우), 65dB(하이)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시청에는 0.6mV 저출력을 감안해 하이로 설정했다.
Diana Krall - California Dreamin'/Desperado
Wallflower
'캘리포니아 드리밍'에서 처음부터 귀를 사로잡은 것은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보컬과 악기들의 또렷한 정위감이다. 폭이 0.04~0.08mm밖에 안되는 LP 그루브에서 이렇게나 낙폭이 큰 재생음이 나오고 악기들이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지는 사실이 놀랍다. 그루브와 0.004mm x 0.084mm 스타일러스가 만나 일으키는 매직이라 할 만하다. 노이즈가 무척 낮은 점도 특징. 또한 곡 곳곳에서 평소 자주 듣던 디지털 음원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디테일이 자글자글 흘러넘쳤다. 아날로그 음원 특유의 온기는 기본이다. 이어 '데스페라도'를 들어보면 피아노 오른손 터치가 한없이 부드럽고, 한 음 한 음에 이렇게나 많은 표정이 숨어 있었는지 감탄만 나온다. 턴테이블과 톤암에서 이미 느낀 것이지만 클리어오디오의 성향은 '클리어'가 맞다. 담백하고 선명하며 깨끗하고 잡맛이 없는 소리 성향이다. 대신 묵직하거나 기름기와 간이 밴 스타일은 아니다. 또한 복잡한 아날로그 재생 과정을 단번에 잊게 할 만큼 어깨에 힘을 뺀 점도 눈에 띈다. '내가 비싼 만큼 그에 걸맞은 소리를 들려줄게' 이런 식의 욕심과 아집이 없다. 그냥 부드럽고 편안한 재생음이다.
Gary Karr, Harmon Lewis - Adagio in G minor
Adagio D'Albinoni
하몬 루이스가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간의 입자감이 너무 고와서 마치 성당에서 직접 음을 듣는 것 같다. 개리 카의 베이스는 의외로 풋워크가 경쾌하고 고역 파트가 잘 뻗는 편. 특히 쌉싸름하고 밤안개 같은 촉촉한 터치감이 매력적이다. 베이스 자체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공기의 파동이 필자의 몸으로 전달되어 오는 점도 놀랍다. 여기에 드르륵 드르륵 바닥을 긁는 베이스의 저역 파트가 그 무게감과 디테일을 보태니 순간순간 아찔하다. 이런 와중에도 뒤에서 들리는 오르간의 초저역은 색 번짐이 조금도 없다. 두 저음 악기의 풀 재생에서도 이처럼 해상력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아날로그 음원은 태생적으로 해상력에 한계가 없다. 물론 이 음원 정보를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가 제대로 읽어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예전 탈리스만 V2 골드의 됨됨이도 꽤 놀랐는데 이 카트리지는 연주의 디테일이라든가 다이내믹 레인지의 광폭한, 저역 해상력에서 몇 배는 위다. 파이프 오르간에서는 때때로 쇠 파이프를 통과하는 공기들의 아우성이 들려 소름이 돋기도 했다.
Anne-Sophie Mutter, Wiener Philharmoniker - Zigeunerweisen
Carmen Fantasy
순결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깨끗한 음이 계속된다. 음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바이올린 현이 일으키는 공기의 파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 LP와 처음 만나는 웰메이드 카트리지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이자 특권, 그리고 책무인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그루브와 스타일러스의 접촉 영상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카트리지는 그야말로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세계다. 카트리지가 무생명체이긴 하지만 너무나 즐겁게 그리고 정성을 다해 한 음 한 음을 들려준다는 인상. 따라서 이런 카트리지에는 턴테이블부터 톤암, 포노앰프까지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하는 것은 필수다. 어쨌든 매끄럽고 투명한 음, 악기의 표정이 잘 보이는 음, 여린 음표들이 전혀 상처를 받지 않는 음이 이어진다. LP 그루브에 담긴 모든 음원 정보가 왜곡되거나 생략되지 않고 쏟아져 나오면 이 정도로 표정이 풍부하고 순결한 재생음이 펼쳐지는 것인가 싶다.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Love Over Gold
The Best Of Dire Straits & Mark Knopfler - Private Investigations
이 곡에서도 이제 막 세수를 끝낸 듯한 음을 들었다. 굼뜨지 않은 스피드와 경쾌한 풋워크 덕분에 저절로 흥겨워진다. 밴드 보컬이 모든 악기들을 뚫고 귀에 쏙쏙 들리는 것을 보면 중역대 재생도 탁월하다. 순간순간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내뱉는 트랜지언트 능력도 대단하다. 무릎을 친 것은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가 재생한 음에 일절 그늘과 색 번짐이 없었기 때문. 맞다. 원래 우리가 평소 듣는 실제 음은 이런 것이다. 이처럼 말쑥한 음과 조용한 배경이 계속되다 보니 '벌써?'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곡이 빨리 끝난다. 이어 '러브 오버 골드'까지 내리 들어보면, 오른 편에 등장한 기타와 가운데 보컬의 아래위 높낮이가 확연하다. 잔상을 남기지 않고 재빨리 사라지는 음들의 모습도 멋지다. 하긴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파편화된 디지털 신호와 달리 아날로그 신호는 원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잔상'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이러니 이렇게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총평
집에서 LP를 들으면, 누군가 필자 앞에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연주와 노래의 실체감이 하도 도드라져서 그렇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느끼시겠지만 LP로 들으면 곡이 평소보다 빨리 끝나는 것 같다. 같은 곡을 타이달에 DAC을 붙여 들으면 그 누군가가 사라진 공허함을 피할 수 없고, LP처럼 아주 빨리 끝나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도 아날로그 시스템이 웬만큼 받쳐줬을 때 얘기다.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제대로 보이는, LP 그루브라는 초 미시세계는 그만큼 자신의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LP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면, 갑자기 이 검은 디스크가 자신을 제대로 읽어줄 카트리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의 경우 직스의 유니버스 3와 얼티밋 오메가, 테데스카의 DT-101u, 엑셀사운드의 Hana SL, 올닉의 Puritas Ultra 등이 바로 그 '제대로' 된 카트리지였다. 그리고 이번 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당연히' 이 리스트 최상단에 올라갈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평소 자주 듣는 다이애나 크롤, 개리 카, 안네소피 무터,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전혀 다르게 들린 점이 그 증거다. 그루브와 스타일러스라는 초 미시세계에서 음이 출발하는 그 멋진 풍경이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TOTAL WEIGHTFREQUENCY RESPONSEOUTPUT VOLTAGECROSSTALKCHANNEL DIFFERENCETRACKING ABILITYREC. TRACKING FORCECARTRIDGE IMPEDANCECANTILEVERSTYLUS SHAPECOMPLIANCECOIL ASSEMBLYCOIL MATERIALCARTRIDGE BODY
Approx. 16.0 g |
20 Hz – 100 kHz |
0.6 mV at 5 cm/s |
> 40 dB |
< 0.2 dB |
100 μm |
2.8 g (± 2.0 g) |
50 Ohm |
Boron |
Gyger S double polished |
15 μ/mN |
Absolutely symmetrical design |
24-Karat gold |
14 kt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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