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아날로그 패밀리가 떴다
J.Sikora Initial Turntable + KV12 Tonearm
지난해 11월부터 올 초까지 필자 시청실에서 직접 써보며 감탄했던 턴테이블이 하나 있다. 폴란드 메이커 제이시코라(J.Sikora)의 이니셜 맥스(Initial Max) 턴테이블로, 2개의 DC 모터가 양쪽에서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구조가 독특했다. 소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턴테이블에 베풀어진 기계공학이 무척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던 차에 이니셜 맥스의 일반 모델이라 할 이니셜(Initial) 턴테이블을 수입사이자 룸 튜닝이 잘 돼 있기로 소문난 GLV 시청실에서 듣게 됐다. DC 모터가 한 개로 줄고 베이스도 간략 버전으로 바뀌었지만 음의 골격이랄까, 제이시코라 턴테이블이 전하는 사운드 시그니처만큼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랙 사이즈가 아주 넓지 않으면 이니셜 모델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두 턴테이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유료 옵션으로 장착되는 12인치 톤암인데, 디자인도 그렇고 리프팅할 때 손에 닿는 촉감이나 무게감도 그렇고, 필자가 애정하는 톤암 중 하나인 쿠즈마의 유니피봇 톤암과 아주 비슷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초창기에는 제이시코라에서 쿠즈마의 스토기S 톤암을 썼으나 2019년부터 현행 KV12 톤암을 직접 제작해서 쓰고 있다.
제이시코라와 턴테이블
J.Sikora의 설립자 야누쉬 시코라(Janusz Sikora)
폴란드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오디오 제작사가 있다. 램피제이터, 기가와트, 페즈오디오, 파일론오디오, 알베도 실버, 큐브오디오 등이 모두 폴란드 메이커다. 제이시코라 역시 폴란드 루블린(Lublin)에 자리 잡고 있는 폴란드 브랜드인데, 설립자 야누쉬 시코라(Janusz Sikora) 씨는 한 때 폴란드를 대표하던 진공관 앰프 메이커 버디직 앤 시코라(Burdjak & Sikora)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제이시코라는 2007년 설립 때부터 본업인 금속가공업 외에 하이엔드 턴테이블 제작에 나섰다. 이미 이때 현행 중견 모델인 스탠더드(Standard) 턴테이블이 완성됐고, 2014년 폴란드 바르샤바 오디오쇼에서 플래그십인 레퍼런스(Reference) 턴테이블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엔트리 모델 이니셜(Initial) 턴테이블, 2019년에는 자체 제작한 12인치 톤암 KV12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J.Sikora Reference, Standard Max, Standard 턴테이블
왼쪽부터 J.Sikora Initial Max, Initial 턴테이블, KV12 톤암
- 레퍼런스 Reference : 4개 DC 모터, 델린+주철 플래터, 108kg
- 스탠더드 맥스 Standard Max : 2개 DC 모터, 델린+주철 플래터, 투 톤암, 83kg
- 스탠더드 Standard : 2개 DC 모터, 델린+주철 플래터, 80kg
- 이니셜 맥스 Initial Max : 2개 DC 모터, 델린 플래터, 투 톤암, 51kg
- 이니셜 Initial : 1개 DC 모터, 델린 플래터, 28kg
- KV12 톤암 : 유니피봇, 케블라 튜브, 유효거리 304.8mm
제이시코라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DC 모터가 플래터를 벨트로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며, 구조 자체는 서스펜디드가 아닌 리지드 방식이다. 플래터 재질은 델린(Delrin)이라는 상품명으로 더 잘 알려진 POM. KV12 톤암의 경우 실리콘 오일 댐퍼를 쓴 유니피봇 방식을 채택했으며 세계 최초로 케블라를 톤암 튜브 재질로 썼다. 튜브 자체는 공진 제어에 유리한 테이퍼드(tapered) 튜브 형상을 취했다.
제이시코라 턴테이블이 돋보이는 것은 스켈레톤 구조의 알루미늄 혹은 알루미늄/브론즈 플린스, POM 혹은 POM(바깥쪽)/주철(안쪽) 재질의 플래터를 비롯해 턴테이블에 들어가는 각종 주철, 브론즈, 스틸 부품을 모두 직접 제작한다는 것. 이는 물론 제이시코라 본업이 금속가공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턴테이블 자체가 진동에 살고 진동에 죽는 기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인하우스 제작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음질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니셜(Initial) 턴테이블 & KV12 톤암 탐구
이니셜 턴테이블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의 리지드 턴테이블이다. DC 모터는 원기둥 모양의 별도 알루미늄 하우징에 수납됐고, 풀리에 걸린 2개의 플랫 고무벨트가 무게 4kg의 POM 플래터를 돌린다. 33.3과 45 회전을 지원하는 컨트롤러 역시 별도 알루미늄 섀시에 담겼으며, 별도 어댑터에서 DC 전기를 직접 받아온다. 어댑터 대신 전용 파워서플라이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찬찬히 살펴본다. 우선 군데군데 동심원상으로 파여진 스켈레톤(Skeleton) 구조의 알루미늄 베이스(플린스)가 있고 그 위에 POM 플래터가 놓인다. 스켈레톤 구조를 취한 것은 안을 꽉 채운 것에 비해 진동 및 공진 컨트롤에 유리하기 때문. 턴테이블 사이즈는 가로폭 440mm, 안길이 330mm, 높이 160mm이며 무게는 28kg을 보인다.
