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과 무대가 4K HDR로 바뀌었다
Hifistay Centum 9 Resonator
하이파이스테이(Hifistay)는 진동 제어 액세서리로 명망이 높은 대한민국 제작사다. 인슐레이터 소프트 젤리(Soft Jelly), 스피커 슈즈 발레리노(Ballerino), LP 클램프 다르마(Dharma), 케이블 엘리베이터 사운드 윙즈(Sound Wings) 등 히트작이 많다. 미쏠로지 트랜스폼(Mythology Transform)이나 클래식(Classic)처럼 진동 제어를 오디오 랙에 접목시킨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 집에서 스피커 슈즈 솔 80(Sol 80)과 다르마를 애용하고 있다.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하이파이스테이의 신작 센텀 나인(Centum 9)을 시청했다. 오디오 기기의 진동과 공진을 소멸시켜주는 레조네이터(Resonator)인데, 손으로 잡아보니 제법 묵직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게가 1kg이나 나간다. 매끄러운 표면과 마감의 완성도는 두말하면 잔소리. 제품 안에서 진자운동을 하는 볼의 재질에 따라 세라믹 버전과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이 마련됐다.
바쁜 세상, 결론부터 말하면 센텀 나인의 있고 없고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 필자가 집에서 쓰고 있는 다르마 역시 커플링 스탠드를 체결하면 레조네이터로 변신하지만 단품 레조네이터로서 ‘약발’은 센텀 나인이 훨씬 셌다. 신기한 것은 세라믹 버전과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이 들려준 사운드가 서로 확연히 달랐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세라믹 버전이 마음에 들지만 힘이 붙고 울림이 많은 소리를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선택할 것 같다.
센텀 나인 팩트 체크
센텀 나인은 레조네이터다. 그것도 하이파이스테이가 자랑하는 스윙(Swing)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한 레조네이터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안에 들어간 작은 세라믹 혹은 스테인리스 스틸 볼의 진자 운동(스윙)에 의해 자신에게 전해진 기기의 진동이나 공진을 소멸시킨다. 인슐레이터나 스피커 슈즈가 각각 기기와 스피커 밑에 놓이는 것과는 달리 기기 위에 올려놓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생김새는 알루미늄으로 정교하게 만든 아이스하키 퍽이나 요요를 닮았다. 직경은 90mm, 높이는 28mm, 무게는 1kg. 하이파이스테이 편내원 대표한테 왜 이렇게 크고 납작한 모양이 되었느지 물어보니 “무게 1kg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한다. 어쨌든 센텀 나인 안에는 스윙 테크놀로지의 핵심인 세라믹(스테인리스 스틸) 볼 6개가 2층 구조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손으로 건들면 아주 찰지게 흔들거린다.
시청 당일, 마침 내부 구조를 알 수 있고 분해까지 되는 샘플이 있어 흥미롭게 뜯어볼 수 있었다. 맨 먼저 시선을 잡아맨 것은 진자운동을 하는 6개 세라믹(스테인리스 스틸) 볼 말고도 뚜껑 바로 아래, 그러니까 레조네이터 구조상으로는 맨 상단에 9개의 세라믹 볼이 각자의 홈에 들어가 있다는 것. 편 대표는 “센텀 나인의 나인(9)은 바로 이 영롱하게 빛나는 9개의 세라믹 구슬을 뜻한다. 역할은 공명 조절”이라고 설명했다.
9개의 세라믹 볼 혹은 스테인레이스 볼이 수납된 플레이트를 들어 올리면, 1) 이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의 플레이트가 나오는데, 2) 이 플레이트에 정삼각형 거리를 두고 3개의 홈이 파였고, 3) 각 홈에는 세라믹 볼이 투입됐다. 물론 볼이 움직일 수 있게끔 홈의 직경이 볼보다 약간 크다. 따라서 9개 볼이 수납된 상단 플레이트를 이 3개의 볼이 떠받치는 셈. 여기까지가 섀시 구조상 2층이다.
3개의 볼이 투입된 원형 플레이트를 들어 올리면 센텀 나인의 1층이 시작된다. 즉, 밑에서부터 스탠드 역할을 하는 하단 플레이트와 반지 모양의 플레이트가 있고, 둘 사이에는 3개의 볼이 또 한 번 투입돼 스윙한다는 것. 스탠드 상판과 반지 모양 플레이트 하단에 각각 3개의 홈이 파여있는 이유다. 결국 센텀 나인은 1층에 3개, 2층에 3개의 볼이 더블 스윙하는 구조다.
한편 하이파이스테이가 공개한 단면도를 보면, 1층과 가운데 축과 2층 플레이트, 2층 가운데 축이 서로 나선으로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 기기에서 올라온 진동과 공진은 1층에 마련된 3개 볼의 진자운동에 의해 1차례 소멸되고, 그래도 남은 진동과 공진은 축을 타고 올라가 2층에 마련된 3개 볼의 진자운동에 의해 다시 한번 소멸되는 메커니즘이다.
