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벽을 허물다 - 클라우디오 Magne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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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벽을 허물다
클라우디오 Magnezar
턴테이블에 대한 단상
12인치 엘피를 회전시키며서 표면에 기록된 신호를 읽어들이는 일. 어떻게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기들 중에 가장 간단명료한 일이다. 회전의 동력이 되는 모터와 엘피를 얹는 플래터가 있어야할 것이고 엘피 표면에 기록된 정보를 읽어들일 수 있는 카트리지와 이를 장착해 트래킹하는 톤암이 있으면 끝난다. 때로 모터는 플래터의 중앙에서 직접 회전시킬 수도 있고 옆에 놓고 벨트로 연결해 회전시킬 수도 있다. 때론 과거 아이들러를 사용한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을 두고 여러 엔지니어들은 수십 년 동안 완벽하게 그 방식을 평준화시키지 못했다. 구동 방식도 제각각이며 소재도 모두 서로 다르다. 디자인은 물론 소재도 제각각이며 가격은 수십 만원대부터 수천, 수억 원대에 이를 만큼 격차가 크다. 이는 성능의 격차를 드러낸다. 간단해보이지만 설계, 소재 등의 차이로 인해 소비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간단해보이지만 엘피를 정속으로 흔들림 없이 회전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진동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가 커다란 화두로 떠오른다. 게다가 소릿골을 읽는 카트리지의 방식은 소리에 대한 인상을 달리한다. 톤암이 트래킹하는 방식, 그리고 톤암의 베어링 또한 문제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엘피의 소릿골에 담긴 정보를 읽어 들이는 방식에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엘피의 외주부터 시작해 스핀들까지 카트리지가 직선으로 이동하며 똑바로 읽어 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이상적인 방식을 위해 몇몇 턴테이블, 톤암 메이커는 이른바 탄젠셜 톤암을 개발했다. 리니어 트래킹은 일면 뛰어난 방식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는 정밀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베어링 시스템이나 공기를 사용한 플로팅 시스템을 만들어 톤암의 주행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것이란 없어서 이런 톤암도 주행에 문제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이런 탄젠셜 톤암의 제작은 비교적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메이커는 톤암 축을 고정시킨 후 원호를 그리며 엘피 위를 주행하는 피봇 방식 톤암을 만들어왔다. 톤암 베어링만 잘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엘피 위를 주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회전하는 엘피 위에 카트리지를 놓으면 자연 법칙에 의해 카트리지가 엘피 중앙, 그러니까 스핀들 방향으로 힘을 받아 추진력을 얻는다. 그러나 피봇 톤암은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엘피의 외주부터 중앙 홀로 움직일 때 직선으로 똑바르게 주행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인 바로 트래킹 앵글 에러다. 이 에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버행 및 카트리지 오프셋 조정을 하는 것이다.
클라우디오 Magnezar
클라우디오라는 브랜드의 Magnezar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턴테이블 및 톤암의 태생적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단 박스를 열면 베이스 몸체가 보이며 이를 드러내 랙 위에 올린다. 그리고 육중한 20kg 정도 무게의 플래터를 조립하면서 서서히 Magnezar는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플래터 상판에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링 클램프를 장착하면 본체 조립이 끝났다. 이후엔 톤암을 장착하는데 톤암을 클라우디오의 12인치 모델 사용시 전용 톤암 베이스를 장착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여기엔 톤암 리프트 업/다운 등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럼 천천히 이 Magnezar라는 독보적인 턴테이블의 구조를 살펴보자. 우선 모터의 경우 45극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다. 베이스 본체 중앙 상판에 이 거대한 다이렉트 드라이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은 잘 만들면 대단히 뛰어난 성능과 편의성까지 얻을 수 있지만 플래터를 직접 구동하기 때문에 진동, 코깅 등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플래터에 전달될 수 있다. 이 턴테이블의 모터는 대단히 조용하며 대단히 빠르게 4초 안에 플래터를 회전 및 정지시킬 수 있다. 속도 오차는 무려 ±1/1000 RPM에 지나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 뿐만 아니다. 와우/플러터의 경우 최대 0.05%에 지나지 않는, 현존 최고 수준이다.
속도 오차 및 지속적 와우/플러터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음정에 있다. 턴테이블이 매우 단순한 작동 이론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완벽한 기술적 해결이 요원한 것은 매우 정확한 회전 및 장시간의 회전 정밀성 및 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진동은 극도로 적여야 한다. 진동을 읽어 들여 이를 소리 신호로 변환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작은 진동도 막아야만 한다. 더불어 속도 오차는 고스란히 음악의 음정을 바꾸어 불편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런 부분에서 Magnezar의 모터, 구동 시스템은 대단히 안정적이고 정교했다.
그런데 본체를 보면 둥글게 자석이 장착되어 있다. 네오디뮴이라는, 인공 자석 중 현존 최고의 자력을 가진 자석이 보인다. 자석이 장착되어 있다는 것은 플래터를 본체에서 띄워버리겠다는 설계다. 제대로 만든다면 플래터는 본체에 스핀들로 연결해 베어링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플래터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진동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베어링은 온데간데없었다. 흥미로운 건 플래터의 형태인데 매우 크지만 안쪽이 비어 있다. 대신 바깥 쪽, 외주로 갈수록 안쪽보다 두터운 두께로 가공해 관성 모멘트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를 림 관성 플래터라고 명명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설계지만 레가 턴테이블도 상위 모델은 이런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주 흥미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있다. 우선 엘피를 장착하려 플래터 상판을 보면 상판 내부에 액체가 채워져 있다. 이는 일종의 스테빌라이징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회전하면 외주 쪽으로 액체가 모인다. 게다가 엘피를 올리고 톤암을 1번 트랙에 옮기면 자동으로 오토 엘피 클램핑 기능이 작동한다. 이 턴테이블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서 엘피를 완벽에 가깝게 평탄하게 플래터에 밀착시키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기존 아날로그 링 클램프 같은 것보다 훨씬 편리하면서도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진공 흡착 같은 방식도 있으나 비용 면에서나 효율, 내구성 면에서 더 신뢰가 간다. 게다가 링 클램프의 금속 부위에 톤암을 떨어트려도 톤암이 자동으로 사선으로 하강하면서 엘피의 1번 트랙에 하강한다. 위험 요소마저 없앤 것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톤암은 KD-ARM-AP12라는 다소 긴 이름의 클라우디오 톤암이다. 사실 이 톤암만 해도 대단히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간단히 말하면 피봇 형태를 하고 있는 탄젠셜 톤암이다. 두 개의 톤암 튜브를 설계해 엘피의 소릿골을 따라가면서 자체적으로 직선 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가만히 그 작동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동차 자동 조립 공정에서나 볼 수 있는 로봇 팔을을 떠올린다. 이로서 피봇 형태의 톤암이 가진 태생적 단점, 즉 트래킹 앵글 에러가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리니어트래킹이 가능하면서도 엘피의 외주에서 내주로 자연스러운 추진력을 얻어 매우 자연스러운 트래킹 능력을 얻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버행이나 카트리지 오프셋, 안티스케이팅을 맞출 필요가 없다. 이 외에 VTA, 아지무스, 침압 등 다양하고 정밀한 세팅이 가능하다. 톤암 부속품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용자 친화적인 세팅용 부속들이 빼곡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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