플래터 베어링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핀이 나와있고 그 위에 세라믹 볼이 올려져 POM 재질의 플래터 베어링 부시(bush)와 만난다. 한마디로 회전 노이즈가 작고 마모가 적은 구조다. 베이스(플린스)의 알루미늄 풋 역시 세라믹 볼이 올려진 알루미늄 슈즈에 의해 3점 지지된다. 정성스럽게 제작된 알루미늄 클램프는 옵션.
베이스 오른쪽 앞에는 별도 하우징에 수납된 DC 모터가 올려지고, 그 뒤에는 역시 알루미늄으로 만든 암보드가 장착됐다. 왼쪽에 마련된 별도 컨트롤러에는 작은 표시창과 5개 버튼(33.3, 45, 정지, 피치 +, 피치 -)이 마련됐다. 실제 운용을 해보니 빨리 정속에 도달하고 재빨리 멈췄다. 필자가 시청실에서 썼었던 이니셜 맥스는 2개 모터로 플래터를 돌리는 덕분에 더 빨리 정속에 도달하고 더 빨리 멈춘다.
이번에 들은 이니셜 턴테이블에는 제이시코라가 만든 유니피봇 방식, 유효 거리 304.8mm, 유효 질량 13g의 KV12 톤암이 장착돼 있었다. KV12 VTA 톤암도 있는데, 이는 톤암 높이를 보다 편리하게 그리고 LP 트래킹 중에도 조절할 수 있는 VTA 장치가 삽입된다. 이니셜 맥스 모델에는 KV12 VTA 톤암이 기본 장착됐었는데, VTA는 기어 모양의 원반이 한 바퀴 돌 때마다 4mm씩, 총 12mm를 조절할 수 있다.
KV12 톤암은 피봇 쪽 톤암 끝에 달린 무게추(counter-weight)로 침압을 조절하는 스태틱 밸런스(static balanced) 방식으로 2개의 무게추가 달려있다. 앞에 있는 보다 큰 무게추로는 톤암의 수평축 맞춤인 아지무스(azimuth)도 조절할 수 있다.
톤암이 스핀들 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을 막는 안티 스케이팅(anti-skating) 장치도 마련됐는데, 진통적인 ‘무게추+실' 조합이다. 헤드쉘은 탈부착이 가능하며, 톤암 와이어는 폴란드 메이커 알베도 실버의 모노크리스탈 은선을 쓴다.
KV12 톤암의 시그니처는 트래킹 능력이 보다 우수한 12인치 롱암이라는 점과, 케블라 튜브를 비롯해 알루미늄, 브론즈, 주철, 스틸을 혼합해서 썼다는 점. 이 역시 이종재질 결합으로 공진을 낮추기 위해서다. 아라미드 섬유인 케블라가 가볍고 튼튼한 데다 댐핑 능력까지 좋아서 튜브 재질로 쓰게 됐다고 한다. 물론 공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색상은 원래 노란색 버전과 매트 블랙 코팅 버전, 2가지가 있다.
시청
이니셜 턴테이블 시청에는 옥타브 포노 모듈과 프리앰프 용도의 MSB 셀렉트 DAC, 모노블록 파워앰프 MSB M500, YG 어쿠스틱스의 소냐 2.2를 동원했다. 카트리지는 오디오테크니카의 AT-ART 1000. 내부 임피던스 3옴, 출력 0.2mV의 플래그십 MC 카트리지다.
Salvatore Accardo - Rossini Sonata No.5
Rossini 6 Sonata a quattro
첫인상은 바이올린의 고음이 위로 잘 올라가면서도 묵직하다는 것. 이는 전에 들었던 이니셜 맥스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부분인데 그 경량화 버전이라 할 이번 이니셜에서도 비슷한 촉감이 전해진다.
12인치 KV12 톤암이 제대로 트래킹을 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톤암의 최대의 적이라 할 공진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음이 무척 매끄러운 점도 눈에 띄는데 이는 주로 구동계와 POM 플래터 덕분으로 보인다. 소스기기로서 해상력은 기본이고, 바이올린과 첼로의 음색과 밀도감 구분도 아주 잘 이뤄진다. 음 끝이 갈라지거나 뾰족한 느낌도 전혀 없다. 음이 하도 상쾌해서 마치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길을 걷는 것 같았다.
