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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LP 디깅 일지

이부영, 미쉘 르그랑을 노래하다

by onekey 2024. 3. 7.
음반이야기 
말머리[음반소개]

이부영, 미쉘 르그랑을 노래하다

롱암
2017.08.07. 21:55조회 768

국내외에서 최근 발매되는 리이슈엘피나 신보 엘피를 사보지만 음질에 만족했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가격은 3~4만원인데 음질은 CD 만도 못한 경우가 흔합니다.

엘피만 운용하지만 CD 만도 못한 음질의 요즘 발매되는 LP를 보면서 참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국내에도 마장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직접 프레싱한 조동진 LP가 그래도 들어줄만 한 수준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내에서 프레싱하는 LP 가 나오기 전에 CJ E&M등 여러 곳에서 LP를 발매 했었습니다. 독일에서 커팅과 프레싱을 했다는데, 음질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버블껌'이나 '김광석 4집'과 '다시 부르기1,2' 리이슈는 정말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음질이어서 실망 했더랬습니다.

자연스러운 녹음을 추구하는 오디오가이에서도 얼마 전부터 LP를 발매하기 시작해서 구입해서 들어보곤 했습니다. '노들강변' 은 장르도 좋고 녹음도 좋아서 기대를 했었습니다. 물론 녹음이나 연주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엘피가 CD 보다 음질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CD를 들으면 되지 굳이 LP 를 사서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오디오가이에서 새로 발매한 LP를 듣게 되었습니다. 조정아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와 이부영의 'Song of Michel Legrand' 입니다. 가야금 산조 음반은 녹음도 좋고 연주도 쓸만한데 3차원 무대 이미지가 어색하게 그려집니다. 아마도 더미 헤드를 이용한 바이노럴 녹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헤드폰으로 들어야 제대로 무대가 그려지겠지요.

<대부>로 유명한 니노 로타나 <시네마 천국>의 엔리오 모리꼬네에 비하면 미쉘 르그랑은 약간 아방가르드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그의 곡을 재즈 싱어인 이부영이 부른 것입니다.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이부영의 감성으로 새롭게 부른 느낌입니다.

음반 발매 전에 이부영의 쇼케이스에 참석해서 그녀의 노래를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중 가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감성에 충실한 노래를 부르더군요. 솔직히 재즈를 그다지 잘 듣지 않는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약간 느껴졌습니다. 물론 다소 밋밋하지만 자연스럽게 읖조리듯 부르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일 수 있습니다.

A면 첫곡인 Magic은 시작부에서 고음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면서 홀톤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살짝 놀랬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보컬이라고 쇼케이스에선 느끼지 못했거든요.
A면 끝 곡인 <쉘브르의 우산>의 주제가인 I will wait for You 에서는 원곡을 재즈풍으로 더 끌고가서 부르는데 원곡이 각인 되어 있음에도 매력적으로 들리더군요.

B면 첫곡인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의 주제가 였던 'Windmills of Your Mind'도 이부영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실연으로 들은 목소리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LP 에서 느낀다는게 약간 아이러니합니다. 그렇지만 느낀 것은 그대로 느꼈다고 밖에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

음반 전체적으로 다른 성격의 곡을 번갈아 배치하거나 하지 않고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편하게 연결해 놓고 있습니다.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에 잘 어울리더군요.

호기심 많은 오디오 마니아이기도 한 오디오가이의 최정훈 대표이기에 평소 음질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어떻게 하면 음질을 개선할수 있을까 꾸준히 고민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부영의 엘피가 음질이 기대 이상이라 최정훈 대표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특유의 입꼬리가 울라가는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하더군요.

요즘 발매되는 엘피들이 거의 전부 CD 발매를 전제로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한 것을 그대로 커팅을 해서 출시하는데 아무래도 엘피 전성시대에 했던 작업과는 다른 공정이 있을것 같아서 고민을 했다더군요. 고민 끝에 CD 출시로 전제로 하는 과정 중 하나를 과감히 생략하고, 고해상도 음원을 그대로 재생해서 커팅을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부영의 노래를 실연으로 들었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LP 로 듣고 놀랬습니다. 시스템 탓에 좋게 들린 것은 아닌가 싶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시스템으로 들어 보았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음질은 모두 자연스러움이 잘 표현되서 좋았습니다.

국내에서 발매된 다양한 신보와 리이슈 LP를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들어 봤습니다. 제가 들어본 중에서는 음질로는 단연 탑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부영의 음악은 호불호가 있을수 있지만, 음질 만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만큼 좋습니다. 앞으로 국내 발매 엘피의 음질 수준이 더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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