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아이솔레이터 – 청음
턴테이블에 관한 한 아이솔레이터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DAC 같은 제품과 비교불가, 시디피 같은 제품이 그나마 디지털 기기 중에선 아이솔레이터의 영향이 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턴테이블에 아이솔레이터를 적용하는 건 그만큼 신중해야한다. 특히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에선 턴테이블의 무게는 물론 무게 중심, 구동 방식 등에 걸맞게 자사의 기준에 맞춘 아이솔레이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해보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제조사도 미쳐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경우다.
특히 턴테이블 모터는 턴테이블 전체 구성 요소 중 진동 유발의 주범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진동을 유발할 수 있고 진동 유입 포인트들이 있지만 모터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AOA 아이솔레이터는 모터용도가 아니라 베이스 본체 용도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모터에서 유입된 진동이 있더라도 베이스 본체에서 어느 정도 진동 격리가 가능해진다면 이 또한 음질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테스트에 들어갔다. 참고로 이는 모터 진동이 강한 엔트리급 턴테이블이 아니라 이미 설계 측면에서 진동 저감이 꽤 잘 이뤄진 하이엔드 턴테이블에서 부족한 1%를 찾아 없애는 일이다.
수산 웡의 ‘You’ve got a friend’를 들어보면 드럼, 베이스 모드 소리들이 더 정돈되어 들린다. 하지만 미세 약음은 더 섬세하게 들려 이런 소리가 이전에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 잔향 속 지저분한 불순물들이 모두 빠져나간 듯하며 배음을 건드려 앙상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이는 부분. 더 당당하고 펀치력도 높아진 편으로 다른 음악에서도 이런 현상들은 일관적으로 포착된다. 결론적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음악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확실히 악기들의 골격이 더 또렷해진다. 마치 악기들을 모두 분해한 후 깨끗이 소거한 이후 다시 연주하는 듯 깨끗한 외곽선과 표면 질감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동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리듬감이 더 잘 느껴지며 싱커페이션도 보다 순발력 있게 표현되어 흥을 돋운다. 예를 들어 [Popes Of Sand] 앨범을 들어보면 드럼 스틱의 섬세한 움직임이 마치 쏜살처럼 물길을 가르는 송어처럼 빠르고 순발력이 넘친다.
모든 음악들에서 배경이 맑아진 것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진동이 사라지면서 노이즈 플로어 아래에 잠겨 있던 소리가 청감 범위 안으로 들어온 듯. 뭍혀 있던 소리들을 모두 청감으로 주워담듯 아주 작은 소리들이 실체감을 북돋아주었다. 예를 들어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에서 더 예리해진 칼날 같은 기타 피킹과 선명한 관중의 함성, 더욱 넓어진 입체감과 정위감 등 아이솔레이터의 성능을 유감없이 표출해주었다.
마치 다이내믹스 헤드룸 자체가 더 여유 있어진 듯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녹음에서 더욱 그런 청감상 느낌이 강해지는데 약음의 소리들도 더 명료해지지만 큰 소리들에서도 엉키거나 마스킹되는 일 없이 각 악기들이 명료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큰 소리들이 밝게 탈색되면서 파열되는 법이 없이 끝까지 추적되는 소리를 오롯이 전달해준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소스기기들보다는 턴테이블 등 아날로그 소스기기에서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아이솔레이터인데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큰 변화다.
주말에 더위를 피해 방에서 에어컨에 기대 음악을 들었다. 구입해놓고 구석에 쳐박아놓은 엘피들을 하나하나 플래터에 올리면서 내심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기대 반 의심 반의 심정으로 들어보았다.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해본 바 AOA의 이번 아이솔레이터는 내가 테스트해봤던 AOA 액세서리는 물론 지금까지 나의 턴테이블에서 테스트했던 모든 액세서리 중 으뜸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있는데 지메르만 옹이 이제 좀 들을만하다며 자애롭게 웃고 계신 듯하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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