정미조 - 개여울
37년
두 스피커 가운데에 보컬의 음상이 또렷이 맺히고, 그 둘레에 녹음 시 포획한 여러 잔향들이 옹기종기 모여 배회한다. 스피커는 진작에 사라졌다. 이 순간 갑자기 불어오는 정미조의 숨결과 호흡, 그리고 따뜻한 온기! 카트리지가 그루브에 담긴 미시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끌어오기에 가능한 일이다.
색소폰은 폐활량이 상당하고, 무대 앞은 깜짝 놀랄 만큼 투명하다. 계속해서 음의 무게중심이 무척이나 낮고 음들이 아주 빼곡하다. 음 끝을 상당히 오래 끌고 가는 스타일이자, 중간에 버리거나 생략하는 음이 거의 없는 턴테이블이다.
John Williams, Itzhak Perlman
Paganini Sonata Concertata in A major
Duo Paganini & Giuliani
A면 3번 트랙인데, 바이올린 소리가 맑고 필자의 몸에 와닿는 면적이 넓어서 무척 편안하게 들린다. 그 왼쪽에 자리 잡은 기타는 손에 잡힐 듯 실체감이 분명하다.
이 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대의 투명함과 노이즈를 극한으로 낮춘 SN비. 덕분에 음이 참으로 예쁘고 산뜻하며 개운하다. 작고 여린 음들도 살뜰히 들려준다는 인상. 템포 역시 체감상 와우앤플러터가 느껴지지 않은 만큼 매우 안정적이다.
Leopold Stokowski, RCA Victor Symphony Orchestra
Hungarian Rhapsody No.2
Rhapsodies
갑자기 음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뀐다. 현악기들의 고음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위로 내뿜으며 치달리고,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주도하는 저음은 그냥 시청실 바닥에 내리꽂힌다. 장엄하고 웅장하다.
무대 스케일 역시 확 커져서 좀스럽지 않게 밀고 나간다. 사운드스테이지 자체가 이전 곡들에 비해 훨씬 커졌다. 한마디로 자이언트 사운드와 스테이지다. 순간순간 표변하는 음들의 순간 표정을 정확히 캐치해 내는 모습도 대단하다. 일체의 버벅거림 없이 음들을 토해낸다.
Archie Shepp Quartet - The Thrill Is Gone
True Ballads
무자비하게 습격해오는 테너 색소폰, 이를 달래듯이 어루만져 주는 피아노, 이 둘을 무심히 뒤에서 바라보는 드럼의 조합이 멋지다. 특히 무대 중앙에 왕처럼 군림한 테너 색소폰의 이미지가 압권이다. 그 이미지의 윤곽선은 진하고 또렷하다.
이어 마침내 그 옆에서 등장하는 업라이트 베이스! KV12 톤암을 장착한 이니셜 턴테이블은 해상력과 분해능은 그야말로 갖고 태어났다. 음이 얇거나 허약한 구석은 전혀 없어서 이 같은 남성 재즈곡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무척 현대적인 음이다.
총평
이니셜 턴테이블과 KV12 톤암은 멋진 콤비 플레이를 과시했다. 턴테이블 자체의 웅장한 외관과 보다 안정적이고 정숙한 운행은 이니셜 맥스가 한 수 위지만, 이니셜 턴테이블로도 아날로그 사운드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나 마음에 든 것은 KV12 톤암. 유니피봇 방식이라 톤암을 손으로 움직일 때는 조심스럽지만 일단 트래킹이 시작되면 거의 무중력 상태에서 음들을 끄집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강호에 막강한 아날로그 패밀리가 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J.Sikora Initial Turntable Specifications
Total weight [kg] | 28 |
Platter weight [kg] | 4 |
derlin | derlin |
Material | aluminium,inox,cast iron |
Bearing type | ceramic ball-inverted |
Motor [pcs] | 1 DC |
Belt | rubber |
Rotation speed [rpm] | 33; 45 |
No. of tonearms | 1 |
Armboard | yes |
Clamp | optional |
Glass mat | optional |
Power supply | optional |
Dimensions [mm] | 440 x 330 x 160 |
J.Sikora KV12 Tonearm Specifications
Bearing type | unipivot |
Material | aramid fibres, aluminium, bronze, cast iron, stainless steel |
Oil damping | yes |
Tube | conical (aramid fibres) |
VTA adjustment | yes |
Azimuth | yes |
Mass | 890g (+armboard 140g) |
VTA mass | 225g |
Effective lenght | 304,8mm |
Mounting distance | 291 mm |
Effective mass | 13g |
Available colours | natural yellow / lacquered black mat |
J.Sikora Initial Turntable + KV12 Tonearm
수입사 | GLV |
수입사 홈페이지 | www.glv.co.kr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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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tial Turntable
12,00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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