하이파이스테이와 스윙 테크놀로지
스윙 테크놀로지는 세라믹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볼의 구면 진자(Spherical Pendulum) 운동에 의해 기기의 진동이나 공진을 소멸시킨다. 말이 어렵지만, 왕복 운동을 하는 시계 추를 예로 들어보자. 시계 추가 왔다 갔다 일정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계 추는 오로지 1) 자신에게 가해지는 힘에 대한 반작용, 그리고 2) 밑에서 잡아끄는 중력에만 영향을 받는다. 쉽게 말해, 자신에게 가해지는 힘을 반작용으로 없애는 것이다.
스윙 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한다. 작은 볼 베어링 위에 기기를 올려놓고 볼 베어링 밑 접촉면에 둥근 홈을 파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외부에서 어떤 힘이 주어지지 않으면 볼은 움직이지 않는다. 2) 외부에서 어떤 힘, 그러니까 진동이나 공진이 전해지면 볼은 진자 운동(스윙)을 하고, 이 진자운동에 의해 자신에게 가해진 힘은 소멸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윙 테크놀로지는 진동이나 공진이 많이 발생하는 스피커(슈즈)와 CD플레이어(인슐레이터, 레조네이터)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앰프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역시 내장 전원부에서 미세하게라도 트랜스 울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들 기기를 수납한 오디오 랙 또한 진동과 공진투성이이긴 마찬가지다.
한편 편 대표에 따르면 스윙 테크놀로지는 지난 2002년 스피커 스파이크 끝단에 볼 베어링을 장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인슐레이터나 슈즈 안에 구면 진자 운동을 하는 세라믹 볼을 3개 집어넣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볼 재질도 기존 세라믹의 최대 약점이었던 취성(brittleness. 깨지기 쉬운 성질)을 극복한 지르코니아 세라믹(zirconia ceramic)을 써서 내구성과 내마모성, 내식성을 높였다.
스윙 테크놀로지는 이후에도 계속 진화해서 3개의 지르코니아 세라믹 볼을 플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2층 구조(더블 스윙), 혹은 3층 구조(트리플 스윙)로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진동과 공진을 더욱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서다. 더블 스윙은 현재 센텀 나인을 비롯해 발레리노 더블 스윙, 스텔라 60 더블 스윙, 소프트 젤리, 사운드 윙즈 등에 적용됐다. 트리플 스윙은 발레리노 트리플 스윙에 베풀어졌다.
시청
하이파이클럽 제 1 시청실에서 진행된 센텀 나인 시청에는 오르페우스의 앱솔루트 CDP, 비투스 오디오의 SL-103 프리앰프, 브라이스턴의 28B3 모노블록 파워앰프를 동원했다. 스피커는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퓨어리오소 미니. 먼저 센텀 나인 없이 애청곡을 들어본 후, 센텀 나인 세라믹 버전, 센텀 나인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CDP 위에 올려놓고 연이어 들어봤다. 아, 왜 2개 버전을 만들었는지 편 대표에게 물어보니 “세라믹 볼은 아날로그 감성, 쇠구슬은 SF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Diana Krall - Desperado
Wallflower
세라믹 버전을 투입하니 보다 선명하고 색번짐이 없는 음으로 바뀐다. 윤곽선이 뚜렷해지고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좋아진 점이 확실하다. 이어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투입하면 음이 보다 묵직해지고 음끝이 오래간다. 음의 온기가 약간 상승하는 것도 제법 큰 차이. 이 스테인리스 버전을 좋아할 애호가도 많을 것 같다. 다시 세라믹 버전으로 바꿔보면 좀 더 맑고 투명하며 입자감이 고와진다. 볼 6개의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전체적으로 세라믹 버전이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에 비해 핏이 좋은 음을 내준다.
혹시나 해서 센텀 나인을 빼고 들으니, 세상에, 졸지에 흐릿하고 불투명하며 더부룩한 음이 되고 말았다. 끝으로 한 번 더 AB 테스트를 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의 센텀 나인을 올려보면 배음 울림 공명 이런 류의 덕목이 크게 느는 가운데 무게중심이 아주 낮은 음으로 변모한다. 선명함은 세라믹 버전에 비해 밀린다. 세라믹 버전으로 바꿔보면, 마치 슈퍼 트위터를 장착한 것처럼 고음마저 활짝 열린다. 스윙 테크놀로지를 만난 레조네이터가 이 정도로 괴력을 발휘할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Ray Brown Trio - Fly Me To The Moon
Ray Brown, Monty Alexander, Russell Malone
사실, 센텀 나인 없이 들을 때만 해도 더 좋아질까 싶었다. 하지만 세라믹 센텀 나인을 올려놓으니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난다. 피아노의 오른손 터치음이 더욱 투명해지고 베이스에는 힘이 더 붙은 것이다. 악기들의 위아래, 좌우, 앞뒤 거리감도 늘고 색번짐은 한 톨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스테인리스 스틸 센텀 나인으로 바꾸면, 베이스가 더욱 묵직하게 들린다. 그 저음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바닥을 기어 필자 쪽으로 기어 오는 듯. 대신, 피아노 고음의 그 맑고 선명하며 투명한 맛은 세라믹 때에 비해 줄어들었다. 센텀 나인을 빼버리면, 갑자기 음의 무게중심이 단옷날 그네 타듯이 위로 치솟고 고음은 두터워졌다. 다시 세라믹 센텀 나인을 투입하면, 저역 악기가 다시 자기 자리를 잡고 무대는 깨끗하고 투명해진다.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 Proud Mary
Bayou Country
그새 센텀 나인 효과가 익숙해진 것일까. 센텀 나인 없이 들으니 왠지 무대가 좁고 가운데에만 음들이 뭉쳐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세라믹 센텀 나인을 올려놓으니, 무대가 좌우 위아래로 커지는 동시에 음 자체의 에너지감이 크게 늘어난다. 음이 보다 성숙해졌다는 인상. 밴드 보컬 역시 키가 커졌고 진짜 사람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모든 효과는 결국 센텀 나인 투입으로 인해 에너지와 공간감,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등의 정보를 갉아먹던 진동과 공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증거다. 이어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투입하면 보컬이 보다 목청껏 노래를 하지만 무대 크기가 세라믹만큼 넓지는 않다. 끝으로 센텀 나인을 빼고 들으면, 보컬은 키가 작아지고 노래 역시 목으로만 부르는 것 같다. 심지어 코러스도 성의 없게 들린다.
Ray Charles - Here We Go Again
Genius Loves Company
센텀 나인 없이 듣다가 세라믹 센텀 나인을 투입하니 레이 찰스와 노라 존스의 온기와 숨결이 보다 생생해진다. 음 자체가 선명하고 맑아진 것이 두 사람 모두 목 컨디션이 좋아진 듯하다. 반주음도 보다 뚜렷하게 들린다. 한마디로 음악이 다채롭고 컬러풀해졌다.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으로 바꾸면 반주음이 부풀어 오른 찐빵처럼 커진다. 풍성한 음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이 변화를 쌍수를 들어 반길 것이다. 음들을 확 방목하는 스타일. 이에 비해 세라믹 버전은 음 하나하나를 바싹 조여주는 스타일이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센텀 나인을 빼고 들으면, 그 많고 풍성했던 반주음이 다 어디로 갔나 싶을 맘큼 앙상해졌다. 노라 존스의 음색 역시 덜 매력적으로 들린다. 음색을 이루는 배음 정보가 많이 휘발됐다는 증거다. 다시 세라믹 센텀 나인을 투입하면 처음부터 노라 존스가 비로소 자신의 음색으로 노래를 한다. 해상력이 음색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맞다. 세라믹 센텀 나인은 여배우의 얼굴 모공까지 다 보이는 4K HDR 화면이고, 스테인리스 스틸 센텀 나인은 풍성한 색보정 필터를 투입한 4K 화면이다.
총평
이날 센텀 나인의 센 ‘약발’을 느끼고 집에서 쓰는 다르마를 오포 CDP 위에 올려놔 보았다. 집에서는 그간 주로 LP 클램프로만 쓰는 다르마였는데, LP를 안 들을 때 이 다르마를 그냥 놀려두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물론 ‘탈착형 레조네이터 커플링 스탠드’를 다르마 본체에 꽂아야 레조네이터로 변신한다. 그런데 센텀 나인만큼의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 커플링 스탠드에도 6개 세라믹 볼이 ‘스윙’을 하는데도 체감 효과가 덜한 것은 아무래도 레조네이터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기 진동과 공진을 빨아올리기 위해서는 적정의 무게가 필요한데, 다르마는 클램프를 겸해야 하므로 무게 450g에서 타협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이파이스테이가 센텀 나인의 무게를 처음부터 1kg으로 정한 이유로 보인다.
어쨌든 센텀 나인은 레조네이터가 스윙 테크놀로지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소리로 입증했다. 또한 진자운동을 하는 볼의 재질에 따라서도 제법 큰 차이가 나는 흥미로운 결과도 낳았다. 이번에는 CDP 위에만 올려놓았지만 앰프에서 트랜스가 자리 잡고 있는 섀시 바로 위에 올려놓아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꽉 채워지고 완벽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모델명으로 100을 뜻하는 센텀을 썼다”라는 편 대표의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액세서리가 나왔다. 진지한 비교 청음을 권해드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Hifistay Centum 9
제조사 | 하이파이스테이 |
제조사 홈페이지 | hifistay.com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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